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6 전국 의병마라톤대회(2016/05/08)-FULL

HoonzK 2016. 5. 13. 16:19

 정명진님이 허수아비님을 부르고, 허수아비님이 나를 부른 셈.


 당초 올해 의령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같은 날 소아암환우돕기 마라톤 대회에 나갈 예정이었다. 4월 17일 전국의병마라톤대회 참가신청이 마감되는 날 허수아비님이 의령에 출전하신다는 사실을 알았다. 급히 참가신청했다. 울산마라톤, 태화강마라톤, 경주벚꽃마라톤. 개인 사정으로 모두 미룰 수밖에 없었으니 이번에 가지 않으면 상반기에는 뵐 기회가 없을 것같았다. 드릴 선물도 있으니.

 

 2년 전 32킬로미터 지점을 넘어가는 순간 에너지 고갈로 수모를 당했던 대회. 꼭 빚을 갚고 싶었다. 몇 달 동안 나를 괴롭했던 허리와 오금통증이 사라졌기 때문에 SUB-4 완주는 무난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매우 오만했다.

 

 대회 하루 전날 새벽 4시에 귀가하여 잠시 눈을 붙이고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었다. 당초 빨리 돌아와 몇 시간이라도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지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풀코스를 하루 앞둔 사람의 태도가 아니다.  자정에 출발하는 부산행 고속버스를 탄다. 지근하게 누워서 잠을 청해야 할 사람이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수시로 스마트폰을 들여다 본다. 새벽 2시 선산휴게소. 누워 있으면 될 것을 화장실에 다녀온다. 옆에 앉은 젊은이들은 아예 잠을 자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 무얼 하는지 날을 새고 있다. 카톡, 카톡 소리도 수시로 들리고. 소음이 신경쓰이지 않는지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다. 알아서 소리를 죽여주길 바랄 뿐이다. 새벽 4시 부산 두실역 도착, 4시 10분 노포동 고속버스터미널 도착. 지하철이 운행되려면 1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해야 할텐데 그냥 눈뜨고 기다린다. 편의점에 들러 부산우유 사먹고 (부산에 왔으니 부산우유 꼭 먹어야 해) 스마트폰도 만지작거리며. 5시 10분 신평행 1호선 탑승, 20분 뒤 연산역에서 대저행 3호선으로 갈아탄다. 5시 50분경 구포역에서 내린다. 단골 돼지국밥집을 찾아가다가 열려 있지 않아 구포역쪽으로 되돌아온다. 다른 식당에서 돼지국밥을 먹는다. 그러고 나니 6시 10분. 스마트폰 충전을 하려고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다가 실패하고 구포역 앞에서 멍하니 있었다. 6시 50분 허수아비님이 차를 몰고 오셨다. 1시간 남짓 의령가는 길에 잘 수도 있었지만, 꼭 자야 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깨어 있었다. 대회장에서 짐을 맡긴 뒤 그늘에 잠시 누워 있으면 되겠지 했다. 대회장에 가 보면 그럴만한 여유는 없다.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 건강하게 살기 위한 세 가지 필수 조건.


