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5회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 마라톤대회(2018/05/13)-FULL 169

HoonzK 2018. 5. 15. 00:29

높은 습도, 불어난 체중, 발바닥 통증, 전날 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3시간 20분대로 달리고 싶었다. 4월과 6월에는 3시간 20분대로 달려본 일이 있지만 5월은 3시간 32분대가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비구름이 잔뜩 들어찬 하늘. 비는 그쳤지만 서늘한 기온. 풀코스를 완주하는 동안 이런 날씨가 계속된다면 지난 해 세운 대회 최고 기록인 3시간 35분 56초를 깨뜨리고, 나아가 5월 최고 기록인 3시간 32분 14초도 깨뜨릴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3시간 20분대 욕심을 내어볼 수 있을 것같았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3주 전 여명808 국제마라톤 때보다는 날씨부터 평탄한 주로까지 달리기가 수월해 보였다. 이 상황에서 내 컨디션이 제동을 걸었다. 전날 우산쓰고 6시간 이상 서 있어야 했다. 풀코스 도전 하루 전이라 푹 쉬고 싶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피곤함을 무릅쓰고 내내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지난 몇 주 동안 밤마다 꾸준히 과자를 먹어대어 은근히 체중을 불렸고, 일주일 전 우천 훈련을 하면서 발바닥 통증이 재발했다. 로운리맨님은 내가 서브 320을 할 것이고, 조금 느슨하게 달려도 서브 325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소소한 사정을 들었다면 지난 해 335 경신도 어렵겠네요라며 입장을 바꾸었을 것이다.


 출발 전에 은기님, 모철님과 악수했다.  안동에서 새벽 차 타고 올라왔다는 제비한스님, 동대문마라톤클럽의 두경님과도 악수했다. 특전사님, 맹순여사님과는 사진도 찍었다. 줄넘기 들고 있는 순길님과도 만났다. 로운리맨님과 후배 원희님과도 2주 만에 만났다. 원희님은 생애 두 번째 풀코스 도전으로 기록 경신을 위하여 열심히 운동했다고 했다. 매년 있었던 페이스메이커가 올해는 없었다. 페메를 자주 하는 광화문마라톤클럽 주자들은 풍선없이 달리거나 주로에서 자원 봉사를 하거나 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바깥술님은 없었다. 오늘 잠실롯데타워 계단을 뛰는 Sky Run에 도전하면서 페이스를 맞추어 함께 달릴 사람이 없어졌다. 3시간 14분대로 달리는 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이는 로운리맨님과 3시간 19분대로 뛰겠다고 공언한 박연익님을 따라가볼까 했으나 몇 백 미터를 달리기도 전에 포기했다. 이 분들은 너무 빨랐다. 1킬로미터 달릴 때마다 1백미터씩 차이가 나서 6킬로미터쯤 지나자 600미터 이상 떨어졌다. 내 나름대로의 레이스에 전념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1킬로미터가 5분이었는데 차츰 4분 30초에서 4분 40초 사이로 달리게 되면서 3시간 20분대 기록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리에 피로가 잔뜩 달라붙은 느낌이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조심하면서 주변의 주자들과 보조를 맞추어 말없이 달리고 있는데 주자 한 분이 옆에 붙으며 반환점이 어디냐고 물었다. 이쪽 코스를 달려본 지 오래 되어 기억에도 없다고 하였다. 가양대교 지나 방화대교 가기 전에 반환이지요. 5년만에 풀코스에 도전하는 것이고 최근 달린 뚝섬 코스 하프에서 1시간 37분대로 달린 것만 믿고 나왔다고 했다. 과거에는 하프는 1시간 25분, 10킬로미터는 36분대로 달리곤 했다고 하니 서브 3 주자였다. 제가 현재 3시간 29분에 맞추어 달리고 있는데 편안하시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아직은 그렇지만 21킬로미터 이후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이 분과 보조를 맞추면서 페이스를 체크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심심한 줄 몰랐다. 58킬로그램일 때 가장 잘 달렸는데 현재는 60킬로그램이라 몸관리가 잘 되지 않고 있어요. 40대 때는 시간만 나면 풀코스를 달렸지요. 훈련할 때 무거운 복장에 배낭 메고 달리는 것도 좋지만 달리기 대회 복장으로 달리는 것도 좋습니다. 빠른 스피드에 적응할 수 있으니까요. 야구 선수들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에 배트 두 개를 들고 흔드는 것은 하면 안 될 일이지요. 오히려 배트 스피드가 느려집니다. 마찬가지로 평소에 빠른 속도로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훈련해야 하지요. 함께 달릴 수준이 못 되는데 천천히 달리시는 덕분에 도움되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이 와중에도 꾸준히 페이스를 체크했다. 1분 정도는 여유 있어요. 제가 오늘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된 것같아요.


