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6 전마협 송년 마라톤대회(2016/12/25)-HALF

HoonzK 2016. 12. 26. 22:17

※중간부터 읽어도 됩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한번도 쉬지 않고 21.0975킬로미터를 달렸다. 후반부로 갈수록 심적 부담감이 이만저만 아니었지만 처음부터 다시 뛰는 것이며 힘든 것은 컨디션이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자기 암시를 계속하였다. 무조건 1킬로미터를 5분에 달린다는 규정을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그 시간에 맞추어 달렸다. 7~10킬로미터 구간에서 조금 쳐진 느낌이었지만 반환점을 돌고 나서는 페이스를 회복하였다. 과연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완주한 뒤에 해냈다는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내 몸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태가 되었다. 다리를 떼어놓기도 만만치 않았다. 옷에 쓸린 사타구니가 벌겋게 되었고, 팔뚝에는 허연 소금이 촘촘히 배였다. 얼굴은 익을 대로 익어 나 홀로 그늘에 숨어 있는 듯한 형상이었다. 더운 날씨지만 급격히 체온이 떨어질 것에 대비하여 바람막이라도 준비하지 못한 것은 실수였다. 으슬으슬 몸이 떨렸다.


 첫경험이란 늘 조심스러웠다. 내 페이스를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당초 계획은 2시간이 목표였지만 반환점까지 50분대에 들어가면서 1시간 45분 이내로 골인해 보고자 하는, 언뜻 무리해 보이는 목표가 생겼다. 그런 목표 하에 그저 달리고 있는데 빨간 카우보이 모자를 쓴 아저씨가 등에 '1:45'라는 표식을 달고 나타났다. 페이스메이커였다. 이 사람을 계속 따라 달리다가 마지막에 속도를 내어 앞서 나간다면 1시간 45분 이내의 기록을 세울지 모른다는 예상을 하였다. 그런데 페이스메이커는 다소 빠른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바나나와 초코파이를 주는 곳이 나오자 멈추어 서서 시간을 보내며 취식하고 있었다. 나는 나대로 초콜렛이 녹아내린 초코파이를 뜯어먹는다고 여간 애를 먹지 않았고, 바나나 껍질을 벗겨 먹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달리면서도 먹는다는 즐거움을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좋았지만 손과 입가에 묻은 초콜렛을 땀으로 닦아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사람들 보기에 이상할까봐 어지간히 신경쓰였다.


 느끼기 힘든 감흥을 느끼며 하프 코스를 완주하였다. 혹시 1시간 43분대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1시간 44분 10초였다.
 골인 후 스트레칭을 하며 내 흉측한 몰골을 추스렸다. 선 채로 다리를 뒤로 당기려고 했는데 다리 경련이 일어났다. 앉아서 다리를 꼬고 스트레칭하며 스피드칩을 풀어내고 앉아 있다가 추위 때문에 진저리를 치고서 일어났다. 간식과 함께 완주메달을 받았다. 하프코스 완주 메달은 지금까지 받은 5킬로미터, 10킬로미터 완주 메달 8개를 능가하고도 남는 값어치였다. 새로운 세계에 진입했다는 감흥을 어디다 견줄 것인가?

 

 이것은 2004년 5월 26일 내 생애 첫 하프마라톤을 달리고 쓴 일기이다. (제1회 생명사랑마라톤)
그리고.....

 

002 20040606 제5회 철의날기념 전국하프마라톤
003 20040918 제1회 새생명찾아주기 토요마라톤
004 20040926 제2회 한가위마라톤

 

005 20050417 제1회 삼각산우이령마라톤
006 20050528 제6회 철의날기념 하프마라톤
007 20050716 2005 강촌야간마라톤
008 20050903 제2회 새생명찾아주기 토요마라톤
009 20050911 FILA마라톤
010 20051119 제2회 정보화마을마라톤

 

011 20060409 제7회 분당마라톤
012 20060521 제7회 철강사랑마라톤
013 20060903 안성맞춤 전국마라톤
014 20060916 제3회 새생명찾아주기 토요마라톤
015 20061015 여주세종대왕마라톤

 

016 20070401 LIG코리아오픈마라톤
017 20070422 제4회 춘천호반마라톤
018 20070520 제8회 철강사랑마라톤
019 20070908 제4회 새생명찾아주기 토요마라톤
020 20071014 제6회 이홍열의 런조이닷컴마라톤

 

