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6일
2019년 4월 22일
2021년 5월 31일
주운 스마트폰을 주인에게 찾아준 날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2023년 12월 6일이 막 되었을 무렵 스마트폰을 훔쳐 달아난다는 의심을 받았다. CGV 수유 영화관을 나가려던 나를 커플이 막아섰다. 다짜고짜 가져간 스마트폰을 내어 놓으라고 했다. 금시초문. 어이상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착각한 것 아니냐고 했더니 당신이 영화관에서 가장 나중에 나왔고, 우리가 앉았던 자리에 가 보니 스마트폰이 없더라, 그러니 당신이 가져가지 않았으면 누가 가져갔겠느냐. 당신 가방을 열어보면 거기 내 스마트폰이 있을 것이다. 틀림없을 것이다. 20대 초반쯤 되었을까? 내 동선을 설명할 틈도 주지 않고 몰아붙였다. 자신들이 영화관에서 나간 뒤 들어와 떨어진 스마트폰을 가져갔다고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떠들었다. 나도 그들처럼 관람객이었을 뿐이라며 영화관람표까지 보여주었지만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쉴새없이 다구치는 공격 사이로 겨우 말을 꺼내어 진지하게 물었다. 지금 저를 의심하는 거예요? 여자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받았다. 네. 맞아요. 의심하는 것 맞아요. 남자는 112에 신고해서 휴대폰을 훔친 용의자를 잡았으니 경찰을 빨리 보내달라고 했다. 경찰을 부를 사람은 나였는데.....
카운터 직원에게 가서 물었다. 왜 오늘은 청소하는 분들이 안 보이죠? 그 분들이 보통 분실물을 습득할텐데. 다른 층 청소를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분실물을 습득한 청소 담당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을 듣자 여자는 4층 1관으로 올라갔다. 올라가기는 하지만 남자에게 용의자를 잘 붙들어 놓으라는 눈빛을 잊지 않았다. 1관에서 내가 마지막 나온 것도 아니었다. 영화관 건물 입구까지 늦게 왔을 뿐이었다. 먹다 남은 팝콘을 비닐 봉투에 옮겨 담느라고 시간을 보내고, 일부는 흘리기까지 하여 뒷수습하느라 늦어지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엘리베이터를 타려는데 커플이 내렸다. 1관으로 뛰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스마트폰을 제대로 찾아보지도 않고 방금 마주친 남자(바로 나)가 스마트폰을 주워, 아니 훔쳐 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재빠르게 쫓아온 것이었다.
경찰이 도착하기 불과 1분 전 여자는 1층으로 내려왔다. 스마트폰을 찾아서.
상황은 역전되었다. 이때부터 내 분노의 폭풍 래핑이 시작되었다. 사정없이 꾸짖은 뒤 로비가 떠나가라 고함쳤다.
사과하세요!!!
여자는 죄송합니다를 연발했고, 남자는 쭈볏거리다가 여자가 '빨리 사과드려'라고 하니 풀죽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이 때 경찰 두 명이 왔다. 헛수고한 셈이었다. 이때부터 경찰의 업무는 용의자 체포가 아니라 억울한 시민을 달래는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커플들에게 그런 식으로 살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찍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어 본 적이 없었다. 직접 본 것도 아니고 지레짐작으로 사람을 도둑으로 모는, 그런 태도를 절대 가져서는 안된다고 소리쳤다. 스마트폰을 찾기 전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았던 그들의 입은 아주 닫혀 버렸다. 경찰의 중재, 또 중재..... 좀더 지독한 사람을 만났다면 이들은 무릎을 꿇었을까? 나를 무시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했으니 뒤늦게 내가 터뜨렸던 말을 모두 영어로 했다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어차피 우리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으니.
돌아오면서 생각해 보니 지난 가을에도 스마트폰을 잃어버려 영화관을 들락날락거리던 사람들을 본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사람들은 나를 의심하지 않았다. 내가 영화관에서 가장 늦게 나왔는데 그동안 다른 사람은 들어온 적이 없으니 잘 찾아보라는 말에 귀를 기울였지만 이번처럼 내가 건드렸을 것이라는 의심은 전혀 하지 않았다.
만약 여자가 스마트폰을 찾아오지 못했다면 나는 경찰 앞에서 어떤 수모를 당했을까 싶다. 그걸 생각하면 분통이 잦아들지 않는다. 이건 사실 무고죄에 해당한다.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하는 범죄이니.
허위 신고했으니 이 사람들을 제가 무고죄로 신고할게요.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다음번에는 이럴 것 같다. 사과하세요,라고 크게 소리친 것은 도서관에서 파지를 훔쳐가는 사람으로 오해받았을 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참았다가 이번에 터뜨린 셈이니.
무고죄에는 부가 설명이 붙어 있다. 허위사실을 신고한 경우라도 형벌 전 행사를 위한 조사가 전혀 필요없음이 명백한 경우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건 또 뭐냐?
이번 일은 오래오래 후유증으로 남을 것 같다. 아무리 착하게 살아도 주변 사람들이 나쁜 놈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것.
※ 여기서 의문점 하나.
남자가 여자 휴대폰에 전화를 걸어보았으면 어두운 영화관이라도 쉽게 찾지 않았을까 싶은데...
무음 처리를 해 놓았다고 했다. 영화 관람 매너는 있었던 것이다.
※ 사과하세요, 라고 소리친 것은 도서관에서 당했던 일이 기억나서이기도 했다. 반납할 책을 꺼내려고 배낭을 여는데 도서관 직원이 유인물을 가리키며 그것 가져가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여기저기 종이를 배낭에 쓸어담아가 고물상에 파는 사람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사람을 의심하는 태도부터 가지는 도서관 직원이나 영화관 커플이 다를 게 무엇인가? 그때 사람좋게 책 반납하려는데 잘못 보신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넘긴 것을 후회했다. 사람을 무시하고 의심했기 때문에 도서관 직원에게 단호하게 소리쳤어야 했다. 영화관에서처럼. 사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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