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새벽 3시 취침, 6시 기상. 인천과 광명시로 이동, 하루 종일 황사와 미세먼지에 노출된다. 밤 11시 30분 취침. 다음날 새벽 깜짝 놀랐다. 알람이 울리고 있었다. 4시 59분 기상하라고. 더 자야 하는데. 알람이 울리지 않았으면 오전 10시까지라도 잤을 것이다. 긴 하품이 이어졌다. 간단하게 식사하고 집에서 나가기를 기다렸다. 광화문광장에 가서 화장실 이용한다고 애먹을 것이 아니라 미리 볼 일을 보고 나가기로 했다.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버스와 지하철 연계가 잘 되어 대회장까지 40분이 걸리지 않았다. 택배 차량이 골인점을 향하여 7시 20분에 출발하니 붐비기 전에 미리 짐을 맡기라는 방송이 끊이지 않았다. 택배 차량 아무 데에나 가서 짐을 맡기니 5번째였다. 자원봉사요원들이 짐에 귀중품 없느냐고 물었다. 현금에 카드에 스마트폰에 내 옷마저도 모두 귀중품이다라고 말해야 했지만, 그런 것 없어요라고 대답하였다. 물품보관번호 2255. 번호 좋다. 귀중품 있느냐고 물어보는 것도 여유 있을 때에나 할 물음이다.. 수백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아우성을 치며 물품을 보관하게 되면 일일이 그걸 물어볼 여유가 있겠는가? 두 개의 스티커를 떼어 하나는 물품보관용 봉투에 붙이고, 하나는 선수들 배번에 붙이는 것도 무척이나 바쁜 일인데.
출발까지 1시간이 넘게 남아 버린 이 여유를 어떻게 감당한담? 스트레칭이야 5분이면 끝나 버리니 할 일이 없었다. 나는 달리면서 서서히 몸을 푸는 스타일이기까지 하니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스마트폰을 갖고 달리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면서, 아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출발을 기다리겠지만 나는 뭘한담? 더구나 나는 A그룹, B그룹이 출발한 뒤에야 출발할 수 있는 C그룹 아닌가? 지인들을 찾아 헤매다 30분쯤 지나서 希洙 형님을 찾아 내었다. 형님이 근무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앞에 가서 사진을 찍으며 출발 시간을 기다렸다. 형님은 D그룹이라 동반주는 힘들게 되었다. 형님은 2시간 25분에 달려도 암밴드를 득템하겠지만 나는 1시간 49분대로 들어가야 하니 각오하고 달려야 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스에서 달려야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달림이 여러분들 덕분에 마라톤 사회보면서 잘 먹고 사니 감사하다'는 배동성씨의 시원스러운 목소리와 함께 A그룹부터 순차적으로 출발하였다. 내가 속한 그룹은 8시 5분이 살짝 넘어 출발하였다. 1킬로미터 표지판을 향하여 일단 달렸다. 얼마나 걸릴까? 수많은 인파에 가려진 표지판을 찾아내었다. 5분 40초 페이스. 1시간 59분대에 골인할 수는 있겠으나 이래서는 암밴드를 받지 못한다. 옆구리살이 출렁거리면서 둔중한 몸놀림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부상 때문에 운동 못한 탓도 있지만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까지 폭식을 했다. 삼각김밥 4개, 유부우동, 오렌지 닭강정, 콜라 500ml, 순살치킨, 꿀떡, 인절미...... 도무지 마라톤 대회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았다. 카시오시계가 아닌 카파시계를 차고 나와 시계가 속도를 잡아 먹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 하루 전날 바꾸어 찼어야지. 이 무거운 시계를 차고 달려야 하다니..... 다음 구간은 5분 20초가 걸렸다. 3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은 16분. 곱하기 7하고 더하기 97.5미터하면서 머리 속은 복잡해졌다. 1시간 53분대 골인이라는 계산이 산출되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아주 힘들 정도는 아니었지만 오르막도 심심찮게 나왔다. 코스에 대한 사전 학습이 전혀 되어 있지 않으니 부담스러웠다. 일단 달려나 보자. 구간마다 배치된 예술인들의 공연. 그런 공연을 보기 위하여 달리는 재미도 있으니 너무 부담갖지는 말자. 5킬로미터 표지판을 지나기 전에 급수대를 만나 시간을 조금 잃었지만 5킬로미터 통과 기록은 25분 33초. 몸이 풀렸는가?
