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358

김채원님 생일 축하(2023/08/01)

8월 1일. Happy Chaewon Day. 르세라핌 김채원님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태어나 주어 고맙고 아티스트 활동을 해 주어서 더 고맙습니다. ========================== 2023년 2월 19일 마트에 라면을 사러 갔다. 신라면 번들 두 개 가운데 유통 기한이 하나는 2023년 8월 1일, 다른 하나는 2023년 8월 6일이었다. 내 스타일로 볼 때 유통 기한이 조금이라도 더 남은 라면을 고르기 마련인데 이 때는 8월 1일자 라면을 골랐다. 다른 이유는 없고 김채원의 생일이 8월 1일이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여가수의 생일을 기억한 것은 내 생애 처음이었다. 소설집 를 서울도서관에서 대출했다. 그 소설가의 이름이 김채원이었기 때문이었다. '빛 가운데 걷기'라는 단편소설도 읽었다. ..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다(2023/02/14)

전화가 왔다. 01058632522 010이니 받았다. 수사관이라고 했다. 내 명의를 도용하여 농협에서 통장을 발급받은 부천의 최대수라는 사람을 아느냐고 물었다. 조선족 사투리는 없었고 표준 한국어를 구사하며 매우 차분한 사무적인 말투였다. 제 명의가 도용되었다고요? 어쩌면 좋아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반응하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르며 온갖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보이스피싱인 것 같아 어떻게 대처할까 고민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제가 바로 경찰서로 갈게요. 상대는 그러라고 하며 바로 끊었다. 가족의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번호를 눌렀다.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인터넷 검색창에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해 보았다. 해외피싱이라고 떴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경찰서..

아이돌 여가수, 물오른 미모

별명: 쌈무 요정, 아기치타, 채채, 코코볼 삼무 요정, 쌈아치, 쌈리더 최근에 너무 귀엽고 정말 예쁜 여자 가수를 알게 되었다. 요즘 들어 엄청나게 예뻐졌다는 말을 듣는 24살의 아이돌이었다. (2000년 8월 1일생) 예뻐졌다고? 32킬로그램이나 감량하고 '예뻐졌다'를 부르는 박보람처럼 체중 감량을 한 것도 아니고(원래 날씬했다), 공백기 동안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니었다(원래 예뻤다). 훨씬 예쁜 이미지로 바뀐 것은 헤메코가 한몫하고, 힙한 매력이 돋보이는 강력한 퍼포먼스까지 장착한 덕분으로 보인다. 이 변화를 누군가는 환생 수준이라고 했다. 과거의 자신을 더 나은 미모로 극복하는 것이 하루 일과인가, 당신은 도대체 52시간 근로 시간을 지키지 않고 미모 가꾸기에 24시간을 다 쏟아붓는가라는 우스개..

옆집 지붕 개량 공사(2022/10/15)

토요일 새벽부터 몹시 시끄러웠다. 우리 집 옥상 위를 누군가 밟고 다니는 것 같았다. 나가 보니 옆집이 지붕 개량 공사를 하고 있었다. 비만 내리면 침실까지 물이 떨어져 견디기 힘들었다고 하던데 마침내 지붕 위에 칼라 강판을 덮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공사 감독관을 만나 너무 시끄러워 잠을 설쳤다고 했더니 집주인이 미리 공지도 안 했나 보네요, 라고 무심하게 반응했다. 어차피 잠은 다 잔 것이고 그때부터 지붕 덮는 공사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번은 대문 앞에서, 한번은 옥상 위에서. 감독관은 웬만하면 댁네도 지붕을 덮으시지요,라고 했다. 방수공사 두 번 하는 가격이지만 영구적으로 방수 효과가 있고,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니 추천합니다,라고도 했다. 슬라브 형태의 옥상은 작업이 훨씬 빠르고 수월하..

폭우, 마당이 개울로 변하다(2022/08/09)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양동이로 퍼붓는 듯한 느낌이었다. 요즘 비는 왔다 하면 어마어마한 양을 자랑한다. 설마 지난 7월처럼 마당이 개울로 변하는 건 아니겠지 하고 나와 보았더니, 쏟아지는 비를 감당하지 못한 상황이 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쓸려내려온 낙엽과 오물이 하수구 트랩을 막기 시작해서 하수구까지 이동하는 데 마치 개울을 건너는 느낌이었다. 지하실에도 물이 차서 사정없이 퍼내어야 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물을 땅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

고물상 문 닫던 날(2022/08/13)

내가 자주 이용하는 고물상이 25년만에 영업을 마쳤다. 서울을 떠난다고 했다. 마지막 영업일은 2022년 8월 13일 토요일이었다. 전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왔다고 하니 이왕이면 사장이 마지막날에도 오라고 했다. 집에 있던 파지를 있는대로 모아 실어 가게 되었다. 무려 189킬로그램이었다. 수레 무게를 빼고도 140킬로그램. 근래 최고 무게였다. 하지만 파지 가격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어 생각보다는 적게 받았다. 파지를 처리하고 돌아와 헌옷도 갖고 가려다 비가 내려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비가 소강상태를 보였을 때 움직였다. 사장에게 이제 언제 보나요, 하고 물으니 사장은 환하게 웃으며 두손을 들어 흔드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고물상이 있던 곳에는 빌라가 들어올 거라고 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우이천 범람(2022/07/13)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석계역 쪽에 있는 도서관에 가야 했다. 우이천 산책로가 폐쇄되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가오리사거리, 광산사거리쪽으로 돌아가 우이천까지 진입하던 루틴을 바꾸어 수유사거리, 번동사거리쪽으로 바로 내려가 우이천에 진입했다. 우이천 산책로에는 내려가지 못했다. 진입하는 출입구마다 바리케이드가 처져 있었고,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결국 찻길 옆 보도를 따라 우이천 하류를 향하여 내려가야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짧은 시간 내에 어마어마한 비가 쏟아져 우이천 산책로는 물에 잠겨 출렁이고 있었다. 하류로 갈수록 물은 늘어나 산책로의 바리케이드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비가 너무 내리니 비닐봉투에 담아 배낭 깊숙이 찔러둔 스마트폰을 꺼낼 수조차 없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