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30분 집을 나서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다.
6시에 서울을 떠난 버스는 빗속을 달리다.
깊이 잠들어 있었다.
도착 직전 미리 싸간 김밥과 우유로 아침을 해결한다.
충주공용버스터미널에서 탄금대 방향으로 걷는데 비가 오는 건 둘째치고 바람이 앞에서 부니 비는 사선으로 내렸다.
걸어가기 힘든 것은 둘째치고 옷이 전부 젖어버리니 견디기 힘들었다.
여전히 부상이 걱정되고, 바로 전날 하프를 1시간 37분대로 달린 후유증이 부담된다.
같은 하프도 아니고 26킬로미터다.
돌풍의 영향.
천막 몇 개는 뒤집혀 지고, 출발 아치 풍선은 터졌으며 페메 풍선은 하늘로 날아갔다.
충주세계무술공원에서 다소 먼 화장실로 가니 여유가 있었다. 화장실에 앉아 젖은 옷과 신발을 휴지로 닦았다.
아직도 오전 8시 정도.
출발은 10시 15분이니 빗속에서 시간 때우는 게 문제였다.
지난 해에는 벤치에 누워 기다렸지만 올해는 비가 내리니 정자 아래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9시 10분 쯤 되어서야 탈의실로 갔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 입고 있는데 먼저 나갔던 달림이가 돌아왔다.
비가 그쳐서 비옷을 벗으러 왔다고 했다.
비가 그치고 난 뒤 이후 단 한번도 비가 내리지 않았다.
10시 15분경 차분하게 출발하였다. 출발점을 지나자마자 다들 물웅덩이를 넘는다고 춤을 추었다.
탄금대를 오른편에 끼고 탄금대교를 건너면서 탄금호를 감상하는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장딴지 부상을 우려하면서 천천히 달렸다. 그렇게 달려도 지난 해보다는 빠른 페이스였다. 지난 해에는 2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지만 올해는 2시간 20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갔다. 조정경기장 중계 도로쪽으로 달리는 게 지난 해와 달랐는데 그쪽을 달리다 보니 발이 젖어 버렸다. 아직도 20킬로미터는 더 가야 하는데 이 무슨 낭패람.
한번 달려 본 길이라 초행길이라 겪는 난처함은 없었다.
8킬로미터 지점의 지그재그 오르막 데크로. 지난 해에는 오르막에만 신경썼지만 올해는 탄금호를 바라보는 여유도 가졌다. 9킬로미터와 10킬로미터 사이에 있는 야외화장실에는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들렀다. 10킬로미터 지점에서 만나는 조정지댐에서 간식으로 받은 빵을 조각내어 탄금호로 던지는 세레모니를 했다. 거기서 58개띠마라톤클럽의 2시간 20분 페메를 제쳤다. 13킬로미터 기록이 1시간 8분대. 지난해 26킬로미터 기록이 2시간 17분대였으니 이대로만 밀고 나간다면 2시간 16분대로 기록 경신이 가능했다. 비내린 다음이라 물기를 한껏 머금한 단풍나무와 은행나무가 늦가을의 멋진 정취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경치 보는 재미로 피로를 잊을 수 있었다. 13킬로미터 이후 나를 제친 사람은 세 사람이었다. 그 중 두 사람은 22킬로미터 이후 다시 제칠 수 있었다. 지난 해 HALF는 1시간 55분 54초 36에 통과했으나, 올해 HALF는 1시간 50분 49초 30에 지났다.
3킬로미터를 남기고 자전거 도로에 들어서면서 맞바람을 감당하며 달려나가야 했다. 다들 벌어놓은 시간을 이곳에서 다 까먹었다고 했다. 24킬로미터를 지나면서 함께 모여서 달리는 다섯 명을 제쳤다. 골인 직전 좌회전하면서 곁눈질을 했더니 제쳤던 사람들은 100미터 이상 떨어져 있었다. 내 골인 기록은 2시간 14분 08초 51이었다. 지난 해 2시간 17분 33분 22초보다 3분 이상 빨라졌다. 하지만 하프 이후의 기록은 조금 늦어졌다.
종합해 보았을 때 힘들여 달린 것은 없었다. 스피드를 매우 자제하면서 달렸다. 그렇게 달리고도 지난 해보다 빨라진 것은 한번 달려봤기 때문에 코스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해 큰 부담으로 다가왔던 오르막이 올해는 부담이 되지 않았다. 탄금호 경치 보는 재미가 춘천의 의암호 보는 것만큼이나 강렬해서 경치 구경하면서 운동하고 싶은 분들에게 꼭 추천해보고 싶은 코스. 코스 파악을 할 필요가 없어지니 경치가 더 눈에 잘 들어왔다.
골인한 이후 완주메달과 기록증을 받은 뒤 탈의실에 들어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돌풍이 불어 탈의실 천막이 날아갈까봐 붙들고 있느라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 뒤에 온 주자가 잡아준 덕분에 옷갈아입기가 가능했다.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는 사과 3킬로그램을 받았다. 대회장을 떠나기 전에 한돈삼겹살에 사과국수를 먹었다. 지난 해에는 돼지고기 구경도 못했는데 올해는 고기 구경을 다 했다. 고기를 오래 굽다 보니 석쇠가 타서 탄 고기가 대부분이었지만 고기 씹는 즐거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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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명 : 제16회 충주사과마라톤
일시 : 2014년 11월 02일(일) 오전10시
장소 : 충주 세계무술공원
주최 : 중부매일, 충청북도생활체육회
주관 : 충북원예농협
후원 : 충청북도. 충주시
협찬 : (주)에네스티, 광고인쇄 피디코리아
경기종목 : ①26km(하프와 골인지점 두 군데 기록측정) ②10km ③5km
출발시간 : 26km-10시15분, 10km-10시 20분, 5km- 10시25분
참가대상 : 내.외국인 누구나 참가가능
문의 : 충주사과마라톤 조직위원회 043)843-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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