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있었다. 공주에 가서 마라톤을 하기로 결심한 순간 수면 부족으로 힘들 것이라는 사실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관광서울마라톤에 참가하였다면 얼마나 편했겠는가? 나서기 직전 잠깐, 차 안에서 잠깐..... 어떻게든 자투리 시간을 붙잡아 잠을 자서 컨디션을 끌어올려 보려고 애써도 절대 시간 자체가 부족하여 쉽지 않으리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원정마라톤이란 원래 이런 것이어서 기록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 잘 알고 있었다. 전날 밤 11시가 넘어 집에 들어와 자정이 넘어 밥을 짓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비몽사몽간을 헤매며 요 위에서 굴려 다녔다. 1시 반에 눈이 떠져서는 멍하니 있다가 새벽 4시에 참치캔과 장조림으로 밥을 먹었다. 강남고속버스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기 직전 PC방에 잠시 들르고 싶었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151번-148번 버스를 연계하여 터미널로 바로 갔다. 6시 5분 공주행 첫차에 탄 사람은 대부분이 마라톤 참가자였다. 지난 해에는 텅텅 비어서 갔다던데. 단체로 올라탄 동호회 회원들은 마치 버스를 전세낸 것처럼 떠들어 수면을 방해하였다. 이럴 때는 싫은 소리 못하는 성격이 너무 싫었다. 오늘 아주 망했구나 싶었다.
혹시 비가 내리거나 잔뜩 흐려서 지방까지 내려와 달리는 마라토너를 도와줄 수도 있겠다는 기대는 늘 하지만 그렇게 되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번 대회는 뜨거운 가을 햇살을 머리 위에 쏟아부으며, 급수 부족, 잦은 오르막, 이따금 가파른 오르막도 선사하여 빠진 힘을 더 빼어 놓았다. 일주일 내내 새벽 3시, 4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고, 밤 11시가 넘어 라면, 돈까스, 찌개, 콜라 등을 먹어대었으니 몸이 어지간히 망가진 느낌이었다. 에휴! 옆구리살! 마라톤을 잘 달리기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기상 상태, 사전 준비, 당일 컨디션을 든다면 내 경우는 모조리 어긋나 버렸다. 4년 전 세운 3시간 52분 25초의 9월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만 해도 감지덕지하다고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출발 1시간 전에 공주시민운동장에 도착하여 화장실에 다녀올 여유가 몇 차례 있었지만 신체의 순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마냥 들락날락하기만 했다. 바지 주머니에 휴지를 밀어넣고 옥천에서처럼 여차하면 중간에 화장실에 뛰어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아세탈님과는 탈의실 앞에서 만났지만 로운리맨님은 출발할 때에도 만날 수 없었다. 버스를 함께 타고 온 希洙형님도 대회를 마칠 무렵에야 다시 뵐 수 있었다.
정각 9시. 경황없이 출발했다. 잠도 별로 못 자고 이렇게 42.195킬로미터를 달려도 되는가 반문하면서 주자들 틈에 뒤섞였다. 준비를 제대로 못했으니 오늘 벌을 받을거야. 준비도 제대로 하지 않은 주제에 끝까지 달리려고는 할테니 골인할 때까지 호된 벌을 받을거야.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4시간 페이스메이커 사이에서 달렸다. 18일 전 풀코스에서 3시간 24분대로 달렸던 내가, 지난 주 조금 긴 하프 코스에서 달린 기록을 피터 리겔 공식에 대입했을 때 3시간 24분대가 예상되는 내가, 백제큰다리를 건너 갈 때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에서 한참 떨어져 발걸음을 옮기고 있어야 했다. 그래, 오늘은 이럴 수밖에 없는 거다. 9월 최고 기록인 3시간 52분 기록이나 깨면 되겠다. 운좋으면 3시간 49분대에 들어가고......
