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머니투데이방송 3.1절 마라톤대회(2017/03/01)-FULL 134

HoonzK 2017. 3. 3. 00:20

 2017 MTN 머니투데이방송 이봉주와 함께 달리는 3.1절 마라톤대회


 100번째 SUB-4 완주에 성공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까지 경신했다.


 지난 해 같은 대회에서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무리하게 풀코스 도전에 나섰고, 통증을 견딜 수 없어 달리는 도중 31킬로미터 종목으로 바꾸었다. 그 때 기록이 3시간 18분대. 하지만 오늘은 42.195킬로미터를 달리고 3시간 25분대. 1년 사이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초반 2킬로미터를 함께 달렸던 바깥술님에게 다음과 같이 말할 때만 해도 농담이었다. 3시간 26분 31초로 달리며 페이스를 맞추어 주세요. 그러면 저 기록 경신이거든요. 바깥술님은 2킬로미터 이후부터 내 뒤로 물러나 좀처럼 앞으로 나오지 않았다. 오늘은 아예 뒤에 머무르실 작정인 듯 싶었다. 31킬로미터 참가자가 탄천에서 반환하고 난 뒤 외롭게 달려나가고 있을 때 바깥술님은 따라붙었다. 후반의 역주를 시작한 것이었다. 10킬로미터를 남기고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치고 나갔다. 도저히 내가 따라잡을 수 없는 느낌이었다. 지난 2월 19일 대회에서는 그 분의 후반 역주를 확인할 길이 없어 혼주(혼자 달리기)를 해서 3시간 28분 09초에 골인했지만 이번에는 바로 보이니 따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100미터까지 떨어졌던 거리를 줄이고 또 줄여 바로 뒤에서 골인했다. 바깥술님은 3시간 25분 25초 25(어떻게 이런 숫자의 기록이 가능한가?) 나는 3초 떨어진 3시간 25분 28초 63. 골인하자마자 끌어안고 격려하고 축하하고 감사했다. 골인한 후 누구와 이런 세레모니를 한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지난 1월 1일의 기록을 1분 4초 단축했다. 더 이상의 기록 단축은 불가능하다고 믿었는데 이럴 수 있는가?


 잠실종합운동장에 일찍 도착했지만 물품을 보관하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스트레칭을 하다 보니 출발이 몇 분 남지 않았다. 하프에 출전하는 아세탈님은 두 번, 풀코스에 출전하는 로운리맨님은 세 번 뵈었지만 동시에 세 사람이 만나지는 못했다. 풀코스 후미쪽으로 이동하여  두리번거리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내 등판을 때렸다. 바깥술님. 아이구. 아파라. 풀코스 후미에 있다가 풀코스, 31킬로미터 코스 주자의 출발 신호를 받았다. 대열이 앞으로 움직이다가 멈춰섰다. 우리는 하프 주자 뒤에 있었다. 뭉쳐 있는 하프 주자들 틈바구니를 비집고 나가 출발 아치를 지났다. 너무 늦었군. 객지 생활을 하느라 몸 관리를 못하여 몸이 무거웠다. 살이 몇 킬로그램쯤 쪘다는 게 느껴졌다. 입술이 부르튼 것이 피로의 흔적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저 대회장에 오기 전 몇 시간이나마 깊이 잤다는 게 위안이었다. 풀코스 주자와 31킬로미터 주자로 한강시민공원 산책로가 가득 들어차서 운신이 힘들었다. 바깥술님과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가면서 지인들과 수도 없이 인사를 나누었다. 한강변으로 빠져나가 1킬로미터 지점에서 기록을 확인했다. 5분을 살짝 넘었다. 둔중한 육신을 이끌고도 그 정도 스피드면 준수했다. 3시간 29분대는 못가더라도 3시간 30분대 초반으로는 달려낼 수 있을 것같았다. 비좁은 주로를 헤집고 나가면서 앞에서, 또는 뒤에서 오는 자전거까지 신경써야 했다. 날씨가 풀려서 그런지 여느때보다 자전거가 많았다. 2킬로미터 지점까지 이르는 동안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 4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줄줄이 제쳤다. 그 와중에 바깥술님은 뒤쪽으로 물러났다.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 한 분도 제쳤는데 또 다른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 한 분은 매우 앞에서 달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3시간 30분 페메인줄 알았으나 3시간 40분 페메라는 사실을 알고 낙담했다. 맞다. 이번 대회에는 3시간 30분 페메가 없었다. 나보다 아무리 빨리 출발했다고는 하지만 너무 빠른 페이스로 밀고 나가는 3시간 40분 페메였다. 내 페이스는 4분 45초에서 55초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5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 매우 빠른 3시간 40분 페메까지 제쳤다.


