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7주년을 맞이하여 종전과 평화, 통일의 꿈을 염원하고자 신한대학교가 주최, (주)스포테인이 주관, 동두천시, 연천군, 경기예총북부협의회가 후원, KEB 하나은행, 바로선병원, 성베드로병원, 예쓰병원이 협찬한 마라톤 대회가 동두천시, 연천군 일대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무료 참가대회였다. 당초 공원사랑마라톤 대회에서 풀코스를 달리려고 했는데 마라톤온라인에서 무료 대회가 있음을 확인하고 하프 종목에 참가하기로 했다. 올해 6월에는 풀코스와 10킬로미터 종목은 단 한 차례 달리고 하프는 네 번이나 달리게 되었다. 이례적으로 13년만에 1시간 30분대 기록을 세 차례나 기록했으니 이왕이면 6월의 마지막 하프도 1시간 30분대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자꾸 삐져나오는 옆구리살, 둥그스름해지는 턱선, 굼뜨게 움직이는 몸..... 무리한 바램이겠지. 한숨 작렬. 그래도 대회 당일 비가 내린다고 하니 날씨 덕을 볼 수 있겠다는 기대감 슬며시......
동두천에 오랜만에 가서 달렸다.
내가 도착한 시각은 너무 일러서 자원봉사요원도 배치가 되기 전이었다.
CU에서 스위트 아메리카노를 사서 마셨다.
당초 코스는 지행역 부근에서 출발하여 소요산역을 지나갔다 초성교 앞에서 반환하는 대회였는데 6.25 기념비 앞에서 반환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골인지점도 코스 중간지점으로 바뀌었다. 골인한 후 셔틀버스로 행사장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이렇게 바뀌면서 조금 힘들 수 있는 초성교 오르막을 달리게 되었다.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 토요일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다 보니 몹시 피곤했고, 그 덕분에 자정이 되기 전에 잘 수 있었다. 5시간 정도 잤지만 깊이 잤다. 알람을 듣지 않고 일어날 수 있었다. 오뎅 국수를 만들어 먹고 집에서 나왔다. 아에분유 한 통 다 마시고, 아에드 반 통 마시고, 대회장 근처 CU에서는 스위트 아메리카노 아이스커피 마시고, 아에젤까지 먹었다. 하프 출발이 오전 9시인데 대회장에는 7시 20분도 되지 않아 도착했으니 세월아 네월아였다. 상기님을 만났는데 새벽 1시까지 라이브 공연을 하고 와서 피곤하다고 했다. 광희님을 만나고 횡성사랑님도 만났다. 광희님은 2주 전에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고 했고, 횡성사람님은 지난 주 홍천-양양 고속도로 개통기념 풀코스를 달렸다고 했다. 대화하다가 아세탈님 이야기도 나왔다. 아세탈님은 배번 수령처에서 만났다. 라면을 1+1으로 끓여 드신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번에 드린 짜장라면을 한 개씩 더 챙겨서 드렸다.
대회장 근처에 건물이 많아 화장실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하였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 뒤에서 출발하였다. 주최측이 정확히 안내해 주지 않아 8킬로미터, 6.25킬로미터 종목 주자 일부가 하프 주자와 함께 출발하는 일도 있었다. 지행역쪽에서 보산, 동두천, 소요산역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이 코스는 버스를 타고 여러 차례 지난 일이 있어 익숙한 구간이었다. 차를 타고 다닐 때에는 몰랐는데 제법 오르막이 있었다. 흐리기는 했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나오기도 했다. 햇빛은 달리는 중간 쯤 머리 위로 강하게 떨어져 곤혹스럽기도 했다.
