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583

제21회 한강시민 마라톤대회(2024/12/21)-HALF 211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 있었다. 언젠가 죽을 거라는 것. 돌연사하지 않으면 늙고 병들 거라는 것. 한없이 추해지리라는 것.전혀 대비하지 못했던 일, 너무 급작스러운 일, 그런 일이 내게 일어났다. 그것도 하프 완주를 눈 앞에 둔 20킬로미터 지점에서 발생했다. 새벽에 눈이 내려 주로는 엉망이 되어 있었고, 컨디션도 좋지 않아 애당초 속도를 못 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이 아파서 뛸 수 없었다. 아프다는 신호가 지속적으로 온 것도 아닌데 걸을 수조차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 1년 동안 아팠던 그 부위였다. 1킬로미터 남았다고 갑자기 속도를 낸 것도 아니었다. 간밤에 잠이 오지 않아 너무 뒤척였기 때문에 1시간 40분대 목표는 아예 접었는데 이럴 순 없었다. 마라톤 대회에 6백 번 ..

도전! 마라톤! 2024.12.30

2024 시즌마감 마라톤대회(2024/12/14)-HALF 210

지난 해 풀코스를 달렸던 대회인데 올해는 풀코스 종목이 폐지되었다. 풀코스 릴레이로도 유명한 대회였는데 무슨 일인가? 한강에서 풀코스를 달리는 일은 이제 아주 힘든 일이 되어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아예 참가 신청도 하지 않으려다 추가 신청 기간에 운동이라도 할까 해서 참가신청했다. 하프에 참가하면서 5만원이나 지불하는 게 맞을까 하면서도. 일주일 동안 두 번의 과로로 발생한 두 번의 감기 몸살을 겪을 때는 지난 2월 25일처럼 참가를 포기해 버릴까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주최사 대회를 연속 포기하게 되는 이력을 쌓겠지만. 감기를 겨우 극복하고 대회장에 나갔다. 열흘 전 철대문에 세게 부딪친 무릎 상태가 걱정이었고, 동상 기미가 선명한 손등도 문제였는데 발뒤꿈치까지 갈라져 애를 먹고 있었다. 그나마 다..

도전! 마라톤! 2024.12.30

소외계층돕기 제12회 행복한가게 마라톤대회(2024/12/01)-HALF 209

기어이 2024년 마지막 달이 오고 말았다. 여름, 가을 지나고 처음으로 장갑을 끼고 참가했다. 여의도 이벤트광장에서 마곡대교 근처까지 갔다 오는 코스는 10개월만이니 한강은 이제 겨울에 익숙해진 장소가 되었다. 찬바람이 부는데 햇빛까지 구름에 가려 더 춥게 느껴지는 일요일이었다.맨살 드러내고 달리기엔 너무 추운 날씨라 반바지 입기가 꺼려졌지만 결국엔 다리를 드러내었다. 희수형님은 찬바람을 막기 위해 신발에 테이프까지 붙이고 있었다.올 겨울 긴바지 입고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없기를. 겨울이면 추운 날씨를 피할 순 없겠지만 마라톤 참가하는 날만이라도 따뜻하기를...... 첫 1킬로미터가 5분 30초가 걸렸다. 1킬로미터를 넘기 전 나보다 6초 늦게 출발한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제친 데 이어..

도전! 마라톤! 2024.12.09

제2회 여의도 밤섬 마라톤 (2024/11/23)-HALF 209

대회장인 안철수 국회의원이 대회 참가 복장을 하고 나와 카운트다운했다. 희수형님은 하늘공원, 노을공원 오르막을 감수하고도 4분 40초대로 달려 1시간 39분 34초로 골인하여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달성했다. 나는 기록에 대한 욕심을 부릴 수 없었다. 날씨도 추운데다 속까지 더부룩하여 부담백배인 레이스였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의 오르막을 달리며 일단 땀을 빼면서 가라앉은 몸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한 달 전 보였던 1시간 42분대의 페이스는 애당초 포기하고 달렸다. 주변의 주자들의 스피드에 자극받아 페이스를 끌어올릴 마음은 없었다. 차분하게 달렸다. 월드컵공원으로 되돌아와 홍제천 방향으로 나아가기 직전 화장실에도 들르면서 여유를 부렸다. 8킬로미터 직전이었다. 10킬로미터 쯤 달린 후에야 붓기가 빠..

도전! 마라톤! 2024.12.09

제4회 영등포구청장배 육상대회 (2024/11/10)-10KM 143

지난 5월 26일 10킬로미터에 참가한 것이 영등포구연맹회장배 육상대회였는데 이번 대회는 영등포구청장배 육상대회였다. 지난해처럼 올해도 두 대회를 모두 참가하게 되었다.9시 40분경 출발인데 8시도 안 되어 도착했다. 배번을 수령하러 갔더니 너무 이르다며 기다리라고 할 정도였다. 육상트랙 주변을 오락가락하다가 신정교 아래쪽 벤치에 앉아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담배 냄새 공격도 받곤 했다. 그래도 시간이 가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책까지 읽었다. Winesburg, Ohio에서 'The Book of the Grotesque'를 완독했다. 로운리맨님이 오고 있었고, 아세탈님도 왔다. 육해공의 만남은 도대체 얼마만인가? 육군 출신인 나, 해군 출신인 아세탈님, 공군 출신인 로운리맨님. 나중에 확인해 보니 세..

