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한강레이스챔피언쉽이라! 원래 한강서울마라톤대회였는데 명칭이 바뀌었네.
풀코스 마라톤이 힘든 계절이 돌아왔다. 6월부터 8월까지는 42.195킬로미터 완주에 도전하는 주자들이 매우 힘들어하는 시기이다. 나의 경우 6월에 풀코스를 달린 횟수가 총 8회. 최고 기록은 2년 전 6월 6일 세운 3시간 56분 41초. 서브4 확률은 50%다.
6월.... 3시간 40분대는커녕 3시간 50분대 초반도 해 본 적이 없는 나에게 로운리맨님이 바람을 넣는다.
건달님 335는 무조건 되실 거고
서브330 조심스럽게 예상해 봅니다.
내 대답은......
한강서울 최고 기록인 3:57:45만 깨뜨려도 좋은데요.
어제 하프 달릴 때에도 더워서 뛰기 싫은 마음이 들던데 풀코스는 오죽하겠어요?
그냥 흐리고 비나 내렸으면 좋겠어요.
내 바람대로 대회 당일 날씨가 흐렸다. 바람도 불었다. 비가 내릴 것같은 날씨였다. 마라톤 참가자들이 늘 염원하는 달리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로운리맨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방바닥이랑 하이파이브'하고 있다는 이모티콘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기 때문에 새벽 4시 넘어 잤더니 엄청 피곤해서 완주도 힘들 것같다고 했다. 로운리맨님이 좋지 않다고 하면 3시간 25분에서 3시간 29분 사이로 달릴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분석했다. (초반에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오버페이스를 자제할테고, 그러다 보면 중후반에 발휘할 힘을 세이브할테니까.) 아세탈님은 내게 줄 선물 한 보따리를 준비해서 물품 보관소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선물 꾸러미를 받고 나니 물품 보관을 두 차례 해야 했다. (별도 포스팅 예정)
하프 참가하시는 希洙형님이 사진을 찍어주셨다. 바깥술님은 요즘 특별 훈련이라도 하느냐며 오늘도 서브 330할 것이냐고 물었다. 우왕좌왕하다가 출발했다. 달리기에 참 좋은 날씨였다. 하지만 이런 날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고 한구님에게 말했다. 몸이 잘 나간다고 초반에 무작정 치고 나가다가 후반에 애먹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니. 초반 10초 빨리 달리면 후반 10분 고생한다는 말이 오늘도 유효하리라.
1킬로미터 이후 잠시 로운리맨님과 함께 달렸다. 서로의 초반 페이스가 판이해서 이런 일이 거의 없는데 로운리맨님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덕분이었다. 뒤에서 요란한 발걸음 소리를 내는 무리가 있었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달리는 사람들이었다. 따라잡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치고 나갔다. 2킬로미터까지 10분 10초가 걸렸다. 5분 5초의 페이스. 특전사님이 내 앞으로 나온 후 꾸준히 따라갔다. 5킬로미터까지 25분이 걸리지 않았다. 6월의 풀코스를 초반에 이렇게 빨리 달린 일이 없었다. 특전사님과 3킬로미터 남짓 대화하면서 달렸다. 공원사랑 울트라마라톤에서 9시간 34분으로 달려 1등을 했는데 그 기록이 풀코스 2시간 40분보다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박수를 쳐 드렸다. 그 외에도 이 대회 저 대회 무용담을 들으며 달리는 게 지겨운 줄 몰랐다. 그때마다 박수를 쳤다. 그러면서 3시간 29분대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이러다 후반에 큰 일 나지. 아무리 흐린 날씨에 바람도 불지만 엄연히 여름이라고. 내 옆구리살도 심상치 않고...... 그런데 힘들지 않으니 은근히 기대감도 생겼다. 잘하면 329하는 거야.
