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안전처] 안전 안내
오늘 11시 폭염주의보 발효
낮동안 야외활동 자제 및 물놀이 안전 등에 유의하세요.
폭염주의보는 11시부터 발효되었지만 새벽부터 공기는 꾸준히 데워지고 있었다. 태풍 난마돌은 한반도를 떠났고, 장마전선은 남쪽으로 내려갔다. 마라톤 대회 출전을 결심했던 월요일 밤에는 대회 당일 비라도 내릴 줄 알았다. 비는 내리지 않더라도 비구름이라도 잔뜩 끼어 뜨거운 햇살을 막아줄줄 알았다. 하지만 정작 현실은 구름을 훑어내는 강한 햇빛이 머리 위에 떨어지면서 운동하는 사람을 점점 힘들게 하였다.
요즘 잠이 드는 시각인 새벽 4시 30분, 집을 나섰다. 수면욕을 어떻게 이겨내는가가 문제였다. 몹시 더운 날 수면을 잠시 늦추고 몇 시간을 더 버틸 수는 있겠지만 그 몇 시간 동안 42.195킬로미터를 달리는 것이 쉬워 보이지는 않았다. 신도림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로 환승하여 돌아오고 싶었다. 어차피 현장 접수이니 달리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한 달 동안 풀코스를 달린 적이 없는데다 지난 일요일에는 운동같지 않은 운동을 하는 데 그쳤다. 그래서 나에게 가한 중징계. 수요일 풀코스를 달려라. 돌아오는 일요일(7월 9일)에 달릴 풀코스에 대비하여 미리 연습주를 하라. 떨어진 실전 감각을 회복하라.
잠을 못 자고, 몸은 나쁘고, 풀코스 감각은 떨어지고, 날씨는 더워지고, 4회 왕복으로 달려야 하고..... 망할 수밖에 없는 레이스였다. 이런 날에 대한 기억이 있었다. 잘 달려봤자 4시간 20분, 더 힘들면 4시간 30분도 넘어간다.
준한님, 무언님이 먼저 출발하면서 운영요원에게 나에 대한 평을 했던 모양이었다. 운영요원은 3시간 30분대로 들어올 것이냐고 물었다. 이런 날씨에는 줄여야지요. 3시간 40분대 정도를 예상합니다. (7월에는 한번도 3시간 40분대로 들어가 본 적이 없고, 날씨 덕 봤을 때 3시간 55분으로 달린 게 최고 기록이면서.... 이런 건방진 멘트를.)
하품을 해가며 스트레칭을 하다 7시가 되기 직전 출발하였다. 고단하지만 자세를 바로잡아 몸놀림을 부지런히 하였다. 5킬로미터를 24분 30초에 통과했다. 3시간 20분대 후반의 페이스. 너무 빠르다. 이래서는 안된다. 더울 때 초반에 빨리 달리면 달리는 거리가 늘어날수록 견딜 수 없게 된다. 오늘은 기록을 자제해야 하는 날씨. 지겹기 짝이 없는 네 차례의 왕복 레이스를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게 현명했다.
1회전은 3시간 29분대 페이스로 갔다. 2, 3회전부터는 스피드를 극도로 자제하는 레이스를 했다. 스피드를 낼 수 없으니 자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일견 들기도 했다. 먼저 출발해서 달리시는 용구님, 은기님, Wan-sik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라는 인사를 받았다. Wan-sik님은 풀코스 1천회 완주까지 20번 남았다고 했다.
-살이 많이 빠졌네요. 배가 쏙 들어갔어요.(요즘 살이 쪘다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네. 작년에 비하면 빠졌고요. 덕분에 스피드가 좋아졌어요.
-그렇죠. 체중이 줄면 아무래도 달리기가 수월하죠. 요즘 70킬로그램 안 나가죠?
-70킬로그램 조금 넘지요.(많이 넘는데)
5.25킬로미터 급수대에서는 거의 콜라를 마셨다. 뙤약볕 구간을 조금이라도 피하기 위해 2회전을 선택한 분들도 있었는데 그럴 경우 급수를 한 동안 받지 못하였다. 더운 날 물을 마시지 못한다면 어떻게 견디겠는가? 지겹더라도 4회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4회전. 네 차례 왕복하다 보니 출발점으로 돌아올 때마다 더 이상 달리고 싶지 않은 유혹에 시달렸다. 10킬로미터만 달리고 말까, 하프만 달리고 말까, 32킬로미터만 달리고 말까? 실제로 하프와 32킬로미터만 달리고 레이스를 마친 분들이 있었다.
2, 3, 4회전 반환점을 향하여 나가는 노천 구간에서는 고통을 많이 받았다. 햇빛이 앞에서 쏘아대니 예리한 바늘이 연신 살갗을 찔러대는 것같았다. 지독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이 와중에도 마주보는 주자, 제치게 되는 주자를 일일이 응원했다. 땀은 흘러내려 다리를 타고 양말까지 적셨다. 달리는 데에만 집중하면 좋겠으나 이렇게 몇 시간 동안 연락을 끊고 나만의 세계에 빠져 있어도 되는가 하는 회의감이 들어 마음은 편하지 않았다. 내내 울적했다. 그렇다고 휴대폰을 들고 달릴 수도 없는 노릇. 무슨 일이 있어도 어쩔 수 없는 일. 왜 연락이 안 돼? 그렇게 따진들 어찌 하겠는가?