도전! 마라톤! 2024.12.09

2024 긍정의 힘 효도밥상마라톤(2024/10/20)-HALF 208

월드컵 공원이 대회장이니 지난 9월처럼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감아돌며 2회전하는 코스라 판단하고 애당초 좋은 기록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 춘천마라톤을 일주일 앞두고 있으니 1시간 57분보다는 빨리 들어오자고만 마음먹었다. 날씨가 추운데 대회장에 너무 일찍 도착하면서 출발 전까지 추위를 피한다고 애를 먹었다. 화장실에 다녀오고 스트레칭까지 마쳐도 1시간 10분이나 여유가 있으니 짐 맡기는 시간을 최대한 늦추었다. 전날 아침보다 5도 이상 떨어진데다 바람까지 불어 더 춥게 느껴졌다. 집안 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출발하기 직전 코스가 하늘공원, 노을공원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처음부터 홍제천으로 빠져 한강시민공원으로 달려나가게 되어 있었다. 10월 초처럼 1시간 44분대에 도전..

도전! 마라톤! 2024.12.09

제16회 사이버 영토 수호 마라톤대회(2024/10/05)-HALF 207

1:44:56 믿을 수 없다. 첫 1킬로미터 5분 33초, 첫 2킬로미터 11분 22초. 그저 2시간 이내 1시간 59분대면 된다고 믿고 뛰었을 뿐인데 무려 5년만에 1시간 45분 이내로 골인했다. 1차 반환점인 8.7킬로미터까지는 킬로미터당 5분 16초로 달리다가, 그 이후 2차 반환점인 16.1킬로미터까지는 4분 48초 페이스로 달렸다. 마지막 남은 5킬로미터를 4분 40초 페이스로 달렸는데 그 5킬로미터는 23분 20초만에 주파한 것이었다. 숨을 헐떡거리거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하는 일 없이, 목숨 걸고 달린 것도 아닌데 나온 기록이라 의아했다. 11킬로미터를 지나서는 화장실에도 들렀는데. 적어도 10년은 더 사실 것 같았던 아버지가 급하게 두 달을 앓고 가시고 나니 삶이 허무하게 느껴졌다. ..

도전! 마라톤! 2024.11.25

제22회 국제관광 서울 마라톤대회(2024/09/07)-HALF 205

지난 해에도 나왔던 대회.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둘레의 오르막길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데 여름까지 길어진 요즘이었다. 올해 가장 더운 날씨에 참가한 마라톤이었고, 가장 힘든 코스를 달리는 마라톤이기도 했다. 7월, 8월 전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70여 일만에 나오는 대회라는 부담도 있었다. 8월 15일 혹서기마라톤 풀코스는 너무 더운 날씨라 주최측에서 취소하고 환불해 주었다. 9월 1일 열리기로 되어 있던 대회도 주최측에서 하프 종목을 폐지하면서 환불해 주었다. 그것도 덥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super, super가 가득했다. 에스파의 supernova, 프로미스나인의 supersonic이 대회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 코스를 감당하려면 아무래도 super 에너지가 필요하긴 했다. ..

도전! 마라톤! 2024.10.14

2024 인천광역시 육상연맹회장배 마라톤대회(2024/06/30)-HALF 204

대회장에 도착한 것이 출발 15분 전이었다. 비가 흩뿌리는 날씨 속에서 짐을 맡기는데 물품 보관소가 붐비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화장실에 갈 시간은 없었다. 화장실 앞에 늘어선 줄을 보니 아예 기다릴 엄두도 나지 않았다. 스트레칭은 악착같이 했다. 허리 통증과 무릎 쑤심이 심상치 않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빼먹을 수는 없었다. 새벽 5시 36분. 화계역에서 우이 경전철 첫차를 아슬아슬하게 올라탔다. 이때까지만 해도 운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차후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결코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반대였다. 두 정거장을 이동하더니 차가 멈추어 버렸다. 잠시 기다리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그 잠시가 15분이나 될지는 몰랐다. 그 이후 운행이 잘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다음 정류장에서는 문이 열리지 않아 직원이 ..

도전! 마라톤! 2024.07.09

제14회 국민행복마라톤(2024/06/22)-HALF 203

대회 당일 새벽 올해 들어 첫 열대야가 발생했다. 내내 선풍기를 틀고 누워 있어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그래도 꿈을 꾸었으니 아예 자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생명 보전을 위한 최소한의 수면은 취했다고 믿을 수 있었다. 꿈은... 물건을 놓아두고 오는 바람에 어머니가 차를 돌리게 만든 사춘기 아들로 나오다니. 차에서 내려주면 알아서 물품을 찾아 오겠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함께 타고 있던 사람들을 다른 교통편을 이용하게 한 뒤 나 혼자만 태우고 차를 돌렸다. 아무리 꿈이라지만 우리 어머니는 평생 운전대를 잡은 적이 없는데....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에는 악착같이 빈 자리를 찾아 잠을 청했다. 전날 34도까지 치솟았던 햇빛 작렬하는 날씨가 이어졌다면 더 견딜 수 없었겠지만 고맙게도 흐렸다. 출발 준비..

도전! 마라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