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대회(2016/12/11)-FULL 127

HoonzK 2016. 12. 12. 22:34

 한강의 지류 안양천, 안양천의 지류 도림천을 따라 달리는 대회. 공원사랑 마라톤대회. 도림천 양편의 도로가 고가로 조성되면서 고가 아래 산책로가 생겨 비가 내릴 때나 햇빛 뜨거울 때에도 지장을 받지 않는 대회. 마라톤 시인 신성범씨는 '공원사랑 마라톤대회'라는 시에서 '비가 오고 눈이 와도 걱정 없고/ 여름에는 그늘 드리워진/ 세계 유일 전천후 실내 마라톤'이라고 노래했다.

 

 

 

 

 


 다른 대회에 비하여 유독 방향 전환이 많은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풀코스를 달리면 무려 스무 차례의 방향 전환을 감수해야 한다. 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양천 바라보며 좌회전, 다리 건너 안양천을 뒤로 하고 좌회전. 신대방역을 만나 도림천을 다시 건널 때 연달아 좌회전을 해야 한다. 개천을 건너갈 때 지난 가을만 해도 징검다리였지만 그 징검다리 위에 목재 데크를 설치했기에 달리기가 조금 수월해졌다. 개천을 건넌 후에는 그동안 달려왔던 주로를 반대편에 놓고 도림동 주민센터 부근까지 달려간 후 반환한다. 그리고 되돌아올 때 방향전환을 전반에 한 만큼 하고 출발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풀코스는 그 과정을 한 차례 더 똑같이 거쳐야 완주할 수 있다.


 지난 9월 11일 국제관광마라톤대회에서 받은 공원사랑 마라톤 대회 할인권의 유효 기간이 2016년 12월 31일까지라 빨리 사용해야 했다. 당초 토요일 달릴 생각이었지만 로운리맨님이 일요일 오실 수 있다고 하니 일요일 참가하기로 하였다. 거기에 덤으로 공원사랑마라톤 최고 기록, 세운 지 24개월이나 된 3시간 43분 39초의 묵은 기록을 깨뜨리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로운리맨님도 지난 9월 18일 추석 때 세운 자신의 기록을 깨뜨려 보겠다고 하셨다.


 영하의 날씨. 영하 3도 내지 4도이니 망설일 필요도 없이 츄리닝 바지를 입었다. 반바지를 입느냐 마느냐는 영하냐 영상이냐에 따라 결정하니까. 유일하게 헬스지노님만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출발 시간이 가까워져 집결 장소로 이동하다 보니 반바지를 입어도 될 것같았다. 다시 돌아가 츄리닝 바지를 벗었다. 귀까지 덮어쓴 바이저버프. 목도리 및 마스크용 버프. 겹쳐 입은 두 장의 긴팔 티셔츠, 장갑을 낀 상태에서 반바지. 오늘의 마라톤 복장이 되었다.

 

 화장실 앞 바리케이드 위에 다리를 올리고 스트레칭을 하는데 헬스지노님이 나와 소주 한잔 해야 하는데 하는 말을 하고 출발지로 가셨다. 출발 1분 전 아치 뒤에 섰다. 8시 정각 출발. 예상한대로 로운리맨님이 1등으로 치고 나가고, 헬스지노님과 내가 2위 그룹. 하지만 그 앞으로 한 분 오시고 헬스지노님이 바로 나가면서 나는 4위를 유지하게 되었다. 쌀쌀한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 맨살로 감당할만한 날씨였다.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애쓰면서 달렸다. 허리 통증은 나은 게 아니라서 근육 테이프를 두 개 붙이고 있었다. 자세가 무너지면 더 힘들 것이니. 바닥에 2K라고 써진 지점까지 나아가는데 얼마나 걸릴지 매우 궁금하였다. 지난 9월 18일 이후 공원사랑마라톤 코스는 처음인데 그동안 나는 얼마나 빨라졌을까? 빨라야 11분 20초, 늦으면 12분이나 걸렸던 소요 시간이 10분 30초로 줄었다. 킬로미터당 5분 15초 페이스로 달리고 있다는 뜻. 그 다음 구간은 5분 10초, 5분 5초. 이런 식으로 줄어 들었다.

