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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양산전국하프마라톤대회(2016/12/04)-HALF

HoonzK 2016. 12. 5. 23:29

 풀코스를 달리고 나서 다음 날 바로 하프를 달린다. 6월 5일 풀, 6일 하프. 10월 2일 풀, 3일 하프. 올해 세 번째였다.


 대회 당일 오전 7시 40분 부산 화명동 스카이모텔에서 나와 픽업하러 오신 허수아비님을 만났다. 지난 해 이어 2년 연속 출전. 지난 해에는 마지막 스퍼트로 1시간 39분대에 진입했지만 올해는 2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잡았다. 전날 풀코스를 너무 빨리 달리다 보니 몸은 무거웠다. 허리에 파스를 바르고 잤지만 통증은 남아 있었다. 근육 테이프 두 개를 바르고 대회장으로 가야 했다. 샤워하고 빨래까지 마친 뒤 자정이 넘어 잠들었지만 베개가 불편해서 자주 깨었다. 별별 요란한 꿈을 다 꾸었다. 우리집 옥상에 몰래 올라가 놀고 있던 중학교 2학년들을 붙잡아 혼을 내는 꿈까지 꾸다니. 중학교 2학년이면 그래도 되는 거야? 이게 내가 한 말이다. 전주비빔 삼각김밥과 참치마요네즈 삼각김밥을 샀다. 아침식사 완료. 화장실 문제는 모텔에서 해결했기 때문에 대회장에서는 여유가 있었다.


 양산종합운동장 앞에는 금방 도착했지만 주차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갈수록 참가 인원이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붐비지 않을 때 체육관에 마련된 물품보관소에 짐을 맡기고 다리 스트레칭을 하였다. 운동장에서 몸푸는 허수아비님을 만나니 오늘 옷차림은 녹색 계열의 깔맞춤이다. 내가 지난 5월 선물한 아식스 긴팔 티셔츠에 이봉창의사마라톤 초록색 기념모자. 나는 2011년 춘천마라톤 곤색 기념티셔츠를 입었다. 전날 입었던 2012년 춘천마라톤 파란색 기념티셔츠를 모텔에서 빨아 잘 말렸기 때문에 다시 입어도 되었지만 다른 것을 입었다. 그다지 춥지는 않았지만 주최측에서 제공한 비닐도 걸쳤다. 정명진님, 허수아비님과 함께 기념 사진도 찍었다. 세 사람이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이었다.


 9시 30분에 하프 출발 신호가 있었다. 워낙 참가자가 많아 우리가 출발 아치를 지난 것은 1분 30초나 더 흐른 후였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야 하는데 아득히 멀리 있었다. 양산천변의 도로로 진입하여 1킬로미터 지점을 만나는데 이런, 7분 가까이 걸렸다. 말도 안 되는 스피드이다. 비닐을 벗었다. 몸이 무겁다. 풀코스의 피로가 무섭다. 26시간 이내에 63.3킬로미터를 달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연이틀, 연사흘, 심지어 9일 연속 풀코스를 달리는 분들은 이 피로감을 어떻게 견디어 낼까? 정명진님이 말없이 빨리 나아가고, 허수아비님은 2시간 페메와 함께 가겠다며 속도를 내셨다. 지난 해 단 한 개 차선만 주로로 열어주어 답답하기 짝이 없었던 코스 운용은 개선되었다. 두 개 차선을 달리게 해 주니 숨통이 트였다. 옆사람과 부딪치는 일이 현저하게 줄었다. 3킬로미터를 달려 보니 17분이 걸리지 않았다. 1시간 59분 후반 완주가 무난해 보였다. 몸이 무겁다는 말을 중얼거리며 뛰고 있었지만 킬로미터당 페이스는 5분 40초를 넘지 않았다.

 

 허수아비님은 지난 해에 비해 체중이 늘었지만 금방 몇 백 미터 앞으로 나가셨다. 눈에 잘 띄는 형광색 티셔츠에 초록 모자까지 쓰셨으니 나 여기 있어요라고 지속적인 공지를 하는 것같았다. 지금 현재로서는 도저히 못따라갑니다. 반환한 후에 애써보겠습니다. 내 말이 들리실까? 양산마라톤에는 갈 때나 올 때 오르막이 몇 차례 나온다. 달리던 사람들이 걸을 정도는 아니지만 페이스를 늦추게 하는 장애물은 된다. 지난 해 멋모르고 달리다가 봉변을 당한 느낌이었는데 올해는 각오하고 있으니 별로 부담은 되지 않았다. 출발하기 직전 햇빛이 나기에 선크림을 바르지 않은 허수아비님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구름이 다시 몰려와 흐리고 쌀쌀한 날씨가 되었다. 10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구름이 끼었다. 돌아올 때 만나는 맞바람은 땀을 말려주기까지 했다. 달리기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12월에 이런 조건을 만나기는 힘들 것이다. 전날 풀코스를 달리지 않았다면 정명진님과 보조를 맞추어 보는 것도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며 달리고 있었다. 오르막에서 늦추어진 속도는 내리막에서 보충하였다. 허수아비님은 3백 미터쯤 앞서 계셨다. 우승권 주자들이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리 달려 오고, 여자부 1위 철녀 정숙님이 1시간 20분대의 속도를 유지하며 오고 있었다. 고수들이 적지 않았다. 1시간 40분 페메가 나타났다. 그들보다 1분 30초나 늦게 출발했지만 바로 뒤에서 정명진님이 보였다. (1시간 40분 페메) 잡을 수 있겠는데요. 파이팅을 보내었다. 볼 때마다 날씬해지는 정명진님. 출발하기 전에도 영동에서 본 후 4개월만이었는데 같은 사람이 맞나 싶었다.


