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수요마라톤대회(2016/08/03)-FULL

HoonzK 2016. 8. 4. 17:26

 내일은 꼭 공원사랑마라톤 대회장에 가서 현장접수하고 풀코스를 달려야지. 여러번 이렇게 마음먹고도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스스로 포기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새벽 4시가 되기 전에 기상해서 나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열대야에 잠을 별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42.195킬로미터를 달려낸다는 것은 부담이었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날씨 속에 풀코스를 달린다는 것은 더 큰 부담이었다. 하지만 8월 3일 새벽에는 잠을 설친 상태에서 일어나 신도림역으로 갔다.  마라톤TV 사무실에 도착하니 아직 6시였다. 먼저 나오셔서 달릴 준비를 하는 어르신들이 적지 않았다. 내가 도착한 다음에도 참가자들이 속속 들이닥쳤다. 생면부지로 느껴지는 얼굴들이 많았지만 무조건 인사를 드렸다. 폭염 속에서도 서슴지 않고 풀코스를 달리는 분들에 대한 예우이기도 했다.


 달리기 직전 곤지암에서 오신 Wan-sik님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 악수까지 청하시면서 나더러 헬스를 하느냐고 물으시기도 했다. 한 달에 마라톤 참가비와 차량 운행료까지 100만원 정도를 투자하신다고 했다. 이미 830여 회의 완주로 내년 이맘 때 1천 회를 목표로 한다고 하셨다. 이 분에 비한다면 나는 마라톤 초보임에 틀림없었다. (오늘 이 분에게 후반에 추월당한다.) 오늘 배번은 앙증맞을 만큼 크기가 작았다. 손바닥보다 작았다. Wan-sik님만은 큰 배번이라 왜 그런지 여쭈어 보았다. 하도 자주 나오다 보니 한꺼번에 열 장씩 구입해 놓는 까닭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타트. 무척 졸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힘차게 밀고 나갔다. 졸리움만 극복한다면 컨디션은 괜찮아 보였다. 은기님과 남수님은 쭈욱 치고 나가고 젊은 친구가 뒤따르고 나는 네 번째로 달리고 있었다. 이미 햇살이 뜨겁고 몇 백 미터 달리지도 않았는데도 땀이 떨어지고 있었지만 오히려 지난 7월 SUB-4할 때의 페이스보다 좋았다. 바닥에 2킬로미터라고 표시된 자리를 찾아낸 뒤 기록을 체크했더니 11분 10초가 되지 않았다. 곧 그늘 구간에 들어선 후 5킬로미터 지점에서 다시 기록을 체크했더니 27분 30초 정도가 소요되었다. SUB-4 기준에서 1분 정도 여유가 있었다. 와! 오늘 혹시 SUB-4 하는 거야. 그러면 8월 생애 첫 SUB-4인데......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보자. 의계님이 뒤에서 나타났다. 오늘 늦게 출발하셨다고 하였다. 의계님은 청년 주자와 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오늘은 그래도 2회전으로 되었기에 부담은 다소 덜었다. 반환점까지는 어렵지 않게 왔다. 59분 소요. 이렇게만 가면 된다. 그늘 아래를 뛰어도 차이가 있었다. 그늘도 같은 그늘이 아닌 듯. 조금이라도 햇빛과 가까운 그늘에서는 숨이 턱턱 막혔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뙤약볕에서는 몹시 힘들어졌다. 최초 출발지를 곧 만난다는 생각이 아니면 의욕을 잃고 말 날씨였다. 이미 30도가 넘은 날씨. 콜라 한 잔 마시고 오이 하나 베어먹으며 시계를 보니 1시간 57분대. 후반에 조금 늦추어 달리더라도 SUB-4는 가시권에 잡혔다. 뙤약볕 구간에서 힘차게 발걸음이 움직여져 청년 주자를 제쳤다. 하지만 내 분전은 25킬로미터까지였다. 몸에서 신호가 왔다. 오늘같은 날씨에는 25킬로미터만 달려도 충분해. 그만 뛰는 게 좋겠어. 배까지 슬슬 아파오네. 화장실에 가야 해. 지금이라도 돌아가 하프만 달릴테니 1회전 때 기록인 1시간 57분으로 기록증을 주세요. 이렇게 말할까. 갈등했다. 휴식을 간절하게 원하는 몸을 앞으로 이동시키니 스피드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SUB-4는 일찌감치 접고 완주나 하자. 28킬로미터쯤 가니 완주에 대한 마음도 사라졌다. 거기서 Wan-sik님에게 추월당하였다. 뛴다고 할 수 없는 몸짓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생각을 다시 바꾸었다. SUB-4 완주.....SUB-4 상관없이 완주....살빼기. 체중감량한다고 생각하고 완주하자. 살이나 뺀다고 생각하자. 반환점에 와서 수박 두 조각을 먹고 마지막 10.5킬로미터를 위하여 몸을 돌렸다. 건너편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반드시 응원을 보내었다. 아득히 먼 레이스. 징검다리를 건너면 7킬로미터 쯤 남았으리라. 너무 속도를 늦추었던 탓일까? 수백 미터 떨어져 있던 윤동님이 바로 내 뒤에 있었다. 추월당하면 어쩌나? 추월당하면 당하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면서 달리는데 극적으로 몸이 회복되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에 속도를 늦추어 달리면서 에너지를 재충전한 덕분일까? 아니면 그동안 했던 인터벌 훈련 덕분일까? 남은 5킬로미터 기록으로만 본다면 28분으로 달렸으니 SUB-4 기준에 들었다. 하지만 25킬로미터부터 37킬로미터 지점까지 속도를 떨어뜨리는 바람에 4시간 20분을 넘기고 말았다.


4:20:35


 작년 이맘 때 달린 것보다는 15분 정도 빨랐지만 레이스 운용을 잘못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예 SUB-4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4시간 10분대로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하고 달렸다면 오히려 좋은 기록으로 골인했을까? 그건 모르는 거다. 1회전 하프 때의 기온과 2회전 하프 때의 기온은 질적으로 달랐고, 1회전 때의 내 몸상태와 2회전 때의 내 몸상태가 전혀 달랐으니.


 3시간 30분대로 골인하신 은기님은 내가 오늘 매우 힘들어 보인다고 하였다. 물 한 통을 쭈욱 들이킨 뒤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다.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114번째 풀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