안양천에서는 바람이 더 거세졌다. 하지만 한강변을 달릴 때 받았던 습한 느낌이 없어 땀은 별로 나지 않았다. 10킬로미터를 49분 40초에 지났으니 3시간 29분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었다. 특전사님은 스퍼트해서 쭉 앞으로 나갔다. 직선 주로에서 고개를 돌려 뒷사람을 확인하는 일이 결코 없는 나로서는 로운리맨님이 어디 있는지 무척 궁금하였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했는데 얼마나 많이 떨어져 있을까? 11킬로미터를 지나 신정교를 건너 안양천을 감아돌 때 고개만 살짝 돌려도 뒷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뒤에 로운리맨님이 달리고 있었다. '컨디션이 나빠도 그 정도라면 최고!'라는 의미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12킬로미터 부근에서 로운리맨님은 나를 추월했다. 어찌 된 일이냐고 물으니 레이스패트롤하는 헬스지노님이 끌어주었다고 하였다. 앞에서 달리는 노원육상연합회의 Hee-kyu님까지 따라잡았다. 여름에 그렇게 잘 달린다는 Hee-kyu님을. 로운리맨님을 따라잡을까 하다가 그냥 Hee-kyu님을 따라갔다. 한강을 다시 만나는 16킬로미터 지점에서는 동반주를 시작했다. 일렬 종대로 달렸다. 나는 산책로, Hee-kyu님은 자전거도로로 달렸다. 아직은 편안한 조깅같은 달리기였다. 마음만 먹으면 스피드를 올려 로운리맨님 옆에서 달릴 수도 있었지만 자제했다. 후반을 위하여. 내가 신경써야 할 것은 종아리에서 자꾸 떨어지려는 근육 테이프였다. 땀이 많이 흐르는 날씨에 4시간을 넘게 달려도 미동도 없이 붙어 있던 테이프가 요즘 왜 이렇게 잘 떨어진담? 스피드가 빨라서 그런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난제다. 종아리를 아예 감싸 주는 제품을 착용할까 보다.
간신히 서브4를 할 때는 17킬로미터를 전후하여 풀코스 선두 주자를 만났는데 내가 빨리 달리는 만큼 18킬로미터를 넘어서도 선두 주자를 볼 수 없었다. 19킬로미터 직전 한 주자가 1위로 돌아오고 있었다. 잠시 다른 데를 보고 있는데 2위로 달리던 찬일님이 내게 먼저 파이팅을 외쳤다. 선두 주자가 먼저 파이팅을 외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찬일님은 여유가 넘쳤다. 나중에 들으니 역전 1위를 했다고 하였다.
로운리맨님과 헬스지노님이 반환하여 나란히 돌아오고 있었다. 모른 체 할 줄 알았는데 로운리맨님이 헬스지노님을 의식하지 않고 파이팅을 외쳐주셨다. 1시간 44분 전후의 기록으로 반환했다. 지치지 않고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3시간 20분대로 골인할 수 있으리라. 화장실에도 들러야 하니 어느 정도 시간을 잃겠지만 3시간 29분대는 가능하지 않을까? 5월에도 3시간 20분대에 들어가지 못했는데 6월에 3시간 20분대가 가능하다고? Hee-kyu님과는 어느덧 8킬로미터를 함께 달리고 있었는데 맞바람이 심해서 그런지 너무 느리게 뛰는 것같았다. Hee-kyu님과 동반주를 한다면 조깅하는 느낌으로 한동안 달릴 수 있겠지만 4분 55초에서 5분 사이를 오가던 페이스가 5분 30초까지 떨어지는 것은 막아야 했다. 24킬로미터 지점에서 치고 나왔다. 로운리맨님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빨리도 가셨구나.
돌아가는 길에 순차적으로 지인들을 만나 인사했다. 은기님과 바깥술님에게는 후반에 스퍼트해야 한다고 외쳤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하는 달해아름다워님과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와 달리는 한구님과 태현님에게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횡성사랑 석근님에게는 두 팔을 높이 들어 흔들며 응원했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응원을 한꺼번에 한 셈이었다. 여유있게 달리는 맹순 여사님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들뜨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최악의 후반을 대비했다. 후반에 어떤 복병이 나타나 나를 괴롭힐지 알 수 없으니. 미리미리 수분 섭취와 영양 보충도 했다. 파워젤을 갖고 달리지 않는 만큼 급수대에서 제공하는 생수와 게토레이, 초코파이, 바나나 등을 반드시 챙겨 먹었다.
26킬로미터를 달려 다시 안양천으로 접어들었다. 운동 나온 아가씨 한 사람이 맹렬하게 달리는데 도무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따라가다가는 오버페이스를 할 것같아 자제하였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졌지만 이내 그쳤다. 30킬로미터 직전 화장실에 다녀왔지만 30킬로미터는 2시간 29분 11초에 통과했다. 남은 12.2킬로미터를 1시간 정도로 통과할 수 있으면 3시간 20분대 진입이 가능했다. 신정교를 건너기 직전 건너편 주로를 살폈다. 헬스지노님은 보이는데 로운리맨님은 보이지 않았다. 피곤하다고 하였는데 초반에 오버페이스해서 생애 60번째 풀코스를 포기한 것은 아닐까? 31킬로미터 지점. 걷고 있는 헬스지노님을 제쳤다. 로운리맨님의 소재를 묻지 않았다. 초반에 자제한 만큼 후반에 역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예상에, 잠을 거의 못 잤다는데 몸을 버리는 것 아닐까 하는 우려도 하면서.
