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연휴가 시작되기 전 등산과 달리기를 다소 심하게 반복하면서 오른쪽 무릎과 오금쪽에 통증이 생겼다. 발을 딛을 때마다 통증이 느껴졌다. 걸을 때에도 이 지경이니 달리기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2월 21일 대회에 나가는 것으로 일정을 조정할 수 있었다면 문제는 없어 보였지만 시간이 나지 않아 2월 14일 달려야 했다. 이 날 달리지 않는다면 2011년 12월부터 쭉 이어진 매달 풀코스 1회 이상의 기록이 끊어지게 된다. 조심스럽게 운동하면서 대회를 준비하였다. 천천히 달리고 운동량도 줄였다. 대회 당일에는 무릎과 허벅지, 종아리 쪽으로 테이핑을 꼼꼼하게 하였다. 그러나 대회를 마친 후 종아리 통증 때문에 걷기가 힘들었다. 계단을 만나는 게 싫었다. 왼 발 딛고 오른발 끌어올리고, 다시 왼발 올려 딛고 오른발 따라올리는 일을 거듭하였다. 절름발이나 다름없었다. 발등에 통증도 엄청났다. 오히려 무릎이나 오금은 아프지 않았다.
대회 전 나흘 정도는 봄날씨였다. 비가 내리기도 했지만 3월 하순의 기온을 보였기에 이번에는 반바지를 입고 달릴 수 있겠거니했다. 하지만 대회 당일 급격히 기온이 떨어졌다. 영하 1도 전후라면 반바지를 입고 달려도 문제없을 것같은데 체감온도가 낮았고, 몇 일 동안 따뜻한 날씨에 익숙해지다 보니 갑자기 찾아온 추위는 더욱 춥게 느껴졌다. 결국 2주 전과 똑같은 복장으로 나섰다. 티셔츠 두 장에 츄리닝 바지, 목도리 및 마스크용 버프, 모자용 버프, 장갑, 비닐까지.
몸에서는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달리지 말아라. 달리지 말아라. 오늘은 쉬어라. 그런 신호를 무시하고 출발선을 통과하였다. 카시오 시계가 아닌 카파 시계를 갖고 나오는 바람에 작동 방법을 잘 몰라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단 두 차례의 훈련. 불과 10킬로미터를 달리기도 전에 다리에 통증이 생겨 아주 애를 먹었다. 그런데 오늘은 몇 킬로미터를 달리는 게 아니라 42.195킬로미터를 달려야 한다. 그것도 4시간 이내로. 만약에 달리다 문제가 생기면 어쩔 것인가? 그런 우려 속에서 살금살금 발을 내디디다 보니 도무지 속도가 나지 않았다. 몸이 몹시 굼뜬 느낌이었다. 활력이라곤 느껴지지 않았다. 둔중한 육신을 이끌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첫 1킬로미터가 6분 10초나 걸렸다. 비닐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저항을 받고 있기는 했지만 2주 전에는 같은 복장을 하고도 30초쯤 빨랐다. 3킬로미터 기록은 17분 25초였다. 이대로는 절대 SUB-4는 못한다. 3킬로미터를 넘으면서 비닐은 벗어버렸다. 3킬로미터쯤 달리면 몸이 풀리고 자연스럽게 스피드가 올라가기 마련이지만 내 마음 속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달려, 즉 무리하는 바람에 온전하지 않은 오른쪽 다리에 통증이 발생한다면 아예 레이스를 포기하게 되고 중도 포기의 기억을 살아가는 동안 내내 되새기게 될 것이었다.
자제하라. 조심하라. 일주일 전 꾼 꿈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부산에 내려갔다. 허수아비님과 통화했다. 마라톤 대회 때문에 내려왔으니 다음날 대회장에서 보자는. 허수아비님 얼굴은 나오지 않고 목소리만 나오는 꿈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대회. 2월 14일 대회였다. 반환점에서 내 기록을 보니 2시간 11분이 경과하고 있었다. SUB-4 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에 아쉬워하며 완주만 해도 그게 어디인가라며 나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 무슨 꿈이 그렇담?
