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7 선사마라톤축제(2017/09/10)-HALF 160

HoonzK 2017. 9. 14. 00:37

 어느덧 올해 10회째 하프였다. 하지만 6월 이후 첫 하프이니 부담도 있었다. 6월에는 매주마다 하프를 달렸고, 급기야 생애 최고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5단계를 거쳐 내 생애 160번째 하프를 완주했다.

 

1단계: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기
2단계: 로운리맨님과 함께 달리기
3단계: 헬스지노님 따라잡기
4단계: 레이스패트롤 제치기
5단계: 나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기

 

 2단계부터 4단계까지는 출발한 후에 정한 목표였다. 어떤 사람이 내 앞에서 달리게 될지 미리 알 수는 없었으니.

 

 달리기 전 팔등에 생긴 상처가 신경쓰였다. 어디서 다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마치 고양이가 할퀴고 지나간 것처럼 흉터가 남아 있었고,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토요일 자고 일어나니 그런 것같은데..... 상처에 연고를 바르고 가제를 댄 뒤 반창고로 단단히 고정시켰다. 조그만 대일밴드로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였다.

 

 전날은 몹시 피곤해서 일찍 잘 수 있을 것같았는데 친구가 들른다고 하니 기다려야 했다. 밤 11시가 되어서야 나타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정을 넘겼다. 다음날 새벽 일어났을 때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도 하프니까 풀코스보다는 부담이 적다고 자신을 달래면서 잠실역으로 갔다.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까지 갈 때는 앉을 자리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책을 읽고 있었다. 2호선으로 환승한 후에야 자리에 앉아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잠실역 승강장에서는 8호선을 기다리는 希洙형님을 만났다. 첫 말씀이 머리가 왜 그렇게 짧아졌느냐는 것이었다. 운전면허증 갱신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요. 
 
 암사역에서 내린 뒤 希洙형님과 대화하면서 제법 걸었다. 동행하는 달림이들이 매우 많았다. 이 대회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가? 대회장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시골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5년 전 나왔던 대회. 그 때는 1시간 43분 13초 28에 달렸고 매우 잘 달렸다고 만족했었다. 올해는 1시간 39분대에 도전하기로 했다. 암사동 유적. 대회 참가자는 무료 입장이었는데 사실 오전 9시까지는 무료 입장이 가능한 유적지였다. 입장료라고 해도 500원밖에 되지 않지만...... 화장실 문제는 대회장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유적지 내의 화장실을 이용하였다. 달리기 전 다리 스트레칭은 다리 난간을 이용하여 요령껏 했다.

 

 금일 컨디션이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으니 주의해야 했다. 6월 초 오후 2시에 달려 1시간 34분대에 들어간 이력을 들어 로운리맨님은 오늘 내가 SUB 135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은 일주일 내내 몸이 아파서 이렇게 대회에 나온 것도 기적이라고 했다. 지난 일요일 10+1킬로미터 대회에 나가 죽을 힘을 다해 달리고 그 후유증으로 너무나 힘든 한 주를 보냈다고 했다. 누구 때문인지 알지요? 저 때문이지요. RUN on SEOUL 대회에서 150위 안에 들면 중앙서울마라톤 참가권을 받게 되는데 로운리맨님은 이미 중앙서울마라톤 참가 신청을 했기 때문에 입상하면 내게 그 참가권을 양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다. 2017년 중앙서울마라톤은 전혀 참가할 생각이 없었다. 로운리맨님은 나를 참가시키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 온몸을 불사른 나머지 대회 후 몹시 아팠다고 했다. 홀수 해에는 결코 중앙서울마라톤을 뛰지 않는 내가 올해는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춘천마라톤 일주일 후에 중앙서울마라톤도 뛰어야 하다니. 지난 해처럼 3시간 47분대로 달렸다가는 로운리맨님으로부터 평생 한소리를 듣게 생겼다.

 

-NB 사무국에 전화하니 69등이라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럼 저 중마 나가야 하나요?
-네. 대신 두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1. 열심히 뛰어주시기 2. 중마끝나고 아세탈님과 저에게 맛있는 것 사주시기.
-2번은 쉬운데 1번은 어려워 보이네요. 무조건 참가하는 게 아니었군요. 출전하지 않고 2번만 하는 게 어떨까요?
-제가 몸팔아서 획득한 출전권이라 열심히 뛰어주셔야 합니다.

