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 of joint.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전날 새벽부터 오금 통증이 발생했다. 파스를 붙이며 추스린다고 애를 먹었다. 대회 당일 일찍 집에서 나와야 했지만 이동 시간이 긴 만큼 잠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틈틈이 잔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버스와 전철의 연계부터 차량 내에서 휴식까지 당초 계획이 어긋나고 있었다. 새벽 4시 30분에 나와 버스 한 대를 놓치다 보니 다음 버스가 오기까지 10분을 기다려야 했고, 인천 지하철은 1초 차이로 놓쳐 10분을 또 기다려야 했다. (새벽에는 차량 운행이 정말 뜸하다.) 옆좌석에 앉은 달림이는 새벽부터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느라 사람을 건드렸고, 그 사람이 다른 좌석으로 가자 이번에는 몸집이 큰 사람이 내 몸을 밀어 붙였다. 잠은 집에서 자는 거지 왜 밖에 나와서 자느냐고 따지는 듯.
7시 30분 센트럴파크역에 도착했다. (이전의 세 번 참여 때보다 30분쯤 빨랐다. 여유만만) 화장실부터 들르고 난 후 스트레칭을 했다. 한적한 곳을 찾아내어 출발 직전까지 잠이라도 자야지 했는데 왔다갔다 하면서 아는 사람을 찾아내려고 애쓰다 피곤함을 잊었다. 아는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아세탈님, 로운리맨님이 보이지 않았다. 출발 한 시간 전인데도 대회장이 인파로 가득 들어차 버렸다. 아는 사람 만나기가 더 힘들어졌다. 탈의실 앞에서 바깥술님과 태현님을 운좋게 뵈었을 뿐이었다. 오금쪽에는 근육테이프 두 개를 길게 붙였다. 골인할 때까지 제발 탈나지 않기를 빌면서.
배번을 부착하는데 옷핀 대가리 하나가 부러져 나갔다. 이건 또 왜 이러나? 운영본부에 가서 새 옷핀을 받아 끼웠다. 국제엘리트 하프부문이 출발한 후 몇 분 지나지 않아 풀코스와 하프코스 종목이 동시에 출발했다. 4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 뒤쪽에 있었는데 앞쪽에서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와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의 풍선이 점점 멀어지는데도 꼼짝하지 못하고 서 있어야 했다. 1분쯤 지나서야 대열 속에서 걷기 시작했는데 출발 아치를 지나서도 걷고 있으면 어쩌나 했다. 앞의 주자들이 출발한 지 2분 30초가 흐른 뒤에야 아치를 빠져나가 달렸다.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신발이 헐거운 느낌이 들었다. 시간도 많았는데 신발끈을 너무 느슨하게 매었던 것이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15초쯤 걸렸다. 希洙형님과 잠깐 함께 달리다 먼저 가겠다고 했다. 2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기 전에 주로에서 이탈했다. 덜렁거리는 신발을 신고 40킬로미터를 달릴 것이냐, 1분 정도를 날리더라도 신발끈을 동여매고 남은 40킬로미터를 달릴 것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후자를 선택한 것이었다. 바로 잡아야 했다. set it right. 당초 오른쪽만 당기어 매려다가 왼쪽도 손보았다. 두 번을 휘감아 묶은 터라 푸는 것도 시간이 제법 흘렀다. 급하니 제대로 풀리지도 않았다. 아래쪽부터 조여 올려 꽉 매어 나가니 1분을 넘게 써야 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으려면 좀더 빨리 달려야 했다. 2킬로미터 지점을 그래도 11분이 걸리지 않아 통과헀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을 제치고 나가니 바깥술님, 달물영희님이 있었다. 왜 뒤에서 와? 출발도 늦었고 신발끈까지 매다 보니 이렇습니다. 치고 나가라고. 323해야지. 더운 데 되겠어요? 8월에 서브330하는 사람이 왜 그래? 바깥술님 응원에 손사래를 치면서도 앞으로 나아갔다. 신발끈 때문에 1분을 넘게 날리고도 5킬로미터를 25분 28초에 통과했다. 독기 품고 달린다는 분도 찾아야 했으니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기온도 습도도 높았다. 희뿌연 미세먼지를 뚫고 나온 햇빛도 강했다. 구름은 없었다.
