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독한 날씨. 포기할까?
마라톤 대회장에는 몇 사람 나오지 않을 줄 알았다.
주최측에서 한파 경보로 대회를 연기한다는 문자라도 보내올 줄 알았다.
그러나 대회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영하 18도 체감온도 영하 26도.
예상외로 많은 참가자들이 뚝섬한강수변공원에 나와 있었다.
뚝섬유원지역에서 계단을 내려서기 전에는 별로 안 춥네 했는데, 한강변을 따라 걷기 시작하자마자 사무치게 추웠다.
탈의실 안에는 난로가 놓여 있었다. 난롯가에 모여든 주자들은 좀처럼 떠날 줄 몰랐다.
몸을 조금씩 움직여 배번을 달았다. 몇 미터 떨어져 있지 않은 물품보관소에 잠시 다녀오는 일도 힘들기 짝이 없었다.
불과 몇 분 추위에 노출되었을 뿐인데 동태처럼 꽁꽁 얼어버렸다. 이 무슨 짓이람? 기념품만 받고 돌아갈걸.
긴팔티셔츠 두 장에 바람막이까지 걸쳤다. 바람막이 때문에 내 배번은 가려졌다.
풀코스 주자들이 탈의실에서 빠져나가고 나니 조금 숨통이 트였다. 풀코스가 출발하고 난 뒤 단 몇 분 머무르다 밖으로 나왔다.
장갑 위에 두툼한 대형 장갑까지 착용하였다.
2008년 1월 1일 0시에 출발했던 마라톤이 자꾸만 떠올랐다. 체감온도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진 바람부는 새벽, 감기 몸살걸린 몸으로 달렸던 마라톤.
방풍 비닐까지 다섯 겹으로 중무장하는 바람에 나중에는 땀을 비오듯이 흘려 머리칼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고 비니와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모자를 벗느라 용을 쓰다 머리카락이 한움큼 뽑혔던 그 날의 마라톤. 한 시간이 넘도록 옆머리에 달린 고드름이 녹지 않았던 쥐띠 해의 첫 마라톤.
10시 08분 하프와 15킬로미터 주자 출발!
주사위는 던져졌다.
발이 시려워 견딜 수 없었으나 자꾸 놀리다 보니 견딜만 하였다. 칩을 부착한 왼쪽 신발끈은 느슨하고, 오른쪽 신발끈은 너무 꽉 끼어 발란스가 맞지 않았다. 신발끈을 다시 매기 위하여 발걸음을 멈추고 장갑을 벗을 수는 없었다. 2.5킬로미터 급수대를 만났지만 아직 땀이 날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물컵에서 흘린 물방울이 츄리닝 바지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얼음 알갱이가 되어 달라붙었다. 차가운 공기를 막기 위하여 수시로 버프를 끌어올렸는데 다시 내렸다 끌어올릴 때는 나무토막처럼 얼어붙어 있어서 온갖 용을 써야 했다. 5킬로미터쯤 달리고 다시 급수대. 어느덧 땀이 나고 있었다. 급수대 자원봉사요원은 물을 따르기가 무섭게 얼어버리니 품에 넣고 있다가 사람들이 올 때마다 몇 개에만 따르는 방식을 택했다. 그나마 게토레이의 빙점이 낮았지만 따라 놓은 지 불과 몇 분만에 슬러시처럼 변했다.
내게는 추위보다 더 걱정되는 게 있었다. 몇 일 전부터 생긴 오른쪽 배의 통증. 이게 배의 안쪽이 아픈 것인지 배 바깥쪽이 아픈 것인지 가늠할 수 없었다. 배 안쪽이 아프다면 심각한 것이었다. 맹장염? 암? 제발 근육이 아픈 것으로 끝나기를...... 지난 한 달 동안 내내 스트레스를 받는 바람에 결국 탈이 난 것인가? 한참 달리다가 참을 수 없는 복통으로 주로에서 뒹구는 일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닐까? 걱정하고 또 걱정하였다.
