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수 없는 순간 358

셀프 이발(2022/04/13)

미용사가 머리를 너무 짧게 깍아 버린 것이 지난 해 11월 8일. 5개월이 넘어도 머리를 깍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게 너무 많이 깍은 탓이었다. 사진까지 보여주면서 이렇게 해 주세요, 했는데 미용사는 내 말을 무시했다. 지나치게 가위질을 많이 해 버렸다. 군 제대 이후 그렇게 많이 깍은 것은 처음이었다. 두 달 정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주변에서는 머리가 단정해졌다고들 했는데 그건 두 달이 지났을 때 내 모습을 보았을 때였다. 셀프 이발, 미용실 방문, 셀프 이발..... 이런 계획을 짜고 있었으니 이번에는 셀프 이발을 할 차례였다. 지난 해 이어 두 번째 시도. 머리카락 때문에 답답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던 차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당 평상 위에 대형 거울을 올려 놓았다. 거울을 보며 긴 머리를 싹둑..

백화점 아식스 매장 폐점(2022/03/13)

NC백화점 불광점 아식스 사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백화점 아식스 매장이 모두 철수한다고 했다. 노원역점, 수유점, 연신내점이 줄줄이 없어지고 그나마 NC백화점 불광점 아식스 매장에 기대고 있었는데 그 연줄까지 끊어진 것이었다. 마지막 영업일 오후 물기 머금은 날씨 속에서 은평구까지 달려서 갔다. 마지막으로 젤 1130 러닝화를 샀다. 현금으로.

전화통화가 되지 않을 때(2022/01/24~25)

스마트폰이 통화 기능을 상실했다. 일정한 높이로 기울어진 막대 모양이 있어야 할 자리에 동그라미가 있었고 거기에 사선으로 줄이 그어져 있었다. 다른 전화로 내 스마트폰에 전화를 걸면 전원이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된다고 했고, 내 스마트폰으로 다른 전화에 통화를 시도하면 통화 가능 지역을 벗어났다고 했다. 데이터를 켜려고 하자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SIM카드를 삽입하세요'라는 공지가 떴다. 비행기 모드 조명이 켜져 있는데 여린 불빛으로 채색되어 있었다. 2022년 1월 24일 밤에 일어난 일이었다. 간만에 휴대폰을 껐다 켠 순간 발생한 사단이었다. 다음날 단골 휴대폰 대리점에 들렀지만 해결이 되지 않아 삼성모바일 강북센터로 갔다. 다행히 스마트폰 자체는 문제가 없고, 유심칩이 문제라는 사실을 ..

반가운 만남(2021/12/17)

2019년 11월 10일 아산 마라톤 대회에서 만나고 2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다. 마라톤 대회장에서 그렇게 자주 뵙던 분을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못 보게 될 줄 몰랐다. 올해를 넘기지는 말아야지. 아산에 갈 계획을 세웠는데 만나고 싶은 분은 이천에 파견 근무를 나와 있다고 했다. 아산에는 거의 가지 않는다고 했다. 12월 21일 가거나 앞 뒤로 가능한 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계신 곳까지는 3시간이 넘는 여정이었다. 갈등이 생겼다. 가는 것도 문제이지만 돌아오는 것도 문제이기 때문에 시간 계획 짜기가 쉽지 않았다. 오래 많이 생각하면 할수록 움직임이 어려워지니 일단 저지르고 보기로 했다. 갑자기 계신 곳에 나타나 저 왔어요, 라고 놀라게 해 주고 싶었다. 내가 풀코스 200회 완주를 앞두고 있..

페트병 교환 수량 상위자 선정, 선물을 받다(2021/12/22)

2021년 6월 24일 목요일 수유1동 주민센터에 페트병을 가져가 10리터 쓰레기 종량제 봉투로 교환하기 시작하고, 3주 후인 7월 15일부터 12월 9일까지 단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목요일마다 페트병을 모아 갔다. 60개에서 120개 사이를 왔다갔다 하던 내가 가을이 되면서부터는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의 수량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6주 연속 240개를 가져가다가 10월 말부터는 300개씩 가져가게 되었다. 9월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주민센터에 가져간 페트병만 해도 3,720개에 달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문자를 받았다. (전화도 왔지만 미처 못 받았고) 안녕하세요 수유1동 주민센터 청소담당입니다. 이번 2021년도 페트병 교환 사업에 많은 참여 감사드립니다. 이번 사업에 페트병 교환을 많이 하신 ..

페트병 240개 6주 연속+300개 7주 연속(2021/09/16~12/09)

그동안 닥치는대로 페트병을 모았고 목요일마다 수유1동 주민센터에 가져가 종량제 봉투로 바꾸어 오는 일정을 고수했다. 240개를 가져가면 10리터 쓰레기 종량제봉투 8장을 받게 되는데 300개를 가져갈 수 있다면 종량제봉투 10장 1묶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럴 경우 굳이 봉투를 한 장씩 셀 필요가 없었다. 나 자신이나 동사무소 직원이나 모두 시간 절약이 되었다. 최초 세 번의 300개는 힘들게 들고 갔지만 네번째부터는 카트를 적극 활용했다. 240개 처리 (6주 연속) 2021/09/16 2021/09/23 2021/09/30 2021/10/07 2021/10/14 2021/10/21 300개 처리 (7주 연속) 2021/10/28 2021/11/04 2021/11/11 2021/11/18 2021/11..

북한산 둘레길 텃밭 수확(2020/11/14)

혹시 오늘 오후 일정은 어떠신지~ 무 몇 개 뽑아가시면 좋을텐데 오늘은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힘들겠어요 그럼 밭에 몇 개라도 남겨둘테니 그냥 남겨두신 것 가 뽑으시면 되겠어요 다음 날. 텃밭에 갔다. 내가 수확해야 할 바로 그 텃밭에 사람들이 있었다. 문자를 보냈다. 제가 지금 텃밭에 나왔는데 네 분이 수확중이라 접근을 못하겠습니다. 멀찍이 떨어져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화가 왔다. 그 텃밭에서. 네 사람 가운데 한 분이 주인이었다. 낯선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수확을 시작했다. 지난번 내가 심었던 무모종이 내게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러진 못했다. 주인분의 손길이 닿은 무를 수확하게 되었다. 지난 해에 비해 무가 많이 자라지 않아 아쉬움은 있었지만 올해도 굳이 저장무를 사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차량이 옆으로 눕다(2021/10/25)

수유역을 막 지났을 무렵이었다. 수유사거리 방향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듣기 괴로운 굉음이었다. 무슨 일이지? 잠시 후 수유사거리까지 와서야 교통사고가 있었음을 알았다. 어떤 식으로 사고가 났는지 매우 궁금했다. 소방차도 오고 앰뷸런스도 오는데 차에 탄 사람은 구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수유사거리쪽으로 가지 말라고 운전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다. 손을 흔들고 손가락으로 수유사거리 방향을 가리키고 X자 표시를 해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돌아서 가면 될 것을 그대로 들어섰다 하면 주차장처럼 변해버린 도로에서 지겹게 기다릴 수 있었다. 정체 상황에 빠졌을 때는 왜 지나가는 사람이 손을 흔들었는지 알게 되겠지만 그 때는 이미 늦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