 

 그리고는 3시간 25분 이내로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서브 325로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하게 권고하는 듯한 느낌. 중앙서울마라톤만은 늘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 대회라 동네 마실 나간 듯이 달리려던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로운리맨님은 미리 못을 박았다. 3시간 35분 25초의 중앙서울마라톤 최고 기록만 경신하는 것에 만족하려던 계획을 바꾸어야 겠다...... 로운리맨님은 선사마라톤을 완주한 후 중마출전권까지 내밀었다. (다음 날 참가 신청을 하였다. 2017 중앙서울마라톤 참가자 명단에 내 이름이 실리겠다.)


 아직 완전히 회복된 상태가 아닌데도 로운리맨님은 출발선 앞쪽으로 이동하였다. 나는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의 몇 십 미터 뒤 쪽에 있었다. 9시 35분에 출발했다. 얼마나 달려야 1시간 40분 페메를 따라갈 수 있을까 하면서 달리는데 100미터를 넘기도 전에 1시간 40분 페메가 내 옆에 있었다. 첫 1킬로미터는 4분 50초가 나왔다. 몸이 좋지 않다는 로운리맨님은 인간 기관차처럼 달려나가 점점 나와의 거리를 벌려 놓았다. 암사대교의 3단 오르막을 각오하고 달렸는데 암사대교 오르막을 타기 직전 1차 반환하면서 숨을 돌렸다. 김용욱 페메에게 물으니 킬로미터당 4분 45초 페이스로 달리면 1시간 39분대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이 분보다 늦게 출발했고, 내 페이스는 4분 30초에서 40초 사이를 왔다갔다 하니 후반에 지치지만 않는다면 9월 생애 첫 1시간 30분대 진입이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올해 하프는 3월, 4월, 6월에 달렸고, 월 최고 기록을 모두 바꾸어 놓았다. 9월에도 그럴 수 있기를...... 그래도 장담할 수는 없었다. 21.0975킬로미터도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라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미세먼지 때문에 흐렸다. 햇빛이 작렬하지 않으니 고마웠다. 다만 습도는 높아서 땀으로 흠뻑 젖었다. 5킬로미터는 정확히 23분이 걸렸다. 산술적으로 10킬로미터는 46분. 20킬로미터는 92분. 21.1킬로미터는 1시간 39분대로 달리는 데 여유가 있었다. 처음부터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데 큰 무리가 없어서 이상했다. 지난 159회의 하프에서 1시간 40분 이내로 들어간 일이야 더러 있었지만 출발하자마자 페메와 함께 보조를 맞춘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처음부터 속도를 내고 있으니 후반에 그 댓가를 치르거나, 계속 유지하거나, 몸이 풀려서 더 빨라지거나..... 한강의 물이고, 강변의 식물이고.... 아예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페메만 따라갔다. 산책로에 적힌 마라톤대회 참가자 보호 구간이라는 말이 눈에 띄었다. 달리면서 내내 감사했다. 아직 더운데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는 것이 힘들지 않다는 사실에 대하여.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로운리맨님과의 거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매우 빨라 보였던 몸놀림이 무거워 보였다. 어느 순간 달리기 모드가 바뀌어 버린 것같았다. 완주 모드의 페이스. 스피드를 올리지 않으면 1시간 40분 페메에게 추월당할 수도 있는데 시보리 주법은 안 쓰시나? 치고 나갈 수 있어도 참고 참았다가 10킬로미터 정도를 달렸을 때 1시간 40분 페메 앞으로 나아갔다. 바로 앞에 있는 로운리맨님과 보조를 맞추었다. 그 때는 잠실청소년광장을 지나가게 되었는데 10킬로미터 단일 종목만 열린 해피런 마라톤의 파장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세탈님이 오신다고 했는데. 눈이 빠지게 찾았다. 보이지 않았다. 벌써 뛰고 가셨나? 로운리맨님과 오래 함께 달렸으면 좋겠지만 11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기 직전 앞으로 치고 나갔다. '완주도 승리다'라는 말을 남기고. 잠깐 전력질주도 했다.


