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대회(2018/05/27)-FULL 170

HoonzK 2018. 6. 4. 22:07

 3:33:33
 3시간 33분 33초.


 믿을 수 없는 기록이었다. 모두 3으로 이루어진 기록으로 풀코스를 달렸다. 3시간 20분대에 대한 욕심은 없었던가? 분명히 있었다. 3시간 40분대 아니면 3시간 30분대 후반으로 달리려고 했던 바깥술님이 26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계획을 바꾸겠다고 했다. 속도를 올려 3시간 29분대로 골인하겠다고 했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이미 2시간 42분 15초를 넘었기 때문에 앞으로 47분 40초대로 달리지 않으면 서브 330은 힘들어 보였다. 바깥술님은 내게서 점점 멀어져 갔다. 따라갈 수는 없었다. 3시간 29분대에 대한 기대도, 공원사랑마라톤 5월 최고 기록인 3시간 32분대를 넘어서려는 의지도 끌어낼 수 없었다. 아무리 달려도 킬로미터당 5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애를 써도 안 되는 날이 있는 법인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다시는 6시에 출발하는 무리수를 두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더운 날 한 시간 쯤 빨리 출발하면 큰 도움이 될 줄 알았다. 나로서는 날씨가 더운 것보다 잠이 모자란 것이 더 힘들었다. 바깥술님과 함께 6시에 출발하기 위하여 얼마나 애를 썼던가?


 새벽 5시 25분, 대회 접수처에 도착했다. 문래동 남성아파트 버스정류장까지 오는 160번 버스를 타기 위하여 새벽 4시부터 열심히 걸었다.  레알마드리드와 리버풀의 챔피언스 리그 시청은 포기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걸으면서 이미 지쳤다. 어차피 오늘 마라톤은 2주 후 있을 전마협 대회를 위한 컨디션 체크이니 잘 달리건 못 달리건 상관없었다. 목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밤까지 열심히 먹어 체중을 2킬로그램 이상 불렸다. 삼계탕, 김밥, 뚱스밥버거 다섯 개, 갈비찜, 라면..... 눈 앞에 보이는 간식은 모조리 먹어치웠다. 대회 전날 밤에도 콜라 캔 두 개를 해치웠고, 시간나는대로 믹스커피를 마셨다. 굳이 먹지 않아도 되는 밥을 먹어 더부룩한 상태에서 잠도 자지 못했다.


 6시에 출발하여 피곤하기도 했겠지만 몸이 무거워 첫 1킬로미터가 5분 20초가 나왔다. 다음 1킬로미터는 조금 좋아졌지만 그래도 5분 10초였다. 새벽이라 늦가을 달리는 것처럼 씽씽 날을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명호님은 4분 40초 페이스로 달려나가고, 바깥술님, 연형님과 2위 그룹을 형성하여 함께 달렸다. 5킬로미터는 26분이 넘어갔고, 10킬로미터는 51분 40초가 걸렸다. 생로병사의 비밀 시청 소감, 2주 후 있을 로운리맨님과의 배틀 결과 예상 등 잡담 러닝으로 하프를 달렸는데 1시간 47분대였다. 전날 바다의 날 마라톤이 있어서 그런지 마라톤 참가자는 별로 없었다. 바다의 날 마라톤은 매우 더울 때 달렸기 때문에 다들 기록이 나쁘게 나왔다. 헬스지노님이 4시간을 넘겼고, 은기님, 태현님은 5시간을 넘겼다. 달물영희님은 4시간 16분으로 달렸으니 전날 상황을 알 수 있었다. 연풀을 자주 뛰는 Wan-sik님, 은기님은 왜 나오지 않았을까 의아해 하니 바깥술님은 두 분 모두 풀코스 1천 회를 넘은 후부터는 이틀 연속 풀코스를 자제한다고 알려주었다. 바깥술님은 달리기 자세 교정 교육을 받을 기회를 찾아보고 있다고 하였다. 자세 교정을 받은 달물영희님이 빨라진 예를 들었다. 로운리맨님에게 배우는 게 어떨까요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끝내 하지 못했다.