초반에는 새털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서 그늘이 만들어졌다. 선선한 느낌도 들었다. 사회자 배동성씨도 출발 전에 마라톤 하기 정말 좋은 날씨라고 했다. 그런 날씨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았을 것이다. 어느새 구름은 사라져 버렸다. 고생 좀 찐하게 해 보시지. 여름을 다시 보내줄테니. 그랬다. 가을의 달리기는 그늘과 뙤약볕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그늘에서는 서늘하기 짝이 없지만 햇볕 아래에서는 견디기 힘든 것. 몹시 피곤해서 수시로 눈을 감고 달리는데도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귀산리를 귀신리로 잘못 볼 정도였는데 가끔 구간 기록이 5분 이내도 나오더니 7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3시간 45분 페메와 나란히 달리게 되었다. 함께 달리면서 한동안 힘을 아낄까 하면서 몇 초 정도 고민했다. 그러다 결심했다. 나중에 어떻게 되더라도 일단 나가 보자고. 치고 나갔다. 10킬로미터를 51분대에 통과하면서 보니 앞쪽에서 노랑 풍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였다. 로운리맨님은 어디 있을까? 3시간 30분 페메 그룹에? 아니면 더 앞에? 피로에 찌든 눈을 크게 뜨고 아무리 살펴도 로운리맨님은 보이지 않았다. 공주에 오지 않으신 건가? 아니면 출발이 늦어 뒤쪽에서 치고 나오는 중인가? 점점 더워지면서 5킬로미터마다 나오는 급수대가 너무 멀게 느껴졌다. 10킬로미터마다 급수대가 설치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날은 2.5킬로미터마다 급수대가 있어도 물이 부족하다고 느껴질텐데. 급수대와 급수대 사이에 있는 스펀지를 짜서 얼굴과 목에 물을 뿌리면서 더위를 견디었다. 스펀지를 잡아 쓴 뒤 고무통에 덩크슛하듯이 던져 넣었다. 7.5킬로미터, 12.5킬로미터, 17.5킬로미터, 22.5킬로미터, 27.5킬로미터, 32.5킬로미터, 37.5킬로미터. 단 한번의 예외도 없이 스펀지를 썼다. 가끔은 아무리 짜도 물이 별로 나오지 않는 스펀지를 잡을 때도 있었다.
17킬로미터 금강철교를 건너면서 잠시나마 열광했다. 건너편의 공산성과 금강에 떠 있는 나룻배가 멋지게 조응하고 있었다. 20여년 전 공주 탐방의 추억이 생생했다. 18킬로미터를 넘어섰다. 백제큰다리에 오르는 주자들을 뒤쫓아 달리는데 아는 분이 보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싱글렛 주자. 로운리맨님이었다. 50미터 이내의 거리까지 좁혀졌다. 다리 위에서 반환할 때는 바짝 따라붙었다. 로운리맨님은 앞쪽을 열심히 살피며 달리고 있었다. 옆쪽에 따라붙으며 아는 체 했는데 건너편을 바라보며 나를 찾고 있었다고 했다. 잠시나마 함께 달렸다. 어떤 기록으로 완주할지 예상을 해 보며 달렸지만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몸은 점점 피곤해지는데 어떤 결과를 예상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그래도 그 순간만은 329니 339니를 거론했다. 3시간 30분 페메가 1분 정도의 거리 앞에 있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 후반에 치고 나가면 좋은 기록을 세울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늘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아예 걷거나 중도 포기하고 돌아오는 주자들이 있어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포기한 주자들은 더위에 넋이 나간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그늘을 찾아 주저앉은 주자도 보였다. 날씨가 아무리 사람을 힘들게 해도 나만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상관없다? 그런 게 마라톤에서, 특히 풀코스 마라톤에서 통할리 없었다. 로운리맨님과 정지산터널을 빠져나갈 때에는 참 좋았다. 오랜만에 나란히 달리면서 그늘 속에서 에너지가 한껏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터널을 빠져나가면서 구름이 몰려와 주로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현실은 뙤약볕이었다. 그늘과 비교되면서 더 힘들게 느껴졌다. 로운리맨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을 때는 한동안 동반주를 계획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로운리맨님으로부터 23킬로미터와 38킬로미터 지점 오르막을 조심하라는 정보만 얻고 앞으로 나와 버렸다.
