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KBS 2FM에서 방송하는 영화음악실 프로그램에 푹 빠져 산 적이 있었다. 좋아하는 영화음악이 나오면 녹음도 꾸준히 했다. 신청곡을 사연과 함께 엽서에 적어 보내어 방송을 탄 일도 여러 차례 있었다. 영화음악은 감동깊게 본 영화를 되새길 수 있어 놓칠 수 없는 보물이었다. 'A Lover's Concerto'가 없는 <접속>, 'When I Dream'이 없는 <쉬리>는 색다른 느낌의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범죄도시>에 모그의 음악이 없었다면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을 것이다.
록키가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뛰어오를 때 나오는 빌 콘티의 'Gonna Fly Now', 상어가 나타날 것을 예고하는 <죠스>의 효과음, 애잔한 느낌을 한껏 담아낸 <쉰들러 리스트>의 선율, 무언가 큰 대결이 임박한 듯한 느낌의 <석양의 무법자>의 리듬, 온 우주를 뒤집을 듯한 <스타워즈>의 오케스트라, 슈퍼맨을 더 멀리 빨리 날아오르게 하는 <슈퍼맨>의 사운드, 모험심을 한껏 자극하는 <레이더스>의 박자, 강렬한 <글래디에이터>의 락,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을 주는 <다크 나이트>의 전자음.....
그 외에도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동원된 <킹콩>, 재즈를 포용한 <핑크 팬더>, 밴드 연주가 들어온 <007 시리즈>, 공포감 만연한 <사이코>, 음악 작업만 7개월을 거친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오바마 선거에도 쓰인 <리멤버 타이탄>, 악기가 아닌 음을 활용한 <혹성탈출>(1968)......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미니언즈>, <쥬라기공원>, <캐리비안의 해적>, <니모를 찾아서>, <가위손>, <배트맨>, <쇼생크 탈출>, <인셉션., <분노의 질주: 더 세븐>, <E.T.>, <해리포터와 불의 잔> ......
영화 음악의 향연.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에서 영화 음악을 만끽한다. 추억을 되새길 수 있고, 뛰어난 영화음악가를 만날 수 있으며, 영화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품 전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영화가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다.
영화음악은 스토리텔링 역할을 제대로 한다. 사이코의 샤워 살해 장면에서 음악이 빠진다면 어떤지를 이 영화에서 실험을 통해 들려준다. 영화음악도 훌륭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스타워즈>의 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를 통해서였다. <스타워즈>,<죠스>, <슈퍼맨>, <E.T.>, <레이더스>, <쥬라기공원>, <쉰들러리스트>.... 이 영화음악을 모두 존 윌리엄스가 만들어내었다는 사실에 경의를 표한다. 존 윌리엄스는 1996 아틀랜타 올림픽의 공식 주제음악을 작곡하는 역량도 발휘했다.
존 윌리엄스 말고도, 존 배리, 엔리오 모리꼬네, 제리 골드스미스, 존 데브니 등을 비롯하여 한스 짐머까지...... 지금 영화 음악에서는 한스 짐머의 시대가 열렸다. <글래디에이터>, <캐리비안의 해적>,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배트맨 대 슈퍼맨>, <덩케르크>, <블레이드 러너 2049>..... 이 영화 음악을 한스 짐머가 만들었다.
영화 음악은 악기나 규정 따위를 무시하고 만들어낼 수 있다는 특성 덕분에 지구상에서 마지막 남은 오케스트라일 수 있다고 한스 짐머가 말한다.
그런 영화음악을 만들어내는 영화음악 종사자에게 바치는 헌사. 그것이 <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이다.
KU 시네마트랩에서 보았다. 지난 6월 9일 <용순>을 보고 난 이후 무려 넉 달 보름만이었다.
신선한 영화였다. 꼭 배우가 나와 연기해야만 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 모습이 찍혔다.
영화관 입장을 기다리면서 온다 리쿠의 <꿀벌과 천둥>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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