센트럴파크를 감아돌며 비록 더운데다 출발이 늦었고, 도중에 시간까지 까먹었지만 지난 주보다는 평탄하고 익숙한 도로를 달리니 혹시나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섣부른 기대, 달콤한 착각을 했다. 아직 초반인데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에서 떨어지지 않으니 속단을 했다. 독기를 품고 달리겠다고 한 로운리맨님은 틀림없이 앞에서 스피드를 올리고 있을텐데 얼마나 앞에 있을지가 궁금하였다.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보다 훨씬 앞에서 달릴 수도 있으니 3시간 10분 전후의 주자가 올 때부터 바짝 긴장하고 전방을 살폈다.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 바로 뒤에서 오는 로운리맨님이 보였다. 민소매가 아니라 반소매를 입고 있었다.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선택인 듯 보였지만 더워 보였다. 파이팅을 주고 받았다. 10킬로미터는 51분이 걸리지 않았으니 일주일 전 공주에서보다 페이스가 좋았다. 로운리맨님을 따라가고 싶기는 한데 아직 알 수 없었다. 어디쯤 달리고 있는지 찾기 위하여 오버페이스를 한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좀 힘들다 싶어 속도를 늦추면 킬로미터당 페이스는 5분 10초, 속도를 조금 올리면 5분이었다. 희뿌연 날씨라 인천대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바다를 보고 달리는 재미는 사라졌다. 풀과 하프 주자들이 뒤섞인 대열 속에서 빨간 풍선을 찾았다. 페이스메이커. 1시간 40분, 2시간, 2시간 30분..... 아세탈님이 없었다. 2시간 30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린다고 했는데..... 혹시 안 오신 건가? 그런데 얼굴도 보이지 않았고 눈도 마주치지 못할 거리, 100미터 쯤 떨어진 거리에 윤곽으로나마 아세탈님이라고 생각되는 분이 달려오는 것같았다. 다짜고짜 팔을 흔들었다. 답이 왔다. 가까워질수록 아세탈님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이미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옆을 달리기 시작한 로운리맨님은 아세탈님과 마주치지 못할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아세탈님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하프 주자인 아세탈님과는 골인할 때까지 뵙기 힘들 것같고 이제 로운리맨님만 열심히 따라가면 되었다.
속도를 올린 것은 아닌데 한명씩 제치고 있었다. 하프 주자들이 반환하면서 주로에 달림이는 그 수가 대폭 줄어 들었다. 풀코스 주자들만 남은 14킬로미터 지점에서 시야가 트였다. 백여 미터 앞에서 달리는 분의 동작이 매우 낯익었다. 13킬로미터 지점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로운리맨님인 것같기는 한데 도무지 확신이 서지 않았었다. 로운리맨님 맞느냐고 소리쳐 물어볼 수도 없고, 수백 미터를 전력질주하여 따라잡을 수도 없고..... 이제는 로운리맨님임이 틀림없어졌다. 꾸준히 간격이 줄어들고 있으니 15킬로미터 지점부터 동반주를 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16킬로미터를 달려도, 17킬로미터를 달려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2분 먼저 출발하신 분과의 간격을 줄이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다. 17.5킬로미터 지점의 스펀지 급수대에서야 바짝 붙었다. 파워젤을 입으로 뜯는 로운리맨님에게 말을 붙였다. 뭘 그렇게 맛있는 걸 드세요? 잠깐 대화하면서 달리다 백미터 앞쪽에 있는 18킬로미터 표지판을 보았다. 구간 기록이나 줄여야지 하면서 100미터를 전력질주했다. 덕분에 17킬로미터부터 18킬로미터 지점까지의 시간이 4분 50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조금 속도를 떨어뜨렸다. 19킬로미터 지점까지 가서 시간을 계산하니 꾸준히 스피드를 올린 결과 3시간 29분대의 페이스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송도4교를 건너기 직전 만난 20킬로미터 표지판에서 시계를 보니 대뜸 예상보다 1분이 넘어가 있었다. 1킬로미터를 달린 사이 1분 이상이 날라가는 일이 발생하다니 의외였다. 걷지도 않았고 굼뜨게 뛰지도 않았는데..... 하프 기록으로 볼 때 3시간 33분에서 34분 정도의 골인이 예상되었다. 그것도 어디까지나 그때까지였다. 상황에 따라 예상 기록은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야 했다. 송도4교를 건너올 때는 반환하기 전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벌써 걷는 사람도 있었다. 24킬로미터 지점에서 연세대학교쪽으로 틀었다. 한국뉴욕주립대학교 옆을 지나 쭈욱 내려갔다. 이 과정이 몹시 지겨웠다. 28킬로미터쯤 가서 돌아나왔다. 바로 뒤에서 따라오던 로운리맨님은 마주보면서 내게 서브 330하라고 하며 기다려달라고 했다. 골인 후 기다려 달라고 한 것은 아니겠지. 후반에 스퍼트할테니 기다려 달라는 뜻이겠지. 어차피 나도 속도를 늦출 수밖에 없을테니 동반주를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바깥술님으로부터 잘 달린다는 칭찬도 받았다. (사실 죽을 맛이었는데.) 希洙형님이 4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 앞쪽에서 달려오고 계셨다. 30킬로미터만 달리고 만다는 말을 기억하고 오늘 끝까지 뛰시네요 했더니 바로 질러갈 것이라고 했다. 2차 반환 지점에서 돌아나오지 않고 바로 진행하면 34킬로미터 지점을 만나니 6킬로미터를 덜 뛰게 되는데 그렇게 완주를 하겠다고 했다. 용왕산마라톤클럽 모임이 있어 너무 늦게 들어가면 안된다는 강박관념도 있다고 했다.
