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여의도 밤섬 마라톤(2025/05/18)-HALF 220

1회, 2회 대회는 가을에 열렸는데 이번에는 봄이었다. 3년 연속 이 대회에 나가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여의도'라는 명칭에도 월드컵공원에서 열렸지만 올해는 여의도로 돌아왔다. 여의도공원에서 출발하여 마곡대교 방향으로 갔다가 오는 코스는 지난 3월 달린 불패마라톤 코스와 같았다. 다만 출발할 때 공원 옆 차도로 나갔다가 공원 소로로 돌아오는 게 달랐다. 골인할 때는 차도가 아닌 산책로를 지나게 되어 있었다. 하프 참가자만 1천 7백 명이 넘었기 때문에 출발할 때 큰 길을 달리게 한 것 같았다. 1시간 50분 이내 골인 예상자 A그룹, 2시간 이내 골인 예상자 B그룹, 2시간 이후 C그룹으로 구분하고도 너무 참가자가 많아 출발할 때 대로를 쓴 것 같았다. 

 올해 1시간 50분 이내 달려본 일도 없으면서 뻔뻔하게 A그룹에서 출발했다. A그룹에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있던 2시간 페이스메이커는 출발 직전 B그룹으로 이동했다. 내 기량으로 볼 때 뒤따라가야 했지만 그냥 버티고 있었다. 첫 1킬로미터가 5분 50초였기 때문에 예상 기록은 2시간 3분 04초. 사실 나는 C그룹에 있어야 했다. 곧 페이스가 좋아졌다. 두번째 1킬로미터는 5분 20초로 바로 B그룹 기준에 부합했다. 그래도 A그룹에 들어가려면 꾸준히 5분 11초로 달려야 하는데....

 전날 비가 내린 것 치고는 주로 상태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물 웅덩이도 거의 없었고, 습도도 그다지 높지 않았다. 일단 덥다는 느낌이 들지 않아 좋았다. 새벽에 잠을 설치고, 허리가 아파 근육 테이프까지 붙였는데 졸리다는 느낌, 아프다는 느낌은 없었다. 2시간 이내의 페이스를 회복하면서 4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였다. 젊은 남성 주자 두 명의 대화를 들었다. 심박수가 181이나 되는데 이러다간 후회할 거야. 그래도 일단 가 보는 거지. 후회는 내일 아침에 하고. 그럴까. 그래 후회하더라도 완주한 다음에나 하는 거지. 그런데 왜 나는 달리는 도중 후회할 것만 같지. 이들의 대화를 계속 들을 수는 없었다. 내가 더 앞으로 나아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2킬로미터에서 3킬로미터 사이를 6분 10초로 달리는 것으로 나오는데 아무래도 거리 표식의 오류였다. 5킬로미터는 27분 33초였고, 반환점(10.55킬로미터)의 기록은 57분 03초였다. 페이스가 1시간 55분 이내로 들어왔으니 달리기는 편안해졌다. 신경쓰이는 것은 단 하나.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굳이 가지 않아도 상관없겠지만 달리는 동안 화장실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게 하는 게 현명할 듯 싶었다. 11.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59분 59초가 지났다. 남은 10킬로미터를 1시간에 맞추어 달릴 경우, 즉 킬로미터당 정확히 6분 페이스로 달리면 1시간 59분 59초로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해진다. 그런데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km당 5분 페이스로 달려 1시간 49분 59초에 들어갈 수는 없겠냐고. 결과적으로 가능해진다. 5킬로미터를 남기고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1분을 날리고도 마지막 10킬로미터를 49분 36초에 달렸다. 

 01:49:35.11

 올해 최고 기록이었다. 뻔뻔스럽게 A그룹에 들어가 있던 B그룹 기량의 주자가 실제로 A그룹의 주자가 되었다. 갈 때는 57분 03초였지만 올 때는 52분 32초였다. 마지막 1킬로미터는 힘들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여의도공원으로 이어지는 터널의 오르막이 얼마나 버거운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어야 했다.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치달리는데 오늘은 이렇게 달리지만 앞으로 이렇게 달릴 수는 결코 없을 거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달릴 때 5분 50초가 걸렸던 구간을 마지막에는 4분 30초 이내로 끌어올리고 있었으니 사정없이 일그러지는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전체 평균 페이스는 5분 11초, 1,749명의 완주자 가운데 410등이었다. 

 

 
 
 

시상안내

 

종목	순위	시상	남	여
하프	1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300,000	300,000
	2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250,000	250,000
	3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200,000	200,000
	4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150,000	150,000
	5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100,000	100,000
10km	1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200,000	200,000
	2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150,000	150,000
	3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100,000	100,000
	4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50,000	50,000
	5위	상장 및 상품, 기부금 영수증	50,000	50,000
5km	시상 없음
특징	본 대회는 자선대회로 시상금이 아닌 기부금영수증으로 드립니다.

 - 본 대회는 '대한육상연맹 등록선수' 및 '등록선수 말소후 2년 이상 경과 되지 아니된자'는 시상에서 제외됩니다.

 - 본 대회의 시상순위는 '건타임'과 심판에 의해 결정되며, 기록은 '넷타임'으로 결정됩니다.

 - 임시배번호(예비 배번호)는 시상에서 제외됩니다.
 

 
 

 
 

 
 

 
 
 

여의나루역에 내려 물빛공원에서 스트레칭까지 마치고 대회장으로 갔다.

화장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달리기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보니 2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가 오고 있었다.

여의도공원에서 한강시민공원까지는 1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지난해에는 하반기에 가서야 1시간 40분대였는데 올해는 살이 찌고도 빨리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