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늘 이 모양인가? 다음날 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하면 긴장 상태가 되어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가면 상태로 이 꿈 저 꿈 다 꾸다가 겨우 일어나 대회장으로 간다. 꿈에서 정명진님 기록이 270으로 나왔다. 270 기록은 없으니 3시간 27분대 기록을 세운 것이라고 해석했다. 710번 버스를 탔다. 오래 걸리긴 해도 지하철 환승한다고 자주 움직이는 일이 버스에서는 없으니 길게 잘 수 있다는 생각에. 그러나 자지 못했다. 내내 노곤한 상태였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광화문마라톤클럽의 박연익님은 내 전화번호를 물어보았다. 광화문페이싱팀 16기 모집중인데 꼭 들어오라고 종용하는데 큰 부담을 안은 느낌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거절한담? 아직은 클럽에 소속되어 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아세탈님을 찾아도 뵐 길이 없었다. 만나야 했는데...... 단톡방에서 아세탈님이 늦잠을 잤다는 사실을 알았다. 못 올 것같다고 했다. 늦게 와도 풀코스보다는 빨리 들어올 하프코스이니 오시면 되지 않을까라고 귀띰은 했지만. 로운리맨님은 내게 3시간 24분대까지 노려보라고 했지만 내 몸 상태로 보아 3시간 29분대도 힘들어보였다. 3시간 29분대가 늘 가능할 것이라고 아직 믿을 수 없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 언제라도 비를 뿌릴 것같은 날씨. 영하의 기온에 바람도 불어대고 있어 어떤 복장으로 달려야 할지 잠깐 고민했지만 반바지에 긴팔티셔츠 두 장, 버프와 바이저버프, 장갑을 착용하여 지난 주와 똑같은 모양새로 출발선에 섰다. 바깥술님과 함께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바로 뒤에서 출발했다. 바깥술님은 지난 주 3시간 28분대에 달렸는데 3시간 20분대에 진입한 것은 5년만이었다고 했다. 요즘 내 페이스에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늘 SUB-4 페이스로 함께 달리다 어느 순간 내가 마구 치고 나갔으니.....
바깥술님은 시계를 차고 나오지 않아 시간을 체크해 드렸다. 잡담 레이스를 20킬로미터를 넘게 달리는 동안 이어 나갔다. 5킬로미터를 넘자마자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 무리에 섞였다. 3시간 30분 페메보다 30초 가량 늦게 출발했으니 우리의 페이스는 매우 좋았다. 32킬로미터, 하프와 뒤섞여 달리면서도 10킬로미터를 49분 30초에 통과했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말은 계속하였다. 마라톤 풀코스를 그렇게 뛰고도 모른다고요? 바깥술님처럼 200번 넘게 뛰면 몰라도 아직은 모르겠어요. 아는 분들이 대부분 고구려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때문에 인사는 많이 하지 않아도 되었다. 인사드린 분은 용구님, 은기님, 태현님, 상기님 정도. 앞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는 분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아세탈님이었다. 못뵐 줄 알고 달리다가 뵈니 너무 좋았다. 힘이 났다. 3시간 30분 페메와 함께 달리는 분들은 20명이 넘었다. 이 분들이 계속 함께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우루루 몰려서 달리다 보면 바람도 피하고 페이스도 조절할 수 있지만 급수대가 나오면 물컵을 제대로 잡기가 힘들었다. 20킬로미터 지점 급수대를 앞에 두고는 잠깐 전력질주하여 물을 마셨다. 그리고는 10초만에 무리들에게 따라잡혔다. 찬 바람에 노출되면서 점점 힘들어졌다. 배도 자주 고팠다. 초코파이와 바나나를 기다리며 달려야 했다. km당 5분을 넘어가는 구간이 나왔다. 22킬로미터 지점부터는 자꾸 처져서 점점 힘들어졌다. 다리가 무거웠다. 이미 3시간 30분 페메 무리와는 100미터 이상 떨어졌다. 바깥술님은 3시간 30분 페메 무리 속에서 꿋꿋하게 달리고 있었다. 이대로 처져서 다시는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6킬로미터 지점 직전에는 화장실에도 들렀다. 4분 50초 페이스가 5분 20초 페이스까지 곤두박질쳤다. 32킬로미터 대회 참가자들은 반환하면서 사라졌다. 3시간 30분 페메의 풍선이 400미터 이상 멀어져 버렸다. 저 풍선이 3시간 45분 페메의 풍선만 되어도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겠으나 저들의 속도는 남다르다. 남은 구간에서 4분 40초, 이따금 4분 30초까지 페이스를 끌어올리지 않는다면 올해 3시간 29분대 골인은 오늘로 끝난다. 30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2시간 30분이었다. 지난 주보다 3분이나 늦었다. 바깥술님은 빨리 오라고 했지만 남은 12.195킬로미터를 1시간 이내에 달려내기는 힘들어 보였다. 피곤했다. 고단했다. 지쳤다. 바람도 싫고 다시 나타난 햇빛도 싫었다. 나 혼자 떨어져서 달리니 보조를 맞출 사람도 없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페메를 보면 전의가 상실되었다.
