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7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8회 동아마라톤(2017/03/19)-FULL 135

HoonzK 2017. 3. 20. 22:52

 매년 3월 셋째 주 일요일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동아마라톤이라고도 한다. 광화문광장을 출발하여 숭례문 앞을 지나 청계천을 감아돈 뒤 종로에 이르고, 흥인지문을 거쳐 어린이대공원까지 나아간다. 다시 서울숲쪽으로 진행한 다음 서울의 동쪽으로 나아가 잠실대교를 건넌다. 잠실롯데월드타워 아래에서 우회전하여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 들어서면 42.195킬로미터, 풀코스를 완주하게 된다. 서울의 도심을 뚫고 달리는 대회로 국제육상연맹으로부터 변함없이 마라톤 최고 등급(금메달) 평가를 받고 있다.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이 다르기 때문에 참가자의 짐은 택배 차량으로 옮겨진다. 동아마라톤은 풀코스 주자가 자신의 짐을 찾기 위하여 105리 길을 달리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올해 대회는 2인 1조, 4인 1조 릴레이에 10킬로미터 부문까지 있어 참가자가 무려 3만 5천명이나 되었다. 예년보다 기온이 높았고 미세먼지 수준이 나빠서 달리기하는 데 좋은 날은 아니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2006년 데뷔 이후 8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2007년, 2009년, 2011년에는 아예 참가하지 않았고, 2015년에는 기념품 때문에 10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하였다. 올해는 페이스가 좋아진 상태에서 참가했기 때문에 로운리맨님이나 아세탈님 등이 내 기록이 3시간 24분대까지 나올 것이라고 믿어주었다. 내 개인적으로는 3시간 44분의 동아마라톤 최고 기록을 경신만 하여도 만족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태도에 대하여 로운리맨님은 '회피(回避) 달리기'라고 일침을 가했다. '해피(happy) 달리기는 아니고요'라는 말장난(pun)으로 받았지만 지난해 11월 손기정평화마라톤 이후 모든 대회를 메이저 대회라고 생각하고 달리고 있는 내가 정작 메이저대회에서 일부러 늦게 달릴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동아마라톤 대회 일주일을 남기고 하프 대회 출전, 이틀 후 인터벌 훈련까지는 좋았다. 나흘 전 밤에 과식을 하면서 사흘 전 마지막 훈련에서 그저 가볍게 5킬로미터만 달리는 것으로 훈련을 마칠 수는 없었다. 16킬로미터를 달렸고 대회 이틀 전에도 6킬로미터 남짓 달리고 2시간 이상 걸었다. 피로 누적이 대회 당일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과도한 에너지만 쌓아놓았다간 체중 증가로 당일 레이스가 힘들어질 것같았다. 뚱뚱한 것보다는 피로한 게 낫다는 계산을 했다.

 

 금요일 운동 후 늦게 자고도 토요일 일찍 일어난 덕분에 토요일 초저녁부터 졸렸다. 자정이 되지 않아 잠든 것은 유례없던 일이었다. 한번쯤 깨었지만 일단 누우면 잠은 잤다. 4시간 남짓 깊이 잤다. 새벽 5시가 조금 넘어 아침을 먹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몸의 순환이 잘 되지 않아 제대로 볼 일을 보지 못하였다. 광화문광장까지 가서 화장실을 이용한다는 것은 어려워 보여서 어떻게든 집에서 일을 보고 나가야 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4호선 전철을 타고 가다가 도중에 내려 동대문역 화장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동대문역 화장실에는 등산복 차림을 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냥 광화문으로 갔다. 괜히 시간만 허비한 것이었다. 로운리맨님으로부터 동마 기록 대박나라는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나는 319 달성하라는 문자로 답하였다. '저는 343이 보입니다'라고 했더니 로운리맨님은 '뉴욕마라톤 인스피레이션 빙의하셔서 324하세요'라는 응원을 보내셨다. 아세탈님은 미리 축하한다는 말까지 하였다. 스마트폰으로 New York City Marathon Inspiration 영상을 보았다. 소리를 높일 수 없는 게 아쉽긴 했지만 메이저 대회의 분위기가 담긴 영상은 다시 한번 나를 압도했다. 지난 해 부상으로 눈물겹게 달리던 내가 이제 동아마라톤 최고 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으니 감회가 남다르기도 했다.

