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대회(2018/07/29)-FULL 178

HoonzK 2018. 7. 30. 01:03

뚜뚜뚜.
건달 몸상태 입력.
[피로 누적, 수면 부족, 컨디션 저하]
[풀코스 4시간 10분 전후로 달려야 함. 이보다 빨리 달리면 오류 발생 주의.]


 처음에는 1위로 나서고 있었다. 500미터를 넘기 전 연형님에게 추월당하고, 2킬로미터를 넘기 전 달물영희님과 생애 두번째 풀코스를 달리는 분에게 추월당하였다. 2킬로미터를 이동하는 시간이 지난 대회보다 30초가 더 걸렸다. 스피드는 바닥을 치기 시작했다. 6시에 출발하는 데도 이렇게 더운 것은 처음이었다. 4킬로미터를 넘기 전 용석어르신과 동반 주자에게 추월당하였다. 그래도 5킬로미터까지는 서브 4의 페이스를 유지했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속도는 떨어졌다. 그래도 그만 달릴 생각은 없었다. 오늘은 4시간 30분이 걸리더라도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달리고 있었다. 조깅보다 못한 수준으로 달린 끝에 10킬로미터를 57분 10초에 통과했다. 이미 완주 예상 기록이 4시간을 넘어섰다. 최초 입력된 데이터대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폭염경보와 열대야에 완전히 지쳐 버린 마당에 풀코스를, 그것도 한 달에 다섯 번이나 뛰고 있으니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몸이 안되는 날 불가피하게 뛰어야 한다면 속도를 늦추는 방법밖에 달리 수가 없었다.


15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주황색 민소매 주자가 맞은편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로운리맨님이었다. 나보다 한 시간 늦은 7시에 출발한 것이었다. 이 더위에 한 시간 늦은 출발이라? 나올 때마다 1등을 해서 5연승을 기록중인데 어쩌나 싶었다. 지난 주에 분명히 6시 출발을 권했는데..... 그래도 3시간 30분대 페이스이니 연형님이나 용석어르신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로운리맨님보다 좋은 기록으로 골인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6연승 하시겠군. 로운리맨님은 내게 '5풀(7월 풀코스 5번) 파이팅'을 외쳐 주었다.


 어느덧 하프를 달렸다. 개인 사정으로 달리지 못하는 바깥술님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먼저 2회전에 나선 영희님이 반환하기 직전 잘 먹으라고 했다. 초코파이, 콜라, 방울토마토, 정제염, 생수를 챙겨 먹은 후 출발하니 2시간 3분이 지나 있었다. 오늘은 4시간 10분이 넘을 것같다고 바깥술님에게 이야기하니 바깥술님은 '그래도 서브 4는 해야지.'라고 호통을 쳤다.


2018/07/14 초반 하프 1시간 50분 후반 하프 1시간 58분
2018/07/21 초반 하프 1시간 51분 후반 하프 2시간 03분
2018/07/25 초반 하프 1시간 52분 후반 하프 2시간 00분


 최근 폭염특보 기간의 기록으로 볼 때 후반 하프가 8분 이상 늦어졌기 때문에 오늘도 잘해봐야 4시간 11분이 예상되었다. 게다가 그렇게 땀을 많이 흘리는 데도 23킬로미터 지점에서는 소변도 봐야 했다. 피곤하면 화장실에 자주 들르는 내 상태는 어쩔 수 없었다. 다시 만난 로운리맨님으로부터는 서브 4를 하라는 응원을 받았는데 오늘은 힘들어 보인다고 답했다. 그런데 징검다리 데크를 건너면서 초반에 지지부진했던 스피드가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26.1킬로미터에서 28.1킬로미터 사이의 소요 시간을 보니 11분이었다. 킬로미터당 5분 30초 페이스였다. 5분 45초를 넘었던 페이스가 더 이상 아니었다. 초반에 너무나 지지부진했던 몸놀림 덕분에 오히려 에너지를 아끼면서 후반에 속도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일까?


