소품 단상(斷想) 352

비맞는 4단 책장 2개 수송(2021/10/11)

동네를 둘러 보다가 4단 책장 두 개를 보았다. 비를 맞고 있었다. 낡았지만 매우 튼튼했다. 욕심이 나지만 갖고 온다면 어찌 다 감당할까 싶었다. 자정이 넘었다. 4단 책장이 눈에 밟혔다. 비에 젖고 있는 나를 좀 갖고 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카트를 갖고 집을 나섰다. 100여 미터 떨어진 곳이라 슬리퍼를 신고 책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일단 한 개 옮겨 놓고 좀 쉬었다 옮기려고 했지만 바로 옮기게 되었다.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몇 시간 더 기다려도 상관없겠지만 쉴새없이 젖고 있으니 조금 서두르기로 했다. 4단 책장 두 개는 지하실 입구에 놓아두었다가 비가 그치고 나서 이틀 동안 잘 말렸다. 창고 입구에 놓고 책을 꽂았다. 판매할 책을 상단에 먼저 꽂았다가 박스에 담겨 있는 원서..

카트 지지대가 휠 정도로(2021/10/09)

아세탈님이 선물했던 카트가 변형되었다. 너무 무거운 책을 옮기다 장애물에 걸려 몇 번 넘어 뜨린 게 이유였다. 몇 십 킬로그램은 될 족보류를 갖고 와 마당에 옮겨 놓고 카트를 접으려고 했는데 카트 손잡이 기둥이 뻑뻑해서 움직이지 않았다. 물품을 옮기는 데 문제는 없지만 보관할 때 간편하게 접어 쓸 수가 없으니 낭패다 싶었다. 하지만 몇 차례 밀고 당기고 힘을 가한 후에는 가동되었다. 실을 수 있는 한계량을 넘은 게 문제였든 듯.

선물받은 밤꿀, 반찬만드는 데.....(2021/05/02~08/02)

국내산 밤꿀, 생산년월일은 2018년 6월 25일. 유통기한은 2년이니 지난 해 여름 초입에 다 먹었어야 했다. 하지만 조금 늦추어 먹었다고 하여 문제될 일은 없었다. 아카시아꿀에 익숙한 사람들은 꿀맛이 이상하다, 변한 것 아닐까 싶겠지만 밤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오히려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오이 반찬을 만드는 데 설탕을 쓰지 않고 이 밤꿀을 넣었는데 맛이 좋았다. 멸치 볶을 때에도 쓰게 되었다. 처음 선물받았을 때는 이 꿀을 어떻게 소진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이제는 음식만드는 즐거움의 원천이 된다. 아카시아꿀만 꿀이 아니라는 사실. 세상엔 여러가지 꿀이 많다는 사실. 유통기한이 지났지만 맛있게 먹는다면 탈 날 일은 없어 보입니다.

다락방에서 찾은 추억(2021/05/16)

2021년 5월 중순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다락방 천정에서 비가 샜고, 샌 빗물이 화장실 전등 커버에까지 고였다. 몇 년만에 다락방에 올라가서 확인해 보니 거의 물바다 수준이었다. 수건 몇 장을 갖고 가 물을 닦아 낸 뒤 스탠 그릇을 갖다가 받쳐 놓았다. 물이 차면 창문을 열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 작업을 하는 사이 대학교 때 들고 다니던 가방과 30대 때 갖고 다니던 서류 가방을 보았다. 그 안을 뒤져 보니 잊고 있었던 물품들 몇 개가 나왔다. 영화 팜플렛부터 잡다한 기록에 명함까지.... 삐삐 번호가 적혀 있는 명함.... 내가 휴대폰을 갖게 된 것이 1999년 8월 14일부터이니 적어도 20년은 넘은 물건이었다.

마스크 득템: 줍기도 얻기도(2021/04/28+06/01)

실내든 야외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년 넘게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서 포장을 뜯지 않은 마스크를 한번쯤 주울 수도 있지 않을까 했다. 그동안 내 분주한 동선으로 따져 보아도 자주 있을 일이지만 한번도 그런 일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내 아파트 주차장에서 포장을 뜯지 않은 새 마스크를 주웠다. (2021/04/28) 1년 전 이맘때였으면 엄청난 득템이겠지만, 요즘은 마스크 확보가 너무 쉬워서 그 정도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공짜 마스크인데...... 그것도 KF94 마스크인데..... 아무리 요즘 인터넷 가격이 2백원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지만....... 우이천변을 달리다 덴탈 마스크 한 장을 얻기도 했다. 교회에서 나온 분이 주셨다. 그 전에는 교회 안내가 들어..

포장용 끈 긴급 조달(2021/04/30)

요즘 대형 매장에서는 박스는 제공해도 테이프나 끈은 제공하지 않는다. 박스야 아래를 교차시켜 바닥을 만들면 되지만 물품을 담아 박스를 그냥 들고 오는 일은 녹록치 않다. 끈으로 묶어서 들고 오는 것에 비하여 두 팔로 안아서 갖고 오는 것은 불편함이 갑절이다. 달리기를 하러 나가도 늘 배낭에 노끈을 넣고 다녔는데 갖고 온 줄 알았던 노끈이 보이지 않았다. 땀에 젖은 배낭을 빠는 과정에서 노끈이 빠졌고, 그 노끈을 미처 챙겨 넣지 못한 것이었다. 노끈이 없다면...... 주변을 살피는 게 급선무...... 불법 현수막을 제거한 자리에는 노끈이 떨어져 있기 마련이었다. 몇 백 미터를 가다가 가로수에 매달린 채로 방치된 노끈을 찾았다. 박스를 끈으로 묶자 너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