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에서 달린 첫 마라톤대회이다.
석모도가 보이는 외포리선착장까지 가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새벽 4시 20분에는 집을 나서야 했다. 151번 버스 타고 가다 수유재래시장 앞에서 153번 버스로 갈아타고 신촌까지 가서 3000번 광역버스를 타고 강화터미널까지 가야했다. 강화터미널에서는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셔틀버스를 타고 20분 가량 이동해야 했다. 환승이 원활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서 오전 8시나 되어서야 대회장에 도착하였다. 집 떠난 지 3시간 40분이나 지난 뒤였다.
홍천에서 반바지를 구입하면서 잘 알게 된 마라톤 용품 판매상을 만나 매대 옮기는 것을 도와주고 레인(Reign) 비니를 싼 가격에 샀다.
출발 한 시간 전에 달리기 복장으로 갖추었는데 날씨가 쌀쌀하여 탈의실에 들어가 있기도 하였다. 스트레칭은 석모도를 보면서 했다.
전혀 부담이 없는 마라톤 대회였다.
기록에 대한 욕심이 없었고, 풀코스와 풀코스 사이에 운동삼아 달린다고 생각하였다.
강화도의 바닷가와 석모도의 풍광을 즐기면서 달리기로 했다. 더구나 하루 전 날 12킬로미터 달리기를 했고, 새벽잠을 설치고 나왔기 때문에 스피드 경쟁을 할 생각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냥 1시간 50분 페이스메이커나 2시간 페이스메이커를 기준삼아 달리기로 마음먹었다. 지난 주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긴팔 상의를 입고 장갑을 끼고 버프를 착용했다는 것.
마니산 방향으로 달려나가다 보니 풍선 하나가 내 앞으로 치고 나왔다. 2시간 페이스메이커였다. 1킬로미터까지는 2시간 페메 뒤에서 달렸다. 아주 느리게 달려서 1킬로미터 표지판을 지났다. 어! 5분 25초. 그렇다면 페메가 빠른 것 아닌가? 2시간 페메는 킬로미터당 5분 42초 정도로 달려야 하는데. 그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2시간 페메는 뒤로 빠졌다. 2킬로미터까지의 기록은 10분 35초였다. 1킬로미터 지점에서 2킬로미터 지점은 5분 10초만에 온 것이었다. 2킬로미터 지점에서 3킬로미터 지점까지는 4분 55초만에 달려 3킬로미터 기록은 15분 30초가 되었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나는 5분 10초 페이스로 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대로 계속 달리면 내 하프 기록은 1시간 49분이 된다. 아! 1시간 50분 페메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대회가 여러 개 겹친 대회라 광화문 페이싱팀은 전국적으로 흩어져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대회까지 1시간 50분 페메를 보내달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리라. 1시간 40분 페메는 있지만 그 양반 따라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1시간 40분 이내로 달리면서 주변 풍경 감상하며 달리기를 즐기기는 쉽지 않으니.....
4킬로미터에서 5킬로미터 지점을 넘어갈 때 길고 높은 오르막이 나왔다. 그렇긴 해도 내 페이스가 떨어진 것같지는 않았다. 8킬로미터를 40분 언저리로 통과했기 때문에 2킬로미터 이후부터는 꾸준히 4분대 후반으로 달리는 느낌이었다. 1시간 44분대가 충분히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킬로미터를 넘어서 1차 반환한 후 10킬로미터 지점을 49분대 초반에 통과하면서 확신한 것이 하나 있는데 2주 전처럼 1시간 40분 기록을 깨뜨리기는 힘들다는 것이었다. 몹시 소변이 마려워 중간에 화장실에 들러야 했으니 30초 이상은 까 먹을 것을 각오도 해야 했다. 화장실이 없다 보니 달리다 한적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시간을 30초 이상 썼다. 나와 함께 달리던 주자들이 50미터 이상 멀찍이 달아나 있었다. 꾸준히 스피드를 올려서 따라가야 했다. 이렇게 스피드를 올리는데도 무시무시한 스피드로 치고 나와 나를 제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광화문 페이싱팀의 레이스패트롤이었다. 12킬로미터 지점의 급수대을 지나기 직전 오르막과 재회해야 했다. 거기서 초로의 달림이 한 분을 제쳤는데 그때 그 분이 던진 푸념이 급수대 봉사요원의 폭소를 터뜨렸다.
-늙은 놈, 졸라 힘드네.
오르막을 넘고 나면 고비는 끝났다. 오르막을 넘은 마스터즈에게 돌아오는 혜택. 찬란한 일산을 받으며 327미터의 해명산을 몸통에 얹은 석모도. 석모도에 가본 지도 7년이나 되었네. 석모도 가는 배에서 갈매기에게 새우깡 주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데. 경치를 잠깐 외면하고 건평로쪽으로 우회전하였다. 나를 제치고 나갔던 레이스패트롤과 다시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다. 1시간 44분대가 충분하다고 했다. 양도초등학교 근처에서 하프의 두 번째 반환이 있었다. 16킬로미터를 조금 더 달린 지점이었다. 반환하고 나서야 좀 길게 오르막을 달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17킬로미터 지점을 지났을 때 1시간 23분이 흘러 있었다. 남은 4.1킬로미터를 20분 정도에 달리는 것은 무리가 없어 보이니 1시간 43분대도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조금 힘을 쓰면 1시간 42분대도 가능하리라. 18킬로미터 지점에서 우회전, 해안서로를 다시 만나서 직선 주로에 들어섰다. 19킬로미터 지점에서 시계를 보니 1시간 32분 소요. 막판에 스퍼트 좀 하면 1시간 41분대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20킬로미터 지점부터는 주변의 경치를 모두 잊었다. 주로만을 보았다. 골인 지점의 아치를 이따금 확인하였고. 엄청나게 질주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골인 아치가 뒤로 달아난다는 느낌으로 마지막 스퍼트를 했었는데 오늘은 고맙게도 아치가 앞으로 마중나오고 있었다.
1:40:42.03
내게 전해진 넷타임 기록이었다.
어찌나 막판에 스퍼트했던지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메달수령처에서 제법 떨어진 곳에서 칩을 풀어서 일어섰는데도 자원봉사 학생이 기다리고 있다가 완주메달과 기념품인 새우젖을 건네주었다.
경품으로 걸린 강화섬쌀은 당첨되지 않았으니 가까운 마트에서 강화섬쌀 10킬로그램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시간이 갈 때보다 오래 걸렸다. 김포를 거쳐 서울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도 만석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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