나만의 레이스를 펼치기로 했다. 페메와 경쟁하지 말 것. 주로의 누구와도 경쟁하지 말 것. 나 자신의 한계와 싸울 것. 30킬로미터에서 31킬로미터까지 4분 50초에 달렸고, 31킬로미터부터 32킬로미터까지는 4분 40초에 달렸다. 32킬로미터부터 33킬로미터까지는 4분 45초, 33킬로미터부터 34킬로미터까지는 4분 50초에 달렸다. 지난 주 아무리 애써도 5분 이내로 못 들어가던 것과는 달랐다. 25킬로미터를 전후하여 페이스를 늦출 수밖에 없는데다 화장실까지 들렀는데 그게 도움이 되었다. 역시 나는 잠시 스피드를 늦추었다가 후반에 스피드를 올리는 방식이 어울린다. 30킬로미터부터 35킬로미터까지의 5킬로미터는 24분 23초가 걸렸다. 35킬로미터부터 36킬로미터까지는 4분 30초까지 당기었는데 35킬로미터부터 40킬로미터까지 5킬로미터 구간은 오늘 최고의 순간이었다. 킬로미터당 4분 40초를 넘긴 일이 없었다. 이 구간을 23분 22초에 주파하였다. (SUB-4 페이스로 달릴 때와 비교하면 엄청난 속도였다. 킬로미터당 1분씩 빨리 달리는 것이니......) 30킬로미터부터 40킬로미터까지의 10킬로미터를 47분대에 달린 덕분에 37킬로미터 지점을 넘기 전에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다. 무리에 있으리라 믿었던 바깥술님은 보이지 않았다. 얼마나 스피드를 올려서 달려갔는지 멀리 내다봐도 찾을 수가 없었다. (바깥술님은 3시간 27분 03초로 골인했다.) 옆에서 달리는 주자들은 슬로비디오 모드로 움직이고 있었다. 제치고 또 제쳤다. 1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볼 때 3시간 24분이었다. 되었구나. 남은 1킬로미터가 6분까지 걸릴 일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월드컵 경기장쪽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공할 오르막 레인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가파른 오르막이라 다 왔는데도 걷는 주자들이 속출했다. 미치겠네. 다 와서 이 무슨 오르막이람. 다른 주자들이 내 말에 호응해 주기를 바라고 떠들면서 올라붙었다. 힘들어서 그러는지 아무도 답해 주지 않았다. 드디어 평지. 마지막 몇 백 미터. 잠시 줄였던 스피드를 올렸다. 누군가 내 옆에서 스피드 경쟁을 했다. 나를 제치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남은 200미터를 전력질주해서 따돌렸다. 덕분에 가파른 오르막을 넘고도 마지막 1킬로미터를 4분 10초에 달렸다.
3:28:09
생애 세 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지난 주 1시간 2분에 달렸던 후반 12.195킬로미터를 이번에는 58분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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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01 3:26:32
2017.01.15 3:27:10
2017.01.29 3:29:42
2017.02.12 3:29.00
2017.02.19 3:28:09
거의 비슷한 페이스로 풀코스를 달리는 새해이다. 피곤하든, 컨디션이 좋든.....
SUB 330이 무엇이기에.....
카메라맨 두 분이 양쪽에 있어 어디를 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첫 5킬로미터 20분 46초는 24분 27초의 잘못이다.
골인하신 분을 격려하는 동료들의 모습이 훈훈하다.
기다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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