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코스를 달린 바로 다음날 하프를 달린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하프+풀코스, 풀코스+10킬로미터는 몇 차례 경험이 있었지만 풀+하프는 처음이니 어떻게 될까? 그래도 풀+풀은 아니니 좀 낫다고 믿기로 했다.
전날보다 출발 시각이 1시간 50분쯤 늦으니 잠을 더 잘 수 있어 좋았다. 느즈막하게 집을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해 준다. 수면과 배변. 대회장에 가서 달리기 직전 소변만 보아도 된다는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가?
슬슬 조깅한다는 마음으로 달려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전 139번의 하프에서 그랬던 것처럼 2시간 이내에는 완주하자는 욕심을 갖고 있었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가면 되는 것. 광화문 페이싱팀의 두 분이 2시간 페메를 맡고 계셨다. 늘 깃발을 들고 달리는 음두호님, 전날 풀코스 레이스패트롤을 했던 한준기님.
2시간 이후의 레이스패트롤을 하시는 안수길님과는 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출발하였다. 몸이 무거워서 지지부진한 스피드가 나왔다. 첫 1킬로미터가 6분이 넘었다. 5분 40초의 페이스를 유지해야 2시간 이내가 가능하니 첫 1킬로미터 구간에서 까먹은 20초를 어느 구간에서든 벌충해야 했다. 5분 20초로 달리는 구간이 나와야 한다는 것. 물론 구간마다 5분 40초 페이스로 달리는 가운데. 그런데 달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5분 40초와 6분 사이에는 커다란 벽이 놓여 있다.
날씨를 보니 어제보다 선선하였다. 구름도 끼고 바람도 불어주었다. 출발 시각이 늦어 더 더울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오늘 풀코스를 달려야 했다. 땀을 닦으면서 코 끝을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몹시 아팠다. 코끝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몸의 순환이 잘 되지 않을 때 가끔 발생하는 이 부작용. 지난 해부터 벌써 네 번째. 신경쓰지 않고 열심히 페메를 따라가려 애쓰는데 100미터 거리가 줄어들지 않았다. 다행히 그 거리가 더 멀어지지는 않으니 다행이었다. 안양천으로 접어든 다음에는 그 격차가 현저하게 줄었다. 9킬로미터 쯤 달린 후에야 동반주를 할 수 있었다. 반환하기 전 급수대를 먼저 이용하기 위하여 앞으로 치고 나가면서 2시간 페메와는 멀어지게 되었다. 청춘 커플이 내 새로운 페메가 되었다. 남자가 여자를 일일이 챙기면서 달리는데 참 보기 좋았다. 급수대가 나오면 미리 달려가 물 두 잔을 집어들고 여자를 기다렸고, 여자가 먹고 남긴 스포츠겔 봉지는 자신이 챙겼다. 그들의 페이스는 꾸준해서 내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13킬로미터쯤 달리고 나니 전날 풀코스를 달려서 두렵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몸이 완전히 풀린 것이었다. 그래도 한강변을 달리게 되는 1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참았다. 달리기가 힘들어 참는 게 아니라 빨리 달릴 수 있는데도 참았다. 마침내 5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큰 소리로 외치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자!' 일단 전력질주! 삽시간에 수십 명을 뒤로 보내었다. 구름은 걷히고 기온은 오르고 바람도 잠잠해졌지만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풀코스를 달린 다음 날 과연 2시간 이내의 하프 완주가 가능할까 하는 우려감을 지속적으로 갖고 있었지만 16킬로미터를 넘긴 마당에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
17.1킬로미터 지점. 1시간 32분을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4킬로미터를 어떻게 달릴 것인가 잠시 고민했다. 4킬로미터를 18분에 뛸 수는 없을테고 20분 정도로 달릴 수는 있겠다. 전날 풀코스를 달리고 캔커피 두 개 마시고 난 후 팝콘 라지사이즈, 콜라 라지사이즈 두 잔까지 더하다 보니 옆구리살이 두툼해졌다. 한국과 체코의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을 자정까지 보았고, KBS 바둑왕전 이세돌 대국을 새벽 1시가 넘도록 보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너무 여유를 부렸구나.
그래도 나는 선전하고자하는 마음가짐으로 2013년 하프 100회 완주 기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누적된 피로 속에서도 치고, 또 치고......
01:52:04.59
140번째 하프 완주.
대회제목 |
|
대회일시 | 2016년 6월 6일 (월요일) 출발 오전 8시 40분 |
대회장소 |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 이벤트광장 (여의나루역 2번출구) |
참가종목 | Full코스, Half코스, 10km코스, 5km코스 |
참가비용 | 일반 부문 : Full, Half, 10km, 5km 기념품A - 전종목 40,000원 (단체혜택有, 기념품A : 3종트레이닝세트) 기념품B - 전종목 30,000원 (단체혜택有, 기념품B : 파워스트레치바지) 매니아 부문 : Full, Half, 10km, 5km 전종목 20,000원 (단체혜택無, 기념품 : 팔토시+무릎보호대) |
지급품목 | 참가자기념품, 번호표, 완주메달, 기록증, 기록칩(대여) |
주최/주관 | 서울한강레이스챔피언십조직위원회/AK커뮤니케이션즈 |
협찬/후원 |
|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원사랑 마라톤(2016/06/19)-HALF (0) | 2016.07.07 |
---|---|
수요마라톤대회(2016/06/15)-FULL (0) | 2016.06.16 |
제13회 새벽강변 마라톤대회(2016/06/05)-FULL (0) | 2016.06.08 |
제14회 양주마라톤대회(2016/05/29)-HALF (0) | 2016.05.29 |
가족의달 마라톤대회(2016/05/22)-FULL 110 (0) | 2016.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