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에도 나왔던 대회.
하늘공원과 노을공원 둘레의 오르막길을 감당하기에도 버거운데 여름까지 길어진 요즘이었다. 올해 가장 더운 날씨에 참가한 마라톤이었고, 가장 힘든 코스를 달리는 마라톤이기도 했다. 7월, 8월 전혀 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70여 일만에 나오는 대회라는 부담도 있었다. 8월 15일 혹서기마라톤 풀코스는 너무 더운 날씨라 주최측에서 취소하고 환불해 주었다. 9월 1일 열리기로 되어 있던 대회도 주최측에서 하프 종목을 폐지하면서 환불해 주었다. 그것도 덥다는 이유에서였다.
대회장에 도착하니 super, super가 가득했다. 에스파의 supernova, 프로미스나인의 supersonic이 대회장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오늘 코스를 감당하려면 아무래도 super 에너지가 필요하긴 했다.
이번 대회는 내내 지난해와 비교할 수밖에 없었다. 겨우겨우 두 시간 이내로만 골인했던 지난 대회처럼 올해도 그 정도는 하고 싶었다. 건달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프 2시간 이내로는 뛰시네요, 라고 했던 로운리맨님이 없다는 게 지난 해와 다르다고 할까? 참가자 가운데는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주로 도우미 가운데는 여러 명이 있었다. 2킬로미터 직전 인천고 길석님, 난지천 축구장쪽에 춘효 형님, 5킬로미터 반환점에 기옥 형님이 있었다. 2회전하는 코스라 이 분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고, 만날 때마다 응원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다 2킬로미터 직전 앞으로 치고 나갔다. 1시간 59분대 페이스를 지키기 위해 애썼다. 페이스메이커는 1시간 30분, 1시간 50분, 2시간, 2시간 15분, 2시간 30분이 있었다. 1시간 50분은 따라갈 수 없겠지만 2시간에게 추월당해서는 안된다는 생각만 했다. 공원사랑 마라톤 풀코스 단골 참가자들이 주로에 있었다. 이 분들은 풀코스를 채우기 위해 4회전을 하고 있었다. 병준형님, 의계형님, 홍근형님에게는 일일이 인사하고 응원을 주고 받았다. 병준형님은 최근에 풀코스 500회를 완주했는데 여전히 완주 횟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9월이 되었지만 한여름이나 다름없는 날씨라 더위를 이겨내며 달려야 했다. 3킬로미터에 접어들면서 오르막에 시달리게 되니 5킬로미터를 가기도 전에 흠뻑 젖어 버렸다. 2회전 하는 만큼 반환할 때 30분이 넘으면 안 되었지만 발동이 늦게 걸리면서 여지없이 30분을 넘겼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분전해서 시간을 조금 벌었다. 1회전은 지난 해와 똑같은 59분이 걸렸다.바로 뒤에서 2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동반 주자들을 이끌고 달려오고 있었다. 저 분에게 추월당하지는 않아야 했다. 2회전은 1시간 1분으로만 달려도 2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하니 여유가 생기긴 했다. 하지만 1킬로미터 표지판(10.55킬로미터가 되겠지만)은 1시간 5분 40초, 다음 표지판(11.55킬로미터)은 1시간 11분 20초, 그 다음 표지판(12.55킬로미터)은 1시간 17분 00초 이내로 통과하는 것으로 페이스를 운용했다. 이 기준에서 1분 40초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노을공원을 감아도는 둘레길은 오르막이 쭉 이어져 조금씩 시간을 잃었다. 그럴 때면 젊은 친구들이 여지없이 나를 제치고 나갔는데 결코 동요하지 않았다. 내겐 후반이 있다는 생각만 했다. 오르막이 끝나고 평지가 이어질 때 나를 치고 나갔던 주자들은 뒤로 밀려났다. 아득히 멀게 느껴졌던 Ray님도 제쳤다. 5.27킬로미터가 남은 지점에서 1시간 30분 이내로 통과했고, 올 때보다 갈 때 내리막이 많기 때문에 부담이 확 줄었다. 여러명의 주자를 이끌던 2시간 페메는 외롭게 달리고 있었다. 담배 냄새가 호흡을 망가뜨리는 일이 있었고, 이따금 생기는 아킬레스건 통증도 있었다. 페이스는 떨어지지 않아 지난 해 같은 대회에서 기록했던 1시간 58분대는 무난해 보였다. 2킬로미터 남기고 만난 길석님이 외쳤다. 두 시간 이내 완주는 충분하겠네요. 6분 30초 페이스로만 가도 1시간 59분대 후반이었다.
19킬로미터에서 20킬로미터까지 오르막이 마지막 난관이었지만 일단 페이스가 오른 만큼 오히려 발걸음을 더 빨리 하였다. 오르막이 포함된 19.1~20.1킬로미터까지 5분 12초에 달렸다. 오늘 레이스 최고의 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1킬로미터는 5분 1초에 주파했다. 종아리에 붙였던 근육 테이프가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다 떨어져 나갔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01:57:13
지난 해 1시간 58분 45초였으니 한 해 사이에 1분 32초를 줄였다. 2시간 페메는 2시간 이내로 골인하지 못했다. 12초를 넘겼다. 나는 204명의 하프 완주자 가운데 56등을 했다. 내 앞에 여성 주자는 세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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