최고의 갈등이 하프 주자들이 운동장쪽으로 좌회전하는 순간에 있었다. 그냥 하프만 달리고 말까? 20킬로미터쯤 달렸을 때 골인 지점이 보이니 갈등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 주에도 풀코스를 달려야 하니 오늘은 하프만 달려도 나쁘지 않을 것같은데. 덥기도 하고, 수면 부족 때문에 졸리기도 하고, 햇살은 사람을 잡아먹을 듯 뜨겁고..... 이겨내었다. 달리다 보니 중도 포기하고 돌아오는 주자들이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도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 여간 어렵지 않았다. 금강이 오른편에서 멋진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지만 머리가 지끈거리니 견디기 힘들었다. 포기하진 말아야 해. 혹시 달리다 졸도를 하거나, 정신연령이 유아 수준으로 내려가거나 그러진 않을까 두렵기도 했다. 2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예상 기록을 산출해 보니 3시간 35분 완주가 가능해 보였다. 이 완주 예상 기록은 잦은 오르막과 피로 누적으로 점점 뒤로 밀렸다. 23킬로미터 지점의 오르막은 각오하고 있어서 그런지 별로 부담없이 넘었다. 오르막은 그래도 낫다, 더위나 햇볕도 견딜만 하다, 하지만 이놈의 수면욕은 지독하게 이겨내기 힘들구나.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달리다 찬일님을 만났다. 선두 그룹에서 조금 밀리긴 했지만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하는 분에게 박수를 쳐 드렸다. 달물영희님의 310회 완주를 축하하는 글귀를 달고 달리는 달리는물개들 마라톤클럽 주자들을 자주 보았으나 미처 아는 체 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어디서 엇갈렸는지 모르겠는데 달물영희님과는 만나지 못했다.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가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제발 기록 좀 신경쓰지 말고 달릴 순 없을까? 돌아올 때 들러야 하는 급수대쪽으로 다가가 물 좀 한번 더 얻어 먹으려고 했다가 운영요원이 다가오지 말라고 해서 그냥 지나친 일도 있었다. 5킬로미터마다 물을 마시는 방식은 오늘같이 더운 날 견디기 힘든 일인데 융통성을 좀 발휘하면 얼마나 좋을까? 급수대 3킬로미터 전방.... 이렇게 적어서 들고 있는 자원봉사 학생도 있었다. 이쪽은 돌아올 때의 급수대이니 돌아올 때 이용하세요. 그렇게 외치기도 지쳐서 종이를 들고 서 있었던 것이다.
레이스패트롤 맡은 분이 걷고 계셨다. 헬스지노님이었다. 파이팅을 외치자 '네! (먼저) 가세요!'라고 했다.
25킬로미터 통과. 17킬로미터면 얼마 남지도 않았네 하면서 마음을 달래었다. 마지막 반환점은 어디에? 결국 돌아오는 순간이 오겠지.
30킬로미터가 가까워지면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생수에 포카리스웨트를 연타로 마셔 보지만 얼마 달리지도 않아 또다시 갈증이 생겼다. 새벽 4시에 밥을 먹은 것이 너무 일러서 그랬는지 허기는 수시로 찾아왔다. 일주일 동안 많이 먹어 살을 잔뜩 찌워 놓은 주제에 배는 왜 이리 자주 고프담. 후반이 힘들다는 공주백제마라톤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반환하면서 이제 12킬로미터가 남지 않았으니 열심히 달려보자고 마음먹었는데 맞바람이 아주 거세게 불었다. 바람이 분다고 해서 더위를 식혀 주는 것도 아니고 목이 덜 마른 것도 아니고..... 바람을 뚫고 되돌아오는 길은 쭈욱 이어졌다.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다. 단 1초라도 나무 그늘 아래를 지나기 위하여 주로를 지그재그로 달리는 주자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다들 햇볕에 죽어나고 있구나.