 

 반바지를 입고 달리고 있으니 다리가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노출된 다리를 보고 뒤에서 추월하는 울트라마라톤 동호회의 어르신 한 분이 '하체가 멋집니다'라는 멘트를 하고 지나갔다. (이분들은 운동 나온 것) 그동안 살이 빠지긴 빠졌나 보다. 그런 말까지 듣다니. 앞쪽에 헬스지노님과 로운리맨님이 보였다. 거의 같이 가고 있었다. 좀더 속도를 올리면 나도 동반주가 가능하겠으나 초반부터 그건 무리라고 생각한다. 5킬로미터 기록이 25분 22초가 나오니 1시간 38분대로 달렸던 11월 27일 하프마라톤의 초반 5킬로미터와 비교했을 때 페이스가 더 빠르다. 조금 늦추어야 한다. 외롭게 달리면서 오버페이스가 걸리면 감당할 길이 없다. 징검다리 구간을 넘으면 7킬로미터 정도가 되는데 징검다리를 덮어버린 데크 덕분에 스트레스 하나가 없어졌다. 자전거나 사람과 맞닥뜨리면 건너가기가 정말 힘들었는데.....

 

  달리면서 양말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을 했다. 발을 딱 감싸주지 않고 헐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거기에 신발끈도 제대로 매지 않은 것같았다. 126번의 풀코스를 완주하는 동안 신발끈이 풀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늘 두번 동여매니 풀릴 일이 없었다. 2012년 9월 안산에서 너무 꽉 매는 바람에 느슨하게 풀어준다고 다시 맨 적은 있었지만. 신발끈은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신발이 덜컹거리는 느낌을 안고 2킬로미터 정도를 버티고 1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서야 발걸음을 멈추고 신발끈을 다시 매었다. 10킬로미터 지점 통과 기록을 체크하기 위하여 신발끈이 풀린 것을 감수하고 달린 것이었다. 52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아! 신발끈을 다시 매는 데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미처 몰랐다. 양쪽을 세게 묶다 보니 1분이 넘게 흐르는데 마치 영겁의 시간이 흐르는 것같았다. 소변도 보고 싶은데 소변보는 일로 시간을 더 쓰면 안될 것같아 2회전 할 때 보기로 하고 참았다. 잠시 후 건너편에서 헬스지노님과 로운리맨님을 만났다. 동반주를 하기로 마음먹은 듯했다. 파이팅 외치고. 신발끈 묶느라 애먹었다고 떠들었지만 파이팅 소리에 묻힌 것같았다.  

 

 55분 정도 지나 반환하면서 간식 급수대에서 고구마와 콜라를 먹는데 고구마는 껍질을 벗겨서 먹는 게 쉽지 않았다. 손에 내용물이 묻어서 뒷처리한다고 애먹었다. 껍질째 먹었어야 하나?

 

 누구를 만나든 파이팅을 외쳤다. 손도 흔들고. 공원사랑마라톤은 풀코스가 하프 코스를 두 차례 왕복하는 것이니 주로를 달리는 주자들과 마주보면서 쉴새없이 인사를 나누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추석 연휴기간에 달림이들이 꽤 많이 나왔을 때는 백 번도 넘게 인사를 나누었을 것이다. 네 차례 왕복하던 지난 6월에는 인사하다가 대회가 끝날 정도였다. 아무 반응도 없이 오직 달리는 일에만 집중할 수는 있겠다. 참가자가 거의 없어서 대부분 고독한 레이스를 이끌고 가야 하는 도림천 코스에서 거친 숨소리와 균일한 발걸음 소리만 있다면 너무 삭막할 것이다. 풀코스를 완주하기 위하여 애쓰는 위대한 주자들을 격려하고 나 자신도 힘을 받는 레이스를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일이다. 그래도 나는 응원을 해야 했다. 심지어 상대방의 풀네임을 목청껏 부르며 파이팅을 외치기까지 했다.