 흐린 날씨. 긴팔과 장갑을 낀 게 실수인 것같은 온화한 날씨. 9킬로미터 이후 만나는 3단 오르막. 거기에서 오히려 강했다. 스피드가 줄지 않았다. 5분 이내의 페이스를 유지했다. 여러 명을 제쳤다. 그 사이 선두 주자들이 오고 있었다. 그 주자들 틈에서 환영을 본다. 로운리맨님이다. 나도 저렇게 늦게 달린 적이 있었다고 추억을 더듬는 로운리맨님. 잠정적인 SUB-3 주자. 몇 년 뒤에는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특전사님, 헬스지노님이 먼저 보였다.  그리고 3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 그 다음 로운리맨님. 사흘 전 경기국제하프에서 1시간 32분대로 달리면서 자신감을 얻은 로운리맨님의 기세가 좋았다. 볼에 새긴 태극 마크가 선명했다. 표정도 밝았다. 춤을 추면서 인사했다. 하프 코스는 바로 탄천쪽으로 갔기 때문에 반환점은 11킬로미터를 훌쩍 넘어 있었다. 하프 코스가 이쪽으로 되어 있었다면 10.5킬로미터만 달리고 반환했을텐데. 돌아갈 때의 오르막은 반환하기 전 오르막보다 부담이 덜하지만 나는 더 힘들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갈 때보다는 돌아올 때가 늘 편했는데 예외가 생겼다. 5분 페이스를 넘겼다. 다시 내리막.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돌아왔다. 은수님, 은기님, 태현님, 한구님, 맹순여사님, 동대문마라톤클럽의 두경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나를 제치고 나가는 파란색 셔츠 주자, 잠시 후 따라잡았더니 또 다시 나를 제쳤다. 그러기를 십수차례. 도대체 내가 뭐길래? 나를 페메로 삼으려면 초반에만 그래야 할텐데.  급수대를 지날 때 초코파이를 먹고 물을 마시면서 시간을 조금씩 까먹지만 그때마다 스피드를 살짝 올려 잃어버린 시간을 회복했다. 잠실롯데월드타워는 흐린 날씨에 신기루처럼 솟아 있어 달린 거리의 기준으로 삼기에 좋았다. 왼편으로 잠실종합운동장 건물이 보였다. 앞에서는 하프 주자들이 오고 있었다. 저 사람들은 몇 분 페이스일까? 아세탈님이 아직 오지는 않으셨겠지. 아세탈님을 찾아야 해. 꼭 파이팅을 외쳐야 해. 여전히 파란 티셔츠는 따라왔다. 혹시나 바깥술님인가 하면 여지없이 파란 티셔츠였다.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되겠지만 후반까지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후반에는 좀더 스피드를 올려야 하니까. 꾸준히 달려가 하프 예상 지점을 1시간 44분대로 지났다. 3시간 29분대 골인이 가능해 보였다. 아니, 그럴 수 있기를 바랬다. 하프 1시간 50분 페메가 오고 있었다. 그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서 아세탈님이 오고 있었다. 근래 보기 드문 스피드였다. 오늘 페이스 좋으시네요. 응원을 보내었다. 그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양재천으로 나아가기 무섭게 탄천으로 빠졌다. 파란 티셔츠는 아직도 내 뒤에서 그림자처럼 달려오고 있었다. 급수대를 지나치는데 물컵을 미처 잡지 못했다. 그냥 지나갈까 하다가 되돌아가서 물컵을 집었다. 그 사이 파란 티셔츠가 내 앞으로 나아갔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아야지. 50미터쯤 전력질주했다. 26킬로미터 지점에서 31킬로미터 2차 반환점이 나왔다. 지난 해 눈물겹게 돌아섰던 자리였다. 잠시 추억에 사로잡혔다. 파란 티셔츠가 사라졌다. 그 양반은 31킬로미터 종목이었던 것이다. 나 홀로 남았다. 27킬로미터 지점까지 가면서 킬로미터마다 체크해 보니 5분을 넘지 않는 페이스를 보이고 있었다. 후반에 처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마음을 달래었다. 화장실에 가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가차없이 화장실에 다녀왔다. 탄천을 건넜을 때 바깥술님이 나타났다. 신발 안에 돌 알갱이가 들어와 따라오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하며. 뒤에서 왔다는 것은 나보다 빠른 스피드로 달려왔다는 뜻이니 나를 제치고 나가는 것은 기정 사실이었다. 바깥술님이 손짓을 했다. 빨리 와요. 너무 빨리 가시는데요. 20미터쯤 떨어졌을 때 바짝 스피드를 올려서 옆에서 달렸다. 이렇게 따라붙으란 말씀이시지요? 29킬로미터 표지판이 앞에 보였다. 구간 기록 좀 줄여야겠어요. 전력질주했다. 그리고 다시 바깥술님과 보조를 맞추었다. 내가 늘 꿈꾸는 잡담 모드의 러닝을 하면서도 편했다. 조깅하는 느낌이었다. 3시간 20분 페메가 등장하고 바로 뒤에 로운리맨님이 보였다. 조금만 치면 319 가겠는데요. 답을 받으시는데 표정이 너무 좋지 않아 보였다. 인사받는 것도 그리 수월해 보이지는 않았다. 헬스지노님은 뒤쪽에 있었다.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몹시 힘들어 보였다. 30킬로미터 지점 통과. 2시간 28분 경과. 남은 12.195킬로미터를 58분 30초에 달릴 수 있을까? 달릴 수 있다면 기록 경신인데.