 

 울산에서 심야 버스 타고 올라오신 허수아비님과는 전화 통화를 했으나 자꾸 엇갈려서 직접 뵙지 못하였다. 광화문 광장에 도착하자마자 스트레칭부터 하고 31번 택배차량에 짐을 맡겼다. 복장은 반바지에 반팔, 바이저버프였다. 목에 버프도 둘렀는데 보온이라기 보다는 미세 먼지를 막는 마스크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짐을 맡기고 돌아나오는데 로운리맨님이 보였다. 잠시 뒤 뵙기로 하고 화장실부터 찾았다. 광장에서 최대한 멀리 멀리 움직였다. 사람이 별로 없는 곳을 찾아 화장실에 들렀지만 이번에도 제대로 일을 보지 못하였다. 아픈 데도 없고 수면도 부족하지 않은데 배변 문제가 사람 속을 썩였다. 결국 포기했다. 로운리맨님과 만나 출발선으로 이동하는데 아세탈님을 보았다. 물품 보관 차량이 이미 떠난 시간이었지만 아세탈님은 예비 차량을 손으로 가리키며 문제없다고 하였다. 로운리맨님으로부터 레몬 라임맛이 들어있는 스포츠겔을 얻어 바로 먹었다. 로운리맨님이 나로부터 기(氣)를 받고 싶다고 해서 손을 잡아드렸다. A그룹인 로운리맨님이 출발 지점으로 이동한 후 B그룹 후미에서 쉴새없이 두리번거렸다. 허수아비님 어디 계시나? 希洙형님은 나오셨나? 내가 아는 분들은 안 계신가? 그동안 촛불 집회 인파로 가득 찼던 광장이 이제는 마라토너들로 가득 차서 몸을 돌릴 틈도 없었다.

 

 엘리트 선수들과 명예의 전당 주자들(SUB-3 주자들), A그룹, B그룹, 릴레이팀, C그룹 순으로 출발하였다. A그룹이 출발한 후 바로 연결해서 B그룹이 출발했기 때문에 시간 차가 거의 없었다. 아! 또 다시 이 대로에서 서울 도심을 누비며 달리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특히 지난 해 통증을 이겨내며 출발선을 통과했던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감회도 잠시..... 몇 백 미터를 달리지 않았는데 지난 해와 너무 다른 상황을 인지하였다. 주변의 주자들이 너무 느렸다. B그룹 선두에 있던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는 수백 미터 이상 멀어졌는데 B그룹 후미에서 출발한 것은 실수였다. 4시간 언저리의 페이스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주자들이 너무 빠르다며 속도를 늦추자고 하였다. 주자들 틈바구니를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 보려고 해 보았으나 체력 소비가 너무 심했고, 어깨도 자주 부딪치니 못할 짓이었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그런 말을 하는 것도 지쳤다. 결국 느린 페이스를 감수해야 했다. 2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할 때 기록이 10분 30초가 넘었다. 9분 40초까지 내달릴 수 있는 페이스가 이렇게 떨어지다니. 그나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좌우를 살필 필요없이 한쪽만 살피며 틈이 날 때마다 스피드를 올리니 한결 수월하였다. 서서히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를 회복하였고, 가끔 4분 50초 페이스도 나왔다. 건너편에서 지인분들이 보였으나 아는 체 할 수가 없었다.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사거리 4.412킬로미터에서 반환한 후 5킬로미터 지점을 향해 나갈 때 아세탈님과 마주쳤다. 엄청난 인연이다. 둘 다 사이드로 나와 달리다 보니 서로 얼굴을 보게 되고 파이팅을 외칠 수 있다는 것. 아세탈님의 속도도 만만치 않았다. 회심의 일격을 가하려는 듯 보이는 페이스. 제비한스님도 만났다. 안동 마라톤에도 풀코스 종목이 생겼다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풀코스가 쉽지 않을 거라고 귀띰해 주셨다. 5킬로미터까지 25분 30초 정도 걸렸다. 초반 2킬로미터에서 30초를 잃은 후 꾸준히 5분 페이스로 달려낸 것이었다. 그래도 답답했다. 어떻게든 스피드를 올려야 했다. 공간이 날 때마다 스피드를 올리니 지속주가 아니라 인터벌 훈련을 하는 기분도 들었다. 어쨌든 스피드를 올리려고 노력한 결과 5킬로미터 지점부터 세 번의 5킬로미터 구간을 모두 23분대로 달려내었다. (5-10K: 23분 32초/ 10-15K: 23분 21초/ 15-20K: 23분 48초) 이러면서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청계천 판잣집을 지나기 전에 제쳤고, 3시간 29분대 골인 여부를 놓고 지인들과 10만원 내기를 한 A그룹의 바깥술님도 넘어섰다. 가끔 4분 20초까지 빨라질 때가 있어서 자제하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희뿌연 하늘 때문에 미세 먼지가 신경쓰였지만 달리는 데 집중하다 보면 곧바로 잊게 되었다. 내 귓전에서는 New York City Marathon Inspiration 동영상에 흐르던 노래가 떠올랐고 머리 속에서는 수많은 주자들이 골인 지점을 향하여 달려나가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 영상은 꾸준히 내게 힘을 주었다.