 

 55분에 반환했으니 1시간 50분이 넘어갈 것으로 생각하고 돌아가고 있었는데 신발끈을 매면서 1분 이상 잃어버린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있었다. 16킬로미터 이후부터는 빨라져 5분 이내의 페이스로 들어갔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기 직전의 5킬로미터는 24분대에 달렸다. 이미 2회전에 나선 로운리맨님에게는 제가 339로 달리고 있네요라고 소리쳤다. 출발 지점의 시계를 보니 1시간 48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빠른가? 아니, 견딜만 했다. 콜라 마시고 초코파이 베어먹고 바로 2회전에 나섰다. 이러다간 3시간 36분대에서 37분대까지 가능해 보였다. 내 공원사랑마라톤 기록(3:43:39)을 경신하러 나왔다가 로운리맨님의 공원사랑마라톤 기록(3:37:57)까지 깨뜨리게 생겼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3시간 30분대에 들어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  동기 부여도 잘 되지 않고 훈련 개념 차원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 지난 8월에도 훈련을 하기 위하여 나온 대회 아니었던가? 23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다녀왔다. 1회전 때부터 소변을 참고 있다가 해결했다. 1회전 때보다는 기온이 올라가고 햇빛도 강해서 반바지를 선택하기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츄리닝 바지를 입고 2회전에 나섰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바지를 벗어 손에 들고 달린다는 생각도 하긴 했지만 몸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으니 피해야 할 일이었다.

 

 맞바람이 있으면 소매를 내리고, 바람이 잦아들면 소매를 걷고 하면서 달렸다. 그러고 보면 달리면서 손도 참 바쁘다. 머리 속에는 자꾸 노래 소리가 들렸다. 환청처럼. 노래 소리가 들리면 발걸음이 조금 편안해지기도 했다. 공원사랑마라톤에서 3시간 30분대에 들어간다는 것. 이건 뭘까 하고 자꾸 되물었다. 메이저대회가 아니면 아예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던 내가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달리기 투혼을 건드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두운 고가 아래를 달리면서 싸늘하게 밀려오는 바람을 받으며 과거의 나 자신과 싸우고 또 싸우기 시작했다. 30킬로미터 지점의 내 기록을 알고 싶었다. 어떻게 알아내지? 맞다. 고가 기둥에 9킬로미터 스티커가 있었다. 21.1킬로미터에 9킬로미터를 더하면 30.1킬로미터가 나오니 30킬로미터 통과 기록을 계산할 수 있다. 2시간 34분대였다. 그렇다면 30킬로미터는 2시간 33분대이다. 3시간 32분대로 골인했던 손기정평화마라톤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늘 그렇게까지 기록이 나올까? 그렇지는 않아 보였다. 몸이 그렇게 가벼워 보이지는 않으니까. 로운리맨님은 3인조가 되어 돌아오고 있었는데 내 인사에 반응하지 않았다. 이런 반응은 처음인데 무슨 일이지? 지쳐서일까? 아무리 지쳐도 그럴 분은 아닌데. 1회전 할 때는 신발끈을 다시 매고도 1킬로미터 정도 차이였는데 2회전할 때는 1.5킬로미터 이상 차이가 나 버렸다. 3시간 20분대의 페이스와 3시간 30분대의 페이스는 이렇게 다르구나. 반환점에서 고구마를 먹는데 아주 힘들었다. 고구마 속이 더 많이 손에 묻어서 닦아낸다고 아주 애먹었다. 코 풀려고 갖고 달리던 화장지를 고구마 즙을 닦아낸다고 다 썼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얼마나 시간이 흐르는지 보았다. 2시간 45분대 중반이었다. 남은 10킬로미터를 50분 정도에 달리면 3시간 35분대 골인이 가능했다. 내 남은 10킬로미터도 쉴새없는 인사 퍼레이드였다. 미정님, 의계님, 태현님을 비롯하여 아직 낯선 분들에게까지 파이팅을 외쳤다. 도림천 건너편 도로를 달리는 주자들에게까지 손을 흔들었다. 돌아가는 길에 만난 급수대에는 콜라뿐만 아니라 온수까지 준비되어 있어 고마웠다. 새벽부터 나와 얼마나 오랫동안 주자들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가? 급수대 운영요원에게 앞에서 달리는 세 분 언제쯤 가셨어요 물으니 얼마 안 되었다고 하셨다. 하지만 멀리 살펴보아도 세 사람의 모습은커녕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냥 달려보는 수밖에.

