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공원사랑 마라톤(2016/06/19)-HALF

HoonzK 2016. 7. 7. 14:07

 도림천에서 하프 코스를 달렸다. 1등을 하고 상장을 받았다.
 여름치고는 잘 달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1시간 44분 21초의 기록이 우승할 성적은 아니다.

 워낙 소규모 대회인데다 나보다 잘 달리는 사람이 나오지 않은 대회가 운좋게 얻어 걸린 것이다. 하프 2등의 기록은 1시간 58분 45초였다.

 


 굳이 자찬한다면 전날 오후 늦게부터 자정에 이르도록 대형비빔밥, 불고기덮밥, 모밀국수를 폭풍 흡입하고, 라지사이즈 커피까지 마시다 보니 새벽에 화장실을 세 차례나 들락거렸는데 꽤 선전했다고 할까. 유로 2016 축구 챙겨본다고 3시간도 못 잔 상태에서 달리는 바람에 피로감을 쉴새없이 느꼈지만 하프쯤이야 하면서 스피드를 늦추지 않았다. 공원사랑은 풀코스 주자가 많지만 하프는 참가 인원이 적어 옆에서 보조를 맞추거나 앞에서 끌어주거나 뒤에서 밀어주는 주자를 찾기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 내리 스피드를 유지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친하게 지내던 분이 자살하시면서 정신적인 충격으로 내내 시달렸던 일주일이었는데 잘 이겨낸 것이다. 굳이 돈을 내어 가면서 운동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감도 적지 않았지만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도전한 것은 잘한 일이었다. 대회에 나오지 않는 한 최선을 다하여 달리는 순간을 포착하기 힘들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같다. 마라톤 대회에 나오기 전에 혼자서 달렸던 달리기 가운데 빨리 달릴 수 있는 게 도무지 없었다.

 

 달리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분을 내내 떠올렸다. 그 분과의 추억은 수시로 튀어 나왔다. 주로에서 담배 냄새를 맡으면 그 분 던힐 담배를 좋아했지. 술마시는 노숙자들을 보면 그 분 처음처럼 소주를 좋아했지. 뛰는 것은 정말 싫어하고 운동도 하지 않는 분인데 참 건강하셨지. 그래도 그 분보다는 내가 더 죽을 확률이 많지 않았나? 풀코스를 달리다 갑자기 쓰러져 죽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어릴 때부터 너무나 자주 자살을 생각한 덕분에 나는 아직도 살아 있다. 자살한 사람들의 사례를 얼마나 자주 확인했던가? 자살을 해서 나아질 게 없다는 사실은 확실히 배웠다. 자살은 어떤 해결책도 되지 않으리라 믿게 되었고......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리 겁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불안해진다. 죽기 전에 할 일이 너무 많으니.

 
 죽더라도 이번 하프는 완주하고 죽자. 그렇게 밀어붙였다. 날씨는 흐리다 맑다를 반복하였다. 건너편에서 돌아오는 풀코스 주자들은 내가 하프라는 사실이 의아하다는 듯이 어떻게 하프를 달리느냐고 계속 물었다. 그럴 때마다 일회전만 하는 나로서는 이회전하는 풀코스 주자들에게 '잘 다녀오세요'라고 외쳤다. 반환점의 기록으로 볼 때 53분 후반대였기 때문에 1시간 47분이 넘어갈 것같았지만 그래도 1시간 45분 벽을 깨뜨리고자 애썼다. 스퍼트할 타이밍을 놓치긴 했지만 3킬로미터 남기고 치열하게 스피드를 올렸다. 덕분에 1시간 44분대에 들어왔다.

 

 비교적 두꺼운 반팔 티셔츠를 입고 달렸고 습도가 높은 날씨라 땀을 엄청나게 흘렸다. 달리기를 멈추고 나니 이건 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버렸다.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뒤 사발면 하나를 먹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목동운동장으로 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