021 20080101 새해첫날마라톤
022 20080420 제3회 삼각산우이령마라톤
023 20080517 제9회 철강사랑마라톤
024 20080927 제5회 건강한 대한민국만들기 마라톤
025 20081012 제2회 광진마라톤

 

026 20090405 LIG코리아오픈마라톤
027 20090425 제4회 삼각산우이령마라톤
028 20090516 제10회 철강사랑마라톤
029 20090829 제7회 국제평화마라톤축제
030 20090906 제1회 동대문마라톤
031 20090919 제5회 전국119마라톤

 

032 20100301 한겨레 3.1절마라톤
033 20100404 LIG코리아오픈마라톤
034 20100411 포천38선하프마라톤
035 20100425 MBC한강마라톤
036 20100516 제11회 철강사랑마라톤
037 20100829 한강르네상스마라톤
038 20101002 스마일마라톤
039 20101017 런조이마라톤
040 20101121 YTN 손기정평화마라톤

 

041 20110306 2011고양중앙마라톤
042 20110403 LIG코리아오픈마라톤
043 20110501 제7회 보성녹차마라톤
044 20110612 제8회 중랑마라톤
045 20110717 동대문새벽마라톤
046 20110827 제4회 토요마라톤
047 20110828 제8회 영동포도마라톤
048 20110904 철원DMZ마라톤
049 20110925 2011 일요마라톤
050 20111008 제1회 부여굿뜨래마라톤
051 20111016 제10회 LOVE米 농촌사랑마라톤
052 20111030 제12회 대전마라톤
053 20111120 YTN 손기정평화마라톤

 

054 20120205 제9회 한강동계풀코스마라톤
055 20120226 제7회 전마협 제주마라톤
056 20120304 제3회 서울레이스
057 20120310 제222회 대구금호강마라톤
058 20120408 아디다스MBC한강마라톤
059 20120429 양천마라톤
060 20120501 노동절마라톤
061 20120506 소아암환우돕기 제9회 서울시민마라톤
062 20120519 제13회 철강사랑마라톤
063 20120606 제4회 한강서울마라톤
064 20120617 2012 가족사랑 건강달리기대회
065 20120624 제1회 6.25상기 마라톤
066 20120701 2012 전마협 대전새벽마라톤
067 20120708 2012 HOT SUMMER 혹서기 마라톤
068 20120715 제4회 일요마라톤
069 20120804 공원사랑마라톤
070 20120819 제4회 굿모닝마라톤
071 20120909 2012 선사마라톤
072 20120922 2012 UN세계평화의날 마라톤
073 20120923 제4회 서울수복기념 해병대마라톤
074 20120929 공원사랑마라톤
075 20121003 제10회 국제평화마라톤
076 20121006 제9회 오산독산성전국하프마라톤
077 20121007 제7회 부천복사골마라톤
078 20121013 제11회 LOVE米 농촌사랑마라톤
079 20121014 중소기업인氣살리기마라톤
080 20121021 공원사랑마라톤
081 20121215 제7회 토요마라톤
082 20121225 성탄절맞이 공원사랑마라톤
083 20121229 공원사랑마라톤

 

084 20130203 전마협 골드마라톤
085 20130209 설날맞이 공원사랑마라톤
086 20130223 제299회 대구금호강마라톤
087 20130310 2013 전마협 청주무심천마라톤
088 20130324 성우하이텍배 제11회 KNN환경마라톤
089 20130501 노동절마라톤
090 20130504 제9회 한중일 금융보험인 마라톤
091 20130512 국민과 함께하는 제2회 유권자의날 기념 마라톤
092 20130517 제3회 나눔과기쁨 희망나눔 전국 마라톤
093 20130519 제2회 우리땅 동해독도지키기마라톤
094 20130602 제15회 양평 이봉주 마라톤대회겸 경인일보 남한강마라톤
095 20130622 제2회 6.25상기및 정전60주년기념 국민대통합마라톤
096 20130707 머니투데이방송 여의도마라톤대회
097 20130714 제7회 2013 HOT Summer 혹서기 마라톤
098 20130915 제14회 대전마라톤
099 20130929 2013 제2회 황영조- NEWS1 서울 마라톤
100 20131003 제12회 김제새만금지평선전국마라톤
101 20131020 서울달리기대회
102 20131124 제11회 원주치악마라톤대회
103 20131130 제9회 국민건강마라톤대회
104 20131207 제9회 토요마라톤대회
105 20131225 공원사랑마라톤대회

 