 10킬로미터를 56분이 되기 직전 통과하였다. 물도 마시고 쵸코파이도 먹었다. 허수아비님이 건너편에서 오고 계셨다. 많이 따라왔다고 말씀하시는데 3킬로미터 이후 줄어든 거리는 없었다. 허수아비님은 하프 반환점을 56분 46초 걸려 도셨고, 나는 58분 2초에 돌았다. 반환점을 돌고 나니 스피드가 오르는 느낌이었다. 무거웠던 몸도 풀리는 것같았다. 가끔 오르막이 제어했지만 잘 넘어갔다. 허수아비님은 2시간 페메와 함께 가실 줄 알았는데 그들과 함께 달릴 생각이 없으신 듯했다. 출발 전 정명진님에게 언뜻 했던 말이 떠올랐다. 1시간 55분이 목표야. 2시간 이내 완주를 넘어 1시간 54분대 주파를 하시려는구나. 올해 부상으로 체중 조절에 실패하여 힘들어 보였는데 양산마라톤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대회구나. 2013년 1시간 41분대의 하프 최고 기록을 세운 대회이기도 하니 허수아비님으로서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대회겠구나. 오늘 못 따라갈 수도 있겠구나. 형광색 옷이 많아서 형광색 옷이 보일 때마다 허수아비님으로 착각하니 초록색 모자를 꼭 확인해야 겠구나.


 나는 일단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아야 했다. 부담스러운 오르막이 끝나고 난 후 12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기 직전 소변을 볼만한 아늑한 장소가 있었다. 볼 일을 보았다. 그냥 참고 달리는 것은 스트레스다. 50미터까지 간격이 좁혀졌던 페메가 200미터 정도 멀어졌다. 꾸준히 달렸다. 14킬로미터 지점에서야 페메를 넘어섰다. 15킬로미터 지점에 형광색 장갑이 버러져 있었는데 사실 돌아올 때 득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냥 놔두기로 했다. 주유소 앞의 대로를 ㄷ자 형태로 감아돌아 빠져나오는 곳을 통과하며 건너편에서 오는 허수아비님에게 두 팔을 들어 파이팅을 외쳤다. 양산시가 한눈에 보이는 느낌을 받으며 양산천을 끼고 대로를 달리게 되었다. 복귀하는 코스는 출발할 때 지나온 코스와 다른 것이 양산마라톤의 특징이다. 5킬로미터 남았을 때에는 달린 거리가 아니라 남은 거리로 표지판이 선다. 5킬로미터 남기고 1시간 28분 중반이었다. KM당 5분 페이스로 가면 1시간 53분 중반 골인이 예상되었다.


 양산교 위에서는 허수아비님과 10여 미터 차이를 두고 달렸다. 양산교를 건너자마자 허수아비님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2킬로미터 쯤 남았다. 앞으로 나갔다. 급수대에서 음료수를 마시고 달리면서 주로의 박스 쓰레기통에 빈 컵을 던졌다. 골인. 만약 골인시키지 못했다면 되돌아와 다시 집어 넣었을까? 모르겠다.

 

 주변의 달림이들은 5분 20초에서 30초 사이로 달리는데 4분 30초 전후로 달리기 시작하니 썰물처럼 달림이들이 내 뒤로 빠져나갔다. 양산종합운동장으로 들어서며 비행기처럼 양팔을 벌리고 주로를 지그재그로 달리며 세레모니를 했다. 이 바람에 풀코스 후 가장 빠른 하프라는 기록을 세울 수 있었는데 몇 초 차이로 놓쳤다. 잠깐의 세레모니 끝. 이제 전력질주. 정명진님이 스마트폰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두 팔을 들어 승리자의 포즈를 취한 후 골인점을 향하여 내달렸다. 지난 해처럼 인상찌푸린 사진이 찍히지 않길 바라면서 사진사를 찾아 눈길을 주었다.

 

1시간 52분 08초 10

 

 허수아비님을 기다렸다. 허수아비님은 전반과 후반 차이가 거의 없었다. 후반에 몇 십 초 정도가 늦어졌을 뿐이라 1시간 54분대로 골인하셨다. 1차 목표인 2시간 이내 완주에 2차 목표인 1시간 55분 이내 완주 목표까지 달성하신 것이었다. 나는 전반보다 후반을 4분 정도 빨리 달렸다. 마지막 5킬로미터를 23분대 중반으로 달린 게 성과라면 성과였다. 정명진님은 반환 후 10.55킬로미터를 44분대로 달려 1시간 36분대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생애 149번째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모두 2시간 이내의 기록으로. 2016년 12월 25일 성탄절 아침 150번째 하프 완주를 꿈꾼다.

 

 

정명진님, 허수아비님과 함께...... 나는 전날 풀코스에서 신었던 타사재팬을 다시 신었다.

허수아비님의 티셔츠는 내가 올 1월 영하 18도의 날씨에 마라톤 대회에 나가 받은 것이다.

 

 

 

트랙을 돌면서......

 

 

허수아비님의 골인을 응원하면서......

 

 

 

 

 

 

 

 

 

아침으로 먹은 삼각김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