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대회(2018/07/14)-FULL 175

HoonzK 2018. 7. 22. 20:14

폭염특보가 내린 날씨. 5킬로미터 급수대가 없었다. 3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물과 음료수를 잔뜩 실은 자전거를 밀고 가던 사람이 있었다. 짐의 무게 때문에 자전거를 타지 않고 밀고 갈 수밖에 없었겠지만 달리는 주자보다 늦게 이동한다면 5킬로미터 급수대에서 수분 보충할 기회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10.5킬로미터 급수대에서 물을 두 배로 보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고도 수분 부족이 해결될까 의심스러웠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40초였지만 조금씩 나아져 10킬로미터를 53분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일주일 전 58분이었던 데 비하면 한결 나아졌다. 나는 1위였다. 10.5킬로미터 지점에는 급수대도 없었고 반환점도 없었다. 늦었지만 시원한 생수와 콜라를 마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이가 없었다. 청산도 마라톤대회 준비로 바쁘다고 하지만 이렇게 어이없는 대회 운영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뒤따르는 주자들에게 급수대도 반환점도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했다.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점점 힘들어졌다. 혹시 길바닥에 물방울이 남아있는 생수통이 없을까, 누가 먹다가 버린 것이라도 마셔야 하지 않을까, 이따금 보이는 막걸리 통의 술이라도 마시면 괜찮을까,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물 좀 달라고 하소연해 볼까, 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로 점철되기 시작한 레이스였다. 이래서는 풀코스를 달리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5킬로미터에는 급수대가 설치되었을텐데 징검다리를 건너가 물을 마시고 반대편 주로로 다시 돌아와 뛰어야겠다 싶었다. 다행히 13킬로미터 지점에 2리터 물통 하나와 컵이 있었다. 정말 소중한 물을 마셨다. 그동안 부족했던 수분을 한번에 보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급수 말고도 몇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팔이 아파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할 수가 없었다. 전날 200킬로그램 중량의 리어카를 밀면서 생긴 통증이 남아 있었다. 일주일 전 무리한 풀코스 완주로 어느 정도 나았던 발바닥 통증이 도져서 발 디디는 자세가 어긋나기도 했다. 월드컵 기간 내내 밤늦게 먹으며 축구를 보면서 살이 불어 몸의 밸런스도 무너져 있었다. 급격히 오른 기온마저 결정타를 때리고 있었다. 종아리에 붙인 테이핑도 땀 때문에 너덜거려 몹시 신경쓰였다. 16킬로미터 쯤 달렸다. 5.27킬로미터 급수대에 돌아와 초반에 물을 못 마셔서 힘들었다고 했다. 오늘 4회전 해야 하는데 2회전 하셨으니 그렇지요라고 급수 요원이 말했다. 어처구니없었다. 그렇다고 5.27킬로미터 지점에 미리 나와 급수대를 설치해 놓고 주자를 기다린 것도 아니었는데. 어이없는 웃음만 내뱉다가 자리를 피했다.


 골인 지점이 나올 때까지 한 1백번 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횟수만큼 이겨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더울 때의 달리기는 포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과정임은 알고 있었다. 2회전 할 때는 페이스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나머지 달리기는 5.27킬로미터 급수대를 두번 찍고 돌아와야 하나 갈등했다. 하지만 급수요원이 수레를 끌고 급수대 반환점을 향하여 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2회전만 해도 된 것은 다행이었지만 떨어지는 페이스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더우니 아무리 늦어져도 그냥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34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75세의 용석어르신에게 추월당했다. 마지막 뙤약볕의 4킬로미터는 그늘 속에서 도사리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훨씬 고되게 느껴졌다. 용석 어르신을 페이스메이커로 삼아 악착같이 따라갔다. 크게 떨어지지 않고 꾸준히 뒤따랐다. 덕분에 어르신보다는 딱 12초 늦게 골인했다.


 3:48:49


용석 어르신과 나, 단 두 사람만이 서브 4 주자였다.

지난 해 30번의 풀코스 완주 가운데 최악의 기록보다 더 나쁜 기록으로 완주했다. 지금 현재 내 상황이 이 모양이니 받아들여야 했다. 벌칙을 생각했다. 7월에 5번 풀코스를 달리는 것으로..... 이제 두 번 달렸으니 언제 세 번을 더 달린담? 폭염이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보도 있는데.....


 TV 출연하신 80세의 장재연 어르신, 73세의 BJ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면서 30분쯤 앉아 있었다. 장재연 어르신은 후배들을 응원나온 것이었고, BJ 어르신은 너무 더워 하프만 달리고 말았다고 했다. 불과 몇 킬로미터만 달리고 집에 가신 분도 있었으니 상황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30분쯤 지나 허벅지에서 근육 경련이 일어났다. 풀코스를 뛰고 이런 일은 처음인데 아마 초반 달리기에 수분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긴 일 같았다.




이튿날 청산도마라톤대회를 준비하느라 바빠서 그런지 대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기록이 아주 진하게 찍혔다.



대회장을 오가는 동안 도움이 된 아에드

(늘 아세탈님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