106 20140130 공원사랑마라톤대회
107 20140209 제11회 한강동계풀코스마라톤대회
108 20140301 2014 머니투데이방송 3.1절 마라톤대회
109 20140308 전국언론인마라톤대회
110 20140518 2014 사랑나눔하프연대별최강전 마라톤대회
111 20140615 2014 김대중평화마라톤대회
112 20140802 공원사랑마라톤대회
113 20140906 2014 추석맞이 마라톤대회
114 20140908 2014 추석맞이 마라톤대회
115 20140910 2014 추석맞이 마라톤대회
116 20140921 2014 원주mbc & 횡성청정 마라톤대회
117 20141005 부산바다하프 마라톤대회
118 20141018 NB HALF MARATHON
119 20141101 제10회 한중일 금융보험인 마라톤대회
120 20141116 제14회 강화해변 마라톤대회
121 20141129 자원봉사 마라톤대회
122 20141130 2014 여성경제신문 창간기념 마라톤대회

 

123 20150322 제13회 성우하이텍배 KNN 환경 마라톤대회
124 20150712 2015 김대중 평화 마라톤대회
125 20150726 제12회 새벽강변 마라톤대회
126 20150905 제14회 토요마라톤대회
127 20150912 제16회 대전마라톤대회
128 20151018 서울달리기대회
129 20151101 창조경제마라톤대회
130 20151115 제12회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
131 20151206 제11회 양산전국하프 마라톤대회
132 20151227 송년마라톤대회

 

133 20160101 2016 공원사랑 새해맞이 마라톤대회
134 20160124 제17회 일요마라톤대회
135 20160403 2016 대전 서구청장배 전국마라톤대회
136 20160413 2016 여의도 봄꽃축제 마라톤대회
137 20160424 통일과나눔 2016 서울하프마라톤대회
138 20160501 강북구청장배 마라톤대회
139 20160529 제14회 양주시민 마라톤대회
140 20160606 제8회 한강서울 마라톤대회
141 20160619 공원사랑 마라톤대회
142 20160717 2016 뚝섬골드 마라톤대회
143 20160915 공원사랑 마라톤대회
144 20161003 국제평화 마라톤대회
145 20161015 2016 독도수호 마라톤대회
146 20161016 제1회 광진구청장배 마라톤대회
147 20161113 제13회 스포츠서울 마라톤대회
148 20161127 제2회 도봉구청장배 마라톤대회
149 20161204 제12회 양산전국하프마라톤대회

 

150번째 하프 완주 도전.....  20161225 2016 전마협 송년 마라톤대회

 

※밑줄은 1시간 30분대 완주

 

 하프 출발이 10시이니 아주 여유 있었다. 그러나 피곤하였다. 늦게 출발한답시고 새벽 1시가 넘어서까지 버티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20시에 잔치국수 먹고 22시 30분에 국밥 먹고..... 카톡하고.....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이 차 학동역 가요라고 물어보았을 때 여느때 같았으면 일부러라도 몸을 일으켜 노선도를 보고 알려 드렸을텐데 전 잘 몰라요라고 하며 눈을 감아 버리고 말았으니 피곤했나 보다. 전철은 생각보다 늘 빨리 도착하여 휴식을 취할 시간이 별로 없다. 뚝섬유원지역에서 내려 대회장 반대편으로 걷다가 운동 기구 있는 곳에 와서 스트레칭부터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덕분에 주차장을 지나가면서 아세탈님을 만났다. 아세탈님은 뜻밖의 선물을 주셨다. 어른 머리보다 더 큰 플라스틱 통, 비타민제 통을 뻥튀기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큰 플라스틱 통을 건네주셨다. High 5, Protein Recovery라고 적혀 있는 1.6킬로그램의 분말 가루가 든 통이었다. 배낭 하나를 더 든 것처럼 무거웠다. 내 하프 150회 완주 기념 선물이라고 하였다. 이런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기대하지 않았을 때 받는 깜짝 선물은 사람을 갑절로 감동시킨다.

 

 배번과 칩을 현장에서 받았다. 칩은 네모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중앙을 중심으로 네 개의 구멍이 나 있었다. 그 쪽으로 신발끈을 집어 넣어 결속하는 방식인데 어느 칩보다 부착하기 힘든 방식이었다. 추운 겨울에 손이 많이 가는 이런 칩을 쓰다니? 이 칩은 경험이 있었다. 이런 칩이 나올 경우를 대비하여 내 가방에는 비닐 노끈이 있었다. 그걸 써서 신발끈을 풀어내지 않고 편하게 묶었다.


