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가족의달 마라톤대회(2016/05/22)-FULL 110

HoonzK 2016. 5. 22. 20:10

일주일 동안 곰곰히 생각했다. 나는 왜 그랬을까? 4시간 이내 완주가 충분히 가능했던 레이스를 4시간을 넘겨 완주한 대회로 만들고 말았을까? 풀코스를 완주한 바로 다음날 10킬로미터 남짓 달렸다.(월요일) 그리고 그 다음날 15킬로미터를 넘게 달렸다.(화요일) 또 다음날 산을 달렸다. (수요일) 다음날 뙤약볕에서 10킬로미터 넘게 달렸다.(목요일) 그 다음날에도 달렸다. 역시 10킬로미터 넘게(금요일)

 

 풀코스를 달리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너무 편하구나. 그냥 달려도 SUB-4하는 데 무리가 없으니 이렇게 편안한 풀코스도 있나. 30도까지 올라간다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 SUB-4 완주가 가능하구나. 힘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점점 더워지면서 힘들어졌던 것같다. 그런데 나 자신은 그런 느낌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같다. 편한 느낌이 계속 이어져야 했는데 힘든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컨디션이 좋았다. 이름을 밝히지도 않았는데 운영본부에서 나를 먼저 알아보고 배번호와 기념품을 갖다 주고, 로운리맨을 뵙고 점심 약속까지 할 수 있어 기분도 좋았다.


  아무리 기온이 30도까지 올라간다고 해도 의령에서처럼 피곤하지 않기 때문에 잘 뛸 수 있을 것같았다. 조심스러운 예상이지만 SUB-4는 무난해 보였다. 결과적으로 나는 37.125킬로미터까지는 잘 달렸다. 초반에 너무 빨라 속도를 늦출 정도였고, 10킬로미터가 남았을 때 정확히 3시간이 흘러서 1킬로미터를 6분 페이스로 달려도 SUB-4가 무난할 것같았다. 게다가 5분 30초 페이스로 달리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뙤약볕 구간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래도 영상 40도는 아니잖아. 사하라사막마라톤 뛰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러면서 여유를 가졌다. 7.5킬로미터 남기고 콜라와 냉수로 에너지 충전하고 6킬로미터 정도 남기고 한강변을 달리게 되었다. 길을 안내하는 도우미가 SUB-4 무난하시겠어요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해를 마주하고 달리면서 조금 힘들어졌지만 에너지가 충분했다. 아니, 충분하다고 믿었다. 5킬로미터가 남았다. 이제부터 6분 10초 페이스로 달려도 SUB-4가 가능했다. 그런데 갑자기 뛰고 싶지 않았다. 뛰지 않았다. 4킬로미터 남았다는 표지판을 만나기 전에 4시간 페이스메이커가 나를 제치고 갔다. 잠시 뒤 속도를 내면 금방 따라잡겠지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예 4시간 15분 페이스메이커를 기다렸다. 38킬로미터부터 40킬로미터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도 모르겠다. 움직이고는 있지만 그건 달린다고 할 수 없는 몸놀림이었다.  15분을  40킬로미터 급수대에서는 냉수를 여러 차례 마시면서 급수 봉사요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4시간 15분 페메가 치고 나오는 40.195킬로미터 지점부터 달리기다운 달리기를 했다. 그리고 골인했다. 27분 30초에 달릴 수 있었던 5킬로미터를 44분 30초에 달린 까닭이 무엇인가? 로운리맨님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반성해야 한다'는 말을 허다하게 했다. 의욕이 상실된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도 수없이 하고. 로운리맨님을 너무 기다리게 만들다니.....


바깥술님과 달리다 17킬로미터 이후 앞으로 나가 1시간 58분에 반환한 후 바깔술님과 마주했을 때 '빨리 오세요. 심심하니까요.'라는 농담까지 했다. 건너편에서 오시던 용구님이 내 페이스를 보고 오늘 대단하다는 평도 해 주었다. 그러면서도 힘을 아끼고 있다는 느낌을 줄곧 갖고 있었다. 후반을 위하여 이보다 더 빨리 뛰지는 말아야지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37킬로미터를 넘어가면서 의욕이 상실되었다. SUB-4 충분히 가능한데 왜 분발하지 않는거야라는 말을 내 자신에게 여러 차례 했지만 도무지 나는 스피드를 올리지 않았다. 올리지 못했다가 맞는 표현일까? 후회할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내 인생에서 이번 풀코스는 지우고 싶다. 하지만 지우지는 않으리라. 두고두고 곱씹으며 그르친 레이스를 반성하리라.

 

110번째 풀코스. 111번째 풀코스 때에는 제발 이러지 좀 말자. 현충일 때까지 살 좀 빼자.

 

 

 

 

 

로운리맨님과 함께 한 부추비빔밥, 제육볶음, 된장찌개

소중한 인연, 맛있는 식사.

 

 

 

 

 

 

 

모두 로운리맨님이 찍어준 사진이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