30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을 체크했다. 지난 주보다 그리 나아진 게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는 코스였다. 인천송도마라톤 풀코스는 확실히 힘든 코스였다. 후반에 질주하는 것은 꿈도 못 꿀 만큼. 평탄한 코스를 선사한 대신 지독하게 지루한 달리기를 하게 만드는 코스. 시야를 제한하는 지형지물이 가끔 등장하는 것이 달림이를 얼마나 도와주는가 하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시야가 트여 버리면 이동이 더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지기 마련인가 보다. 넓은 주로는 좁은 주로보다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더 긴 거리를 달리게 된다는 착각을 일으켜 피로를 키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압록강국제마라톤에서 10차선 대로를 달리면서 훨씬 더 큰 피로를 느꼈던 것과 같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햇볕에 습도까지 흠뻑 머금은 날씨는 여전하고.(지난 해 비가 내린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어쨌든 10.2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55분 정도의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에서 조금씩 밀린다고 해도 3시간 39분대 들어갈 수 있으면 좋겠구나. 9.2킬로미터 50분의 여유, 8.2킬로미터 남았을 때 45분의 여유...... 바라는대로 되고 있었다.
추석 연휴 때문에 대부분의 풀코스 대회가 같은 날 있었다. 문화일보 제19회 평화통일 마라톤대회, 제15회 청원생명쌀 대청호 마라톤, 제14회 철원 DMZ 국제평화마라톤, 2017 금산 세계인삼 엑스포 국제마라톤대회. 그만큼 풀코스 러너들이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아는 사람들이나 많았으면 응원을 주고 받으며 힘을 얻었을 것이다. 송도국제마라톤대회는 총 네 번 참가하는 동안 2017년 대회가 아는 사람이 가장 없었던 대회였다.
후반에 달린 거리가 누적될 수록 지쳐가는 몸을 단 1킬로미터를 이동시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처음 출발할 때는 미처 몰랐는데 시간이 갈수록, 또 달린 거리가 늘어날수록 몇 시간을 자지 못한 티가 나고 있었다. 고단함이 절절했다. 오금 통증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피곤함을 이겨내는 것이 더 힘들어 오금 통증은 거의 느껴지지도 않았다. 언제쯤 푹 자고 달리겠는가?
물과 게토레이를 마시면서, 또 초코파이와 바나나를 먹으면서 이제 몇 킬로미터를 더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믿었다. 지독하게 걷고 싶었다. 잠깐. 나 지금 뛰는 것 아니니까 시간 측정을 멈추어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 싶은 기분. 아세탈님과 로운리맨님을 생각했다. 대회에 나와 설렁설렁 뛰라고, 힘들면 가끔은 걸으라고 몸에 좋다는 그 에너지원을 선물하셨을까? Protein Recovery(아에분유), Sports Nutrition(아에드), Energy Gel(아에젤), BCAA, CCD...... 그동안 복용한 티를 좀 내어야지. 그리고 그 덕분에 끝까지 3시간 30분대로 달릴 수 있었다고 말해야지. 말하고 말아야지.