 2차 반환하고 난 후 따뜻한 꿀물을 얻어 마시고, 콜라도 마셨다. 곧 10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이 나왔다. 바깥술님은 여지없이 스피드를 올렸다. 5분 페이스로 달려도 3시간 28분대가 가능했지만 일단 더 줄일 수 있는지 계산해 보았다. 48분 30초로 남은 10킬로미터를 달릴 수 있다면 단 몇 초 차이로 기록을 경신할 수 있었다. 바깥술님에게 따라붙을 수만 있다면 가능해 보였다. 흰옷입은 바깥술님과는 어느새 100미터 이상 차이가 나고 있었다. 바깥술님은 나의 경쟁 상대가 아니라 내 도우미였고 페이스메이커였다. 페메를 따라가는 것처럼 부지런히 발을 놀렸다. 2차 반환하기 전까지는 조깅처럼 편한 느낌을 자주 받았는데 이제는 더 이상 조깅 수준의 러닝을 하고 있을 수 없었다. 헬스지노님이 걷고 있었다. 응원만 살짝 보내고 끊임없이 바깥술님을 따라갔다. 스피드를 올리면서도 건너편에서 오는 지인들에게는 일일이 인사를 했다. 장갑을 벗어 손에 들고 달리는데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었다. 천 원밖에 안 되는 장갑이지만 정이 들어 버리지도 못하였다. 성가시지만 손에 들고 달렸다. 그게 힘들면 조금 덥더라도 다시 끼었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3시간 2분 경과. 바로 직전 5킬로미터를 24분으로 달렸다. 마지막 5킬로미터도 그렇게 달려낸다면 기록 경신이 확실해 보였다. 바깥술님과 50미터 이내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스퍼트를 했다.  24분 이내로 5킬로미터를 달려낼 수 있다면 3시간 25분대 진입도 노려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여유가 없어졌다. 과연 최고 기록 경신이 가능할까? 내 생애 최고 기록을 세운다는 의미. 그냥 포기할 것인가? 달릴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는가? 빨리 달릴 수 있는 힘이 남아 있는가? 과거에 달렸던 마라톤이 하나씩 내 기억 속으로 들어온다. 과거에 그랬다는 판단이 내 도전 의식을 옥죈다. 과거는 늘 현재를 제어하며 미래까지 장악하려 한다. 나는 그 과거의 힘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앞에서 가볍게 달리는 바깥술님을 보면서 계속 따라간다. 4분 30초에서 40초 사이를 유지하며 그 페이스를 이어나간다. 체중 감량을 하면 좀더 빨라질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은 끊어지지 않는다. 매우 빠르게 달리던 상기님이 지쳤는지 걷고 있었다. 힘내라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었다. 탄천을 빠져나갈 무렵 방향을 꺽으면서 바깥술님이 손짓을 했다. 답했다. 정말 가까워졌다. 방향을 틀 때마다 바깥술님은 손짓을 했고 나도 팔을 들어 답했다. 토끼굴 통과. 3시간 22분 경과. 이쯤 되면 기록 경신이 가능한 것인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 시계를 보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기억을 남기고 싶었다. 드디어 종합운동장 트랙으로 들어섰다. 바깥술님이 골인하고 3초 후 나도 골인했다. 3시간 23분대로 골인한 로운리맨님과 하프를 1시간 52분으로 골인한 아세탈님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로운리맨님이 아에드를 건네주셨다. 아세탈님이 새 아에드를 주셔서 로운리맨님이 주신 아에드는 돌려드렸다. 기록을 경신했다고 말하자 로운리맨님이 환호했다. 나를 도와준 바깥술님과는 감격의 포옹을 하였다.