 

 풀코스를 달리면서 초반 하프를 1시간 42분을 넘기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이대로 달려간다면 3시간 25분 벽을 깨뜨리게 되지만 초반 오버페이스로 후반에 고생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도 들었다. 아니야. 나는 이 정도 페이스로 계속 밀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 이런 건방진 생각도 해보았지만 30킬로미터를 넘기 전에는 어떤 장담도 할 수 없었다. 달리면서 신경쓸 것도 많았다. 주자들이 많다 보니 급수대 이용은 가히 전쟁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 5킬로미터마다 나오는 급수대를 이용하려면 미리 오른편으로 이동한 후 바로 앞에 나오는 급수대 몇 개는 그냥 통과하는 게 혼잡을 피하는 방법이었다.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기 위하여 불쑥 튀어나오는 보행자도 신경써야 했다. 자전거를 밀고 나왔던 한 사람은 주자에게 밀려 내동댕이쳐지기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거대한 파도처럼 밀려오는 주자들을 멍하니 바라보며 어찌할 줄 몰라 하기도 했다.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은 경찰에게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마라톤에 출전했다는 이유로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죄책감도 들었다. 주자들이 지나는 횡단보도에는 이동식 육교라도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청계천을 빠져나와 종로로 들어서서 서울극장을 지나는 18킬로미터 지점에서는 갑자기 발등에 통증이 발생하였다. 이 통증을 안고 어떻게 달릴까 했지만 주법을 조금 바꾸었더니 통증은 곧 사라졌다. 20킬로미터 지점부터 3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속도를 조금 늦추었다. 그래도 5킬로미터 구간 기록 24분대는 지켰다. 26킬로미터 지점 주유소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1분 이상을 날리고도 25-30킬로미터 구간은 25분을 넘기지 않았다. 성동교 교차로 지점 30킬로미터 지점을 2시간 25분 초반대에 통과했는데 이것은 내가 생애 가장 빨리 달린 30킬로미터로 남게 되었다. 거기서 계산해 보았다. 남은 12.195킬로미터를 1시간 이내로 달릴 수 있는가? 속도를 늦추어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갔다간 불가능했다. 12킬로미터를 1시간에 달리는 것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195미터를 위한 시간, 즉 1분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30킬로미터 이후 35킬로미터 지점을 만나기 전까지 힘을 비축하더라도 어느 정도 속도를 올려 주어야 했다. 킬로미터당 7초씩 빨리 뛰었다. 그러면서 오랜만에 뵙는 줄넘기 마라토너에게 응원을 보내드렸다. 여전하시네요.

 

 기온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혹시 더워져서 후반에 페이스를 잃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도 30도가 넘는 8월에도 달렸던 일을 떠올린다면 이건 더위축에도 못 들었다. 그냥 달리기에 딱 좋은 기온이라고 해도 되었다. 목요일 오래 달리고 금요일에도 달린 후유증이 없지 않았다. 후반에 들어서자 좀 쉬라고 몸이 요구하는 것같았다. 하지만 이겨내었다. 이것은 내 생애 마지막 마라톤이니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나 자신을 달래었고, 나를 응원해주는 분들을 쉴새없이 떠올렸다.

 