뚜 뚜 뚜
건달 몸상태 수정 입력
[피로감 감소, 컨디션 회복, 전투 의지 상승]
[풀코스 4시간 이내 완주가 가능할 수도 있음]


 급기야 30.1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달물영희님을 제쳤다. 반환점 급수대에서는 서박사 앞으로 나아갔다. 32.2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즉 10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3시간 06분 05초였다. 서브 4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53분대로 달려야 했다. 킬로미터당 몇 분 페이스로 가야 하는지 열심히 계산했다. 5분 20초 전후로 달리면 되었다. 킬로미터마다 시간을 체크해 보니 5분 30초에서 5분 25초, 다시 5분 20초로 빨라지고 있었다. 이제 10킬로미터 단일 대회에 나왔다고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초반 10킬로미터와 후반 10킬로미터는 완전히 달라졌다. 32.2킬로미터에서 37.2킬로미터까지 26분에 달렸다. 내 페이스가 회복되었다며 로운리맨님이 환호성을 보냈다.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는 다시 5킬로미터 단일 종목에 나왔다고 상상하며 달렸다. 5분 이내의 페이스까지 나왔다. 마지막 무인 급수대쪽으로 물을 마시려는 행인이 다가오고 있었다. 잠깐만요. 제가 먼저 좀 마실게요. 지나가는 분들이 어찌나 자주 마셨는지 물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물통을 기울인 뒤에야 컵에 물을 받을 수 있었다. 도림천 건너편에서 바깥술님이 빨리 오라며 외쳤다. 2킬로미터 남았을 때 13분의 여유가 생기자 승부욕이 사그라들었다. 조금 늦추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달렸다. 서브 4가 무난해졌다. 하지만 늦추었어도 남은 2킬로미터를 10분 이내로 달렸다. 초반 10킬로미터를 57분 10초로 달렸던 사람이 후반 10킬로미터를 50분 49초에 달렸으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5킬로미터는 24분대에 달렸다. 숨막히는 폭염 속에서, 초반보다 훨씬 더워진 날씨 속에서 그렇게 달릴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달리기 위하여 7월 풀코스 5회 완주라는 과제를 이수했다고 해도 좋았다.


 3:56:54.92


골인하면서 다들 들으라는 듯이 외쳤다. 서브 4가 뭐길래 아주 죽는 줄 알았네.


 돗자리에 앉아 다리를 의자에 올리고 피로를 풀었다가 일어났는데 돗자리가 온통 물바다였다. 내가 흘린 땀으로 흥건했다. 사람의 몸에서 그렇게 땀이 많이 흘러나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마라톤힐링카페로 이동하는 길에 건너편 주로에서 나누어주는 아이스크림을 받으러 갔다가 배번을 도림천에 빠뜨리고 말았다. 잠시 망설이다가 도림천에 뛰어들어 배번을 건져 올렸다. 옷을 갈아입고 대회장으로 돌아오니 로운리맨님이 골인해 있었다. 몹시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오늘 참가한 주자 가운데 1등을 놓쳤다는 사실을 견디지 못했다. 한 시간 늦게 출발했으니 훨씬 힘들 수밖에 없어 상대 평가를 해야 하는데 기록에는 그런 사정이 담기지 않으니 어쩌면 좋을까. 6시에 출발하여 연형님과 승부를 겨루었어야 했다는 말도 했다. 로운리맨님의 승부욕에 새삼 놀랐다. 너무 더워 서브 4 완주도 힘들 것이고, 마라톤 참가를 하지 말까 하는 말을 하신 분이 맞나 싶었다.


 연형님이 풀코스 100회 완주 기념으로 해 온 기념 타월도 받고, 음식을 먹은 후 바깥술님 차를 타고 시흥에 들렀다 왔다. 밥도 먹고 커피도 마셨다. 로운리맨님도 함께 왔으면 좋았을텐데. 다른 시간대에 출발하여 혼마라톤, 완주 후 혼순대국, 혼막걸리하신 로운리맨님, 으이구, 닉네임대로 되고 말았다.





7월 8일 월드런마라톤 대회에서 이미 100회를 했지만 공원사랑 마라톤에서 행사를 한 연형님.


바깥술님이 옆에서 당신이 왜 V자를 하냐고 물었다.



주중과는 다른 여유가 생긴 버스이다.


문래동 남성아파트 앞에서 내렸다.



연형님이 챙겨준 수건






최근 네 번과 달리 후반에 빨라지면서 페이스 역전을 했다.

23명의 완주자 가운데에서는 4등, 서브 4 꼴찌 주자였다.

앞의 풀코스보다 기록은 나빠졌지만 후반에 잘 달려 만족감은 가장 컸다.







아주 여유를 부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