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풀코스를 위하여 나흘 전 풀코스를 달렸다. 그 날 7월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그 기록을 또 경신하고 싶었다. 축축하게 젖은 날씨에 세 시간 정도 잤지만 그래도 잤다는 느낌에 안도했다. 속이 더부룩하지 않다는 사실에 2회전만 해도 된다는 점도 내 기록 도전에 동기 부여가 되었다. 불볕 더위가 아닌 것, 하품을 하지 않는다는 것, 달리는 동안 화장실에 가고 싶어 시달리지 않는다는 것, 같은 코스를 네 번 왕복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단 몇 일만에 얼마나 개선된 상황인가? 거기에 로운리맨님까지 주로에서 함께 한다고 하였으니......
3시간 42분 07초가 목표였다. 3시간 42분 08초가 내 베스트 기록 30위에 해당되니 그 기록을 깨뜨려 30위 자리에 오늘 기록을 밀어 넣는 것. 거기에 혹시 가능하면 3시간 39분대에 들어가고. 몹시 피곤한 기색으로 나타난 로운리맨님은 힘들어 오늘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하프를 달리기로 한 아세탈님은 갑자기 생긴 회사 일 때문에 참가하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러 대회장까지 와서 선물도 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셨다.
6시, 7시 이원 출발이었다. 이미 6시부터 달리는 분이 있었고 7시가 되기 전에 자신의 출발 시간을 기록하고 달리시는 분들도 있었다. 7시에 몇몇 분들과 함께 아세탈님의 응원을 받으며 출발했다. 1킬로미터 지점까지 5분이 걸리지 않았다. 노원마라톤클럽 희규님, 로운리맨님, 그리고 나. 그렇게 1위부터 3위까지 자리를 잡았다. 3시간 29분대에 골인할 것도 아니고, 그렇게 골인할 수도 없으니 속도를 줄였다. 2킬로미터 남짓 달렸을 때 만나는 자체 급수대에 아세탈님이 계셨다. 좀더 시간을 내시어 사진을 찍어주셨다. 50미터 이내의 거리를 두고 희규님, 로운리맨님을 따라 달리는데 내심 아쉬운 것은 몸무게 1킬로그램만 덜어낸다면 저분들과 나란히 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5킬로미터는 25분 후반대. 습도가 높은 날씨라 상의와 반바지는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땀에 또 땀이 더해져 땀냄새가 주로를 물들였다. 달물영희님은 보이는데 바깥술님은 보이지 않았다. Wan-sik님, 은기님, 준한님, 정표님 등과 인사를 나누며 나아갔다. Wan-sik님은 급수대에서 만났을 때 컵에 담긴 물을 목에 부어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징검다리 데크를 건널 때만 해도 로운리맨님을 따라갈 수 없을 것같았는데 점점 거리가 가까워져 9킬로미터 지점을 조금 넘어 로운리맨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말았다. 풀코스에서 이렇게 빨리 따라잡다니..... 3주 연속으로 풀코스를 달리는 로운리맨님, 올해 벌써 스무번째 풀코스를 달리는 로운리맨님,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유가 크겠다. 로운리맨님은 내게 몸이 가는대로 앞으로 나아가라고 했다. 2등으로 올라서서 희규님을 따라갔다. 10킬로미터 통과를 51분에 했으니 5킬로미터 이후 페이스가 좋아졌다. 희규님을 따라가면서 저 분은 참 자세가 안정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정말 꾸준한 페이스로 달릴 수 있는 게 안정된 자세 덕분이구나. 저 분은 더울 때 강하다고 했으니..... 끝까지 따라 달릴 수만 있다면 좋겠구나. 로운리맨님이 초반에 좋지 않으면 후반에 좋을 수 있으니 곧 동반주를 할 수 있겠구나.
1회전. 하프를 달리고 시간을 체크하니 1시간 48분이 걸리지 않았다. 후반에 칠 수만 있다면 혹시 3시간 29분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어이없는 희망을 가졌다. 나흘 전 달린 풀코스 덕분에 풀코스에 대한 감을 회복했고, 어려웠던 풀코스와 비교하면서 부담을 대폭 줄였지만, 수요일 달린 풀코스 때문에 부담도 생겼다. 나흘만에 몸이 회복될 수 있을까? 후반에 체력 고갈로 애먹는 것은 아닐까? 풀코스는 너무 긴 거리, 장담할 수 없었다. 여름에는 더욱 더. 그러다 보니 희규님을 30미터 거리를 두고 따라가면서도 감히 제치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제치려고 나섰다가 바로 오버페이스에 걸릴 것같았다. 아무리 흐린 날이라지만 여름에는 한결같이 조심해야 한다. 혹시 가능하다면 35킬로미터쯤 달리고 나서, 즉 세번째로 징검다리 데크를 건넌 뒤 스피드를 올려 보리라 마음먹었다.
