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제12회 강북구청장배 겸 제11회 강북연합회장배 국민생활체육 육상대회(2016/05/01)-HALF

HoonzK 2016. 5. 11. 10:56

 보성녹차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까 하다가 그 다음 주 의령에 가니 서울에 그냥 있기로 했다.

우리 동네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것을 알았다.

 

 평소에 훈련하는 코스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우연히 길을 지나다 플래카드를 보고 대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대회 당일 현장접수하고 달렸다. 완주메달은 없었지만 1만원에 쿨론 티셔츠를 얻고 21킬로미터 넘게 달리는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거리 표지판은 거의 없었다. 10킬로미터 반환을 위하여 설치된 반환점을 보고 5킬로미터임을 확인했고, 하프 반환점을 보고 10.55킬로미터를 달렸음을 알았다.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이천에서는 백미터 단위로 거리를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내 페이스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특별히 속도에 대한 강박 관념 없이 달리니 편안하였다. 첫 1킬로미터는 5분 30초가 걸렸다. 5킬로미터 기록은 26분 40초쯤이었다. 4킬로미터 지점에서 제쳤던 검은색 티셔츠 흰색 캡 주자가 내가 물마시는 사이 앞으로 나아갔다. 이 양반은 8킬로미터 지점까지 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었다.


중랑천을 가기 위한 관문인 터널을 빠져나갔다. 지난 해 10월 1일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물을 지났던 지점. 석계역을 바라보며 중랑천을 향했다. 이제 6킬로미터쯤 달린 것이다. 중랑천을 만나면 의정부 방향으로 나아갔다. 월계2교, 녹천교를 지나 창동교까지 나아갔다. 돌아오면 되는 코스로 부상당하기 전에 수시로 달렸던 코스였다.


 지난 주와 달리 몸이 무거웠다. 반환할 때 보니 지금까지 달려온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다면 1시간 51분대 골인이 가능했다. 본의 아니게 돈암초등마라톤클럽 주자, 도봉구육상연합회 주자와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했다. 좀처럼 독주를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견제했다. 성북구, 도봉구, 강북구 주자 세 명이 서로 신경을 쓰며 달렸다. 5킬로미터를 넘게 함께 달리는 동안 몇 마디 대화라도 나눌만 했는데 입을 열지 않았다. 속으로만 이 소리 저 소리 던졌다. 돈암초등학교마라톤클럽에서는 하프를 별로 달리지 않나 봐요. 도봉구육상연합회는 어디에서 훈련하세요. 중랑천을 뛰세요? 오늘 기록은 몇 분대로 예상하세요. 말을 꺼내어 옆의 주자의 페이스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급수대 등장. 5킬로미터 남았다. 물을 마신 후 스피드를 올렸다. 내내 5분 언저리의 페이스로 달리던 내가 4분 30초의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하니 동반주하던 주자 중 누구도 따라오지 않았다. 첫 1백 미터는 거의 전력질주하듯이 달렸다. 3킬로미터를 남기고 도봉구에서 강북구로 건너올 때 살짝 곁눈질하니 내 바로 뒷 주자는 3백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4킬로미터 남기고 5백 미터 쯤 앞에 있던 주자는 1.5킬로미터를 남기고 추월하였다. 워낙 조촐한 인원이 참여한 대회라 여러 명을 추월하는 경험을 할 수는 없었지만 운동을 제대로 하는 느낌이었다. 몹시 덥다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역주했다. 이게 하프이기에 망정이지 풀코스라면 더위를 이겨내기 힘들다. 5월 1일 날씨가 이렇게 덥게 느껴지면 여름에는 어떻게 달린담? 당장 일주일 뒤 있을 의령의 풀코스가 우려되었다. 무지 더워서 파김치가 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더울 때 풀코스를 달릴 때의 기억은 생생하다. 덩치 큰 인간이 더위 속에서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되새겨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더위를 감당하려면 몸이 좀더 가벼워져야 하는데 감량하기에는 일주일이 너무 짧다. 지금으로서는 풀코스 출발 직전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내 계획이다.


 후반에 박차를 가한 결과 내 기록은 1시간 47분 40초가 되었다. 16.1킬로미터 지점까지 함께 달렸던 분들은 나보다 4분 쯤 늦게 골인하였다. 살이 조금 빠진 느낌이었는데 골인하자마자 국밥, 두부김치, 떡을 먹었더니 얼굴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시계 세팅하면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찍혔다.

 

 

 

1만원 참가비에 이런 기념품까지 감사할 따름이다.

 

 

 

 

 

반환한 이후의 뒷모습이 찍혔네. 오른쪽 다리 오금 통증을 예방하기 위하여 테이핑을 하고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