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품 단상(斷想)

다락방에서 찾은 추억(2021/05/16)

HoonzK 2021. 7. 4. 16:01

2021년 5월 중순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다락방 천정에서 비가 샜고, 샌 빗물이 화장실 전등 커버에까지 고였다.

몇 년만에 다락방에 올라가서 확인해 보니 거의 물바다 수준이었다.

수건 몇 장을 갖고 가 물을 닦아 낸 뒤 스탠 그릇을 갖다가 받쳐 놓았다. 물이 차면 창문을 열고 버리기를 반복했다.

이 작업을 하는 사이 대학교 때 들고 다니던 가방과 30대 때 갖고 다니던 서류 가방을 보았다.

그 안을 뒤져 보니 잊고 있었던 물품들 몇 개가 나왔다.

영화 팜플렛부터 잡다한 기록에 명함까지.... 삐삐 번호가 적혀 있는 명함.... 내가 휴대폰을 갖게 된 것이 1999년 8월 14일부터이니 적어도 20년은 넘은 물건이었다.

 

다락이 빗물로 젖어 닦아낸다고 용을 썼다. 챚꽂이를 덮어둔 비닐 덕분에 책은 젖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시절 일기는 모두 여기에 있다. 한번 날 잡아서 싹 다 태워 버려야 하는데 아직 결심이 서지 못했다.

 

가방 두 개는 과감하게 버렸다.

 

가방 안에서 나온 물품들

 

<와호장룡>, <글래디에이터> 팜플렛.. 2000년 나온 영화들이다. 그 때는 팜플렛을 모으는 게 거의 특기 수준이었으니

 

<엑스맨>, <할로우맨>도 2000년에 나온 영화다. 20년 넘게 모아둔 팜플렛인데 모두 2000년도라는 공통점이 있다.

 

나무 상자에서도 무언가 나온다.

 

악어 인형이 이 곳에 갇혀 있었구나

 

잊고 있었던 내 삐삐번호도 다시 알게 되었다. 012-821-0420. 삐삐를 허리춤에 차고 다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