 영양 보충, 배설, 숙면. 이 세가지 가운데 하나만 어긋나도 컨디션은 망가진다. 그런 망가진 컨디션으로 풀코스에서 좋은 기록으로 완주한다는 것은 무리이다. 게다가 더운 날씨라면 아주 무리이다. 풀코스를 앞두고 제대로 한 것이라곤 영양 보충밖에 없었다. 화장실에 가긴 했으나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휴지를 양쪽 주머니에 나누어 넣고 달리다 주로에서 화장실을 찾기로 했다. 정명진님과 악수했다. 허수아비님은 내게 스포츠겔을 무려 세 개나 챙겨주셨다. 두 개는 주머니에 넣을 수 있었지만 한 개는 넣을 데가 없어 손에 쥐고 달려야 했다. 셋이서 즐겁게 출발하는데 2킬로미터를 가기도 전에 나 홀로 뒤로 쳐졌다. 눈이 감기고 하품이 쉴새없이 나왔다. 몸은 굼뜨기 짝이 없었다. 곽재우 동상 아래를 지나 3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간을 체크하니 17분 15초였다. 아주 늦은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겔을 먹었다. 허수아비님과는 점점 간격이 벌어졌다. 100미터, 200미터로 벌어지더니 나중에는 500미터 이상 떨어졌다. 잠은 이미 포기했으니 화장실은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줄곧 했다. 지난 해 3월 섬진강꽃길마라톤에서는 도중에 화장실에 들렀다 나와 힘을 내지 않았던가? 몸이 무거운 느낌을 해결하지 않고는 스피드를 낼 수 없었다. 언젠가 화장실이 나오겠지 하면서 야금야금 스피드를 올렸다. 몹시 더웠다. 2년 전 잠을 한숨 못자고도 SUB-4 했던 예산, 부여, 나주의 풀코스를 떠올렸다. 지난 해 울산, 경주 벚꽃, 경주국제도 잠을 한숨 못자고도 SUB-4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었다. 그런데 오늘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이틀밤을 거의 못잔 상태에서 SUB-4를 꿈꾼다는 것.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10킬로미터 지점을 56분 40초에 통과했다. 정확히 SUB-4 페이스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일단은 성공이었다. 11킬로미터 지점에서 만난 화장실은 문이 잠겨 있었다. 옆에서 소변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뚝방길을 주로 달리는 레이스는 단조롭기 짝이 없었다. 달리는 도중 응원을 보내주는 동네 주민들을 뵙고 손을 흔든 것은 19킬로미터 쯤에서 만난 화정마을에서나 가능했다. 어르신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해 주셨다. 그 무렵 허수아비님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정명진님은 벌써 앞으로 갔다고 하셨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오고, 잠시 후 건너편에서 힘차게 달려오는 정명진님이 보였다. 파이팅을 주고 받았다. 반환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돌아올 때 보니 오르막을 계속 치고 올라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시간 1분 40초쯤 걸린 하프. 돌아가는 동안 1시간 58분 20초에 달리면 SUB-4는 가능한 것인데 점점 더워지고 피로는 쌓일텐데 어떻게 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제 하프 단일 대회 나왔다고 암시도 해 보았지만 내 몸은 내게 쉬라고 말했다.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잠을 거의 못 잔 상태에서 달린 대회라고 하여도 달리다 보면 각성제를 먹은 것처럼 정신이 맑아지곤 했었는데 오늘은 내내 혼미한 상태였다. 눈도 매우 따가웠다. 눈을 감고 달리면 피로가 회복될까 하는 미련한 생각에 눈감고 달리기도 여러 차례. 다시 마주한 허수아비님에게 SUB-4 힘들겠다고 외쳤는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2년 전 경험한 의병마라톤의 고통을 또다시 느끼게 되리라는 사실을. 남은 거리 19킬로미터. 18킬로미터, 17킬로미터 표지판을 만날 때마다 남은 거리를 어느 정도의 기록으로 달려야 SUB-4가 가능한지 계산했다. 하지만 계산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부담감만 키웠을 뿐이다. 25킬로미터를 넘어서면서 욕심을 슬슬 버리기 시작하였다. 걸어가는 주자들이 속출하였다.  3분의 2가 걷고 있었다. 뛰고는 있었지만 발이 자주 끌려서 발생한 소음에 내가 놀랐다.,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들었다. 10년 전 힘들게 풀코스를 달리다 정신연령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으로 내려간 마라토너의 일화도 기억해 내었다. 그러면 안돼. 내가 갖고 있는 지식이 싹 사라지는 것을 어떻게 감당한단 말인가?

 어느 순간부터 시간은 아예 신경쓰지 않고 완주 모드로 나아갔다. 허리도 아프지 않고 오금 통증도 사라진 시점에 컨디션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그저 완주만 하자는 마음을 먹게 되다니. 4시간 1초에 달리든 4시간 59분 59초에 달리든 SUB-4가 아닌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니 투지를 잃어버렸다.


 109번째의 풀코스 완주라는 목표로만 달리기 시작했다. 의령에만 오면 왜 이러는가? 나와 코드가 이다지도 맞지 않는가? 재작년에는 잘 달리다가 갑작스러운 에너지 고갈로 망치고, 올해는 고단한 몸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지고 들어간 것이었다. 조깅보다 더 늦게 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걷지는 않았다. 워크 브레이크로 나를 따라오는 주자도 있었다. 걷고 있다가 내가 제치면 잠시 후 스피드를 올려 내 앞 몇 백 미터까지 나아간 뒤 걸었다. 그는 내가 추월하면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자주 걷는 양반이 계속 뛰는 마당쇠를 늘 이기다니. 29킬로미터 지점에서 허수아비님이 주신 스포츠겔을 먹었다. 당초 한 개만 먹고 두 개는 돌려 드리려고 했었는데 36킬로미터 지점에서도 하나를 더 먹어 세 개를 모두 먹었다. 그렇게라도 에너지를 보충하면 달리기가 좀 나아질까 하는 마음이었다. 내 검정 티셔츠에는 허연 소금 지도가 그려져 있었다.


 곽재우 장군동상이 나오면 39킬로미터를 넘긴 것이었다. 그때 내 기록은 이미 4시간을 넘겼다. 남은 3킬로미터에서 나름대로 몇 명을 제쳤다. 그래도 2년 전보다는 빨리 골인하겠지 하는 욕심을 가졌다. 골인 아치 아래 낯익은 분이 스마트폰으로 내 모습을 찍어주셨다. 허수아비님. 아니, 언제 나를 추월하셨지. 10킬로미터 남기고 차를 탔다고 하셨다. 나를 너무 기다리게 할 것같아, 의령소바도 먹어야 하는데, 내 서울행이 지연될 수도 있고, 내 짐도 차에서 챙겨주어야 하고..... 이런 생각에 포기했다고 했다. 32킬로미터나 달리고 포기하시다니 너무 아깝다. 나 때문에 포기하시다니 더욱 할 말이 없다.