여기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더구나 이번 달리기는 내 생애 150번째 풀코스가 아닌가? 이전의 149번의 풀코스가 단 한 번도 호락호락한 완주를 허락하지 않았듯이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였다. 죽어도 걷지 말자. 잠깐 1분만 걷고 나중에 빨리 달려 1분을 보충하면 되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죽어도 걷지 말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걷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이고 스피드를 올리지는 못해도 떨어뜨리지는 말아야 한다고 다짐했다. 천천히 달려서 완주한 후 빨리 달리지 못한 핑계를 열 가지도 넘게 찾아내 떠들어댈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안된다. 몸이 앞으로 숙여지는 것을 경계했다. 멀리 보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자세가 앞으로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선 전방 주시를 피할 수 없었다. 뻔히 힘들 줄 알면서 마라톤 대회에 나왔으니 이 고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배낭 메고 달리는 것도 아니고, 무거운 러닝화를 신은 것도 아니고, 칠부바지를 입은 것도 아니고,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성가시기 짝이 없는 물병을 들고 달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급수 간식 지원이 되는 훈련에 임할 뿐이라는 생각도 거듭했다.
39킬로미터 지점에서 나보다 6킬로미터를 덜 달린 希洙형님까지 제쳤다. 다 왔어. 다 왔다고. 3시간 39분은 무난할거야. 그런데 걸어서는 절대 안된다. 걷는 순간 3시간 40분을 넘기고 말테니. 배번을 해석했다. 1282. 하나 둘 빨리. 하나 둘 빨리... 배번 좋잖아. 급수대에서 한 달림이가 이 날씨에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네라고 했다. 100% 동의했다.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2.1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시계를 보니 3시간 39분 초반이 유력해 보였다. 골인 직전 직선 주로가 나왔을 때 3시간 38분이 막 되고 있었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1분 이내에 뛸 수 없으니 3시간 40분을 넘기고 말겠구나. 어떡하지? 3시간 38분에서 1분을 넘겨도 3시간 39분인데 어이없는 착각을 했었다. 정신이 없구나.
점점 가까워지는 골인 지점. 출발점에는 아치가 있지만 골인점에는 아치가 없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어서 어디가 골인 지점인지 알고 있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이번에야말로 하프만 달리고 가셨으리라 생각했던 분이 보였다. 아세탈님. 사진도 찍어주시고 코카콜라도 주셨다. (감동 연타입니다.)
지루함이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아니면 일주일 전보다 훨씬 덥고 습해서 그랬을까? 공주백제마라톤의 후반보다 인천송도국제마라톤의 후반이 훨씬 힘들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올해 달린 22번의 풀코스 가운데 영동포도마라톤에 이어 두번째로 힘든 대회였다. 영동포도마라톤 때처럼 사타구니가 쓸려 상처가 났다. 땀에 젖은 바지에 쓸리면서 살갗이 벗겨졌다. 그래도 네번째 경험이라 눈을 감고도 달릴 정도로 코스를 잘 알아서 견디는 데 조금 도움이 된 것같았다. 지난 해 비가 내려 편하게 달린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때와 같은 날씨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만 내내 갖게 되었기 때문에. 좋은 기억은 어려운 일을 이겨내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살은 더 빼야겠다. 더위를 이겨내려면 지금으로서는 그 방법이 최고의 해결책일 듯.....
믿기 힘들지만 신발끈을 다시 조여맨 순간부터 40킬로미터를 넘게 달려 골인할 때까지 추월하면 추월했지 단 한 사람에게도 추월당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일주일만에 9월 개인최고 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출발 패드를 밟기 전에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골인 패드를 완전히 빠져나온 뒤 스톱 버튼을 누르는 습관으로 보아 3시간 39분 10초라고 시계에는 나타났지만 3시간 39분 5초 전후로 달린 것같았다.
텅텅 비어 있는 국제선수 부스에 가서 쉬고 있었다. 나보다 10분쯤 늦게 들어오는 希洙형님을 큰소리로 응원하고 몸을 조금 회복시킨 뒤 아세탈님이 대기중인 골인 지점으로 갔다. 로운리맨님을 기다렸다. 지치셨나? 28킬로미터 지점에서 만났을 때 3분 정도 떨어져 있을 뿐이었고 표정도 좋았는데 사고라도 났나? 혹시 힘들어 걸으시나? 이러다간 SUB-4 못하시는 것 아닌가?
오후 1시가 넘었을 때였다. 날씬한 남자가 뛰어오고 있었다. 로운리맨님. 처음에는 4시간을 넘겼는 줄 알았다. 하지만 로운리맨님이 찬 가민 시계에 358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SUB-4 하셨네요. 달리기 내공이 있으니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SUB-4는 하시네요.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바깥술님이 골인해 주저 앉아 있었다. 4시간 20분을 넘겼다고 했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렸고, 달물영희님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에 의외였다. 더위 때문에 맥을 못 추었다고 했다. 달물영희님은 로운리맨님이 개발했다는 주법을 빨리 알려달라고 했다. 가방 내려놓고 직접 시범을 보여줘. 잘은 모르지만 아는대로 설명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또 다른 분이 도대체 요즘 빨라진 비결이 무어냐고 꼬치꼬치 캐묻기도 했었다. 어떻게 훈련하고 무얼 먹고 있는지.....