돌아오면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로운리맨님의 응원을 받았다. 천천히 가고 있을테니 빨리 오라고 말했다. 로운리맨님은 내게 불가능한 기록을 말하면서 응원했는데 불가능한 예상 기록이었지만 그 응원이 싫진 않았다.
사정없이 떨어지는 페이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보다 생각했다. 힘들 때 훈련나왔다고 생각하자. 오늘 열심히 달리면 살이 조금 빠진다고 생각하자. 그렇게도 이겨내면서 달렸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신명나게 달려나가는 3.15마라톤클럽 주자를 보았다. 내 뒤에서 발 소리를 내더니 금방 앞으로 치고 나갔다. 다들 발걸음이 느려지고 있는데 3.15 주자는 오히려 발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었다. 그 뒷심은 놀랍구나. 스퍼트를 해야 하는 구간이니 조금 속도를 올려 보긴 했으나 점점 멀어지는 3.15 주자였다. 나도 저런 일이 있었을텐데 오늘은 아니구나. 킬로미터당 몇 분이 걸리나 계산해 보려다 너무 느려진 페이스에 전의를 상실할까봐 일부러 시계를 보지 않았다. 그나저나 소변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변을 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면 쉴 수 있으니 그런 기회를 엿보았던 것이다. 후미진 곳을 찾아가 앞춤을 내리려다 너무 노출되어 있어 그냥 돌아나왔다. 몇 킬로미터만 참고 골인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순간 몸이 앞으로 나아갔다. 38킬로미터 지점의 오르막이 나오면서 다들 꾸물거리면서 등산을 하고 있는데 오히려 스피드를 올렸다. 3.15 주자를 제쳤다. 성큼성큼. 5분 페이스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시간을 체크했다. 3시간 15분을 훌쩍 넘겨 버려서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려도 3시간 30분대 진입은 어려워졌다. 5킬로미터에 195미터를 더 뛰어야 하니 더 여유가 없었다. 3시간 42분으로 골인해도 9월 최고 기록은 10분 단축되는 것이니 그리 나쁘게 달린 것도 아니었다. 몸이 좀더 회복되는 느낌을 받은 것은 39킬로미터를 통과했을 때였다. 어쩌면 5분 이내로 달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40킬로미터 급수대에서 수분을 보충하고 나아가다 물병을 흔들어 보이는 한 여성이 보였다. 동호회의 회원을 마중나와서 힘겹게 달리는 주자를 외면할 수 없어 여유가 되는대로 물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물을 마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가까이 다가갔다. 정말 감사합니다. 물컵은 돌려드려야죠. 시간은 흐르고 있었지만 어차피 3시간 39분대 골인은 날아간 것이니 10여초를 보낸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운동장의 애드벌룬이 보였다. 그렇게 멀게 느껴졌던 골인 지점이 가까워졌다.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지났다. 3시간 35분 40초가 되기 직전이었다. 마지막 1킬로미터를 4분 20초에 달리면 3시간 39분대로 골인할 수 있었다. 되든 안 되든 치열하게 달렸다. 하! 더 이상 오르막이 없는 줄 알았는데. 시민운동장 트랙으로 들어서기 직전 오르막이 길어서 정말 미웠다. 希洙형님은 25킬로미터 남짓만 달리고 말았다고 하시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사진을 찍어주셨다. 트랙으로 들어서기 직전에도 짧은 오르막이 있었는데 그 몇 미터의 오르막도 미웠다. 트랙에 들어서면 바로 골인할 줄 알았는데 한바퀴 정도를 돌아서 골인해야 하니 그것도 미웠다. 바쁘기 짝이 없는데 시간은 자꾸 까먹는 것같았다. 되면 되는 것이고 안 되면 안되는 것이지만 끝까지 해 보긴 해야지.
