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3회 새벽강변 마라톤대회(2016/06/05)-FULL

HoonzK 2016. 6. 8. 21:36

 로운리맨님이 SUB-4를 목표로 하느냐고 물었을 때 서슴지 않고 그러겠다고 하였다. 새벽마라톤이다 보니 잠을 거의 못 자고 배탈 기미까지 보이는 몸을 한 상태로 무슨 객기란 말인가? 바깥술님에게는 4시간 30분에 뛸 거라고 하며 지난번에 너무 까불다가 호된 댓가를 치렀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는 상반된 태도였다.

 

 새벽 5시 30분에 대회장에 도착했는데 너무 서두른 것같았다. 괴물 조형물 쪽으로 걷다 보니 나무 아래 은박돗자리가 깔려 있었다. 완전 새것! 이것 득템인데. 누워서 좀 쉬자. 그런데 가까이 가 보니 음식물 찌꺼기가 곳곳에 묻어 있었다. 포기할 셈이냐? 그럴 순 없지. 좀 손질만 하면 되는데. 물티슈를 꺼내어 문질러 닦아 새것으로 만든 후 벤치쪽으로 옮겨 깔고는 길게 드러누웠다. 가방을 베개로 삼은 다음 모자로 눈을 가리고 본격적인 휴식에 들어갔다. 깊이 잠들어 버리면 안 되니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맞추어 두었다. 하지만 자지 못했다. 드러누웠다는 것이 편했을 뿐 끝내 잠은 자지 못했다. 지나가는 발걸음을 들으면 모자를 살짝 들어올렸고, 마라톤 대회 복장을 한 사람이면 혹시 아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 유심히 살폈다. 아직 여섯 시가 되지도 않았는데 햇살이 뜨겁게 느껴졌다. 오늘 각오하라고 말하는 것같았다.

 

 첫 1킬로미터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배가 슬슬 아파왔다. 전날 저녁 먹은 순대국이 문제였다. 소화된 내용물이 신호를 보내는 것같았다. 작년 새벽강변마라톤대회에서도 배탈로 고생했었다. 그때는 9킬로미터 지점까지 참고 달리지 않았던가? 그러나 오늘은 미리 서두르자. 4킬로미터 지점의 화장실에 들어가 앉았다. 속이 개운해질 만큼 진득하게 앉아 있다 보니 6분이나 흘렀다. 1킬로미터가 날아간 것이다. 지난 해에는 화장실에 세 차례 들어간 앉았던 대회에서 모두 SUB-4를 했지만 이번에는 힘들어 보였다. (그때는 그다지 덥지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오니 거의 다 하프 주자들이었다. 이따금 풀코스 후미주자들이 섞여 있었다.

 

 할까? 말까? 괜히 소리쳤다가 무시당하면 그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 감당한담? 하지만 과감하게 외치기로 했다.

 

 "풀코스 500회 축하드려요!!!"

 

 500회에 도전하는 김무언님을 비롯한 칠순마라톤동호회분들은 일제히 감사하다는 함성을 질러주셨다. 기분이 좋아졌다.
 


 지난 5월 22일 멋모르고 스퍼트했다가 후반 곤욕을 치렀던 일을 떠올리고 오버페이스하지 않으려 애썼다. 하긴, 몸상태가 좋지 않으니 빨리 달릴 수도 없었다. 그저 뱃속이 편안해지니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날씨는 점점 더워졌다. 오전 일곱시 출발이 무색하구나. 그동안 운동은 많이 했지만 아직 감량의 효과를 보기는 어렵구나. 6월 초에 벌써 혹서기 마라톤을 달려야 하다니 이 무슨 일인가? 수요일 중미산 천문대를 향하여 40분 내내 오르막을 달려 올라간 것을 생각하면서 힘을 낼 수 있겠는가?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잡히며 이따금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뒷 주자들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 부대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한강시민공원에서 마라톤을 할 때는 자전거를 꼭 신경써야 하니 다른 대회에서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방해 요소가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자전거 부대들의 투덜거림을 듣는 일도 한두번이 아니다.

 

 하프 반환점이자 풀코스 1차 반환점을 1시간 5분 42초에 했다. 그 사이 찬일님, 로운리맨님, 바깥술님, 영희님, 제비한스님에게 응원을 보내었다. 안양천을 만나는 15킬로미터 지점까지는 해를 마주 보고 달려야 했다. 안양천에 들어서면서 하프 주자들과 결별하고 나니 주로는 한산해졌다. 염창교를 건너 우회전한 덕분에 그늘이 많아서 도움을 받기는 했다. 20킬로미터 갔을 때 이미 2시간이 흘렀다. 화장실의 6분을 상쇄하기는 더 이상 불가능해 보였다. 도림천을 건너는데 누군가 파이팅을 외쳤다. 고개를 돌렸는데 용구님이었다. 공원사랑마라톤에 참가해서 도림천 코스를 달리고 계셨던 것. 미리 봤더라면 가까이 가서 인사를 했을텐데 스쳐 지나가며 손만 흔들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선두 주자들을 만났다. 로운리맨님이 어디 계실까가 가장 궁금하였다. 잠이 부족하다고 하셨는데 잘 달리고 계시는지. 23킬로미터를 지났다. 4시간 이전 레이스패트롤하는 헬스지노님과 팔을 들어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바로 로운리맨님을 만났다. 두 팔을 교차하여 신호를 보내었다.
 
