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있었다. 언젠가 죽을 거라는 것. 돌연사하지 않으면 늙고 병들 거라는 것. 한없이 추해지리라는 것.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일, 너무 급작스러운 일,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 그것도 하프 완주를 눈 앞에 둔 20킬로미터 지점에서 발생했다. 새벽에 눈이 내려 주로는 엉망이 되어 있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애당초 속도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이 아파서 뛸 수 없었다. 아프다는 신호가 지속적으로 온 것도 아닌데 걸을 수조차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1년 동안 아팠던 그 부위였다. 1킬로미터 남았다고 갑자기 속도를 낸 것도 아니었다. 간밤에 잠이 오지 않아 너무 뒤척였기 때문에 1시간 40분대 목표는 아예 접었는데 이럴 순 없었다. 마라톤 대회에 6백 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