 35킬로미터 지점을 지난 후 잠실대교가 나왔다. 올해도 잠실대교의 마법이 발현될 것인가? 잠실대교에 오르면 에너지 재충전, 질주를 시작하는 마법이. 잠실대교에서 오른편을 보면 올림픽 주경기장이 보였다. 미세 먼지로 불투명 유리 사이로 보는 느낌이었지만 위풍당당한 주경기장이 변함없이 있었다. 그때 한 주자가 다른 주자에게 주경기장을 가리키며 고함을 치고 있었다. 중국어였다. 20대로 보이는 주자는 딱 봐도 3시간 이내로 달릴 수 있는 비주얼을 갖추고 있었고, 그는 내내 한 중년 사내를 이끌고 있었다. 젊은 주자는 나이 든 주자에게 자기 옆자리를 가리키며 어서 오라고 외치곤 했다. 12킬로미터 이후부터는 내가 그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꼭 내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일본인인줄 알았다. '니혼노가따 데스까'라고 물어볼 뻔도 했다. 하지만 그의 발음에는 리듬이 있었다. 이 중국 젊은이는 동료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로 작정한 듯 끊임없이 독려하고 있었다. 모로 서서 게걸음으로 달려도 한없이 여유 있었다. 내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잠깐 멀어졌지만 뒤통수만 보이는 주자들과 달리 가끔 옆모습을 보여주니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고 그 덕분에 스피드를 올려 따라갈 수 있었다. 너무 오래 같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잠실대교 위 36킬로미터 거리 표지판을 지나기가 무섭게 스피드를 올리면서 그와 눈이 마주쳤다. 자신의 동료에게 나를 가리키며 무어라고 말했다. 이 사람처럼 힘을 내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엄지 손가락을 들어 그에게 찬사를 보낸 뒤 질주를 시작했다. 잠실대교를 빠져나와 37킬로미터 지점에서 레이스패트롤을 하고 있는 헬스지노님을 만났다. 초반에는 10킬로미터를 44분대로 달릴 정도로 빨랐는데 속도를 현저하게 늦춘 것이었다. 지나치면서 파이팅만 외쳤다. 38킬로미터 지점 롯데월드 타워를 앞에 두고 우회전하였다. 왼편으로 엄청나게 많은 주자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10킬로미터 종목 주자들이었다. 안내요원들이 10킬로미터 주자들은 왼쪽, 풀코스 주자들은 오른쪽이라고 알려주어 서로 뒤섞일 일은 없었다. 가끔 비좁은 10킬로미터 주로에서 풀코스 주로로 넘어들어오고 풀코스 주자와 보조를 맞추는 경우도 있었지만 지난 해보다는 확실히 개선된 주로 운영이었다.


 하지만 40킬로미터 지점을 넘어서면서 10킬로미터 주자와 풀코스 주자는 뒤섞였다. 운동장 골인 아치까지 이렇게 어울려 달려야 했다. 풀코스 주자나 10킬로미터 주자 모두 서로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고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40킬로미터를 3시간 13분이 되기 전에 통과하면서 3시간 24분대 진입이 무난해졌다. 지난 해 춘천에서는 마지막 2.195킬로미터를 9분 21초에 달렸지만 이제는 11분 21초로 달려도 3시간 24분의 최고 기록이 보였다. 10킬로미터 주자들과 어울리면서 즐겁게 달렸다. 트랙에 들어섰을 때 추월을 위하여 바깥쪽으로 나가서 달렸다. 거리는 손해를 보고 있었지만...... 대신 빠르고 힘차게.

 

 동아 마라톤 최고 기록은 3시간 44분 25초 (2013년)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은 3시간 35분 01초 (2013년 춘천마라톤)
 내 생애 최고 기록은 3시간 25분 28초 (2017. 3. 1)

 

 동아마라톤 최고 기록을 20분 이상 경신하였다. 나아가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을 10분 이상 경신하였다. 더 나아가 생애 최고 기록까지 2분 이상 경신하였다. 3시간 23분 09초.

 

 2016. 11. 20. 3시간 32분 08초
 2016. 12. 03. 3시간 28분 35초
 2017. 01. 01. 3시간 26분 32초
 2017. 03. 01. 3시간 25분 28초
 2017. 03. 19. 3시간 23분 09초

 

 이 미친 질주는 언제까지인가?

 

