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2016/07/03)-FULL

HoonzK 2016. 7. 8. 23:59

 2016년 6월 25일부터 7월 3일까지 9연풀 대회가 도림천에서 열렸다.
 9일 연속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었다.
 중간에 한 번이라도 가서 달릴까 했는데 내가 찾아간 것은 9연풀이 마무리되는 날이었다. 그것도 로운리맨님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지 않았다면 새벽에 몸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었다. 밤늦게 겨우 잠드는데 그 잠을 몇 시간만 자고 나가야 한다는 것은 부담이었다. 새벽 3시 45분에 일어나 김밥을 말아 먹은 뒤 유로2016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집을 나섰다. 새벽 4시 40분. 제법 기다렸다. 151번 버스를 타고 을지로입구역까지 가서 2호선을 탔다. 5시 30분 첫차인데 홍대입구나 신촌역에서는 대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타다 보니 지하철이 꽉 차 버렸다. 눈이라도 붙이고 있어야 하는데 내내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었다. 연장전까지 가는구나. 신도림역 테크노마트에서 화장실에 들른 후 대회장으로 갔다. 배번을 받아서 준비하고 있으니 반가운 분이 나타나셨다. 로운리맨님 등장. 인사나누고 도림천쪽으로 움직였다. 몇 일 동안 뱃가죽이 아팠고 오금 통증의 기미도 있었다. 금요일 밤 돼지갈비를 너무 많이 먹은 후유증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이 모든 근심을 달리기 직전에는 잊을 수 있었다.


 용구님, 준한님. 이 분들은 9일 연속 풀코스를 달리고 계시는 것이었다. 바깥술님과 영희님, 윤동님 등이 보였다. 7시 정각에 출발하였다. 비라도 내릴 줄 알았는데 비는 내리지 않았다. 날씨가 도와주어야 할텐데. 수면 부족으로 컨디션 악화, 지속적인 체중 관리의 실패, 거기에 날씨까지 더우면 나로서는 결코 SUB-4는 못한다. 7월에 SUB-4 하려고? 2년 전 SUB-4 하겠다고 기고만장하다가 SUB-5를 겨우 해내었던 사례도 있는데......

 

 안양천 방향으로 달려나가다 안양천을 만나기가 무섭게 유턴해서 도림천변을 내내 달렸다가 돌아오는 C자 형태의 코스를 두 차례 왕복해야 했다. 페이스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었다. 바닥을 잘 살피면 2킬로미터라고 적힌 곳을 찾을 수 있었다. 시계를 보았다. 11분 20초 경과. 다행스럽게도 SUB-4에 부합되는 페이스였다. 10킬로미터 반환점 표지판이 있으니 5킬로미터 페이스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28분 20초 경과. 아주 딱딱 맞아들어가는 SUB-4의 페이스였다. 바깥술님과 보조를 맞추고 싶었지만 이 분은 오늘 날 잡은 듯 3시간 40분대 페이스로 달리고 있었다. 자주 만나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보조를 맞추면 되겠지만 9일 연속 달리시는 분들의 페이스는 다른 때보다 느렸다. 하품하고 눈감고 마음을 달래며 달리기를 계속하였다. 지난 금요일 폭우가 쏟아진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물이 불었다가 빠져나갈 때 함께 내려가지 못해 노천에서 죽어버린 물고기들이 보였고, 뭉쳐진 잡초는 산책로를 따라 끊임없이 눈에 띠었다. 햇빛이 나오다 들어가고,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는데 달리면 달릴수록 해는 구름에 가려서 달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과체중, 수면부족을 피할 수 없었지만 날씨만이라도 도와준다면 견딜만 한 것이다. 피곤하면 피할 수 없는 일. 12킬로미터 지점과 30킬로미터 지점에서 소변을 보았다.


 하프코스를 두 차례 왕복하다 보니 건너편에서 오는 주자와 여러 차례 만나게 되었다. 낯선 분이라고 해도 응원을 잊지 않았다. 파이팅을 외쳐드리고 말하기 힘들면 엄지손가락이라도 치켜 올려 주었다. 로운리맨님을 만나면 좀더 힘차게 응원하였다. 더워도 3시간 40분대를 잘 유지하신다. 첫번째 하프는 1시간 59분에 근접했다. 이 페이스를 잘 유지하면 SUB-4가 가능했다. 그런데 7월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했다. 2년 전 4시간 59분대로 달릴 수밖에 없었던 순간을 잊은 적이 없었다. 무리하지 말자. 하프를 달리고 났으니 피곤하지? 맞다. 하지만 하프 단일 종목에 출전했을 때 지금 두번째 하프를 달리는 것보다 힘든 적이 없었나? 있었다. 그 때도 2시간 이내로는 다 들어갔다. 그렇다면 오늘 SUB-4가 가능할 수도 있다. 2012년 7월 영덕에서 SUB-4를 달성한 이후 4년만에 SUB-4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까불지 말아야 해. 까불다가 호되게 당한 풀코스가 한 둘인가? 쵸코파이와 콜라, 생수로 에너지를 보충하면서 내내 발걸음을 놀렸다. 징검다리를 건너자마자 스퍼트할 것인가? 급수대를 만나서 스퍼트할 것인가? 고민하다가 5킬로미터를 남기고 스퍼트하였다. 초반에 28분 20초에 달렸던 거리를 26분만에 주파했으니 나름대로 힘을 쓴 것이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질수록 더 멀게 느껴지는 것을 피할 길은 없었지만 꾸준히 스피드를 올렸다. 골인 지점에 가까워지자 먼저 골인한 주자분들이 SUB-4 성공이라고 함성을 외쳤다. 로운리맨님도 그 중 한분이었다.

 

  3시간 56분 30초

 

 113번째 풀코스 완주. 83번째 SUB-4. 2016년 10번째 풀코스 완주.

 

 어쩌면 7월 24일 옥천포도금강마라톤에서 3년 전의 수모를 씻어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 날 무섭게 더웠고 몸은 피곤했다.


 

 04:21:46.98


 1회전에서는 살짝 2시간을 넘겼지만, 2회전 하프의 기록은 2시간 20분대라는 가공할(?) 기록으로 골인했다. 그래도 SUB-4를 할 줄 알았던 나로서는 충격이었다. 19회 연속 SUB-4를 하고 난 후 20회 연속 SUB-4를 눈앞에 두고 좌절했다. 그 이후 7월과 8월에는 SUB-4를 하지 못했다. 이제 다시 7월 SUB-4 주자로 돌아와 3주 후에 있을 풀코스에서 선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기분은 좋아졌다.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컵라면은 그냥 가방에 넣고 로운리맨님과 순대국을 먹으며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었다. 로운리맨님은 30번째 풀코스였다고 하였다. 우와. 나는 2006년부터 2011년까지 15번의 풀코스, 2012년 한해 15번의 풀코스로 30회를 했었는데 비교된다. 7월 17일 10킬로미터 대회에서 입상을 노려본다고 하셨다. 나는 그날 하프를 달리겠지만 그 다음 주에 있을 옥천포도금강마라톤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달릴 것이다.

 

※ 7월 8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을 때 운동을 해 보았다. 32도가 넘은 날씨에 오후 2시 전후해서......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 옥천에서 이런 고통이 온다면 포기해야 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옥천포도금강마라톤에서 SUB-4를 달성한다면 기적일 듯......

 

 

 

113번째 풀코스, 83번째 SUB-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