자제, 최대한 자제했다. 오늘 레이스의 코드명은 '자제'였다. 이것은 지난 해 8월 더위에서 달려 본 경험이 있었기에 발휘된 미덕이었다. 하프까지의 기록으로 판단하건대 그 페이스를 이어나가면 3시간 37분 골인이 가능했지만 자제했다. 그냥 풀코스 감각 되찾기, 살빼기에 전념했다. 배 주변이 묵직한 덩어리로 뭉쳐진 듯 불편했다. 몸의 순환이 잘 안 되어 그런 것같기도 하고 전날 밤 김밥을 싸면서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소화가 되지 않아서 그런 것같기도 했다. 여유만 되면 화장실에 들어가 앉고 싶었다. 완주할 때까지 소변은 보지 않았다. 나흘 후 다시 달릴 풀코스를 대비한 연습주에 집중했다. 지독하게 외로운 달리기였다. 로운리맨님 생각이 났다. 지난 2주 동안 연속 달리면서 로운리맨님은 닉네임처럼 얼마나 외로웠을까? 혹시 월차를 내어 아세탈님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했다. 외로운 달리기가 던지는 연상 작용.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 내 상황. 언제까지일까? 죽을 때까지 이럴까? 마지막을 향하여 달려가는 것은 분명한데..... 언젠가 내 생애 마지막 마라톤이 있을 것인데..... 아직은 더 달려야 해. 이 고독한 운동, 마라톤.
마지막 회전. 반환한 후 도림천을 감아도는 구간에서는 살짝 스피드를 올려 킬로미터당 5분 이내의 속도로 달렸다. 덕분에 SUB 345.
3:44:32
지난 해 11월 이후 달렸다 하면 3시간 20분대에서 30분대였는데 너무 늦어진 것 아닌가?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어쨌든 7월 개인 최고 기록을 10분 이상 경신하였다. 내가 7월에 3시간 44분대로 달리리라곤 꿈도 꾸지 못했는데..... 참가자 가운데 1등을 했다. SUB-4 주자는 나 말고 한 분 더 계셨다. 70대의 용석님은 6시에 출발, 2회전 하여 3시간 47분 32초로 달리셨다.
후유증이 심했다. 몇 일 동안 회복시켜 다시 풀코스에 나서야 한다. 그 날은 오늘보다는 잘 달려야 한다. 비라도 내려주면 고맙겠다. 마라토너가 아무리 열심히 뛴다고 해도 하늘이 기특하다며 달리기에 수월한 날씨를 하사하는 일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수요일 공원사랑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려면 한양빌딩 5층으로 가야 한다. 알아서 참가비를 낸 후 이름을 기록하고 배번을 챙겨야 한다.
직접 이름을 쓰고 3340 배번을 받았다.
대회장에서 가까운 한양빌딩. 이 곳 5층에 한국마라톤 TV 사무실이 있다.
영등포수변둘레길 마라톤대회?
공원사랑마라톤을 영등포구에서 개최하다 보니 이런 명칭을 써주어야 한다고......
그러고 보면 달리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많네.
완주 후. 기록증, 배번 들고, 메달은 목에 걸고......
억지로 웃어 본다.
어서 가서 잠부터 자야 할텐데.....
7월에 3시간 40분대로 뛸 수 있을 줄이야. 이레저레 상황이 좋지 않았는데......
기록증 봉투에는 고맙게도 참가비 50% 할인권이 들어 있었다.
새벽 5시 10분경 을지로입구역.... 151번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왔다.
5시 15분.... 첫차가 출발하려면 15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을지로입구역에서 출발하는 첫 차가 대기중이다.
이 첫 차를 놓치면 10분 이상 기다려야 하고, 거기에는 승객들이 가득 들어차 있기 때문에 꼭 이 차를 잡아야 한다.
언젠가부터 이 출발점은 붙박이처럼 바뀌지 않는다.
한양빌딩 지하 1층에 마라톤 힐링카페가 생겼다.
마라톤 시인 신성범님이 축시를 써 주셨네. 이 문을 열면 샤워장이 나온다.
황영조의 화환
윤여춘 해설위원의 화환
내가 달린 날이 오픈하는 날이었다.
이봉주의 화환
내가 달렸던 도림천 주로
신도림역을 자주 보아야 하는 레이스였다.
폭우의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징검다리쪽으로 잡초가 떠내려와 걸려 있다.
비가 많이 내린 후에는 이렇게 된다.
홈플러스 신도림점에서 찬거리 위주로 쇼핑했다.
우유는 이렇게 사려고 했다가.....
당장 마실 수 있는 서울우유로 바꾸었다.
전날 챙겨 먹고 남은 김밥.
전자레인지 밥찜기로 밥을 두 차례 지어 김밥을 쌌다. 내용물은 네 개만. 단무지, 게맛살, 소세지, 어묵.
풀코스를 감당한 마라톤화는 바로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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