아세탈님의 자가용을 타고 로운리맨님과 바르미 샤브샤브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으로 왔다. 세 사람이 또다시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풀코스 150회 완주 기념으로 점심을 사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다들 계산하는 속도가 SUB-3 수준이라 따라갈 수가 없었다. 앞으로는 추첨을 해서 밥값 내기를 하자고 제안해야겠다. 한 사람이 두 번 연속 내면 그 사람은 한번 빼주는 식으로.....
샤브샤브에 각종 음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는데 어이없는 기록문자가 날아와 입맛이 딱 떨어져 버렸다.
2017 송도국제마라톤 참가자 1282, 강훈식님의 기록은 3:40:05.30입니다.
339와 340은 1분 차이지만 엄청난 갭이 존재했다. out of joint. 3시간 39분대로 들어가려고 그 더위 속에서 온갖 유혹을 이겨내었는데 너무 허망했다. 계속해서 어긋나고 있었는데 결정타를 때렸다. 접시에 음식물을 몇 번 더 올렸어야 했는데 횟수가 줄었다. 음료수만 들입다 마시게 되었다.
제 기록이 1분 가량 늦게 나온 것같은데 확인해 주세요.
문자를 보내어 놓고 기다렸다.
3:40:04.70 칩 기록입니다.
두 시간 뒤에 문자가 왔다. 불과 1초 빨라진 기록이었다. 그래봤자 3시간 30분대가 아닌 것은 똑같았다. 내 시계가 잘못 되었는가 의심했다. 고장난 시계를 믿고 3시간 40분이 넘는지도 모르고 달렸단 말인가? 30킬로미터 이후 3시간 40분대가 되지 않으려고 기울였던 눈물겨운 노력이 다 무엇이란 말인가? 기계 오작동일 뿐이니 나는 사실 3시간 39분대라고 달렸다고 주장한다고 끝날 문제인가?
기록칩 담당자와 통화했다. 다른 분들보다 2분 30초 이상 늦게 출발하셨네요. 출발은 9시 5분 46초이고 골인은 12시 45분 51초에 했습니다.
그런가? 아세탈님이 골인할 때 찍어준 사진에 시간이 있지. 12시 44분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을 때부터 골인 패드를 밟을 때까지 찍은 사진의 시간은 모두 12시 44분이었다. 억울했다. 이렇게 어긋나고 있는가?
마음 고생을 좀 한 뒤 이틀이 지나서야 내 기록은 조정되었다. 기계 오작동으로 내가 골인할 무렵의 주자들 기록이 모두 1분씩 뒤로 밀리는 사고가 있었다고 했다. 내 기록은 3시간 39분 04초 70이 되었다. 당초 달린 대로 9월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9월 달린 풀코스는 모두 3시간 30분대가 되었다.
과장법을 써서 햄릿처럼 한탄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었다.
The time is out of joint. O cursed spite.
That ever I was born to set it right!
Hamlet Act I scene 5
※ 기록을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기록칩 측정팀이 또 한번 실수하여 3시간 38분 04초 70이 되기도 했지만 내가 달린 기록, 3시간 39분대로 조정해 달라고 재요청했다. 내가 달린 만큼만 받으면 되는 것.
풀코스 49등이었다.
이 기록을 되찾기까지 어려움이 있었다. 기록칩이 잘못 인식될 때도 있다는 사실.... 앞으로 이런 일로 노이로제에 걸리면 안 되는데.....
미리 누르고 나중에 누르는 방식으로 하기 때문에 내가 잰 기록보다 실제 기록이 잘 나온다.
5초 정도의 갭을 생각한다면 3시간 39분 4초에서 5초 사이가 될 것으로 판단했는데 1분이 밀리니 어이없었다.
고층 빌딩이 보인다.
잘 정비된 도시라는 느낌이 든다.
새벽에 나갈 때 아에드와 아에분유를 준비했다.
아세탈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앞에서 달리는 분이 세레모니를 멋지게 하기에 추월을 포기하고 그냥 골인했다. 늦게 들어갔지만 이 분보다 실제 기록은 2분이 빨랐다.
늦게 출발하여 꾸준히 앞사람들을 제쳐나갔기 때문이었다.
12시 44분이 되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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