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경기장 앞 대로를 달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처음부터 하늘공원쪽으로 주로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면 지난 주처럼 하늘공원, 노을공원 둘레길을 2회전하는 것인가?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5.27킬로미터가 아닌 5킬로미터 지점에서 반환했으니. 되돌아가다 보면 2회전에 나선 선두 주자가 보여야 하는데 선두 주자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강쪽으로 빠져나갔다 오는 것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그것도 아니었다. 홍제천을 달리는데 거리를 채우기 위해 U자 형태로 불광천변을 달려야 하는 코스였다. 그럼 이 대회는 '한강'이란 명칭을 붙이면 안되는 거였다. 한강 구경을 한 번도 못하는 한강 서울 하프마라톤이었다. 민원 때문에 코스가 바뀌어 그럴 것이다.
출발할 때는 쌀쌀했다. 그 덕분일까? 지난 주 5분 35초가 걸렸던 첫 1킬로미터가 5분 30초 걸렸다. 몸이 풀리기도 전에 2시간 이내 완주 조건에 부합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린 것도 아니었다. 출발부터 먼저 했고 줄곧 앞서 있었다. 오르막을 만나면 오히려 에너지가 넘쳤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힘들어 걷는 주자에게는 뛰자고 권유하기도 했고, 노래를 들으며 달리는 주자와는 이런저런 대화도 나누었다. 용인에서 왔다는 달림이는 목표가 2시간 이내 완주라고 했다.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내내 같이 갔으면 좋겠지만 8킬로미터 이후 오르막에서 헤어졌다. 그 이후 마주볼 때 응원하고 싶었지만 찾지 못했다.
월드컵 공원으로 돌아와 홍제천을 빠져나가기 전에 이미 10킬로미터를 채웠다. 홍제천으로 빠져나가는데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이었다. 이런 코스는 처음이었다. 홍제천을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좌회전했다. 홍제천의 지류인 불광천을 따라 달리게 된 것이었다. 중동교를 바라보고 불광천을 감아 돌아 다시 홍제천을 따라 달리는 코스인데 이상한 것은 선두 주자들이 불광천쪽으로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선두 주자들이 홍제천을 따라 바로 월드컵 공원쪽으로 가고 있는 게 보였다. 이건 잘못된 선도였다. 선두 주자들이 2킬로미터 남짓 덜 뛰게 만든 것이었다. 하프 남자 1등이 1시간 4분대이고, 여자 1등이 1시간 18분대라면 잘못된 것이었다. 나중에 다시 불광천쪽으로 가이드하는데 이 길이 맞느냐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선두 주자들은 이렇게 하지 않았으니까. 거리 손해를 볼까봐 걱정이었다. 불광천을 달리다 2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보니 1시간 41분대였다. 2시간 이내 완주는 무난해 보였다. 킬로미터당 5분 전후의 페이스가 꾸준히 나오고 있으니....
홍제천변을 달릴 때는 몸이 제대로 풀려 있어 유난히 빠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변의 달림이들이 내 뒤쪽으로 자꾸 사라졌다. 바람 소리까지 들렸다. 80킬로그램이 넘는 체중으로 꽤 선전하고 있었다. 못 따라잡을 것 같았던 에밀리아도 추월하고 있었으니.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 40초에 주파했다. 그런데도 두 사람에게 추월당했다. 요즘 자주 경험하는 일이었다. 골인 직전 사진은 꽤 찍히고 있었다. 육중한 체구라도 20킬로미터 이상 달리면 살이 빠져 사진상으로는 날렵해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사진을 보고 경악했다. 커 보이던 버프가 너무 작아 보였다. 턱선이 사라지고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얼굴 때문이었다. 버프는 두툼한 찐빵 위에 살짝 얹힌 두건처럼 보였다. 퀭한 눈빛에 짙은 다크 서클이 작렬했다. 눈가에는 잔주름이 가득했다. 면도까지 하지 않았으니 턱수염은 지저분하기 짝이 없었다. 이게 나라고? 배번호를 봐도 복장을 봐도 내가 맞는데 내가 아닌 것 같았다. 나를 닮았지만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더 나가는 존재가 나로 변장하고 나타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요즘은 거울을 잘 보지 않으니 몸이 이 지경이 되고 있었는데도 미처 모르고 있었던 것인가?
골인할 때의 모습도 동영상으로 올라와 있었다. 뒤뚱거리며 지축을 울리는 모양이 한심할 정도였다. 뚱보가 아주 애를 쓰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저세상 텐션으로 몰아붙이는 기세가 이런 것일까?
올해 들어 최고 기록이 나오긴 했다.
01:50:25.90
2시간 이내 완주가 목표인 것을 떠올려보면 의외로 빠른 기록이었다. 킬로미터당 5분 14초 페이스였다. 이상한 일은 5킬로미터 공식 기록이 26분 45초이고 15.5킬로미터 기록이 1시간 21분 07초였는데 내가 시계로 잰 것보다 1분 정도 빠르게 나오고 있었다. 1137명 중 284등이었다. 용인에서 왔다는 달림이는 2시간 3분대로 골인한 것 같았다. 여자부 1등으로 달렸던 설아님은 후반에는 보이지 않았다. 기권한 모양이었다.
대회요강
•대 회 명 : 2025 한강 서울 하프 마라톤
•일 시 : 2025년 5월 04일(일) 09:00 출발
•장 소 : 상암 월드컵공원 평화광장
•주 최 : 사단법인 국민성공시대
•주 관 : 사단법인 국민성공시대
•협 찬 :

•종 목 : 하프, 10km, 5km
•참 가 비
하프 | 50,000원 | 농협은행 301-0333-4519-01 아리수환경 주식회사 |
10km | 50,000원 | |
5km | 45,000원 |
•참가자 지급품 : 기념티셔츠, 완주메달, 기록증(하프,10km), 빵과 음료수
•기록측정 : 하프, 10km (칩사용) / 5km는 (칩사용 안함)
•신청자격 : 신체 건강한 남녀노소 누구나
•신청기간 : ~ 4월 22일까지
•신청방법 : 대회 홈페이지 (seoulhalfrun.kr)를 통한 신청
•문 의 : ☎ 02-888-8805
시상안내
종목 | 순위 | 시상 | 남 | 여 |
하프 | 1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300,000 | 300,000 |
2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250,000 | 250,000 | |
3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200,000 | 200,000 | |
4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150,000 | 150,000 | |
5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100,000 | 100,000 | |
10km | 1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200,000 | 200,000 |
2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150,000 | 150,000 | |
3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100,000 | 100,000 | |
4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50,000 | 50,000 | |
5위 | 상장 및 기부금 영수증 | 50,000 | 50,000 | |
5km | 시상 없음 | |||
비고 | 본 대회는 자선대회로 시상금이 아닌 기부금영수증으로 드립니다. |
- 대회 현장 시상시 대회 후원사의 제품을 부상으로 수여할 경우 현장시상을 하지 않고 가시는 입상자는 부상품을 별도 택배발송 및 제공하지 않습니다.
- 본 대회는 '대한육상연맹 등록선수' 및 '등록선수 말소후 2년 이상 경과 되지 아니된자'는 시상에서 제외됩니다.
- 본 대회의 시상순위는 '건타임'과 심판에 의해 결정되며, 기록은 '넷타임'으로 결정됩니다.
- 임시배번호(예비 배번호)는 시상에서 제외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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