 초코파이와 콜라를 마시고 바로 2회전 출발에 나섰는데 바깥술님, 연형님은 늑장을 부렸다. 먼저 신정교 아래를 지나 도림천을 거슬러 올라갔다. 23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들렀다 오는 사이 바깥술님이 추월해 나갔다. 화장실에 다녀왔는데도 연형님은 아직 내 뒤쪽에 있었다. 바깥술님을 꾸준히 따라갔다. 1회전 때와는 다른 속도였지만 따라갈 수 있었다. 중간 급수대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렸다. 운동 나오신 분이 말을 걸어왔다. 하프 뛰시는 거예요? 아니요, 풀이요. 지금 현재 페이스는요? 3시간 30분대 언저리이지요. 이번 동마에서 얼마 뛰셨어요? 저는 318이고요, 이 분은 319입니다. 잘 뛰시네요. 저는 338입니다. 풀코스 4년차인데요. 4년차에 338이면 정말 잘 뛰시는 거네요. 제가 4년 차일 때는 꿈도 못 꾼 기록인데요. 이 분은 내게 나이도 물어왔다. 나보다는 두 살 형님이었다. 아마 자기와 비슷한 또래인 것같아 물어본 것같았다. 이 분은 도림천 주로가 평탄해 보여도 상류로 갈 때는 은근히 오르막이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징검다리 데크에서 작별했다. 오늘 마라톤 뛰면서 두 살 더 늙었나 봐요. 아마 자기와 동갑인 것같아 물어본 것같아요. 바깥술님은 내 말을 듣고 허허허 웃었다. 1회전 때는 힘들어 보이더니 이제는 괜찮은 것같네. 숨소리도 안정되고. 1회전 때보다는 편하긴 합니다.


 바깥술님은 3시간 29분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회의적이었다. 아무리 4분 50초대로 들어오긴 했지만 앞으로 4분 30초대까지 끊는 구간이 나오지 않으면 힘들다고 분석했다. 30.1킬로미터 지점을 2시간 30분 이내로 통과하지 않으면 3시간 29분대는 어렵다고 했더니 바깥술님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30.1킬로미터는 2시간 32분을 넘겼다. 과연 12.1킬로미터를 57분이나 58분으로 끊을 수 있을까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오늘, 페이스를 체크하러 나온 오늘? 우리보다 1킬로미터 이상 앞서 있는 명호님은 3시간 10분대로 달리다가 3시간 20분대 후반 페이스로 떨어진 것같았다. 3시간 20분대 의지를 내비친 바깥술님이 힘을 낸다면 따라잡을 수도 있어 보였다. 나는 2회전을 1시간 42분대로 주파할 수 없어 보였다. 몇 가지 이유가 겹쳐 있었다. 수면 부족, 과체중, 더운 날씨, 누적된 피로....


 남은 10킬로미터를 외롭게 달리면서 맞은편에서 주자들을 만나면 더 반갑게 인사했다. 로운리맨님에게 표정 관리를 건의했던 병준님을 만나면 전혀 힘들어 보이지 않은 것처럼 환하게 웃었다. 모르는 분에게도 손을 흔들어 드렸다.
 
 골인 지점은 아득히 멀었다. 바깥술님은 3시간 20분대로 골인할 수 있을까? 도림천 건너편에서 보니 힘들어 보였다. 남은 1킬로미터를 3분 이내로 달려야 서브 330이 가능할텐데..... 나중에 들으니 2.3킬로미터쯤 남았을 때 9분 30초 이내로 달리지 않으면 서브 330이 불가능해서 전의를 상실했다고 했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전의를 상실했던 나보다는 나았다. 


 1등 하신 명호님은 3시간 28분 20초, 바깥술님은 3시간 31분 50초로 골인했다. 3등인 나는 3시간 33분 33초로 골인했으니 3이 6개나 겹쳤다. 


 바깥술님, 연형님과 함께 순대국을 먹었다. 집에 와서 버티다가 쓰러졌다. 12시간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엄청나게 피로한 상태에서 마라톤 풀코스를 달린 것이었다. 하지만 달리지 않았다면 내 몸 상태를 체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식사량을 줄이기로 마음먹었다. 밤 늦게는 아무것도 먹지 않기로 했다. 잠깐 즐겁자고 마구 먹어대면 나중에 곱절로 힘들 것이니......



3이 이렇게 겹치다니.....



마라톤 힐링카페에 들어섰을 때 5시 25분이었다.



문래동 남성아파트 정류장에서 내렸다.



바깥술님, 명호님,연형님과 함께...


1등부터 4등까지.....



로운리맨님과 자주 가는 식당에 가서 순대국을 먹었다.


바깥술님에게 밥을 사달라고 떼를 썼더니....

반대편쪽 손이 바깥술님 손, 왼쪽이 연형님 손.....



10시 30분에 식사를 했는데..... 워낙 일찍 출발한 덕분이다.



누가 사주신 건데..... 싹 비웠다.




육개장 사발면..... 마라톤 힐링카페에서 먹고 올 수도 있겠지만.... 점심을 먹으러 가기 때문에 테이크 아웃하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받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