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결식아동돕기 제12회 국민건강마라톤(2016/12/03)-FULL 126

HoonzK 2016. 12. 4. 23:29

이 대회의 완주기는 1부, 2부, 3부로 나누어 써야겠다.

 

 

1부 >>>

 

 

 풀코스 기록을 경신한 지 2주가 되지 않아 개인 기록을 또 경신하였다. 3시간 32분대는 당분간 범접하기 어려운 기록이었는데......

 

 영하를 살짝 벗어난 날씨에 바람도 잔잔했다. 풀코스를 달리는 데 이보다 좋은 조건이 있을 수 있는가? 그런데 내 허리는 몇일 째 통증이 이어졌다. 다리를 꼬고 완주기를 정리한다고 몸이 비틀리기도 했고, 지난 일요일 택배로 온 대봉감을 정리하느라 서둘러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다 보니 탈이 나고 말았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신발끈을 묶어야 할 정도였다. 이 대회는 원형 스피드칩을 신발끈에 끼워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니 더 힘들었다. 일단 허리에서 등쪽으로 길게 근육 테이프 두 개를 붙였다. 몸통의 상하 운동을 최대한 자제하면서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출발선에서는 자꾸만 뒷걸음질쳐서 뒤로 갔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보다는 늦게 출발해야 했다.


 첫 1킬로미터 5분 40초. SUB-4에 딱 부합된다. 2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허리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되었다. 4시간 페이스메이커 그룹보다 앞으로 나갔다. 거기서 안동제비원마라톤클럽의 김범연님을 만났다. 카페에 가끔 들른다고 했더니 '강건달'이냐고 바로 물어왔다. 감동. 온라인의 만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순간. 2주 전 상주에서 200회 완주를 달성했다고 하셨다. 박수를 쳐드렸다. 멀지 않은 곳에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어 저 분들과 함께 가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무리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3킬로미터는 16분 소요. 4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 그룹에 섞였다. 헬스지노님과 필희님. 헬스지노님을 자주 따라 달렸지만 3:45 페메하실 때 따라가는 것은 3년 8개월만이었다. 달리기에 참 좋은 날씨라고 말하며 그냥 막 앞으로 치고 나가고 싶다고 했더니 워워워 그러시면 안됩니다라는 제지가 들어왔다. 페메분들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왔다는 현장접수 287 주자도 그러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하였다. 싱글(3시간 10분 이내 SUB-3 직전 기록 보유자) 달성을 문턱에 두고 있는데 오늘은 훈련삼아 나왔고 속도를 늦추어 달리고 있다고 하였다. 고수와 함께 달리면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287 주자는 가르쳐 주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분이라 자세를 비롯하여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었다. 모든 지침을 달리기 초보자처럼 받아들였다. 그 분은 내게 피치가 좋다고 했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진 것은 행운이었다. 6킬로미터의 한강 구간이 끝나고 안양천에 들어섰을 때 3시간 29분대로 달려 봤으면 참 좋겠다고 했더니 헬스지노님이 아직도 329 못했느냐고 물었다. 아직 모자란 실력이라서요. 헬스지노님은 동호회에 들면 어떻게든 329 페이스로 나를 끌어가 주겠다는 제안을 하였다. 혼자 훈련해서는 실력 늘기가 힘들다면서......


 신정잠수교를 건너서 만나는 11킬로미터 지점. 287 주자는 속도를 내고 있었다. 따라가고 싶었지만 3:45 페메 그룹에 그냥 있기로 했다. 페이스를 올리지 않으니 달리기가 너무 편했다. 속도 내는 것을 참고 있다는 사실이 몸으로 느껴지면서 후반에 힘을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30킬로미터 이후야. 빨리 오너라. 안양천을 ㄷ자 형태로 감아돈 뒤 16킬로미터 지점에서 한강변으로 다시 나아갔다. 달리면서 선두 주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페메분들은 거리 표지판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주머니에서 페이스 분배표를 꺼내보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고 했다. 페이스 맞추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18킬로미터 지점을 넘기 전에 2시간 40분대 주자들이 나타나야 하는데 그것도 의심스럽거니와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나타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했다. 그래도 18킬로미터 지점을 넘으면서 선두 주자들은 나타났고, 서브3주자, 싱글 주자들이 쏜살같이 달려왔다. 3시간 20분 이내의 페이스로 특전사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마곡철교 아래에서 만난 3:30 페메 한 분이 3:45 페메분들에게 거리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반환점을 1시간 49분 10초에 돌았다. 3시간 30분대 완주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승부를 걸었다. 3:45 페메를 떨구고 쭉쭉 치고 나갔다. 5분 21초의 페이스가 4분 40초 페이스까지 빨라졌다. 너무 서둘러 승부를 건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었지만. 가끔 킬로미터당 시간 소요가 4분이 걸리지 않기도 했는데 그 구간의 거리 표지판이 잘못 배치된 때문인 것같았다.