 골인한 후 보조 경기장으로 이동하면서 하늘을 보았다. 맑지 않았다. 미세 먼지가 심했지만 목에 두른 버프를 한번도 끌어올리지는 않았었구나. 버프를 풀어 팔목에 두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그냥 내버려두었다.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아 보조 경기장 트랙을 따라 걷는데 로운리맨님이 뒤에서 불렀다. 왜 뒤에서 오세요? 319를 하셨을 분이..... 319를 못했다고 했다. 내가 319를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못했어요. B그룹이 이렇게 빨리 들어오셨으면 319 하셨을텐데. 그렇지 않아요. A그룹이 출발하자마자 B그룹이 출발했으니 큰 차이가 나지 않았어요. 그럼 324는 하셨겠지요. 축하드려요. 기록 경신. 좀더 기다려 보고요. 기록 경신을 했는데도 들뜨지 않는다. 그저 담담하기만...... 각자 짐을 찾아 탈의실 앞에서 다시 만났다. 이상하네요. 저는 패드를 지나기 전에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골인한 후 조금 지나 스톱 버튼을 누르는데 어떻게 그것보다 기록이 나쁘게 나오지요? 로운리맨님도 이상하고 했다. 3시간 23분대에 진입했다고 생각했는데 3시간 24분을 넘긴 기록이 송신되었다고 했다. 로운리맨님은 급격히 우울해졌다. 잠시 뒤 3시간 29분대로 골인하여 10만원 내기에서 이겼다는 바깥술님 사진을 찍어드린 후 로운리맨님 사진도 찍어드리려고 했더니 싫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가 새로 들어온 문자를 확인했다. 최초 3시간 23분 15초라고 날아왔던 문자에 수정된 기록 3시간 23분 09초가 들어왔다. 로운리맨님도 문자를 확인해 보라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믿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로운리맨님 스마트폰에도 수정된 기록의 문자가 날아와 있었다. 3시간 23분 56초. 갑자기 화색이 도는 로운리맨님의 얼굴. 밝아진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운동장 트랙으로 진입하는 주로 가까이 바리케이드 앞에 서서 허수아비님을 기다렸다. 대략 짐작으로 곧 들어오실 것같았다. 그때 뒤에서 잘 뛰셨나요라고 묻는 분이 있었다. 정명진님이었다. 심야 버스타고 온다고 아주 고단했고, 수많은 주자들 틈바구니 속에 치여 고생했지만 3시간 28분대로 골인했다고 했다. 그동안 철야 근무도 많은데다 야식도 먹고 결정적으로 대회 직전 휴식이 부족했는데도 대단한 기록이었다. 허수아비님, 정명진님과 함께 양평해장국을 먹었다. 메이저 대회를 첫 경험하셨으니 화제가 풍성하였다. 13일 후 경주벚꽃 마라톤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잠실새내역 앞에서 헤어졌다.

 

 통화가 되지 않았던 希洙형님으로부터 오후 3시가 넘어 문자를 받았다.

 

 4:59:56 간신히 골인

 

 4초차로 완주자 기념 티셔츠를 받게 된  希洙형님. 조금 달려 보다가 지하철을 타고 잠실로 올 것이라고 했는데 끝까지 달려 내시다니..... 이럴 수는 없다. 오늘 완주하면 생애 100번째 풀코스였는데.... 생애 100번째 풀코스를 소속 클럽에도 알리지 않고 혼자 쓸쓸히 달리시다니......

 

 

탈의실 앞에서 로운리맨님이 찍어주신 사진

 

 

로운리맨님으로부터 완주 메달을 빌렸다. 배번을 달고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바깥술님과 함께. 같이 3시간 20분대 주자가 되자고 하시더니 그렇게 되었다.

 

 

 

마치 내가 10킬로미터 주자들을 이끌고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파란색 배번(풀코스) 빨간색 배번(10킬로미터)

 

 

짐찾는 주자들

 

 

이 가운데 허수아비님의 짐이 있다. 나와 같은 31번 차량이었다.

 

 

 

허수아비님을 기다리면서.....

 

 

허수아비님, 정명진님과 함께......

 

 

초점이 잘 맞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대회에서 3시간 23분대의 기록을 갖게 되었다.

이제 보스톤마라톤 출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치고 나갔던 10-15킬로미터 구간과 라스트 스퍼트를 했던 35-40킬로미터 구간이 가장 빨랐다.

 

 

 

 

 

 

동아마라톤에서 이름을 이렇게 크게 새긴 배번은 처음이다. 항상 번호가 컸고 이름은 조그맣게 넣었는데......

메달은 88번째 대회라고 88 형태로 제작했는데 기호가 갈리는 것같다.

 

 

 

 

 

허수아비님, 정명진님과 함께 먹은 양평해장국.....

 

 

 

 

잠실새내역에서 콜라 산다고 기웃거리다가 만난 40킬로미터 거리 표지판......

 

 

 

이 표지판 만나기까지 얼마나 오래 달렸는가?

 

 

콜라로 풀코스 후 포상을 준다. 2천원 하는 콜라, 싸게 산다고 할인 마트를 찾아 1550원에 구입했다.

다이소 매장에 가면 1500원에 살 수도 있는데......

 

 

잠실새내역 출입구 벽에 붙어 있던 교통 통제 공지 내용

 

 

 

 

올해도 완주 기념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5시간 이내의 완주에는 너무 여유 있었지만......

 

 

 

 

 

 

 

 

풀코스도 그리고 구간 구간 메모하다

 

 

풀코스도를 잘라내어 노트 표지를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