심하게 불어대는 바람에도 한강은 잔잔하였다. 한강은 표면이 일부 얼어붙어 있었다. 3킬로미터를 15분 30초로 통과하였다. 전방에 1시간 40분 페메가 보였으나 아예 따라잡을 마음이 없었다. 2시간 이내에만 완주하면 된다고 믿었다. 어차피 대형 장갑과 바람막이까지 걸친 상태에서 스피드를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 강동대교에서 반환하여 돌아오는 길은 지극히 힘들었다. 강풍이 정면에서 불어오니 발걸음을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다. 버프를 눈 아래까지 끌어올리며 버티는데 숨쉬기가 힘들어 끌어내렸다 올렸다를 쉴새없이 반복하였다. 나무 판대기처럼 얼어버린 버프를 입김으로 녹인 일이 도대체 몇 번인가?
반환점 기록은 53분 14초 27이었다. 그대로 유지한다면 1시간 46분 28초가 예상되었지만 이 코스는 돌아갈 때 부담스러운 오르막이 17.1킬로미터와 18.6킬로미터 지점에 있었다. 바람을 안고 달린다는 것도 어려웠다. 애썼다. 그리고 골인하였다. 1시간 45분 10초 92가 기록이었다. 미리 신경썼다면 1시간 44분대가 가능할 수 있었다. 반환할 때 배번 체크하는 운영요원을 보고 자켓의 지퍼를 끝까지 열어서 배번을 보여주고 다시 지퍼를 잠갔는데 거기서 10초 이상 잃어버린 것이 1시간 44분대 진입에 실패한 이유일 수 있겠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체감온도 영하 20도의 날씨가 방해 요소 아니겠는가? 완주하고 나니 다행히 배의 통증은 사라졌다. 정확히는 사라졌다고 착각했다. 그 후에도 몇 일 동안 고생했으니..... 그래도 잘 달렸다. 하프 20위면 나쁜 등수는 아니다.
추워서 좋은 점은 없었는가? 있었다. 담배 피우며 숨쉬기 어렵게 하는 사람이 없었고, 자전거타고 지나가며 겁을 주는 사람이 없었다.
오늘은 비니가 머리에 얼어붙지는 않았다.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올랐다.
풀코스 도전했다가 하프로, 하프코스 도전했다가 10킬로미터로 전환한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 풀코스를 신청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허수아비님 드릴 아식스 티셔츠를 한 장 확보하였다.
출발 광경.......비니, 바람막이, 대형 장갑
사진 왼쪽에 콜핑 적색 바람막이 착용한 주자..... 바람막이 안에 배번이 가려졌다.
대회명 | 시즌오픈 제17회 일요마라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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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일시 | 2016년 1월 24일(일) 오전 10시 출발 |
집합시간 | 2016년 1월 24일(일) 오전 09시 집결 |
장소 | 한강시민공원 뚝섬지구 수변광장 (지하철7호선 뚝섬유원지역 2번출구) |
코스 | 뚝섬 한강공원 수변마당 - 강동대교 방향 |
참가구분 | 풀(42.195km), 30km, 하프(21.0975km), 15km, 10km, 5km |
모집인원 | 선착순 마감 |
참가비 | 풀 - 40,000원(마니아 25,000원) 30km - 40,000원(마니아 25,000원) 하프 - 30,000원(마니아 25,000원) 15km - 30,000원(마니아 25,000원) 10km - 30,000원(마니아 25,000원) 5km - 20,000원
※ 무통장입금시 10%할인!! ※ (10%할인된 금액으로 입금하시면 됩니다.) |
기념품 | - 공식기념품 : 아식스마라톤티셔츠 또는 센터폴쿨맥스모자 중 택1 (※마니아 참가자는 공식기념품 제외)
- 단체혜택 : 단체인원이 20명 이상일경우 부스+현수막제공 |
참가자격 | 신체건강한 남녀 |
접수기간 | 2015년 10월 ~ 선착순 마감 |
지급품 | 공식기념품, 배번호, 완주메달, 기록측정용칩(5km코스도 칩사용), 기록증, 간식 및 음료, 먹거리 등 |
주최/주관 | 국민체육진흥협회 runct@naver.com |
후원/협찬 | 아식스, 심플칩, 마라톤메일, 금강렌탈, 다빈치, 러닝가이드, 태양실업 |
계좌번호 | 농협 352-0752-4966-33 / 예금주:강동엽 |
![]() | ![]() | ※ 겨울철 달리기 유의사항[시즌오픈 제17회 일요마라톤] ※ | ||||||||||||||||||
![]() | ![]() | 마라톤사무국 runct@naver.com | ![]() | ![]() | ![]() | 2016-01-20 | ![]() | ![]() | ![]() | 501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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