 긴팔티셔츠 두 장에 츄리닝 바지를 입을까 하다가 민소매 티셔츠에 2006 춘천마라톤 기념 티셔츠(아식스 집업 긴팔 티셔츠)를 덧입었다. 반바지를 입었다. 올 12월 마라톤 대회에는 다섯 차례 나가는 것이지만 변함없이 반바지였다. 다만 출발 전 보온을 위하여 주최측이 제공하는 비닐 조끼를 걸쳤다. 로운리맨님과 로운리맨님의 후배님과 인사 나누고 출발하기 전에는 내내 아세탈님과 함께 있었다. 아세탈님의 오사카마라톤 기념품 바람막이는 멋졌다. 닉네임의 유래도 여쭈어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데 아세탈님은 변함없이 내 오늘 예상 기록이 1시간 37분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계셨다. 
 
 지난 12월 22일 '비오는 날 우이천변을 달리다'라는 내 블로그 글에는 로운리맨님과 아세탈님의 댓글이 달렸는데 로운리맨님은 내가 1시간 35분 이내 골인이 가능할 거라고 하셨다. 나는 피터 리겔 공식을 거론하며 18일 풀코스 기록으로 볼 때 1시간 41분이 예상되고, 뚝섬 코스의 최고 기록이 1시간 41분대이니 그것도 힘들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이에 대하여 아세탈님은 나름대로의 분석을 내어놓으셨다. '135는 어렵다 하시니 최근 상승세 감안하고, 모래 주머니 비슷한 훈련도 하셨으니, 뚝섬 141을 넘어선 137 정도 예상해 봅니다'

 

 아세탈님은 내게 파워겔을 챙겼느냐고 물었다. 하프를요? 요즘엔 풀 달릴 때에도 안 챙겨요. 그냥 초코파이로 감당하지요. 여유분이 있다며 주셨다. 바로 먹었다. 지난 주에는 로운리맨님, 이번 주에는 아세탈님. 출발 전 에너지젤 혜택을 받는다. 허리에 근육 테이프를 붙이지 않아서 급히 의료 부스에 가서 스프레이를 뿌리고 되돌아왔다. 아세탈님에게는 2시간 이내로는 뛰셔야지요 했더니 그동안 훈련을 못해서 2시간 10분대를 예상한다고 하셨다.

 