 선두그룹을 형성한 찬일님이 오고 있어 손을 들었더니 답해 주셨다. 선두 주자의 여유는 찬일님만 갖고 있는 듯. 10킬로미터까지 49분 정도가 걸렸다. 이미 1차 반환을 마친 로운리맨님이 건너편에서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딱 봐도 3시간 10분대 주자의 페이스라 기록이 보인다며 외쳤다. 1차 반환점에서 주로 통제 요원이 두 번이나 내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다. 처음에는 배번에 적힌 이름을 보고 부르는 줄 알았는데 안수길님이었다. 오늘은 페이스메이커를 하지 않고 대회 운영요원으로 참가하신 것이었다. 반환점에서 다시 몸을 돌려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답해 드렸다.


 성산대교 방향으로 달리는 동안에 서브3 주자와 함께 달리면서 아는 얼굴이 보일 때마다 응원을 주고 받았다. 특전사님이 뒤에 있는 것은 의외였다. 늦게 출발했다고 했다. 잠시 후 특전사님은 먼저 간다고 하며 내 앞으로 치고 나왔다. 싱글 주자인 광배님도 내 뒤에 있어서 이게 웬일인가요라며 물으며 지났다. 긴팔 티셔츠 병준님, 로운리맨님의 후배 원희님, 인천고 춘효님, 1천회에 빛나는 은기님, 줄넘기하며 달리는 순길님, 늘 서브4로 달리다 후반에 질주하는 제비한스님, 두 주먹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태현님, 특전사님의 반려자 맹순여사님...... 아는 분들이 나오면 반드시 인사를 주고 받았다. 이 인사 주고 받기는 안양천에서도 이어졌다. 앞 주자와 뒷 주자가 두 번은 마주하게 되는 것이 이 대회의 코스였다.


 대화하면서 달리니 지겹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다만 습도가 높아 땀이 많이 흘렀다. 흠뻑 젖었다. 민소매를 입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다. 1차 반환할 때까지 맞바람이라 반환한 후에는 뒤에서 불어주는 바람 덕을 받을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바람이 그냥 멈춘 느낌이었다. 표지판은 13.1, 14.1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안양천으로 들어서자 다시 16, 17로 바뀌어 있었다. 급수대는 자주 설치되어 있었다. 물컵을 놓치는 일도 더러 있었다. 허기가 지면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먹었다. 20킬로미터 쯤 달렸을 때 서브 3 주자가 내게 빨리 갈 수 있으면 가라고 했다. 그럴 생각은 없었는데 달리다 보니 21킬로미터 이후에는 나 혼자 달리고 있었다. 그다지 빨리 달린 것도 아니었다. 빨리 달려봐야 킬로미터당 4분 55초였고, 5분 10초일 때도 있었다. 다리가 저렸다. 풀코스를 달리면서 다리가 저려서 힘들다고 느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전날 여섯 시간 이상 서 있었던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다. 우산을 어깨에 걸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사진으로 찍어내기 위하여 얼마나 애썼던가? 역시 풀코스 전날 휴식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사실 대회 출전을 포기할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기념품을 신청했다면 기념품만 받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다. 대회에 출전한 이상 피로 속에서도 3시간 29분대의 페이스를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데 집중했다. 후반 질주를 위하여 속도를 늦추는 것은? 그랬다간 너무 늦어져 아예 3시간 40분대로 내려앉을 수도 있었다. 과부하가 걸린 몸을 이끌고 페이스가 떨어질만 하면 채찍질하듯이 치고 나가는데 햇빛이 나고 있었다.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정오가 될 때까지 개이지 않을 것같았는데 이제는 햇빛과도 싸워야 했다. 비가 꾸준히 내렸던 전날의 날씨가 다음날에도 이어졌으면 좋았을텐데. 이상한 것은 특전사님이 나와 별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내가 잘 달리는 것같지는 않고 특전사님이 지친 듯이 보였다. 독보적인 선두 주자로 나선 찬일님이 힘차게 달려오고 있었다. 물개처럼 박수를 쳐드렸다. 찬일님이 답했다. 훈식씨, 파이팅!!!