달리다 보니 앞쪽에 횡성사랑님이 있었다. 오늘 목표는 2시간 이내 완주라고 했다. 첫 1킬로미터 기록이 얼마나 나올까? 일주일 동안 몸이 무거웠던 데 비하면 오늘은 가볍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계를 보고 놀랐다. 4분 40초가 나왔다. 처음부터 이렇게 나오면 1시간 39분대는 무난하지 않는가? 숨이 찬 것도 아니고.... 2킬로미터까지 9분 30초가 걸리지 않았다. 광화문 페이스메이커 필희님에게 인사드렸다. 광희님에게는 먼저 간다고 말씀드리고 앞으로 나아가 4킬로미터까지의 내 공식 기록은 18분 03초 76이었다. 5킬로미터는 22분 50초를 살짝 넘겼다. 1시간 34분대로 달렸던 강남구청장배보다 5킬로미터 구간 기록이 10여초 느릴 뿐이었다. 그렇다고 오늘 1시간 34분대로 달릴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심심치 않게 오르막이 길게 나와 스피드를 제어하였다. 일부러 속도를 늦출 필요도 없이 오르막 코스가 자연스럽게 내 속도를 떨어뜨려 주었다. 습도가 높아 땀은 여느때보다 훨씬 많이 났다. 옷을 입은 채 소금물 샤워하고 바로 달리는 기분이었다. 킬로미터당 페이스가 4분 15초가 나올 때가 있었는데 오르막을 만나면 5분 가까이 떨어졌다. 업다운이 심한 코스로구나. 조심해야지. 소요산역을 지날 때는 등산객들이 많았다. 마차산과 소요산 사이의 도로를 따라 연천을 향하여 열심히 나아갔다. 7킬로미터 표지판이 있어야 할 곳에 20.0975킬로미터 표지판이 있었다. 표지판이 앞뒤로 뒤집힌 것이었다. 여유만 있으면 바로잡아 주고 달릴텐데. 7과 20이 같은 표지판이라면 13킬로미터를 넘긴 후에 반환하겠구나 하는 계산을 했다. 중랑천을 달리는 사람들 주자 한 명이 씽씽 내달았다. 워낙 빠른 주자인데 늦게 출발한 모양이었다. 곤색 티셔츠 주자 한 명이 나를 제치고 나갔다. 5킬로미터 이후 나를 제친 유일한 주자 2명.
10킬로미터까지 정확히 46분이 걸렸다. 지난 주 10킬로미터 단일 종목에서 51분이 넘었는데.... 오늘 왜 이러나? 지난 주 1시간 37분대로 달렸을 때 초반 10킬로미터가 47분이었는데. 더욱이 힘들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다. 누적된 피로는 있어 눈을 삼박거리긴 했어도 한본새로 밀고 나가고 있었다. 비가 내릴 줄 알았던 날씨가 구름이 걷힌 듯 맑아지고 있었다. 내 그림자가 비스듬하게 앞쪽에서 함께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돌아올 때 햇빛을 마주하면서 애를 먹겠다는 두려움이 덜컥 들었다. 좀 줄이면 되지. 스피드를 좀 줄여도 1시간 30분대는 가능할테니. 초성교를 따라 달리면서 후반에 애를 먹겠다는 사실을 알았다. 너무 내리막이었다. 내리막이라고 좋을 것은 없었다. 돌아올 때 오르막으로 바뀔테니. 미리 각오해야지.
12킬로미터를 넘었을 때 하프 선두 주자가 돌아오고 있었다. 1시간 20분대 주자임에는 틀림없는데 그다지 빠르게 느껴지지 않았다. 저보다는 엄청 빠르지 않았나. 왜 저렇게 느리게 달리지? 50등 전후로 달리면서 선두 주자가 느리다고 판단하다니..... 달리면서 갑자기 쓰러져 유명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겁이 덜컥 났는데 생각해 보니 달리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죽음을 떠올리지 않은 적이 없었다.
