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0회 강남구청장배 마라톤대회(2017/06/03)-HALF 156

HoonzK 2017. 6. 4. 17:01

 옆구리살이 튀어나오고, 턱선은 둥그스럼해지는데 운동량은 부족하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지도 못한다.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강남구청장배 마라톤대회에서 호된 댓가를 치르리라. 여느 마라톤 대회와 달리 가장 더운 오후 2시에 달리니 그 동안 몸을 내팽개친 행위에 걸맞는 댓가를 치르리라. 하지만 고생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절실히 깨닫고 나면 다시 정신차리고 운동을 열심히 하겠지.

 

 그런데 왜 뜬금없이 6월 하프 최고 기록을 세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6월 하프 최고 기록은 13년 전 세운 1시간 39분 55초였다. 그 이후 단 한번도 1시간 30분대에 진입하지 못했다. 2011년 6월 1시간 40분 12초가 그나마 좋은 기록이었고, 대부분 1시간 50분대였다. 가끔 1시간 40분대에 들어갔어도 40분 후반대였다. 더위를 감당하지 못했던 까닭이다.

 

 양재천 영동5교. 아는 분은 단 한 사람. 10킬로미터 종목에 참여하는 상기님이었다. 행사 진행이 있다 보니 오후 2시 30분에 출발했다. 매우 뒤쪽에서 물병을 든 채로 출발했는데 15등 이내였다. 선두 그룹과 크게 차이가 나지도 않았다.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스피드를 내고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빠르다 보니 거기에 휩쓸려 달리고 있는 것일까? 이런 스피드는 골인 지점을 앞두고 보여주어야 하는 것인데..... 뙤약볕 아래에서도 1킬로미터 지점을 4분 30초에 지났다. 양재천을 건너가서 만나는 2킬로미터 지점까지 9분이 걸리지 않았다. 조금 늦추는 게 현명했다. 계속 빠른 페이스로 갈 수는 없었다. 10위 이내로 달리고 있는 나 자신. 숯내마라톤클럽의 황** 주자가 나를 제치고 나갔다. 이 분은 꾸준히 앞 사람을 제치고 있었다. 페이스메이커로 삼고 따라갔다. 그가 제친 주자를 나도 제쳤다. 미묘한 차이지만 자신의 홈그라운드이니 어디에서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 잘 알고 움직이는 주자가 큰 도움이 되었다. 5킬로미터 지점을 22분 40초에 통과했다. 너무 빠른데.... 큰 일이네. 혹시 내 능력이 이 스피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연일 피곤한데다 강한 햇빛을 마주하며 달리니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급수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지만 주최측은 참가자를 600명으로 제한하고 최소한의 급수대를 운용하고 있었다. 급수대에는 일체 간식이 없었다. 음료수도 없고 생수만 있었다. 급수대에서 생수를 마셔도 갈증이 해소되지는 않았다. 이런 날씨에는 아예 물병을 들고 뛰어야 하리라. 로운리맨님의 훈련 장소인 양재천 주로. 기(氣)를 곳곳에 심어 놓았을테니 그 기운을 받아 견디어 보리라. 그런 생각을 수차례 했다. 집 근처이시니 오늘 혹시 응원나오실까? 기대하지 말자. 사정이 생기면 못 나오시는 것이지.


 8킬로미터 지점. 숯내마라톤 주자를 제쳤다. 기준을 삼고 달릴 수 있는 주자가 없어졌으니 맥이 풀리는 일이었지만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내가 10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하기도 전에 1위 주자는 되돌아오고 있었다. 10킬로미터는 45분 45초. 좀 늦추어 달려도 6월 최고 기록 경신이 무난해 보였다. 돌아오는 주자들의 스피드를 체크해 보았다. 3위까지는 너무 빨라서 아무리 애를 써도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주자들이었다. 나는 5등으로 반환점을 돌았다. 그렇게 앞에 있었는지 몰랐다. 반환점을 도는데 운영요원이 반환 확인 팔찌를 가져가라고 불러 시간이 조금 지체되었다. 반환점까지의 스피드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1시간 36분대까지도 노려볼 수 있었다. 6월에 이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는 없지만...... 11.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즉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50분을 넘기고 있었다. 스피드를 힘들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조금 속도를 떨어뜨려 남은 10킬로미터를 49분으로 달려도 1시간 39분 55초의 기록은 넉넉하게 깨뜨리겠지. 하지만 두려웠다. 달리는 내내 뙤약볕이 작렬하고 있었다. 올해 나온 대회 중에서 가장 덥게 느껴졌다. 바람은 가끔 불어 주지만 그늘이 없어 몹시 힘들었다. 공원사랑마라톤 코스의 그늘이 그립기 짝이 없었다. 앞에 달리던 주자 한 사람이 파워젤을 꺼내면서 잠시 걸었다. 제치고 나갔다. 4위로 올라섰다. 오늘 3위까지 시상한다고 했지? 3위 주자와는 1킬로미터 이상 차이가 났을 것이라 내가 입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앞에서 달리는 세 사람 중 누구라도 컨디션 난조로 포기하지 않는 한 시상대에 올라가는 것은 어려웠다. 상받으려고 달리는 것은 아니니 상관없었다. 나는 과거의 나 자신만 이기면 되었다.