몇 백 미터 앞에서 4시간 페이스메이커의 노랑 풍선이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잡을 수 있을까? 몇 분 늦게 출발한 하프 주자들이 밀고 나오면서 승부욕을 자극했지만 천천히 달렸다. 5킬로미터 급수대. 28분 20초 경과. 4시간 페이스에 부합하였다. 10킬로미터는 56분 35초(4시간 페메 기준: 56분 40초). 아직 4시간 페메는 앞에 있었다. ㅅ민님은 3시간 30분 페메 앞에서, 제비한스님은 3시간 45분 페메 앞에서 역주하고 계셨다. 방화대교 옆에서 반환하였다. 하프 반환점이자 풀코스 1차 반환점이었다. 1시간이 넘지 않았다. 맞바람이 사라졌다. 4시간 페메 뒤에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조심스럽게 달렸다. 조금이라도 불규칙적인 동작을 했다가는 부상을 당할 수 있으니 주의했다. 아무리 조심해도 달린 거리가 늘어날 수록 다리 통증은 심해질 수밖에 없고 완주를 못하고 돌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 겁이 덜컥 났다. 106번째 풀코스였지만 생애 첫 풀코스를 달리는 것처럼 잔뜩 긴장하고 달렸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화장실에 가면서 일정한 동작이 바뀌면서 통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잔뜩 흐린 날씨는 음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15킬로미터 지점에서 안양천으로 꺽었다. 그동안 광명쪽을 달렸는데 이번에는 구로쪽이었다. 안양천에 들어서서 2킬로미터 쯤 달린 후 소변을 보느라 4시간 페메 무리에서 떨어졌는데 다시 그 무리와 합류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잠시만 속도를 올릴까 하다가도 그러다 통증이 발생하면 안 되지 하는 생각에 자제하였다. 주의와 자제. 오늘 레이스는 그랬다. 18킬로미터를 넘어서 만난 급수대에서 쵸코파이 두 개를 챙겼다. 1개하고 4분의 3을 먹었다. 더 이상 스포츠겔을 먹으면서 달리지 않기로 한 나로서는 그렇게라도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 (에너지젤 구입 비용을 아껴서 다른 데 쓰기로 함)
간밤에 잠을 못 잔 것이 아닌데 고단함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방 치운다고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그대로 대회장까지 따라온 것같았다. 두 개의 옷장에 담긴 옷과 이불을 들어내고, 수백 권의 책을 끌어내고, 쓸데없이 모아놓은 잡동사니를 버렸는데도 방은 끝이 없이 물품을 쏟아내었다. 노트류만 해도 수백 권, 필기류만 해도 수백 자루, 배낭을 포함한 가방도 수십 개, 티셔츠와 자켓은 수를 헤아릴 수 없고, 아직 신지 않은 신발만 해도 열 켤레가 넘었다. 버리기도 힘들고 챙기기도 힘드니 치우다 수도 없이 낙담하였다. 지인들에게 선물할 꾸러미, 중고나라에 판매할 꾸러미. 그렇게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굳이 이렇게 방 정리를 해야 하는가하는 회의감에 시달렸다. 두통은 심해지고 불면은 늘어났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방 치우는 일에 쏟아부어도 짐이 줄어들지 않자 넋이 나간 채로 멍하니 있는 일이 빈번해졌다. 물건을 이쪽에서 저쪽으로, 저쪽에서 이쪽으로 이동시키고만 있으니 결국 정리된 것은 아무것도 없어 보였다. 방을 치우면 새로운 삶이 시작되리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은 어리석은 생각일까?
SUB-4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천천히 달리면 부상의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광명대교 아래를 지나기 전에 3시간 20분대로 달리는 ㅅ민님을 다시 만났다. 끝까지 파이팅. 그렇게 응원하고 4시간 페메 무리 뒤에서 몇 십 미터 떨어져 달렸다. 3시간 45분 페메 앞에서 달리는 제비한스님과 바깥술님을 연달아 만났다. 원래 저분들과 함께 달렸어야 했는데. 휘문72 한구님한테는 오늘은 정말 힘드네요를 몇 번이고 말했다. 안양천 건너편의 고척스카이돔을 보면서 달렸다. 25킬로미터를 넘어선 후 2차 반환하였다. 드디어 4시간 페메와 함께 할 수 있었다. 몇 차례 맞바람에 시달렸다. 안양천에서 돌아올 때면 맞바람에서 해방될 줄 알았는데 오판이었다. 무릎과 오금쪽을 신경쓰면서 달리다 보니 종아리에 지나치게 하중이 가해진 것같았다. 틀림없이 통증이 있는 것같았다.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마비된 것도 모르고 달리는 것같았다. 급수대에서 페메가 지체하는 사이 앞으로 나아갔다. 28킬로미터 지점부터는 나 홀로 달리고 있었다. 초로의 마라토너가 기준이 되어 주었다. 다리가 무거워 땅바닥에 발이 끌리는 일이 자주 있었지만 멈추는 일은 없었다. 30.2킬로미터를 2시간 49분에 통과했다. 내내 3시간 59분의 페이스였다. 32.2킬로미터. 3시간 1분 경과. 남은 10킬로미터를 59분에 달릴 수 있으면 SUB-4가 가능했다. 무슨 일인지 33킬로미터 지점에서 4시간 페메 무리가 나를 제치고 나섰다. 내 페이스가 쳐지는 것인가? 아득하게만 보였던 36킬로미터 지점. 한강이 나왔다. 우회전하면서 어디에서도 맞바람은 없었다. 달리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방을 어떻게 치운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왜 연락하기로 한 사람은 왜 전화를 하지 않을까? 이대로 1년을 허송세월하는 것은 아닐까?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잠시 알바라도 해야 하는걸까? 쉼없이 근심이 머리 속을 헤집고 있었다. 달리면 잠시라도 근심거리를 덜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스피드를 전혀 올리지 못한 채 자제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던 레이스라 생각할 시간만 늘어난 것같았다.