 신경쓸 일이 생겼다. 벌레가 눈에 들어갔다. 급수대에서 물을 눈에 들이부어도 벌레가 눈동자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천상 거울 앞에서 눈을 비추고 벌레를 떼어내는 게 좋을 듯. 거울을 어디에서 찾남? 화장실! 요의를 참고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르긴 해야 해. 화장실에 들르면 3시간 29분대는 불가능해 보이니 어떡하나? 오늘같이 힘든 날에는 후반에 질주가 어려워 단 몇 초가 아까운데.....


 별안간 주로가 혼잡해졌다. 마라톤 참가자가 이렇게 많았나 의아하기만 한데 다른 대회 주자들이었다. 금천구청연맹회장배에 참가한 10킬로미터 주자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주자들. 안 그래도 비좁은 안양천 주로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달려야 했다. 피로감, 벌레, 혼잡함, 습도와 더위, 가끔 찾아오는 발바닥 통증.... 25킬로미터쯤 달리기도 전에 박연익님과 로운리맨님이 오고 있었다. 최고 기록, 최고 기록을 연호하며 로운리맨님을 맞았는데 로운리맨님은 손으로 X자 표시를 했다. 표정은 한없이 밝아서 조심하는 제스처로 해석했다. 아마 314가 힘들다는 뜻일 거야. 혹시나 정말 힘들어 속도를 늦추게 되더라도 내가 따라잡을 수는 없어 보였다. 운이 좋아 동반주할 순간이 온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었다. 오늘 후배와는 몇 분 차이 내기를 하셨는지?


 26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반환했다. 돌아가는 길도 인사를 주고받는 레이스였다. 두경님, 상원님, 완식님, 고운인선님(고운인선님과는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100회 기념 동반주하는 회원들이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순길님, 모철님, 용구님, 정표님, 맹순여사님..... 오늘따라 인사를 나눌 분이 많았다. 풀코스를 자주 뛴다는 분은 대부분 이 대회에 나온 것같았다.


 급수대를 만날 때마다 눈에 물을 들이붓고 또 붓고 보니 다행히 벌레가 씻겨 나간 것같았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선글라스를 쓰고 달리든가 해야지 매년 이러네. 28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특전사님 앞으로 나가게 되었다. 특전사님은 31킬로미터 이후에 속도를 내어보겠다고 했다. 30.2킬로미터를 2시간 29분 후반에 달리게 되면서 남은 12킬로미터를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만 딱딱 끊어준다면 3시간 29분대에 들어설 수 있었다. 문제는 가끔 5분을 넘기도 하는 페이스를 어떻게 5분으로 정확히 맞추어 달리는가 하는 것이었다. 일단 화장실에는 가지 말아야 했다. 화장실에 들르고 난 뒤 5킬로미터 남기고 질주하는 공격적 레이스를 할 수는 없어 보였다. 그저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않으려 애쓰는 방어적 레이스만도 버거운데....


 10킬로미터가 남았다. 내게는 50분 20여 초의 여유가 있었다. 만약 견딜 수 없다면 서브 330을 포기하고 3시간 32분 14초의 5월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것으로 후퇴하자. 그것도 어렵다면 3시간 35분 56초의 이 대회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더 이상 양보는 안 된다. 


 발바닥이 아플 때면 주법을 바꾸니 견딜만 했다. 발바닥 통증 속에서도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방법을 터득한 듯. 33킬로미터 지점에서 박연익님이 수돗가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지친 몸을 추스리고 있었다. 파이팅을 보내도 아예 답을 하지 않았다. 너무 힘들면 반응할 수 없는 것이겠지. 질주할 수는 없지만 정속 주행을 이어나갔다.