 

 다리의 움직임이 커서 그런지 종아리에 붙인 테이프가 덜렁거렸다. 신경쓰였다. 몇 초 동안 달리기를 멈추고 테이프를 제대로 붙여 보려 했지만 다리에 땀이 나서 붙지를 않았다. 그냥 내버려두고 달렸다. 15.1킬로미터를 지나면 스퍼트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처음부터 스퍼트를 하고 있는데 추가로 스퍼트한다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몇 킬로미터를 남기고 갑자기 에너지 제로 현상을 당하여 걷고 있거나 천천히 달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인상을 쓰며 달렸다. 꼭 이렇게 빨리 달려야 하는가 하는 생각은 수도 없이 했다. 그래도 풀코스가 아닌 하프코스이니 견딜 수 있을거야하는 생각도 끝도 없이 했다.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생수를 마셔서 안간힘을 내었다. 이제는 남은 5킬로미터를 25분에 달려도 1시간 38분대가 가능했다. 그런데 그 5킬로미터를 21분에 끊었다. 마지막 1킬로미터는 4분이 걸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1시간 34분 48초로 골인했다. 6월 최고 기록을 5분 이상 단축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156회의 하프 완주 기록 가운데 역대 2위에 해당되는 기록을 세웠다. Amazing!  (아무래도 미친 것같다. 여러가지 여건상 1시간 30분대 진입은 어려워 보였는데..... 지난 해 6월 죽어도 좋다는 생각으로 뛰어도 1시간 44분이었는데 이 무슨 일인가? 이 기록이 0도에서 5도 사이의 기온에서 세워진 것이라면 이해가 되지만 어떻게 25도가 넘은 대낮에? 이제 정말 강건달이 미쳤구나!)

 

 17킬로미터 지점을 지나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어주시는 분이 있었다. 로운리맨님이었다. 어찌나 반가운지. 외롭게 질주하다 힘들어 죽겠다는 하소연을 할 수 있는 대상이 생겨 큰 힘이 되었다. 로운리맨님은 골인 지점으로 가서 나를 기다리며 골인하는 순간도 사진으로 담아주었다. 내가 이동하는 동선마다 카메라 초점을 맞추어 주셨다. 잘 나온 기록에 축하 말씀 연타에 선물까지 한아름 안겨주셨다.(별도로 포스팅 예정) 개포시장에서 먹거리를 실컷 먹고 편의점 앞에서 음료수도 마시며 담소를 나누었다. 매봉역까지 함께 걸었다. 다음날 새벽강변 마라톤 풀코스를 달릴 로운리맨님을 응원하러 나갈 수 있으면 좋은데 사정상 어려워졌으니 안타까웠다. 그저 받기만 하는구나.

 

 

믿을 수 없는 기록이다.

 

 

 

 

 

 

한 때는 하프가 아닌 20킬로미터 종목을 운영한 적이 있는데 하프가 아니라서 일부러 신청하지 않은 적이 있는데 이것이 그 대회인지는 모르겠다.

 

 

 

 

양재천 영동5교 아래 집결지

 

소규모 대회이지만 기록칩은 있다. 하프 전용 마라톤화.

 

 

이름이 제법 크게 들어가 있네.

 

버팔로 제로니모 쿨러백.... 이 제품 때문에 참가 신청을 한 것이었다.

 

가방 안에는 음식을 담을 수 있는 용기도 들어 있었다. 

로운리맨님이 찍어서 보내주신 사진. 양재천 주로.

 

역광이라 사진은 흐리지만 사진을 찍어주시며 응원해주시니 정말 감사했다.

로운리맨님은 내가 3등인 것같다고 했지만 나는 4등일 것이라고 했다.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뒷모습까지....

 

골인 지점을 얼마 남기지 않고 스퍼트하고 있다.

 

시계를 보는데 1시간 34분대가 가능할 것같아 나 자신도 놀랐다.

 

이를 악물고 스퍼트한다.

 

그래도 엄지척해야지.

 

감사합니다. 로운리맨님.

다음에 강북마라톤대회에 오셔서 제가 훈련하는 우이천 주로를 뛰시면 응원하겠습니다.

 

박수쳐 주시는 분이 있다.

 

너무 힘들어서 잠시 앉아야 했다. 메달을 들고.....

 

옆모습도 찍어주셨다.

 

 

기록증을 들고.....

 

옷을 갈아입고 계단을 오르는 길에......

 

개포시장 골목에서

 

도토리묵, 두부, 김치, 방울토마토.....

 

먹거리 풍성한 강남구청장배 마라톤대회. 경품 추첨이 없는 대신 먹거리.... 좋다.

막걸리는 로운리맨님만.......

 

 

 

자리를 옮겨 세븐일레븐 편의점 개포주공점에서 아이스 음료를 마셨다.

 

 

 

다 마신 음료에 얼음이 남아 펩시콜라(2+1)를 사서 추가로 마셨다.

 

 

40분 남짓 걸어서 매봉역으로 이동했다. 영동3교 위에서 달렸던 주로를 내려다 보며....

배경으로 잠실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쇼핑백에 로운리맨님이 주신 선물이 들어 있다.

 

양재천을 내려다 보며 사진을 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