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文化生活)

서울극장 VVIP 초대권으로 <윈드리버>를 보다(2017/09/15)

HoonzK 2017. 9. 22. 18:02

 서울극장 VVIP 초대권을 써서 관람하였다. <윈드리버(Windriver)>
 
 와이오밍주 인디언 보호구역 윈드리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이야기이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로스트 인 더스트>의 각본을 썼던 테일러 쉐리던이 연출했다. 앞의 두 편처럼  미국 국경지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상 수상작으로 올해 가장 압도적인 스릴러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잘 쓰여진 각본에, 강력한 캐스팅에, 주제를 끌어올리는 배경 설정의 삼박자가 잘 어우러진 수작이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smart writing, a strong cast, a skillfully rendered setting. 매우 좋은 영화인데 큰 영화관에서도 하루 두 번 정도밖에 상영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쉬움이다.

 

 꽁꽁 얼어붙은 설원 위를 맨발로 달리던 소녀가 피를 토하며 죽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야생동물 헌터인 코리(제레미 레너)가 이 소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이 소녀는 코리의 딸이 살아있을 때 절친이었던 사이였다.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하여 신참 FBI 요원 제인(엘리자베스 올슨)이 파견된다. 원칙에 충실하지만 실무 경험은 없는 이 여성은 현장 사정에 밝은 코리의 도움을 받는다. 살인의 흔적을 바로 지워버리는 눈보라와 진실을 덮어버리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 코리의 스노우 모빌은 움직인다. 원칙만 고집하며 피해자의 고충을 헤아릴줄 모르던 제인은 현장과 마주하며 서서히 피해자의 가족들을 이해하게 된다. 눈과 추위로 휩싸인 지루함 속에서 저질러진 범죄이고, 바로 그 눈과 추위가 주는 지루함 때문에 진실이 감추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악착같이 범죄자를 추적해 나가는 끈질김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생사가 오가는 살육의 장면까지 담겨 있어 보는 내내 긴장이 유지되지만 희생자 가족들의 슬픔, 원주민의 서러움, 인간 본성에 대한 물음까지 담겨져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느낌이 묵직하다.


 대부분의 범죄 영화와 달리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루만지는 손길도 느껴진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데 요즘 보는 영화나 소설이 모두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혹시 내가 그런 주제만 찾아내는 것은 아닐까.)

 

 첫 장면에서 소녀가 맨발로 설원을 달릴 때 흘러나오던 시는 마지막까지 강한 여운을 남긴다.

 

 It is here, in the cradle of all I hold dear, I guard every memory of you.
And when I find myself from in the mud of the real, far from your loving eyes,
I will return to this place, close mine, and take solace in the simple perfection of knowing you.

 

 여기 간직하려고 한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요람 속, 그대와의 모든 기억을.
당신의 사랑스러운 눈길에서 멀리 떨어져 진흙탕같은 현실 속에 빠져 있다고 하더라도
이 곳으로 돌아와 내 삶을 마무리하며 당신을 알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을 얻으리라.

 


 

서울극장에서 보았다. 지난 해 영화를 많이 본 덕분에 무료로......

 

 

 

※ 또 한편의 칸 영화제 수상작인 <매혹당한 사람들>은 9월 12일 보았는데 그에 대한 소감은 시간나는대로 이 아래쪽에 덧붙이기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