 하프와 10킬로미터 종목 동시 출발. 고개를 돌려 보니 인원이 많지 않았다. 아세탈님과 함께 출발하였다. 맞바람이 느껴지는데 갈 때는 고생이겠지만 돌아올 때는 바람을 등질테니 좀 나을 것이다. 후반에 스퍼트하는 나로서는 고마운 날씨이다. 출발 주로가 좁다 보니 애당초 속도를 낸다는 것은 무리였다.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나가거나 도로 옆 수풀을 달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대로 달렸다. 1킬로미터 정도까지는. 5분 30초가 걸렸다. 허허. 지난 주 풀코스보다 늦은 페이스였다. (아세탈님은 내가 초반에 너무 천천히 달려 오늘은 정말 천천히 완주만 하고 마는 줄 알았다고 나중에 말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는 의도인가? 그 다음 1킬로미터 구간은 빨라졌다. 5분에 달렸다. 1킬로미터 지점을 지나면서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고, 2킬로미터 지점을 넘기 전에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쳤다. 열심히 달리는데 옆에서 하하하 크게 웃으며 반갑다고 인사를 해 오셨다. 요즘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하시는 은수님이었다. 서로 격려하고 레이스를 이어 나갔다. 비닐 조끼가 펄럭이며 신경을 거슬리는데 조금 더 있다가 벗기로 했다. 여차하면 반환점까지 입고 가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저 앞에 낯익은 인물 한 분. 동대문마라톤클럽의 두경님이었다. 이런저런 대화 나누다가 1시간 40분 페메 어디 있을까요, 풍선을 달지 않으니 찾기가 너무 힘들다고 했더니 바로 저 앞에 있다고 알려주셨다. 몇 백 미터 앞에 여러 명이 무리지어 달리는데 그 가운데 한 분이 1시간 40분 페메인 듯 했다. 5킬로미터 지점에서 초코파이와 게토레이를 섭취하고 내달려 구리시에 들어서는 6킬로미터 지점에서 비닐 조끼를 찢어 벗었다. 내 스피드를 옥죄고 있던 비닐이 없어졌으니 스피드를 조금 올려 볼까? 7킬로미터 지점의 급수대를 지나고 난 후 한 분을 제치고 나가는데 나에게 자주 본 것같다며 오늘 좀 힘드네요라고 했다. 그럼 오늘 훈련한다는 생각으로 달리셔야 겠네요.  내 이름을 물었다. 이름을 알려드린 뒤 뒤를 돌아보며 '7228이시군요'했더니, 그 분은 '저는 김ㅈ형이예요'라고 외쳤다.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는 1시간 40분 페메 그룹. 힘들게 스피드를 올리는 것도 아닌데 그들과의 간격은 점점 줄어들었다. 대형 태극기를 빗겨 달리며 건너편에서 오는 선두그룹을 확인하는데 9킬로미터 지점에서는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와 함께 있었다. 반환할 때까지 함께 달릴까 하다가 그냥 앞으로 나아갔다.. 10킬로미터 지점을 48분 30초에 통과했다. 조금 더 진행하니 빨간색 머리띠의 로운리맨님이 나타나셨다. 파이팅 나누고..... 잘 가고 계시는구나. 반환은 50분 언저리. 초코파이와 생수로 시간 보내고. 급수대 나올 때마다 장갑을 벗는 습관을 바꾸든가 해야지. 다행인 점 하나. 출발하기 직전에는 달리다가 화장실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되겠다는 것. 10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으로 되돌아 왔을 때 시계를 보니 52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거리를 쪼개어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릴까 했는데 그랬다간 1시간 42분대이니 뚝섬 코스의 기록을 깨뜨릴 수 없었다. 47분대로는 달려주어야 했다. 첫 10킬로미터를 48분 30초로 달렸으니 어려워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라톤 후반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더구나 나는 오늘 초반에 빨리 달렸다. 9킬로미터 남았을 때 남은 페이스를 체크해 보기로 했다. 그때 비니 쓰고 곤색 바람막이를 입고 다가서는 분이 있었다. 아세탈님이었다. 여유있어 보였다. 잘 달리신다는 응원을 보내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다. 시계를 보는 일을 깜박했지만 13.1킬로미터와 14.1킬로미터 사이의 페이스를 체크해 보면 되는 것이었다. 4분 40초의 페이스가 나왔다. 그럼 가능한 것인가? 1시간 39분대가? 그 사이 옥색 유니폼을 반짝거리며 내 앞으로 치고 나가는 달림이가 있었다. 그 지점이 15킬로미터 이후였다면 따라붙었겠지만 아직은 내 페이스를 지켰다. 옥색 유니폼 주자가 앞 사람, 그 앞 사람 앞으로 나아가는 질주를 뒤에서 확인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시야에서 너무 멀리 사라지지는 마시길. 후반에 내 기준이 되어주세요. 그렇게 중얼거리며 서울을 향해 나아갔다. 반바지 선택하기는 잘했어. 춥지는 않고 다리 놀림도 자유로우니.


 또 한 분의 주자를 보면서 감탄하였다. 하프 코스 1시간 30분대의 주자란 저런 것인가? 참으로 빠르구나. 그가 성큼성큼이라면 나는 살금살금, 심지어 아장아장 수준인데. 그는 롱스트라이드, 나는 숏피치. 그런데 좀 이상하다. 그와 나의 간격은 왜 자꾸 줄어드는 걸까? 서울에 들어서면서 살금살금이 성큼성큼을 제쳤다. 균일한 동작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고개를 들려고 애썼고, 팔을 크게 흔들려고 신경썼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 장갑을 벗어 물을 마시고 시간을 확인하였다. 1시간 14분 59초. 이젠 되었다. 앞으로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로 달려도 1시간 39분 59초에 골인한다. 뚝섬 최고 기록도 경신하고 1시간 30분대에도 들어선다. 돌아가는 길에 오르막이 세 차례 정도 나오는 게 문제이긴 했다. 뚝섬 코스 초창기에는 이 오르막이 부담스러워 한강 북단과 한강 남단의 마라톤 코스는 천양지차라는 글을 남기기까지 했다. 오늘은? 까짓것! 스피드를 늦추지 않고 평지를 달리듯이 달렸다. 4킬로미터 남았을 때, 2.5킬로미터 남았을 때, 2킬로미터 남기 직전 세 차례의 오르막이 나오지만 단숨에 넘었다. 1.5킬로미터쯤 남았을 때 만나는 내리막을 오히려 조심하였다. 넘어지면 안돼. 스피드를 늦추었다. 2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 29분 40초. 1시간 38분대도 가능하겠구나. 아세탈님 말이 생각났다. 1시간 37분대 가능합니다. 1시간 37분대가. 그럼 킬로미터당 4분대 초반으로 뽑아야 하는데.