 

 킬로미터당 페이스를 체크해 보는데 5분 정도였다. 37.195킬로미터에서 38.195키로미터는 4분 50초 정도 걸렸다. 더 빨라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느렸다. 다음 구간에서는 4분 40초 정도. 2킬로미터 남았을 때 보니 3시간 24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3시간 34분대에는 들어갈 수 있을까? 지난 주에는 중간 페이스가 4분 20초까지도 나왔는데 오늘은 페이스가 좀처럼 올라가지는 않았다.... 3시간 26분이 경과하여 건너편을 보니 로운리맨님 삼총사가 골인 지점을 코 앞에 두고 있었다. 손을 흔드는데 못 보는 것같았다. 3시간 27분대로 골인하시겠구나. 그렇게 빨리 달리면 애당초 내가 따라갈 수가 없는 페이스였다. 오늘은 후반에 아예 늦추지도 않으시네. 안양천 만나 우회전하여 골인점으로 달려나가기가 왜 이리 멀까? 그래도 질주한다. 로운리맨님이 기다리고 계셨다. 열렬한 환호성을 외쳐 주셨다. 주로에서 못했던 환호성을 이제야 터뜨린다는 듯이.

 

 3시간 33분 24초로 골인하였다. 이럴 수가 있나? 지난 주 3시간 28분대의 기록은 차치하고라도 손기정 평화마라톤의 3시간 32분대는 운좋게 얻어걸린 기록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동기 부여를 끌어올 수 없고, 개인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해 가며 달려야 하는 대회에서 3시간 33분대로 골인하다니. 들어와서는 3시간 33분 33초였으면 죽였을텐데 하는 생각까지 했다. 2회전 때의 하프는 1시간 43분대 후반으로 달렸고, 마지막 10킬로미터는 48분대 초반, 마지막 5킬로미터는 23분대로 달렸다.

 

 로운리맨님은 헬스지노님과 달리면서 혹독한 코칭을 받았다고 하였다. 힘든 것을 몇 차례 넘어가면 실력이 느니 한계를 이겨내라, 힘들 때 고개를 들어라. 달릴 때 말도 하지 말고 주자들과 인사도 나누지 마라.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그래서 나와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고 했다. 덕분에 3시간 27분 10초에 골인할 수 있어 만족하지만 다음 주 생각하면서 그저 운동하러 나온 대회에서 너무 힘들었다고 하였다. 데미지가 있는 것같다고 하였다. 로운리맨님, 헬스지노님, 금원님. 이렇게 세 분이 똑같이 3시간 27분 10초로 골인하셨으니 선두그룹의 삼총사는 끝까지 삼총사로 레이스를 마친 것이었다.

 

 

주최측으로부터 네임펜을 빌려 배번 뒤에 기록을 적었다. 세 분이 공동 1등하셨으니 나는 4등이다.

세상에. 공원사랑마라톤대회에서 생애 세 번째로 좋은 기록을 세우다니.....

127번의 풀코스 기록 가운데 생애 최고 기록 1, 2, 3위를 2016년 하반기에 모두 달성했다.

 

 

 

 

 주최측에서 주는 사발면은 가방에 넣고, 로운리맨님과 식사를 하러 갔다. 자주 먹었던 순대국을 벗어나 제육볶음을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식사 도구나 먹거리 등을 챙겨주시는 등 배려심이 충만한데 달리면서 인사를 못 나눈 것이 얼마나 마음에 걸리셨을지 알 것같았다. 로운리맨님은 올해 풀코스 20회가 목표였는데 벌써 25회를 완주했다고 했다. 나는 24회로 다음 주가 25회다. 그 날 로운리맨님도 달리시니 한해 26회의 풀코스 완주를 하신다고 한다. 지난 해 내가 달렸던 횟수와 같다. 로운리맨님은 내가 이번 대회에서 3시간 40분대 초반이 아니라 3시간 30분대로 골인할 것이라고 예상하셨는데 그게 정확히 들어 맞았다. 밥먹으면서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저보다 더 저를 잘 아세요?

 

 

 

 

 

 로운리맨님은 내게 무서운(?) 선물까지 주셨다. 체중계. 두려웠지만 저녁에 몸무게를 재어보았다. 지난 여름에 비해 5킬로그램쯤 줄어 있었다. 체중 감량. 빨리 달리는 비결임에는 틀림없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내 인생에 체중계가 다 생기다니.

잘 사용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로운리맨님.

제가 말씀드린 것은 한번 해 보세요. 만 50이 되기 전 100회를 채우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