 잔잔하기만 한 한강의 물결, 구름이 끼지 않는 날씨라 눈이 부셨지만 견딜만 했다. 이따금 만나는 맞바람은 오히려 땀을 식혀 주니 달리기에는 천혜의 조건이었다. 언뜻 내 허리! 그 생각을 하면 조심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다. 반환점에서 속도를 늦추고 스프레이라도 뿌려주었어야 했는데 그냥 치고 나와 버렸네.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주변을 살피지 못해 건너편에서 달림이들이 먼저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4시간 페메와 함께 달리는 한구님, 속도를 늦추어 달리는 은기님, 그리고 4시간 30분 이후 페이스로 달리는 특전사님의 동반자 명순님. 고마웠다. 먼저 부르고 인사를 건네주시니. 지나친 것이 죄송스러워 큰 소리로 반갑습니다라고 외치고 나아갔다. 기온이 오르다 보니 자전거 부대가 많아서 주의해야 했다. 짜증을 내고 지나가는 자전거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파이팅을 외치며 지나가는 자전거타시는 분도 계셨다.

 

 다시 안양천으로 들어섰다. 26킬로미터를 넘어섰다. 27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한참 앞에서 달리던 287 주자를 제쳤다. 잘 달리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며.. 일단 30킬로미터 기록이 잘 나올 것같은 예감에 휩싸였다. 2시간 33분대보다 빨리 나오지 않을까 하는. 실제로 30킬로미터 통과 기록이 2시간 31분 40초가 나왔다. 내가 일찍이 달려서 30킬로미터 지점에 가장 빨리 도착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12.195킬로미터를 손기정 평화 때에는 1시간 이내로 달렸다. 하지만 오늘도 그럴 수 있을 것같지는 않았다. 그렇게 달릴 수 있으면 또 한번 생애 최고 기록을 세우게 되는데 그게 가능하겠는가? 일단 도전했다. 남은 거리를 58분에 못 달릴 것도 없다는 생각을 했다. 일단 화장실에 가지 않아도 될 것같았고-겨울에 화장실에 들르지 않은 첫 대회가 된다- 출발이 오전 10시인 덕분에 2주 전 보다는 1시간 반을 더 자고 나올 수 있어 상쾌한 느낌마저 있었다. 문제는 허리 통증만 남는데 그것도 이제 마비가 된 느낌이라 아픈 줄도 몰랐다. 32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고, 하프 11킬로미터 표지판이 나오고, 곧 뒤집어진 표지판이 나온다. 10킬로미터 표지판이니 10킬로미터 남았다는 뜻이다. 2시간 40분 초반으로 통과. 가만 있자. 이게 말이 되는가? 남은 10킬로미터를 49분대에 달려내면 3시간 29분대 진입이 가능해진다는 사실. 4분 40초에서 50초를 왔다갔다 하고, 가끔 4분 30초 페이스로도 달리는데 3시간 29분대 진입이 틀림없이 가능하다. 거부할 생각이 없다. 받아들이고자 한다. 지친 주자들을 제치고 나간다. 고수께서 알려주신 팁을 떠올리고 자세를 유지하려 애쓰고 또 애썼다. 35킬로미터 지점에서 잠시 속도를 늦춘다. 36킬로미터 지점인 한강을 만나는 순간부터 좀더 빨리 스퍼트하기 위해서였다. 앗! 내가 3시간 29분대에 들어가려면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를 제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들보다 늦게 출발했으니 좀 늦게 들어가도 3시간 29분대가 가능하겠지만. 안양천에서는 보이지 않던 3:30 페메 두 분이 보였다. 3백 미터 정도 차이. 꾸준히 달렸다. 후반이 되어도 지치지도 않고 피곤해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 사이 눈에 띠게 지쳐버린 여성 주자 1등을 제쳤다. 초반에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멀리 있던 여인이었는데...... 40킬로미터쯤 달리면 잡으리라 확신했던 3:30 페메를 잡지 못했다. 하지만 거리는 꽤 줄어들어 100미터 이내였다. 3:30 페메를 따르는 선수들은 한 명도 없었다. 점점 가까워진 41킬로미터 지점. 가슴이 설레었다. 마침내 1킬로미터를 남기고 바짝 다가서자 페메분들은 뒤를 돌아보았다. 페이스가 좋으시네. 따라온다고 힘들었어요. 이제 같이 뛰어야죠. 그러지 말고 그냥 치고 나가세요. 가실 수 있을 때 가셔야 해요. 그럴까요? 내 생애 처음으로 3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 앞으로 나아가는 순간을 맞이한다. 무아지경. 무한질주. 골인 지점에서 카메라맨을 발견했다. 두 팔을 높이 치켜 들고 골인하였다. 13일만에 최고 기록을 경신하였다. 심지어 4분 가까이 단축하여 3시간 20분대까지 들어갔다.