 

4:18:06.26

 

 2년 전 4시간 19분 19초 34보다 1분 가량 빨라졌지만 성취감이 있을리 없었다.

 나는 5월에 풀코스를 10회 완주했다. 그 중 2회는 SUB-4를 실패했다. 모두 의령에서 달린 대회이다. (5월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서도 뛰었지만 SUB-4했는데.....)


 기념품과 완주메달, 간식을 수령한 뒤 화장실부터 가야 했다. 출발 전 가야 할 화장실을 골인 후 가다니. 나는 반대로 하고 있다.

 

 겸손해야 한다. 좀더 투자해야 한다. 시간을 절약하고 숙박비를 아끼려다가 몸을 버리고 기록도 지지부진한 대회로 남게 되지 않았는가. 반성한다. 나날이 반성한다. 5월 풀코스 한번으로 끝내려던 나 자신에게 벌칙을 가해서 한번 더 뛰기로 한다. 
 

 

 

참가자 접수

  • 접수마감2016년 4월 17일(일) 24:00
  • 참가자격대한육상연맹 미등록자 / 신체건강한 대한민국 남, 여
  • 접수처의병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 인터넷http://www.urmarathon.com
  • 전화문의055-751-1085~87
  • 문 의의병마라톤대회조직위원회

참가비

경기종목참가비
풀코스30,000원
하프코스30,000원
10km25,000원
5km 건강달리기학생 5,000원 / 일반 10,000원

참가비 납부

  • 참가비 납부 및 납부 계좌 : 접수기간까지 해당금액을 다음 계좌에 납부
경기종목계좌번호
풀코스농협 301-0093-7730-81예금주 : (주)경남일보
하프코스농협 301-0093-7745-11예금주 : (주)경남일보
10km농협 301-0093-7749-51예금주 : (주)경남일보
5km 건강달리기농협 301-0093-7738-71예금주 : (주)경남일보
단체농협 301-0093-7734-21예금주 : (주)경남일보
  • 단체참가자는 대표자 명의, 무통장 입금시 참가자 이름으로 송금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가비 납부시 반드시 해당종목의 계좌로 입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참가신청시 입금자명과 입금자는 반드시 동일해야 합니다.
  • 동명이인 구분을 위해 생년월일을 기재 바랍니다.

참가자 접수

완주증, 완주메달, 기록증, 안내책자, 배번호, 칩
※ 5km건강달리기는 칩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먹거리 코너

두부, 막걸리 등 제공

배번번호/기념품 기록측정칩 지급

  • 대회 개최 약 10일 전후로 택배 발송, 택배회사 홈페이지에 배송경로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 대회 2일 전 까지 물품을 수령하지 못한 분은 현장에서 배부 할 예정이오니 위원회로 연락바랍니다.

기록증 발송

  • 대리출전, 코스변경 또는 매트를 밟지 않거나, 칩을 부착하지 않고 완주한 경우, 칩을 주머니에 넣고 완주한 경우, 레이스 도중 칩을 분실한 참가자들은 기록증을 발송하지 않고 공식기록은 파울로 간주합니다.
  • 정상적으로 기록측정용 칩을 달고 대회에 참여한 참가

기록측정

  • 본 대회의 공식 계측은 넷타임(Net-Time)으로 측정(5Km 건강달리기 제외) 됩니다. 따라서 후미출발 주자와 선두 주자와의 기록 손실이 없습니다.
  • 기록 측정용 칩은 1회용 입니다

유의사항

  • 참가자는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주차된 차량을 파손하고 물품이나 현금 등을 훔쳐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본대회의 주최측은 경기 중 발생한 부상, 사고 등에 대해 응급조치 외 어떠한 책임도지지 않습니다. 불미스런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 보상규정 한도 외 에는 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참가자 각자가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도록 미리 의료기관을 통해 여부 확인 후 참가신청 바랍니다.
  • 대회당일 개인물품은 반드시 물품보관소에 보관하여야합니다. 귀중품은 받지 않으며 분실 책임은 지지 않음을 양지바랍니다.
  • 기타 사항은 2016년도 대한육상경기연맹의 경기규칙에 준합니다.
  • 본 대회 참가신청을 하시면 상기 모든 내용에 동의하신 것으로 간주합니다.

심플칩착용요령

     

 

허수아비님과 함께. 허수아비님이 주신 스포츠겔을 들고.

 

정명진님과 기념촬영을 할 기회도 얻고.......

 

골인하기 직전. 허수아비님이 찍어주신 사진.

사진업체에서도 나를 찍어준 사진이 있지만 여기 업로드는 하지 않으련다.

그 사진에서 나는 초반과 후반에 차이가 보인다. 초반에는 얼굴이 부어올라 뚱보같고, 후반에는 달리는 동안 볼살이 빠졌지만 노인네같다.

다크서클 작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