 이번 1킬로미터는 다른 구간보다 빨리 달린 것같은데 하면 그도 아니었다. 그대로 5분이었다. 기를 쓰고 달리는데 그 기를 쓰고 달리는 게 5분을 넘기지 않기 위하여 애를 쓰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한강을 만났다. 새벽까지 비가 내린 기미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뙤약볕 러닝을 하고 있었다. 6킬로미터를 30분에 달리면 3시간 29분 후반으로 완주할 수 있는데 덜컥 겁이 나긴 했다. 2년 전 서브 4 페이스로 가다가 한없이 무너져 4시간 10분을 넘기고 말았던 5월의 그 날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면 몹시 지치고 힘들어도 버티어내고 있으니 풀코스 주자로 제법 단련이 된 것일까? 5킬로미터 남았을 때는 골인 지점까지 아득히 멀었다. 5분, 5분.... 계속 그렇게 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39킬로미터가 넘어가면서 킬로미터당 4분 50초 이내의 페이스도 나왔다. 여유가 생겼다. 주황색 민소매의 로운리맨님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후배와 내기한 내용을 물어보고 싶은데.....


 이제 3시간 29분대 골인은 여유가 있는가? 조심해야 했다. 다 왔다고 방심하여 레이스를 망쳐 버린 일이 있으니까. 2킬로미터 남기고 속도전에 나섰다. 체력이 소진되어 속도를 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다 왔다는 마음에 남은 2킬로미터는 9분 30초에 달렸다.


 3시간 29분 04초


 올해 11번 풀코스 완주 가운데 8번 서브 330 성공. 19개월 연속 월별 최고 기록 경신.


 어쨌든 행복한 마무리가 되었다. 대회 최고 기록 경신에, 5월 최고 기록 경신에 서브 330까지. 다음 풀코스를 앞두고는 준비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되새김을 내내 하면서 로운리맨님, 후배 원희님과 엄니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소주 세 병을 시켰는데 나는 역시 소주 2잔으로..... 후배와 30분 차이 내기를 했는데 후배가 3시간 55분대로 골인하면서 3시간 27분대로 골인한 로운리맨님과 30분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늘도 로운리맨님이 내기에서 져서 밥값과 술값을 지불해야 했다. 후배의 승부욕이 남다른 듯. 그렇게 힘들었다고 하면서도 개인 최고 기록으로 완주했으니. 실제 거리가 길기까지 했는데도. 골인 후 일성이 너무 힘들었어요라는 것이었지만. 32킬로미터 이후 이제 32킬로미터 달린 적은 없어, 그냥 10킬로미터 대회에 출전한 거야. 그렇게 상상하면서 달렸다고 하는데 생애 두번째 풀코스 완주자가 맞을까 싶었다. 이미 30회 이상의 내공을 쌓은 듯. 로운리맨님의 후배답다.




대회 전날 비 속에서 초등학교 축구 시합 촬영 봉사 활동을 하였다.

축구공에 서울시 축구협회 이니셜인 SFA라고 적혀 있다. SFA라면 아세탈님 다니는 회사 이니셜과 같다.



수중전을 벌이는 축구 꿈나무들.....





철망으로 둘러쳐진 경기장이라 사진을 서서 찍어야 했다. 철망이 없었다면 보조 의자를 갖고 가서 앉아 촬영했을 것이다. 그럼 다리의 피로감이 덜했을 것이다.






점점 일조량이 부족해져서 사진 찍기가 매우 힘들었다. 카메라 세팅을 수시로 바꾸어 가며 진땀을 뺐다. 우산도 써야 하고 카메라가 비에 젖지 않도록 해야 하고 정말 바빴다. 승부차기 경기도 있어서 생각보다 경기가 오래 열렸다. 총 여섯 경기를 촬영하였다.



방화대교 가기 전에 반환하는 게 맞는데 실제로는 방화대교까지 가서 반환하게 하면서 실 거리가 늘어났다고 한다.


완주 후 로운리맨님, 특전사님과 함께.....



일주일 전 24시간주를 해서 쌓인 피로감 때문에 어렵게 완주한 특전사님. 그래도 3시간 30분대로 골인하였다.


엄니식당에 가다.



제육볶음





종아리 통증이 이틀 정도 계속되었다. 이틀 후 10킬로미터 남짓 달리고 나니 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