 탈의실. 헬스지노님이 내게 말했다. 초반에 너무 늦게 달리는 것같은데 초반 10킬로미터를 46분 정도에 끊어요. 그러면 더 빨리 달릴 수 있어요. 저는 초반에 그렇게까지 못하는데요.


 로운리맨님, 아세탈님, 바깥술님, 헬스지노님과 떡국을 먹었다. 아세탈님, 로운리맨님과는 별도의 뒷풀이가 있었다.


 2016년 11월 20일부터 2017년 3월 1일까지 101일 동안 나는 풀코스를 10번 달렸다. 이 기간 동안 풀코스 마라톤 기록을 네 차례 경신하였다. 3시간 30분대 초반을 세 차례, 3시간 20분대를 일곱 차례 기록하였다. 134번의 풀코스 완주 가운데 최근 10번의 기록이 내 생애 최고 기록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랭크되었다. 이 기록을 달성하는 동안 내 삶은 가장 힘들고 암울했다. 지금도 나아진 것은 없다. 모든 사람이 지금 현재가 가장 암울한 시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은 그 암울한 시기를 마냥 연장하고 있을 수도 있다.


 이 믿을 수 없는 행보. 가끔 내 자신이 맞는가 의심한다. 기록을 달성한 사람은 내가 틀림없는데......



아세탈님이 찍어준 사진. 한쪽 손에만 장갑을 끼고 골인하고 있다.



카메라맨을 찾지 못했다. 매번 이런다.




바깥술님과 함께......


로운리맨님이 찍어준 사진



 

 아세탈님 뒤에서 끼어들기











 오른쪽에 아세탈님이 챙겨주신 아에드가 있다.






내 생애 처음으로 3시간 25분대에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