여유있게 상기님과 인사했다. 6.25 기념비를 미처 확인하지 못하고 반환했다. 나를 제쳤던 곤색티셔츠 주자 앞으로 나아갔다. 달리는 도중 아주 잠깐 한탄강과 경원선이 어우러진 풍경을 감상했다. 광희님에게 응원을 보내드리고 잠시 후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만났다. 횡성사랑님이 보이지 않았다. 수십 미터 뒷쪽에 계셨다. 페메 잡으셔야지요. 외치며 지났다. 아세탈님은 어디 계실까? 고개를 곧추 들고 주자들을 맞바라보기하며 전방을 살폈다. 골드코스트마라톤 기념티셔츠를 찾아라. 혹시 포기하신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여러 차례 하고 있다가 여유있게 달리는 아세탈님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 손을 흔들며 스퍼트했다. 15킬로미터 지점 통과 기록이 1시간 6분대 후반. 이제부터는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려도 1시간 36분대 골인이 가능했다. 혹시 1시간 34분대는 가능할까? 오르막이 있으니 장담할 수 없었다. 16킬로미터 지점 초성교가 나왔다. 1킬로미터나 되는 긴 오르막이었다. 나름대로 스피드를 유지하며 달리면서 여러 주자들을 제치는데도 5분이 걸렸다. 강남구청장배의 1시간 34분 48초 기록은 못 깨뜨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6월말에 이게 어디냐? 돌아올 때는 구름발이 길게 드리워져 불더위를 막아주니 다행이었다. 3킬로미터 남았을 때 잘하면 1시간 34분대 초반도 가능하겠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하지만 또 오르막이 있었다. 수시로 스피드를 제어하는 오르막. 2킬로미터 남았을 때 상기님이 보였다. 하프를 달리면서 상기님과 100미터 정도 차이로 달리는 것은 처음이었다. 골인 지점이 바뀌다 보니 아치가 없어 확인이 조금 어려웠다. 100여 미터 앞에서 달리던 상기님이 걸음을 멈춘 것으로 보아 거기가 골인 지점인 것같았다. 시계를 보았다. 1시간 32분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초까지 확인할 여유는 없었다. 직감적으로 7년 전 세웠던 1시간 33분 43초 25의 기록을 깨뜨릴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골인했다. 1시간 33분 15초 87. 후반 11.1킬로미터를 47분대 초반으로 달렸다는 뜻이었다.
2017년 풀코스 최고 기록을 세 차례 경신하고, 하프 기록까지 경신하다니..... 2017년은 내 마라톤 인생, annus mirabilis인가? 2012년 하프를 30회 달릴 때 1시간 30분대 완주는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 그런데 올해는 9번 달리는 동안 8번을 1시간 30분대로 완주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셔틀버스에 올랐다. 다른 대회에서 범접할 수 없는 스피드로 내 앞에서 달리던 분들이 함께 있으니 감정이 묘했다. 신발끈을 풀고 생수를 들이키는 동안 땀은 흥건히 흘러 좌석을 적셨다.
행사장으로 돌아와 간식과 완주메달을 받고 기록증도 받았다. 젖은 옷을 갈아입은 후 미숫가루를 세 잔이나 들이켰다. 횡성사랑님은 후반에 역주하여 2시간 페메를 제쳤다고 했다. 아세탈님은 제한시간에 걸릴 것같아 16킬로미터만 달리고 말았다고 했다. 아세탈님은 차로 우리 동네까지 태워주셨다. 덕분에 동네 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나눌 기회도 있었다.
정녕 몰랐다. 2010년 11월 세운 하프 최고 기록은 너무 빠른 기록이라 죽을 때까지 깨뜨리지 못할 줄 알았다.
6월에 생애 최고 기록을 세운다는 것,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도핑 테스트라도 해보자고 할 것같다. 인간이 1년 사이에 이렇게 빨라질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하프 최고 기록을 경신하게 해 준 하프 전용마라톤화.
반환할 때까지만 해도 50위 전후였던 내 순위는 후반 스퍼트 덕분에 26위로 올랐다.
아세탈님과 함께 먹은 돌솥밥 보쌈정식. 시골보쌈 & 감자옹심이 수유점. 여기서 1킬로미터 이내 우리 집이 있다.
돼지고기는 선택할 수 있는데 삼겹살로 했다.
새벽에 만들어 먹은 어묵 국수.
오이와 당근만 곁들였는데 무를 미리 넣어 맛을 냈어야 했다. 새벽 5시 30분 식사....
점심 때 잘 먹어 배가 꺼지지 않아 저녁은 콘프레이크와 우유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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