 한강 건너편에 철옹성처럼 자리잡은 잠실 메인스타디움이 보였다. 곁눈질하면서 내달렸다. 요즘 식사량이 늘어 몸이 다시 불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 속에서 옆구리를 만지며 달렸다. 마지막 1킬로미터를 남기고 1시간 33분 42초 경과. 팔을 휘저으며 치달렸다. 죽어도 좋아. 4분 15초로 달리면 아세탈님이 예상했던 1시간 37분대도 가능하다고. 백미터 달리기를 연달아 10번 하는 느낌으로. 오르막같지 않은 오르막을 넘고 나자 골인 아치가 보였다. 드디어 골인!!!


 먼저 들어와 반겨주시는 로운리맨님.

 

 '뚝섬 코스 기록 경신하셨지요. 축하드려요.'


 기록증을 받는 나를 부르며 또다시 외쳐주시는 로운리맨님. 영화 <러브레터>의 여주인공 후지이 이츠키가 설원에서 '오겡키데스까(お元気ですか)?'라고 외치는 것처럼...... 대회장이 떠나갈 정도로 큰 소리로.

 

 '건달님, 하프마라톤 150회 완주 축하드려요.'

 

감격, 또 감격...... 151개월의 여정...... 2004년 5월 26일 첫 하프 이후 150회까지..... 어쨌든 한 달에 한 번 꼴로 달린 셈이구나.

150번의 하프를 운좋게 모두 2시간 이내로 완주했네. (2011년 8월 영동에서 위기가 한번 있었다. 1시간 59분 59초 98로 골인)

 

기록증에 찍힌 내 기록은 1시간 37분 35초 46이었다.
이건 뭐냐? 마지막 1킬로미터를 3분 50여초로 달리는 게 가능해? 1킬로미터 단일 종목도 아니고 20.1킬로미터를 달리고 마지막 1킬로미터에서?


 1시간 37분대. 아세탈님의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한 측면도 없지 않지만) 옷 갈아입고, 전마협 매장에 들러 폴라폴리스 자켓을 만 원에 구입하면서 기다렸다. 순두부는 아직 먹지 않았다. 함께 먹을 사람을 기다렸다. 하프 출발한 지 두 시간이 넘어 가니 혹시 이미 골인하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단 기다려 보기로 했다. 2시간 10분이 2시간 20분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 곤색 바람막이 주자가 나타났다. 아세탈님.

 

 함께 순두부를 먹었다. 내가 챙겨간 홈삼즙도 나누어 마셨다. 아세탈님은 생수에 타 먹는 정제 세 통까지 주셨다.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선물 꾸러미를 들어올리며 '이 선물 너무 좋아요'라고 말했다. 오늘이 성탄절인데 성탄절 분위기를 내야 하지 않을까? 반나절이 흘렀지만.....

 

 

 

아세탈님을 기다리며.....

 

 

 

 

 

 

아세탈님, 뒤에는 잠실타워가......

 

 

 

 

 

잠실타워와 잠실메인스타디움

 

 

 

 

아세탈님이 주신 선물.....

 

 

 

 

아세탈님의 선물 하나 더.....

 

 

별로 필요도 없는데 성탄절 마라톤이라고 산타 모자를 주었네.

주로에 산타 모자를 쓰고 달리는 사람도 꽤 있었다.

 

2016년 18번의 하프 마라톤 완주.

첫 마라톤과 마지막 마라톤이 1시간 30분대라 좋다.

 

 

 

 

 

폴라폴리스 자켓... 만원에 득템.

 

 

폴라폴리스 자켓 105 사이즈... 로운리맨님이 찍어주신 사진.... 이후 110 사이즈로 바꾸었다. 그래도 여유있는 게 좋으니....

 

 

롯데리아 뚝섬유원지점에서 더블데리버거세트를 먹었다. 3900원 특가인데 SKT 카드로 할인받아 3750원에 먹을 수 있었다.

식당 찾는 게 귀찮으면 앞으로 여기 롯데리아를 자주 이용할 듯.

 

 

이 데리버거를 먹다가 카톡을 받고 급히 이동하게 되었다. 성탄절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만끽할 수 있게......

 

 

 

 

 

 

 

 

 

 

 

골인 아치가 10미터 쯤 남았다.

공중에 떠서 V자를 날리는 여유를 보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