 

3:28:35.15

 

 내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요즘 조금씩 식욕을 잃고 불면증에 시달린다. 미래의 청사진은 그려지지 않는다. 이대로 살다가 죽어야 하는가 하는 푸념도 자주 한다. 그 바람에 살이 조금씩 빠진다. 그 덕분에 마라톤에서 속도는 잘 나온다.

 

 골인점에서 다시 만난 3:30 주자에게 감사했다. 3시간 49분대로 달려서 뒤늦게 만난 287 주자(선웅,김)는 내가 초반에 참은 덕분에 후반에 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였다.

 

 이것, 자랑해야 하는가? 이날 저녁 부산에서 뵌 허수아비님이 어느 정도의 기록으로 달렸느냐고 물어보시는데 언급을 피했다. 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 기록 경신 사실을 밝히기 힘들었다. [사진 아래쪽에 2부로]

 

 

 

완주한 후 특전사님과 함께.....

 

 

 

 

 

이 기념품은 대회 당일 부산으로 이동했다. 허수아비님을 위한 선물로......

 

 

126번이면 더 좋았을텐데. 126번째 풀코스 완주였으니......

 

 

 

 

스피드칩을 다는 데 다른 사람보다 더 아래쪽으로 부착하는 스타일이라 오래 걸렸다.

 

완주하자마자 파스를 붙였다.

 

 

 

 

 

 

 

 

 

 

 

 

 

2부>>>


대회 홈페이지에 글이 올라왔다.

 

 

제가 잘 달리진 못해도 페이스는 일정한 편입니다.

그런데 어제 경기에서 매 1킬로별 구간이 대부분 짧지 않았나요. 3:30 페메를 따라서 @4'50'~55"를 유지하며 달렸는데

대부분의 구간에서 @4'40" 이하로 시간이 측정되었습니다.

동반주한 3:30 페메분들도 구간 거리가 뒤죽박죽이라며 본인들의 GPS 시계로 거리를 측정하며 페이스를 조절하였습니다.


또한 반환점을 돌고 앞으로 치고 나갔는데 기록이 3시간 19분 45초가 나온 것은 전반에 3:30에 맞춰 달렸다면 아무리 후반이 빨라졌어도 제 능력상 나올 수 없는 기록입니다. 사실 후반에 약간 더 빨리 달렸을 뿐이지 전반에 비해 10분 정도를 당길만큼 폭발적인(?) 질주를 한 건 아닙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말씀이 아직 없으신데 기록이 잘 나온 걸로 만족하고 계신게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완주메달이 정말 허접합니다. 소장하고 싶은 맘이 싹 사라집니다.

 

 


 도대체 얼마나 짧게 달렸을까? 그러고 보면 나는 하프 반환 후 1시간 39분대로 달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후반의 달리기는 전반의 달리기와 너무 다르긴 했다. 상당히 빠른 페이스였다. 그래도 그렇게까지 빨랐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휴식을 잘했고 날씨도 좋은데다 허리 통증을 잘 이겨내고 난 후에는 컨디션도 좋아져 스피드도 낼 수 있었지만 그 정도로 치달릴 수 있었을까? 3시간 32분의 기록을 깨뜨릴 정도는 되었어도 3시간 20분대에 들어갈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풀코스 기록증이 3시간 28분대로 찍혀 날아오겠지. 하지만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400미터 쯤 짧았다면 3시간 20분대의 기록을 받아들여도 되겠지만 그 이상 짧았다면 이건 기록으로 인정할 수가 없다. 방화대교 가까이 가서 턴해야 했던 것 아닌가? 너무 빨리 턴했던 것 아닐까?
 
 다른 대회에서 3시간 28분 35초보다 빨리 달린다면 문제가 될 게 없겠지만 내가 과연 또 다시 이처럼 빨리 달릴 수 있겠는가?

너무 부족한 거리를 달렸다면 이 기록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

 

3부 >>>

마라톤 사무국의 공식적인 입장을 기다렸다. 이틀 후 달림이 한 분의 질문이 올라왔다.

 

 


 

안녕하세요!

정말 죄송한데요, 제가 풀코스를 완주했거든요,

그런데 우리 풀코스 마라토너들이 뛴거리가 42.195km의 거리가 안되나요?

우리가 정확히 풀코스를 뛴것이 맞습니까?

정말 궁금해서 그럽니다. 가르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파이팅!

 

이에 대한 마라톤 사무국의 대답은 이렇다.

 

안녕하세요.

마라톤사무국입니다.

풀코스 42.195km 거리가 맞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