30.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2시간 33분이 지났다. 잘하면 3시간 34분대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잘 달리면 SUB 335(3시간 35분 이내로 풀코스 완주-킬로미터당 5분 5초 페이스)도 가능하실 거예요. 로운리맨님은 출발 전 내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그 말 때문에 적당히 타협해서 3시간 42분, 잘 하면 3시간 39분대로 달리려던 계획을 상향 조정하였다. 마주 보면서 또는 도림천을 사이에 두면서 응원을 주고 받던 로운리맨님은 끝내 내 옆으로 오지 않았다. 1회전 후 파워젤을 먹고 힘을 내어 치고 오세요라는 말도 했지만 거리 차이가 좀더 났다. 각자 외롭게 마라톤을 마무리하게 생겼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1분대로 달리면 3시간 34분대가 가능하지만 과연 해낼 수 있을까? 나흘 전에 비하여 확실히 편해졌지만 35킬로미터 이후 생긴 피로는 견디기 힘들었다. 지금은 겨울이 아니었다. 비 예보는 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가끔 햇빛까지 보이는 한여름이라 지칠 수밖에 없었다. 밤마다 먹어댄 음식과 콜라, 커피가 적지 않았다. 금요일 운동하러 나갔다가 조금 달리고 지쳐서 걸어오기까지 했다. 희규님과는 거리가 벌어져 100미터 정도 차이가 났다. 어떤 때에는 5분 10초, 어떤 때는 5분 5초, 가끔 4분 55초... 내 페이스는 들쭉날쭉이었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 11분이었다. 5분 페이스로 가면 3시간 36분 골인.... 그것도 잘한 것이지만 이왕이면 로운리맨님의 예언대로 3시간 34분대로 들어가고 싶었다. 메이저대회에 출전했다고 생각하고 달렸다. 힘들었는데도 스피드를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달려 선두와의 거리는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쓸데없는 짓을 했다. 시간을 잡아먹는 마지막 급수대에는 굳이 들를 필요가 없었는데 비닐봉지에 있는 컵 꺼내고 물 받고 하면서 소중한 시간을 써 버렸다. 선두와 가까워졌던 거리가 다시 벌어지고 말았다. 선두보다 31초 늦게 골인했다.
3:34:48
로운리맨님의 예언대로 SUB 335를 했다. 물웅덩이를 지나온 것처럼 발이 축축했다. 흘러내린 땀이 양말을 적시고 신발까지 적신 것이었다. 로운리맨님은 좋지 않은 컨디션에도 지난 주 경신한 7월 최고 기록을 또다시 경신하였다. 처음에는 표정이 좋지 않아 기록을 깨뜨리지 못해서 그러는 줄 알았다. 너무 힘들어서 표정 관리가 안 되었을 뿐이라고 했다. 함께 순대국을 먹고 아이스 음료도 마셨다.
골인한 후 마신 콜라와 생수.... 그 양이 어마어마했다. 500밀리 생수 두 통은 바로 비웠다.
출발을 기다리는 중. 사진 중앙에 내가 있다. 이렇게 보면 그리 뚱뚱해 보이지 않는 것같기도 하다. 아세탈님이 찍어서 보내주셨다.
시계 세팅을 하고 출발하기 직전이다.
아세탈님이 기다리고 계시다 사진을 찍어주셨다.
앞의 분들은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달리니 너무 빠른 것 아니냐며 한 마디......
아세탈님을 보고 웃고 있는데......
신도림역을 향하여 달리고 있는 뒷모습까지 찍어주셨네......
대회를 마치고 가는 길에(로운리맨님이 찍어주심)
3시간 34분 48초. 7월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7월에 3시간 30분대로 달릴 수 있다니..... 이건 뭘까?
로운리맨님과 함께 순대국을 먹으러 갔다.
요즘은 오뚜기 육개장을 주네.
기록증과 기념품을 종이 봉투가 아닌 비닐 봉투에 담아준다.
3시간 34분 48초..... 그런데 살을 좀더 빼야겠다. 살을 좀더 빼면 더 잘 달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라톤화를 세척했다. 여름에는 피할 수 없는 대회 후 수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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