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368

스미싱 당할 뻔(2024/03/08)

사람이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제 신상을 털릴 가능성이 크다. 나는 이런 적이 없다고 해명하면서 자기 정보를 다 꺼내 놓는 것이다. 도로법 위반 벌점 보고서가 휴대폰으로 날아온다. 내용 확인하라고 링크 주소가 나와 있다. 벌점을 받을 일이 없는데 억울해 하면서 자기도 모르고 링크를 눌러 버리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최근에 운전한 일이 전혀 없기 때문에 도로법 위반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 나도 엉겁결에 링크를 누를 뻔 하기도 했다. 잘 참았다. 보내온 휴대폰 번호를 인터넷에 쳐 보아도 신고된 일이 없는 번호이기도 해서 속을 수도 있었다.

우이천 갈매기(2024/02/20)

궂은 날씨에 15.15킬로미터를 달린 날이었다. 마라톤 대회 페이스 3킬로미터, 400미터 인터벌 4회를 포함해 9킬로미터 정도만 뛰려고 했는데 운동을 하다 보니 15킬로미터를 넘겼다. 달리기를 거의 마무리할 무렵 우이천에서 갈매기를 보았다. 갈매기는 바다에 사는 새 아닌가? 이 갈매기, 우이천에서 물고기를 잡았고, 한 입에 넣지 못하니 뜯어 먹고 있었다. 한동안 보고 있었다.

애도(哀悼)

이미 가신 이들. 이내 가실 이들. 못다한 이들. 못다할 이들. 서러운 분들. 서러울 분들. 서로 울분을 달래고자 국화꽃을 올립니다 우소서 우소서 우소서 우소서 이제 그만 우소서 선뜻 눈물을 끊어내긴 어렵겠지만 균사(菌絲)처럼 슬픔을 퍼뜨리진 마시고 울더라도 국화꽃 시들 때까지만 우소서 되돌림이 너무 고픈 애달픈 허기 달래시고 부디 영면하소서 R. I. P. Rest in peace Reset in peace

반가운 만남(2023/12/18)

2021년 12월 17일 만난 뒤 2년이 넘었다. 올해도 끝내 못 만나는 줄 알았다. 이 분의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아 이번에 마련한 생일 선물 때문에 전화를 건 일이 계기가 되어 저녁에 만날 수 있었다. 노원역 근처 동선식당에서 소갈비찜을 먹었다. 한동안 과로 업무 때문에 피폐한 나날을 보내면서 전혀 운동을 하지 못해 90킬로그램이 넘게 살이 쪘었다고 하는데 이번에 보니 지난 2년 전 보다 날씬해 보였다. 몇 달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해서 감량을 했다고 했다. 지난 8월 동해안 해파랑길 수백 킬로미터 도보 여행으로 스타트를 걸고 헬스장 이용도 자주 했다고 했다. 내년부터는 마라톤 대회에 나올 계획을 잡고 있다고 했다. 지난 해 선물했어야 할 신발을 1년이나 지나서야 전할 수 있었다. 2년마다 한번씩 만나고..

도둑으로 몰리다(2023/12/06)

2016년 5월 6일 2019년 4월 22일 2021년 5월 31일 주운 스마트폰을 주인에게 찾아준 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2023년 12월 6일이 막 되었을 무렵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난다는 의심을 받았다. CGV 수유 영화관을 나가려던 나를 커플이 막아섰다. 다짜고짜 가져간 스마트폰을 내어 놓으라고 했다. 금시초문. 어이상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착각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당신이 영화관에서 가장 나중에 나왔고,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가 보니 스마트폰이 없더라, 그러니 당신이 가져가지 않았으면 누가 가져갔겠느냐. 당신 가방을 열어보면 거기 내 스마트폰이 있을 것이다. 틀림없을 것이다. 20대 초반쯤 되었을까? 내 동선을 설명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자신들이 영화관에서 나간 뒤..

김채원님 생일 축하(2023/08/01)

8월 1일. Happy Chaewon Day. 르세라핌 김채원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태어나 주어 고맙고 아티스트 활동을 해 주어서 더 고맙습니다. ========================== 2023년 2월 19일 마트에 라면을 사러 갔다. 신라면 번들 두 개 가운데 유통 기한이 하나는 2023년 8월 1일, 다른 하나는 2023년 8월 6일이었다. 내 스타일로 볼 때 유통 기한이 조금이라도 더 남은 라면을 고르기 마련인데 이 때는 8월 1일자 라면을 골랐다. 다른 이유는 없고 김채원의 생일이 8월 1일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여가수의 생일을 기억한 것은 내 생애 처음이었다. 소설집 를 서울도서관에서 대출했다. 그 소설가의 이름이 김채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빛 가운데 걷기'라는 단편소설도 읽었다. ..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다(2023/02/14)

전화가 왔다. 01058632522 010이니 받았다. 수사관이라고 했다. 내 명의를 도용하여 농협에서 통장을 발급받은 부천의 최대수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다. 조선족 사투리는 없었고 표준 한국어를 구사하며 매우 차분한 사무적인 말투였다. 제 명의가 도용되었다고요? 어쩌면 좋아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온갖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보이스피싱인 것 같아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제가 바로 경찰서로 갈게요. 상대는 그러라고 하며 바로 끊었다. 가족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인터넷 검색창에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해 보았다. 해외피싱이라고 떴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경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