 "썹포 포기했어요."

 

 로운리맨님은 지난번보다는 좀 늦추어 달리는 느낌이었다.


 4시간 언저리 페이스로 달리시는 바깥술님에게는 따라가겠다고 외쳤다. 지난번처럼 속도를 늦추어 주신다면 가능하겠다는 계산하에. 25킬로미터 지점을 지났다. 곧 2차 반환점이 나오겠지. 이것도 어지간히 계산한 결과이다. 염창교가 15킬로미터 지점이자 다시 36 킬로미터 지점이니 10.5킬로미터 정도 달리면 반환한다. 그러니 25.6 킬로미터 정도면 반환하게 된다. 덥고 피곤한 가운데 산수까지 하려니 더 피곤해졌다. 금계국과 개망초 사이를 달려나가면서도 나무 그늘이 등장하면 그 아래를 지나가면서 조금이라도 저온의 혜택을 받으려고 애썼다. 4시간 이후의 레이스패트롤 한준기님과 2차 반환점을 돌았다. 2시간 33분이 지났다. 32.2킬로미터 지점 통과 기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다. 10킬로미터 남았을 때 시간을 보면 내 예상 기록을 산출해 낼 수 있었다. 가끔 너무 시원한 날씨구나. 춥네. 달리기 참 좋네. 이런 심리적 착각을 유도해 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더운 것은 더운 것이고 몸이 무거운 것은 무거운 것이니. 10킬로미터 남았을 때의 기록이 3시간 14분이었다. 남은 10킬로미터를 46분에 달리면 SUB-4가 가능한 것인데...... 그냥 6분 페이스로 달려 4시간 15분 이내 골인하기로 했다. 다음날 하프를 달려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34킬로미터 지점에서 손모철님과 만났다. 워크브레이크를 하고 계셨다. 전날도 풀코스를 달리신 분. 지난 해 풀코스를 160번이나 달리신 분. 결코 무리해서 레이스를 펼치지 않는 분. 작년에 남원에 갔었는데 못 뵈었네요. 이런 말을 남기고 앞으로 나아갔다. 지난번처럼 37킬로미터 이후 그만 달리고 싶다는 유혹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겨 내었다. 화장실에 또 들렀다. 4킬로미터 달린 후 들른 화장실을 일부러 4킬로미터 남기고 다시 찾은 것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온 후에는 무념무상. 그저 달리고만 있었다. 앞의 주자들이 내 뒤쪽으로 자꾸만 밀려왔다. 그러고 보니 첫 4킬로미터 지점에서 화장실에 들른 이후 누구에게도 추월을 당하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늦은 페이스였지만 꾸준했다. 지난 수요일 중미산 천문대 오르는 지옥훈련을 이수했으니 거침없이 달려볼까 하다가도 바로 다음날 하프를 달려야 한다는 사실을 수시로 기억해 내며 속도 올리는 것을 자제했다.


 골인 지점을 향하여 스퍼트하는데 물에 발을 담근 바깥술님이 열렬하게 응원을 보내주었다. 이분은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었을까?

 

 04:13:53.39

 

 화장실 다녀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요즘 날씨, 내 체중, 훈련 상태, 당일 컨디션을 고려했을 때 내 편안한 러닝은 4시간 10분 전후가 적당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데 SUB-4를 하려니 과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지난 1월 살이 조금 빠져 있고 날씨가 추울 때에는 3시간 40분대 진입이 무난했다. 지난 봄에는 몸이 아팠지만 날씨가 덥지 않았으니 3시간 50분대가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은 4시간을 넘길 수밖에 없는 수준이다. 그래도, 그래도 다음번에 달릴 때에도 SUB-4에 도전할 것이다. 노력할 수밖에 없다.

 

 카메라 의식을 하지 않고 달리고 있었네.

 

 

대회명 : 제13회 새벽강변 마라톤대회

  • 일 시 : 2016년 6월 5일(일요일) 07:00분 출발
  • 장 소 : 여의도 한강공원 이벤트광장
  • 종 목 : ① 개인 : 4종목(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 ② 단체 : 10km(한팀 5명)
  • 주 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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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관 : (사) 한국마라톤협회
  • 진 행 : 토요달리기, 일산마라톤
  • 특별후원 :      
  • 후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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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 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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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가자 지급품 : 대회기념품, 번호표, 안내책자, 완주메달, 기록증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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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매니아였으니 이 기념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