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는 5회째. 나는 2014년 6월과 2015년 7월에 달렸다. 매년 6월 열리는 대회인데 2015년에는 메르스 때문에 날짜가 밀렸다. 각각 1시간 49분 19초, 1시간 55분 02초에 달렸다. 올해는 어느 정도 빨라지려나?
1킬로미터쯤 달리고 나니 무릎 통증이 생겼다. 좀더 스트레칭에 신경썼어야 했다. 자세를 바로잡아 통증을 추스렸다.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지난 주 겪었던 숨이 턱에 차도록 달리는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4분 30초의 페이스가 5분 20초까지 떨어졌다. 몸이 무거웠다. 컨디션의 문제가 아니라 체중의 문제였다. 단 몇 일만에 몸이 불어서 풀코스보다 더 느린 페이스를 감수해야 했다. 나 자신도 8일 전에 1시간 34분대로 달렸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사람 몸이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야. 날씨가 덥다는 핑계는 대지 말아라. 1:34:48 기록을 세웠을 때는 오후 2시 반부터 4시 반 사이. 더 더울 때 아니였니?
적당히 타협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2014년 6월 같은 대회에서 1시간 49분 19초로 달렸으니 그 기록만 깨면 되는 것 아닌가? 지난 풀코스에서 3킬로미터 가는 데 15분 걸렸던 내가 이번 하프코스에서는 16분이나 걸렸다. 킬로미터당 4분 44초 페이스로 달려야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갈 수 있는데 열심히 달려도 5분 전후였다. 그동안 새벽 4시, 5시 자기를 거듭하고 늦게 자는 만큼 마구 먹어대었다. 대회를 앞두고 운동은 해야 하니 이틀 전 장거리 훈련을 했다. 그게 오히려 독이 되었는가? 질주본능이 현저하게 사그라들었다.
성산대교, 방화대교 방향으로 달릴 때는 해를 등지기는 했어도 맞바람을 맞아야 했다. 점점 멀어지는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의 노랑 풍선. 100미터, 200미터 멀어지더니 6킬로미터 지점의 안양천 합수부에 이르렀을 때에는 500미터 이상 간격이 벌어졌다. 그 간격은 더 벌어질 것같았다. 4분 44초 페이스와 5분 내외의 페이스. 거리가 떨어진 만큼 4분 30초 전후의 페이스로 따라붙지 않는 한 동반주는 요원했다.
5킬로미터는 25분을 살짝 넘겼다. 요즘 달리는 풀코스의 첫 5킬로미터보다 느리다. 강남구청장배에서는 초반 5킬로미터를 어떻게 22분 40초만에 달렸을까? 5킬로미터 급수대를 지난 후 살짝 스피드를 올려 4분 50초까지도 빼어 보았으나 지속적으로 좌절감에 빠졌다. 1시간 39분 59초와 1시간 40분 00초를 비교했다. 단 1초 차이지만 3과 4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오늘 1시간 44분대로만 달린 후 너무 더워서 힘들었고요, 요즘 상황이 어려워서 운동에 전념할 수 없었어요. 어차피 김대중평화마라톤의 최고 기록만 깨뜨리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변명해도 되겠지만 이 무슨 회피적인 태도인가? 5킬로미터 이후 몸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몇몇 주자를 떨구고 10킬로미터를 49분대에 통과했다.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들어선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1시간 44분대가 가능해졌을 뿐이었다.
10등 이내에 상기님이 있었다. 로운리맨님은 1시간 40분 페메보다 훨씬 앞에서 달려오고 있었는데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큰 목소리로 파이팅을 외치던 최근의 마라톤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햇빛 싫음, 더움, 짜증남, 견디어야 함. 그런 의미를 담고 있는 움직임을 하고 있었다. 1킬로미터 가까이 차이가 났으니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나보다는 먼저 골인하시겠지. 설마 자신의 6월 최고 기록인 1시간 41분 58초를 깨뜨리는 데 만족하시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나는 1시간 39분대가 가능한가? 더운 날씨로 녹아내린 초코파이를 집었다가 끈적끈적한 초콜릿이 손가락에 잔뜩 묻어 닦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물이 아닌 게토레이로 닦아내니 다른 성질의 끈적거림이 붙었다.
반환한 후에 10.55킬로미터를 47분에 달릴 수 있는가? 53분에 가깝게 반환한 내가 전반보다 6분 가까이 빨리 후반 레이스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제 해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훨씬 더워진 공기 속을 더 빠르게 달려나가야 한다는 것. 스스로 제한 시간을 둘 필요가 있는가? 꼭 1시간 30분대 주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구름 한 점 없이 땡볕 작렬하는 날씨 속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야 하는가? 더울 때는 적당히 느슨하게 달려주면 되지 않는가? 그래도 그렇게 달리는 것은 좀..... 希洙형님은 빠른 속도로 오시며 아는 체 하셨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아세탈님이 보였다. 그동안 체중이 불어 하프 완주가 미지수라고 했던 아세탈님이 여유있게 달려오고 있었다. 서로 응원하였다. 부디 즐겁게 완주하시길.