한강을 만났다. 마포대교를 건넜다. 여의도공원까지 나아가는데 오금에 통증이 있었다. 오금 통증은 오래도 간다. 미리 테이핑을 해서 동작을 억제해 놓았기 때문에 잘 추스릴 수는 있었다. 10킬로미터 주자들이 여의도공원쪽으로 꺽는 것을 보니 부러웠다. 봄들어 가장 빨리 달리고 있는 셈이라 오늘은 10킬로미터만 달려도 충분히 운동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상 달리는 것은 몸에 과부하를 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감이 들었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이 10킬로미터였다. 한강시민공원 산책로에는 또다른 대회에 참가해서 달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10킬로미터 기록 체크. 정확히 50분이 소요되었다. 어느새 1시간 49분대 골인에 여유가 생겼다. 속도를 늦추었다. 물과 바나나를 먹으면서 후반을 위하여 무리하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나중에 보니 5킬로미터부터 10킬로미터까지 24분 27초에 달렸는데 10킬로미터부터 15킬로미터까지는 24분 57초에 달린 것으로 측정되어 있었다. 후반을 위하여 몸을 사린 것인데 그래도 킬로미터당 5분 페이스는 유지한 것이었다.
13킬로미터 지점의 양화대교를 향하여 나아가면서 킬로미터마다 시간을 체크하였다. 5분이 넘거나 4분 50초대이거나. 늘 그런 식이었다. 마음 속에는 부상이 없을 때의 기준이 되는 1시간 44분대를 떠올렸다. 후반에 스퍼트하면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문제는 힘을 미리 쓴 것같다는 것. 오버페이스에 대한 두려움. 하프에 오버페이스 걸려 죽을 맛이 되는 수준은 이제 넘어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늘 하지만.
드디어 양화대교.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응얼거렸다.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 다른 가사는 모르고 리듬만 기억하니 도돌이표가 달린 노래처럼 '아버지는 택시드라이버'만 부르며 달렸다. 합정역에서 좌회전. 공연하는 팀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려 감사를 표했지만 그들이 반응하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15킬로미터 망원역. 15킬로미터 이후 나를 제친 사람은 세 명. 모두 월드컵 경기장을 왼편으로 끼고 달리는 17킬로미터 지점을 넘기 전에 따라잡았다. 후반에는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을 왼편으로 끼고 달려갔다 반환하는 코스이다 보니 건너편에서 달려오는 주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로운리맨님을 찾으며 달렸다. 일단 가면을 쓴 사람이 나오면 유심히 살폈다. 스파이더맨 가면이라고 했으니 붉은색 느낌이 나는 얼굴이 보이면 집중했다. 스파이더맨 가면 쓴 주자. 로운리맨 맞나? 맞았다. 힘드신지 가면을 살짝 들어올린 아래로 얼굴이 보였다. 이미 엇갈린 상태에서라도 이름을 외치며 응원을 보내었다. 로운리맨님도 파이팅으로 답해주셨다. 내가 파이팅을 외친 것을 아셨을까? 18.7킬로미터 지점 반환. 19킬로미터 지점이 곧 나오리라. 2.1킬로미터 남았을 때 중얼거렸다. 내게 10분의 여유를 다오.. 1시간 44분대로 골인할테니 19킬로미터 지점을 1시간 34분 후반대의 기록으로 통과하게 해다오. 19킬로미터 거리표지판을 통과하면서 시계를 보니 1시간 34분 35초였다. 10분 이상의 여유가 생겼다. 스퍼트했다. 여러 사람을 추월해 나가기 시작했다. 젊은 친구가 화가 난 듯이 나를 따라와 다시 내 앞으로 나왔지만 잠시일 뿐이었다. 이내 뒤로 밀려났다. 바쁘지만 건너편에서 오시는 希洙 형님에게 응원을 보내고 20킬로미터 급수대는 빠뜨리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스퍼트를 했다. 20킬로미터 지점을 1시간 39분에 통과했다. 그리고 남은 1.1킬로미터를 4분 40여초에 달렸다.
