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의 추억-에필로그 쥐죽은 듯이 고요하던 히드로공항이 오전 7시 30분이 되자 시장바닥처럼 시끌벅적하였다. 어느 공항에나 있는 한국제 짐수레를 끌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횟수로 석달만에 집에도 전화를 걸어 귀국 사실을 알렸다. 집에서는 한 달 쯤 더 뒤에 오는 것으로 알고 계셨다. 머리에 두른 손수건..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16
캔터베리의 추억 30 드디어 캔터베리를 떠나는 날이 밝았다. 아침을 먹고 난 뒤 부산을 떨었다. 수위 아저씨에게 열쇠를 반납하였더니 그동안 얼마나 많은 책을 봤느냐고 물어 주었다. 내가 영국에 올 때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책을 템플먼 도서관 서가에 꽂아 놓았던 일화를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11
캔터베리의 추억 29 어느덧 흘러버린 세월. 어떻게 버티었는지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틀림없이 세월은 흘렀다. 집에서는 아직도 내가 캔터베리에 있는 줄 모른다. 아마 집에 돌아가 캔터베리에 있었다고 하여도 그다지 관심은 없을 거였다. 내게는 의미있는 캔터베리이긴 하였지만 가족들에게는 머나먼 이..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09
캔터베리의 추억 28 캔터베리에서 마지막 보내는 주말이 시작되었다. 전날까지 <리어왕> 에세이를 다 썼기 때문에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전날 오후와 마찬가지로 <리어왕> 관련 서적 목록을 컴퓨터로 검색한 다음 일일이 손으로 써서 마무리지었다. 오전 10시 30분을 넘기니 정리가 끝났다. 모처럼 여..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09
캔터베리의 추억 27 빅토르 위고는 알몸으로 가운만 걸친 채 글을 썼다고 하는데 외출하고 싶은 마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나도 예전에는 의자에 앉아 공부할 때는 될 수 있는대로 움직이지 않기 위하여 어릴 때 둘렀던 태권도복의 노란 띠, 파란 띠, 빨간 띠 다 동원하여 다리를 묶어 둔 적이 있었..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06
캔터베리의 추억 26 시간을 내어 ‘셰익스피어의 劇作에 나타난 에필로그의 특징’을 썼다. 서가에서 셰익스피어의 37개 희곡 작품에서 에필로그가 나오는 여섯 개의 작품을 뽑았다. 에필로그는 극을 마무리지으면서 극을 설명하고 판단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코러스와 닮아 있었다. 어떠한 서적도 참고..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06
캔터베리의 추억 25 템플먼 도서관에 자료는 무궁무진해서 한국에서 만날 수 없는 영문학 잡지가 많았다. The Chaucer Review, Studies in English Literature 1500-1900, Studies in Philology, The Journal of Early Modern Studies, A Journal of 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 Sixteenth Century Journal, The Library: The Transactions of the Bibliographical Society, Plays Inte.. 해외여행의 추억 2017.12.02
캔터베리의 추억 24 1996년 7월 20일 새벽에는 제 26회 애틀란타 하계 올림픽이 개막되었다. 새벽에는 불면에 시달리고, 아침에는 밥을 먹고, 낮에는 공부하고, 저녁에는 축구를 하고, 밤이 깊었을 때는 운동 중계를 보는 생활 패턴이 짜여졌다. 曉不眠, 朝多食, 午勉學, 夕蹴球, 夜視聽. Insomnious at dawn, Eating so muc.. 해외여행의 추억 2017.11.30
캔터베리의 추억 23 도서관에서 나와 회향목을 닮은 나무군을 지났다. 회향목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키가 크고, 향나무같이 동글동글한 산발형 잎파리 아래에 자잘한 가시들이 박힌 나무가 연달아 서 있는 풀밭을 지나 다윈 칼리지로 가려다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잔디에 엎드린 사람이 진지하게 사진기.. 해외여행의 추억 2017.11.30
캔터베리의 추억 22 A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을 때에는 쓸쓸하였다. 영국 할머니가 자기 나라 음식이 입에 맞느냐고 물어본 일이 딱 한 차례 있었고, 그 외에 어디서 왔는가, 언제 왔는가, 왜 왔는가 등의 상례적인 질문은 밥 먹을 때면 누구라도 던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방문객들도 7월 중.. 해외여행의 추억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