가고, 또 가고. 앞에서 달리던 주자들이 내 뒤로 자꾸만 오고 있었다. 수시로 뒤를 돌아봐야 했다. 추월을 하려면 달리던 자리에서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뒤에서 자전거가 오는지 확인해야 했다. 어느덧 4분 45초, 4분 40초 페이스가 나왔다. 옆구리에 스미는 바람이 느껴졌다.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달렸다. 힘들다는 감정을 잠시 유보했다. 계속 주자들을 제쳤다. 더워서 그런지 내가 추월해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었다. 15킬로미터 지점에 왔을 때 1시간 13분이 경과해 있었다. 남은 6킬로미터를 27분 이내로 달려야 했다. 가능한가? 키 큰 여성 주자 한 명을 제쳤다. 말을 걸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4분 30초 이내의 페이스로 나아가지 않는 한 1시간 30분대는 불가능해진다. 5킬로미터를 남기고 25분의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빨간색 티셔츠의 노란색 풍선. 1시간 40분 페메는 보이지 않았다. 덥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다. 지치지 않는 로보트처럼 전진했다. 2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 31분이었다. 남은 2킬로미터를 9분에 달려야 했다. 킬로미터당 4분 30초. 백미터를 27초에 계속 달리는 페이스가 필요했다. 초반 백미터를 32초 페이스로 달렸던 내가 5초 빠르게. 1시간 40분 페메가 보이질 않네. 그런데 저 앞에 가는 분은 로운리맨님 비주얼인데. 설마 아닐거야. 벌써 가셨을텐데. 하프에서는 따라잡아본 일이 없으니 아닐거야. 로운리맨님줄로 알았다가 매번 속았으니까. 2016년 4월 24일 1분 42초, 2016년 11월 13일 3분 15초, 2016년 성탄절 2분 33초, 최근 서울하프 16초 차이로 뒤에 골인했었다. 1킬로미터 남기고, 마포대교 아래를 지나기 전에 내 발걸음 소리를 듣고 로운리맨님이 뒤를 돌아보았다. 사실 돌아보지 않아도 나인지 알 수 있었고, 그냥 확인만 했다고 했다. 이제는 4분 10초 페이스(1백미터 25초)로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늦출 수 없었다. 하프에서 로운리맨님을 추월한 것은 처음이었다. 더 스퍼트하여 골인 지점 20미터를 남기지 않고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도 추월했다. 1시간 39분 21초의 기록증을 받았다.
로운리맨님도 바로 골인했다. 잠시 상기님을 뵌 후 옷을 갈아입고 希洙형님 사진을 찍어드렸다. 골인 지점에서 아세탈님을 기다리는 로운리맨님과 다시 만났다. 아세탈님 골인 사진을 찍어드리고 간단하게 비빔밥과 수박 화채로 요기한 후 엄니식당에서 본격적인 점심을 먹었다.
출발하기 직전 希洙형님이 찍어준 사진. 날씨가 매우 뜨겁고 더움이 느껴진다.
검정색 일색인데 더 덥게 보이네. 2013년 하프 100회 완주 때 특별 제작한 티셔츠를 입었다.
아치가 두 개다.
검정색 숄더백 괜찮네. 이 기념품 때문에 이 대회에 나온 것이었다.
간편하게 메고 밖에 나가기 좋으리라.
이 머그잔은 2015년에 받은 것과 같다. 바닥에 둘둘치킨 로고가 찍힌 것만 다르다.
최근 1시간 34분대로 달린 일이 있어서 좋은 기록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강남구청장배를 달리지 않고 오늘 이 성적을 받아들었다면 어땠을까?
완주 후 아세탈님을 기다리면서(로운리맨님이 찍어주심)
주최측에서 제공한 비빔밥.... 한 그릇을 더 먹으려고 했는데.....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수박 화채......
엄니식당에서 제육볶음과 함께 부추비빔밥을......
늘 맛있는 식사다.
제육볶음.... 이렇게 만들어 먹어봐야 하는데.....
콜라로 당을 보충해주고....
내가 저지른 만행이다. 마라톤 대회를 앞에 두고 몇일 전 밤늦게 먹었다.
저녁을 먹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것을 다 먹다니.....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핑계로.....
이러니 달릴 때 몸이 무겁다는 느낌을 받았지.
연일 회식에 요리하면서 먹어대고..... 장보면서 열량 높은 음식만 구입하고.....
모르긴 해도 지난 하프 달릴 때보다 2킬로그램 이상 체중이 불었을 것이다.
살을 빼어야 계속 잘 달릴 수 있다는 사실.... 되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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