 2차 반환했던 12킬로미터 지점. 갑자기 벌레가 눈으로 날아들어왔다. 왼쪽 눈에 붙어 있는 이물감은 골인할 때까지 사람을 괴롭혔다. 급수대를 만날 때마다 물컵 하나는 마시고 또 하나는 눈에 들이부었는데 벌레는 빠져나가지 않았다. 결국 골인한 후에야 자가용 백미러를 보고 벌레를 떼어 낼 수 있었다. 로운리맨님은 누구와 인사를 나눌 여유가 없어 보였다. 두 팔을 흔들었다가 아예 보지도 않으니 뻘쭘해졌다. 希洙형님에게는 페이스 좋으시다며 응원을 보내었고, 광희님 이름도 불러 드렸다. 동대문마라톤클럽의 두경님과도 미소를 주고 받았다. 다시 잠실청소년광장을 지나며 눈을 쉴새없이 깜박거리면서 아세탈님을 찾았는데 역시 보이지 않았다. 10킬로미터를 달리려고 동탄에서 올라오는 일이 쉽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오지 않으셨구나.

 

 앞쪽에서 달리는 헬스지노님을 따라갔다. 15킬로미터 지점에서 추월하였다. 응원했지만 아무 답을 듣지 못했다. 또 한 명의 페이스메이커로 레이스패트롤을 찍었다. 열심히 따라가 18킬로미터 지점에서 추월하였다. 이제 누구를 따라가나? 나 자신과 싸웠다. 앞에서 달리던 주자들을 한명씩 제쳐 나갔다. 그런데 신명나는 질주는 아니었다. 몸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달리면 달릴수록 컨디션은 좋아졌지만 옆구리의 살집이 더 빨리 달릴 수 있는 몸을 제어하고 있었다.. 살을 좀더 뺐어야 했다. 이틀 전 밤 늦게까지 먹어대었으니..... 딱 봐도 1시간 37분대는 어렵고, 1시간 38분 초반은 가능해 보였다. 스피드를 올리면서 풀코스가 아니라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1:38:07.22

 

 나중에 들으니 실제 거리가 3백 미터쯤 길었다고 했다. 거리가 정확했다고 해도 1시간 36분대는 몰라도 1시간 35분대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올해 10번의 하프 완주 가운데 풀코스 다음날 바로 하프를 달렸던 한 차례만 빼고 모두 1시간 30분대였다. 2004년 5월 하프에 데뷔한 이후 단 한번도 9월과 10월에 1시간 30분대로 달려 본 일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1시간 30분대에 들어섰다.

 

 골인한 후 물을 마시며 로운리맨님을 기다리다가 부천터미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은 처음이었다. 1시간 31분대로 달렸는데도 무척 아쉬워하고 있었다. 1시간 29분대를 노렸던 터라.

 

 바로 뒤쪽에 있는 줄 알았던 헬스지노님은 후반에 상당히 지친 듯 1시간 44분 59초로 들어왔고, 그 바로 뒤에 로운리맨님이 들어왔다. 큰소리로 파이팅을 외쳤는데 답을 듣지는 못했다. 반환할 때까지만 해도 1시간 44분 이내의 페이스를 보여주었던 希洙형님은 여자부 2위 보다는 조금 앞선 1시간 48분대로 골인하셨다.

 

 希洙형님, 로운리맨님과 뒷풀이를 하였다.

 

 

 

원시시대의 짐승 모형은 처음 본 것같았다. 5년 전에는 못 본 것일까, 설치되지 않았던 것일까?

 

맘모스도 있다.

 

 

곳곳을 둘러보고 싶었지만......

 

 

언젠가 조용히 와서 찬찬히 둘러보고 싶은 곳이었다. 하루 날 잡아서 관람도 하고 책도 읽고 오면 되겠다.

 

 

요즘 메이저대회에서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스피드 칩이라 신발끈을 풀어 부착해야 했다.

 

 

움막..... 5년 전에는 여기 저기 들어가 보았지만.....

 

 

 

 

 

암사역에서 걸으면 1킬로미터가 넘는 것으로 나온다.

 

 

암사대교 아래쪽으로 가기 직전 반환이라서 숨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