신정교를 건너서 만나는 안양천변. 그때부터 거리 표지판은 풀코스 표지판과 하프코스 표지판이 순차적으로 나왔다. 그리고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표지판이 나왔다. 반대편에 거리가 적혀 있는 표지판이니 올 때 거리를 알려주던 표지판이었다. 숫자가 보이지 않는 표지판이 10킬로미터라는 것을 알아보고 내게 얼마나 여유가 있는지 계산하였다. 2시간 39분 40초 전후. 남은 거리를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끊으면 6월에도 3시간 20분대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들뜨면 안돼. 조심해야 해. 한강에 들어서면 맞바람이 거셀테고, 빨리 달린 만큼 천천히 가자는 유혹이 심할테니. 한두번 당한 일이 아니지 않는가?
대회장에 오면서 자고 싶다는 마음이 절실했었다. 달리는 동안 졸리지는 않았지만 피로 회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32킬로미터 이상 달리다 보니 이제는 고단하기 짝이 없었다. 마침내 한강 주로. 6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이 넘지 않았으니 5분 페이스에서 떨어지지 않은 것이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진 만큼 킬로미터당 페이스가 4분 40초에서 50초까지 좋아질 줄 알았다. 그렇지 않았다. 맞바람 때문에 치고 나가기 힘들었다. 하! 인간이라는 족속! 바람이 불지 않으면 덥다고, 바람이 불면 바람 때문에 힘들었다고 투덜거린다. 기껏해야 4분 55초. 보통은 5분 페이스로 달렸다. 5분 페이스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4분 40초 정도로 달리는 주자 한 명이 치고 나왔다. 로운리맨님과 헬스지노님 이후 나를 제쳤던 유일한 주자였다. 지난 토요일 하프를 몹시 빨리 달린 이후 피로가 쌓여 있었고, 음식량 섭취가 너무 과했다. 대회 전날 저녁까지 돼지고기 보쌈을 먹었다. 옆구리쪽으로 삐져 나온 살을 보니 단 몇 일만에 2킬로그램은 쪘을 듯.
이제 거의 다 왔다.
3시간 29분대 진입이 정말 가능할까?
남은 2킬로미터를 10분에 갈 수 있으려나?
시계를 보면서 사무치게 스퍼트했다. 앞과 뒤에서 오는 자전거를 피하는 내공을 발휘하며.
로운리맨님은 이미 골인해서 풀코스 5위 입상한 특전사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3시간 27분대로 골인했다고 하시며 3시간 26분에 들어가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내 기록은 3시간 29분 32초 23이었다. 6월 최고 기록을 27분 앞당겼다.
내 생애 10번째 3시간 20분대 기록이었다.
지난 해 12월부터 6개월간 풀코스를 16회 완주했다.
그 가운데 3시간 20분대는 10번이었고, 3시간 30분대는 6번이었다.
지난 해 11월 말부터 이어진 17번의 풀코스에서는 3시간 35분대 완주(2017/05/14)만 빼면 최근 16번의 플코스 기록이 1위부터 16위까지의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로운리맨님과는 쭈꾸미볶음으로 점심을 나누었다.
※ 요즘 내가 함께 풀코스를 달리는 날에는 로운리맨님은 한발 먼저 골인한다. 본인이 예상한 기록보다 빨리 뛰는 바람에 그 기록에 맞추어 달리는 내가 후반에 동반주할 기회를 아예 주지 않는다. 늘 생각하신다고. '후반에 건달이 나를 추월할지도 몰라.'
3시간 29분대의 기록으로 골인하고 있다.
로운리맨님, 특전사님과 함께.....
이 기념품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다. 나는 매니아였으니 기념품이 없었다.
번호가 119라니.... 앰블런스 생각이 많이 났네......
출발하기 직전.....
완주 후 식당으로 가면서.....
허수아비님이 조언한 대로 김밥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
새벽에 만들다 보니 잠은 부족했다.
로운리맨님과 함께 먹은 쭈꾸미 볶음... (별도 포스팅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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