37킬로미터 지점에서는 4시간 페메와 다시 만났다. 나는 이제 6분 페이스로 달려도 SUB-4는 무난했다. 내내 4시간 페메와 함께 달렸던 주자 몇 명이 'SUB-4 포기'를 선언하며 뒤로 물러났다. 39킬로미터 지점. 페메 한 분이 나를 돌아보며 '완주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SUB-4 완주를 축하한다'로 해석해서 들었다. 지금부터 조금 늦추어 달려도 SUB-4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나는 페메보다 늦게 출발했으니 더 여유가 있었다. 2.5킬로미터 남았을 때 다들 급수대를 그냥 통과하였다. 나는 물 한 잔을 챙겨 마셨다. 페메를 제치고 나가면서 5분 20초 전후의 페이스로 달렸다. 마침내 기어이 어쨌든 골인 아치가 나왔다.
03:57:19.16
다리가 망가졌다. 허기부터 때우고 귀가하다가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소쇄원에서 꿈을 꾸다'를 읽었다. 자리가 없어서 서서 읽었다. 졸음을 이겨내느라 힘들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도 들렀다. 절뚝거리며 걷느라 매우 힘들었다. 몇 일 동안 운동을 못하게 되리라는 사실을 알았다. (월, 화, 수 전혀 운동하지 못했다. 목요일에는 할 수 있으려나? 금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객지 생활이 시작되는데)
비교적 뒷 그룹에서 출발하고 있다.
비닐 조끼를 입고 방풍에 신경썼다. 9회 11회 대회에는 하프코스를 달렸다. 동계풀코스 대회에서 풀은 처음이었다.
대회명 : 제 13회 동계풀코스 마라톤대회
![](http://dkrun.co.kr/images/sub/intro/intro.jpg)
참가신청 안내
종목 | 기념품 | 금액 | 기념품 지급여부 | 입금통장 |
---|---|---|---|---|
Full | 벤치코트 | 45,000 | 기업은행 203-062319-04-051 | |
마니아 | 25,000 | 기념품 없음 | ||
Half | 벤치코트 | 40,000 | ||
마니아 | 20,000 | 기념품 없음 | ||
10km | 벤치코트 | 40,000 | ||
마니아 | 20,000 | 기념품 없음 | ||
5km | 벤치코트 | 35,000 | ||
마니아 | 15,000 | 기념품 없음 | ||
단체 | 2인이상팀 |
시상내역(개인)
종목 | 순위 | 시상 | 부상 | 부상품소개 | 비고 | |
---|---|---|---|---|---|---|
남 | 여 | |||||
Full | 1위 | 상장 트로피 부상 | 시상품 + 300,000 | 전기 매트 | ||
2위 | 시상품 + 200,000 | 전기온풍기 830P | ||||
3위 | 시상품 + 150,000 | LED 스탠드조명 | ||||
4위~6위 | 상장 부상 | 시상품 | 핸디 청소기 | |||
Half | 1위 | 상장 트로피 부상 | 시상품 + 200,000 | 전기온풍기 830P | ||
2위 | 시상품 + 150,000 | LED 스탠드조명 | ||||
3위 | 시상품 + 100,000 | 핸디 청소기 | ||||
4위~6위 | 상장 부상 | 시상품 | 원형 잔치펜 | |||
10km | 1위 | 상장 트로피 부상 | 시상품 | 전기 온풍기 1080TP | ||
2위 | 시상품 | 와이드 그릴 | ||||
3위 | 시상품 | 원형 잔치펜 | ||||
4~6위 | 상장 부상 | 시상품 | 삼파장 스탠드조명 |
시상내역(연대별)
연령(4단계) | 구분 | 등위 | 시상내역 | 인원 | 부상품 | 특기사항 |
---|---|---|---|---|---|---|
39세이하,49세이하 59세이하,60세이상 |
男,女 | 1~3위 | 시상품 | 48명 | 별도준비 | -연령산정은 만 나이로 대회일 생일 기준입니다 -10km는 연대별이 없습니다 |
기념품
기념품은 무릎 이하까지 내려오는 제품입니다.
사이즈 | S(85) | M(90) | L(95) | XL(100) | 2XL(105) | 3XL(110) |
---|---|---|---|---|---|---|
어깨너비 | 48 | 49 | 51 | 53 | 55 | 57 |
밑단둘레 | 107 | 112 | 117 | 122 | 127 | 132 |
밑단둘레 | 107 | 112 | 117 | 122 | 127 | 132 |
소매통 | 48 | 50 | 52 | 54 | 56 | 58 |
소매길이 | 58.5 | 60 | 61.5 | 63 | 64.5 | 66 |
등기장 | 90 | 95 | 100 | 105 | 110 | 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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