골인 지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아세탈님이 보였다. 하프를 달리시고 내내 기다린 것이었다. 사진을 찍어주기 위하여 스마트폰으로 나를 정조준하고 계셨다.
3시간 39분 51초
마지막 1킬로미터를 4분 10초에 달린 덕분이었다. 70개월 연속 풀코스 완주의 기록을 세웠고, 9월에는 3시간 40분대로 뛰어본 적도 없던 내가 처음으로 3시간 30분대에 들어섰다. 아세탈님의 감동 이벤트. 코카콜라 500밀리 패트병을 받았다. 아주 차가운 콜라였다.
짐을 찾아와 천막 아래에서 콜라를 마시다가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으러 갔다. 힘들어 쉬고 싶다는 希洙형님 것도 대신 받으러 갔다. 받으러 가는데 어느새 골인한 로운리맨님이 나를 불렀다. 선물 꾸러미. 또 주셨네. 요즘은 선물받으러 마라톤 대회장 다니는 느낌이다. 힘들긴 했지만 로운리맨님은 작년 기록을 깨뜨렸다고 했다. 오늘 날씨가 더웠는데도 작년보다 빨랐으면 훨씬 잘 달리신 거네요. 건달님도 인정해 주시는 거지요? 저는 못 달렸다고 야단치실 줄 알았어요. 그럴리가요.
먹거리 제공처에서 국수를 먹었다. 국수 뿐만 아니라, 고추, 오이, 당근이 담긴 접시에 막걸리 종이컵에 배낭에 선물 꾸러미에 비닐봉투까지....고양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였다. 어느새 역전의 용사들이 다들 모여 있었다. 로운리맨님, 아세탈님, 로운리맨님의 후배님, 希洙형님, 헬스지노님까지..... 국수는 다른 대회의 세 그릇 분량이 한 그릇이라서 남길 수밖에 없었다. 밤막걸리는 호기심에 아세탈님과 조금 나누어 마시고 나머지는 로운리맨님에게 드렸다.
아세탈님의 자가용을 얻어 탔다. 직장이 있는 동탄까지만 동행할 줄 알았는데 아세탈님은 집에까지 태워주셨다. 덕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세탈님의 스마트폰으로 노르웨이에서 찍은 1천 장이 넘는 사진도 모두 볼 수 있었다. 쿠우쿠우 수유점에서 저녁 식사도 나누었다. 급기야 CCD 선물까지 받았다.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달린 공주에서의 풀코스를 반성하고 인천송도에서 좀 나은 모습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독기를 품고 달리겠다는 로운리맨님을 응원하면서...... 날씨가 문제인데.... 당일 날씨를 흐리고 비내리게 만들려면 옥상에 올라가 머리 풀어헤치고(머리가 짧아져 풀어헤칠 머리가 없구나) 기도라도 해야 할까? 적벽대전을 앞두고 남풍을 불러일으킨 제갈공명처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모니터로 확인한 공주행 버스 내역
공주터미널에서 대회장까지 가는 셔틀버스. 이것이 마지막 운행 버스였다.
공주시민운동장... 1시간 전인데도 제법 붐비는 느낌이다.
열심히 달려들어오고 있다. (아세탈님이 찍어주심)
내 뒤에 있는 분은 운동장에 들어설 때만 해도 나보다 앞서 있었는데 3시간 30분대에 들어가기 위하여 스퍼트한 결과 많이 떨어졌다.
아세탈님이 주신 코카콜라를 들고(希洙형님이 찍어주심)
어찌나 머리를 짧게 깍았던지 머리카락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가능성이 없어 보였는데 3시간 39분대로 골인했다.
주최측에서 제공한 어마어마한 양의 국수..... 김치는 갖고 오고 싶었다. 김치 담기 힘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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