01:43:44
완주메달과 버클, 간식을 받아서 물품보관소로 이동하는데 먼저 골인하신 로운리맨님이 오고 계셨다. 만나서 암밴드 득템이 가능했는지 서로 확인하고 사진도 찍었다. 希洙형님은 지난 13일보다 5분 늦게 골인하셨다. 하프도 어떻게 달리느냐에 따라 풀코스만큼이나 힘든 것같다고 하셨다.
로운리맨님이 제공한 사진. 완주메달을 들고...... 언제쯤 뚱보 신세를 면하려나?
(나는 도대체 하프를 몇 차례 완주한 것일까 궁금했다. 대회 당일 저녁 그동안 모아 둔 배번과 블로그를 토대로 일일이 헤아렸다.
이 대회가 137번째 하프 완주였다.)
찍어주신 분이 초점을 잘못 잡았지만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겠다. 로운리맨님, 스파이더맨 코스프레하신다고 티셔츠까지 구입하시다니.....
나는 지난해 동아마라톤 10킬로미터 기념품을 입고 달렸는데 나와 같은 티셔츠를 입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첫 하프 완주: 2004년 5월 26일
10번째 하프 완주: 2005년 11월 19일
50번째 하프 완주: 2011년 10월 8일
100번째 하프 완주: 2013년 10월 3일
137번째 하프 완주: 2016년 4월 24일
※ 또다른 일화.....
달리면서 즐기는 음악회라고 할까? 30여개의 공연팀이 거의 1킬로미터 간격으로 늘어서서 주자들을 응원하였다. 풍물패부터 댄스팀까지, 가곡부터 비트박스까지, 가요부터 랩까지 주로마다 흥이 넘쳤다. 이 다음에는 어떤 밴드들이 나와 주로를 흥겹게 할까 하는 기대감으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는 대회가 되었다. 한강을 따라 달리다 만난 터널은 아예 나이트클럽이 되어 있었다. 울긋불긋한 조명이 대형 스피커의 소리와 어울려 젊은 시절로 돌아간 느낌까지 주었다. 달리기를 멈추고 몸을 사정없이 흔들고 싶은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이 터널 나이트클럽은 하프 코스 주자만이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거기에 각가지 코스프레로 주로를 다채롭게 만드는 달림이들이 넘쳐 흘렀다. 배트맨, 수퍼맨 등 전신복장을 한 주자부터 간단하게 스파이더맨, 슈렉, 바트 심슨 마스크만 쓴 주자까지 보는 재미가 넘쳤다. 달리는 재미에 듣는 재미와 보는 재미가 어우러져 환상적인 경험이 되었다. 차량을 완전히 통제한 상태에서 서소문고가를 달리고 마포대교와 양화대교를 건너는 이런 이벤트를 언제 또 하겠는가? 교통의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시민 몇 사람이 경찰관에게 항의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대부분 시민들이 응원을 보내주었다. 고독한 싸움을 달래주는 이벤트는 내 기억에 오래 남을 것같다.
2015년 춘마 기록이 지난 10년간 기록 가운데 가장 나빴기에 기록 경신에 유리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2014년 춘마 기록을 대입해 보았는데 1시간 43분 45초가 나왔다.
1시간 43분 44초로 골인한 나로서는 경이롭다.
성명 (Name) |
참가번호 (Entry No) |
5Km | 10Km | Net time | Pace/Km |
---|---|---|---|---|---|
성별 (Gender) |
종목 (Distance) |
15Km | 20Km | Gun time | |
강훈식 | 4932 | 0:25:33 | 0:49:59 | 1:43:44 | 0:04:55 |
남(M) | Half | 1:14:56 | 1:38:55 | 1:48:20 |
마포대교를 건너갈 때로 기억한다.
골인 지점.
두 손을 들거나 V자를 날리려다가
그냥 골인하는 모습이 찍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아
특별한 포즈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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