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킬로미터 대회를 다 나갔다. 이번이 124번째 완주였다. 처음에는 하프 종목에 출전하려고 했으나 같이 간 사람들이 너무 기다릴 것같아 10킬로미터 종목에 참가하기로 했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축구부원들 열 명이 10킬로미터 대회에 참가신청하였다. 축구부원 역대 최고 기록이 47분 21초 97초이니 이 기록을 깨면 선물을 주겠다고 하였다. 나는 정확히 47분 21초에 달릴테니 나보다 앞서면 무조건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요즘 몸이 불어 47분대에 달린다는 것이 다소 무리이기는 했다.)
토요일 인천 송도까지 다녀오면서 저녁으로 돼지갈비까지 푸짐하게 먹었다. 돼지갈비를 사 준 분에게 마라톤 달릴 때 힘들면 배부르게 먹은 것을 다시 고맙게 떠올리겠다고 하였다. 4시간 반쯤 자고 일어났지만 그래도 깊이 잔 셈이라 피곤하지는 않았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부모님들과 함께 대회장으로 왔고, 세 명의 어린이만 나와 함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였다. 하프, 5킬로미터 종목이 출발하고 난 후 10킬로미터 출발이니 여유만만이었다. 초창기 마라톤에 입문했을 때가 자꾸만 떠올랐다.
생애 최초의 마라톤에 참가하는 축구 꿈나무들은 세계기록이라도 세울 것처럼 자신만만해 하며 맨 앞에 서서 출발을 기다렸다. 몇 명의 선수가 몇 백 미터를 못 가서 몸놀림이 둔해졌다. 처음부터 힘쓰는 것 아니야. 처음에는 힘을 아껴두었다가 후반에 쏟아야지. 몇 마디 해 주고 앞으로 나아갔다. 첫 1킬로미터는 정확히 5분 소요. 하지만 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은 9분 30초였다. 47분 30초의 페이스였다. 키가 작은 편인 아이들 네 명이 두명씩 짝을 이루어 내 앞에 있었다. 거리 감각이 없어 뛰다가 서 버리곤 했다. 내가 나타나자 다시 달렸다. 나보다 먼저 들어가면 무조건 기록 경신이라고 말하니 동기 부여가 되었는지 떨어뜨렸던 스피드를 올렸다. 축구부원들이야 수시로 인터벌 훈련을 하니까 그게 된다.
내 몸이 무겁다는 사실을 절감하였다. 전날 먹은 돼지갈비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동안 불어난 체중 탓이다. 그래도 10킬로미터이니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았다. 앞에서 달리는 축구꿈나무 네 명이 기준이 되어 주었다. 4킬로미터를 넘기 전에 두 명과 합류하였다. 또다른 두 명은 여전히 앞에 있었다. 5킬로미터 반환. 24분이 소요되었다. 48분이 예상되는 기록이니 8킬로미터 남기고 살짝 당기면 47분 21초는 무난해 보였다. 어린이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달렸다. 앞에서 달리는 아이들은 걷다가 우리가 가까이 가면 스피드를 올려 달아났다. 7.5킬로미터 지점 급수대를 지나면서부터는 함께 달리던 아이들이 뒤로 밀려났고, 앞에서 달리던 아이들이 내 옆에 있었다. 맞바람이 치고 있었지만 더위를 식혀 준다고 생각하면서 힘을 내었다. 8킬로미터 지점부터는 독주했다. 단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소년들이 내 앞으로 나와주길 바랬다. 그러나 나오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가슴이 뜨끔하기도 했고, 골인 아치는 가까이 가면 갈수록 멀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스퍼트했다. 주장의 아버지가 편안히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먼저 손을 흔들었다. 사실 믿기 힘들지만 내 기록은 47분 21초 86이었다. 내가 선언한 대로 그대로 되다니..... 여자부 3위보다 늦게 골인했다. 남자부에서는 193명의 완주자 가운데에서 18등이었다.
뒤에 들어온 아이들은 각각 49분 44초 21, 49분 46초 64를 기록했다. 기록증을 발급받은 후 먼저 들어온 아이가 2등으로 밀리자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였다. 넷타임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두 명의 미드필더는 53분 13초 82, 53분 15초 71로 들어왔고, 나머지 선수들은 1시간을 넘겼다. 골인하자마자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는 선수들도 있었다. 힘들게 생애 첫 10킬로미터 대회를 완주한 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내게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마라톤이 재미있어요? 10킬로미터 몇 번 뛰셨어요? 최고 기록이 어떻게 되세요? 오늘 왜 1등 안 했어요? 1등 해 본 적 있어요? 10킬로미터가 이렇게 먼지 몰랐어요. 풀코스가 42.195킬로미터이면 우리가 뛴 거리를 네 번 뛰고도 남는데 그걸 어떻게 뛰어요?
완주를 마친 후 축구부 코치님 식당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마라톤 주최측에서 국밥을 제공했기 때문에 점심 해결이 다 되어 버렸다. 다음에 만나기로 하고 해산하였다. 대회를 마친 후 오후가 되어서야 비가 내렸다. The rain was beginning to fall harder. 오전에 내렸으면 아주 애를 먹었을텐데....... 그러고 보니 내 생애 첫 10킬로미터는 영하 10도의 날씨에 눈밭 주로였다. 100번째 10킬로미터는 폭우를 내내 맞았다. 그에 비한다면 오늘 10킬로미터를 첫 완주한 소년들에게 마라톤은 너무 밋밋한 것인가? 아니구나. 이 아이들은 이제 한 번 달렸을 뿐이니 비교할 대상이 없구나.
제13회 중랑구청장배 및 연합회장배 생활체육 마라톤대회
일시 : 2016년 5월 15일(일) 경기출발 9시 30분
장소 : 이화교 중화 체육 둔치 공원 (중랑천)
주최 : 중랑구청
주관 : 국민생활체육 중랑구육상연합회
후원 : 중랑구의회, 중랑구생활체육회, 국민생활체육 서울특별시육상연합회
협찬 : 서울우유, 진로석수, 런너스클럽(광진점), 녹색병원, 우리은행
1. 경기 종목
5km (남, 여) / 10km (남, 여) / Half (21.0975km 남, 여)
참가비 : 5km : 20,000원 / 10km, Half : 25,000원
(전 종목 칩 사용- 현장 기록증 배부)
2. 경기 일정
일자 | 남자 | 시간 | 장소 | |
5월15일(일요일) | 개회식 및 스트레칭 | 09:00~09:28 |
중랑구 중랑천 (이화교 체육 둔치) | |
도로경기 | Half | 09:30~12:30 | ||
5km | 09:35~11:35 | |||
10km | 09:40~10:40 | |||
시상 및 폐회식 | 12:00~13:30 |
※ 경기일정은 당일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음.
축구 꿈나무들이 축구장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인다.
'도전! 마라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4회 양주마라톤대회(2016/05/29)-HALF (0) | 2016.05.29 |
---|---|
가족의달 마라톤대회(2016/05/22)-FULL 110 (0) | 2016.05.22 |
2016 전국 의병마라톤대회(2016/05/08)-FULL (0) | 2016.05.13 |
제12회 강북구청장배 겸 제11회 강북연합회장배 국민생활체육 육상대회(2016/05/01)-HALF (0) | 2016.05.11 |
통일과 나눔 서울하프마라톤대회(2016/04/24)-HALF (0) | 2016.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