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마라톤!

2014 조선일보 춘천마라톤(2014/10/26)-FULL

HoonzK 2014. 10. 27. 23:25

뚱땡이 강건달.

66일간의 특훈을 이수했다.

그리고 10월 넷째 주 일요일 풀코스를 달렸다. 지난 2006년부터 9년 연속으로.

 

3시간 36분 20초

 

1년 만에 다시 3시간 30분대로 골인하였다. 72차례의 풀코스 완주 기록 가운데 3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올해 달린 19번의 풀코스는 모두 춘마를 위해 존재했다.

72번의 풀코스 가운데 3시간 30분대로 골인한 것은 단 7차례. 그 중 2번만 중앙서울마라톤(2006, 2010)에서였고, 나머지 5번은 모두 춘천마라톤에서였다.

도대체 춘천마라톤이 무엇이기에 나는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는 것일까?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내리 5연속 3시간 30분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달린 춘마에서도 3시간 40분대로 달렸다.

 

이번 춘마는 수면 방해를 가장 많이 받았던 대회였다. 식구들의 TV 소음에 일찍 잘 수 없었고, 좀 잠들만 했을 때 주최측에서 보낸 새벽문자가 잠을 깨웠다.

 

 2014 춘마는 liverun.co.kr서 기록 검색되며 칩은 사용 후 반납바랍니다.

 

 새벽 0시 39분과 46분에 연달아 문자를 보내어 사람을 깨우다니 이 무슨 몰상식한 행위인가? 단속적인 잠과 꿈에 시달리며 자리에 누워 버티다 일어난 것이 4시 19분이었다. 김밥, 참치, 무김치, 우유로 아침을 먹었다. 4시 50분 집을 나섰는데 버스 정류장에서야 가방을 잘못 갖고 온 것을 알았다. 도로 집에 들어갔다 나오는 바람에 안 그래도 뜸하게 오는 버스를 놓쳤고, 용산역에서는 여유없이 열차를 타야 했다. 용산역으로 가는 동안 옆에 앉은 아주머니는 보따리를 쌌다 풀었다하며 내 몸을 건드리거나 새벽 통화를 소란스럽게 하여 잠을 못 자게 했고, 춘천으로 가는 ITX 청춘 열차에서는 새벽잠없는 마라토너들이 시장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힘들지 않은 마라톤이 하나라도 있었는가? 늘 휴식이 부족하다는 강박관념 속에서 도전해야 하는 것이 마라톤 아니던가?

 

 작년보다는 여유가 없었다. 화장실 차례를 기다리면서 배번을 달고 스트레칭을 하여야 했고, 탈의실 들어가는 시간도 아껴서 공지천 인조잔디구장에서 겉옷을 벗었다.

주로에는 8시 50분에 섰다. 3시간 40분 페메 뒤쪽에 섰다.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도전해 보기로 했다. 서늘한 날씨인데다 흐리기까지 했으나 지난 해보다 10도 이상 높은 기온이고, 낮에는 20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했으니 주의는 해야 했다. 9시 8분경 출발선을 통과했다.

 

너무나 익숙한 코스.

3킬로미터를 가기도 전에 땀에 흠뻑 젖었으니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무리하고 있을 수도 있었다.

첫 5킬로미터는 25분 16초로 달렸는데 지난 해의 25분 44초보다 빠른 페이스였다.

하지만 다음 5킬로미터는 25분 42초로 달려 지난 해의 24분 48초보다 늦어졌다.

단풍든 삼악산이 구름을 감은 채로 의암호 앞에 서서 달림이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춘마의 광경.

속도를 신경쓰면서 달리면서도 이 때 만큼은 경치를 완상하고 있었다.

어느새 의암호를 오른편에 끼고 달리고 있었다. 곧 10킬로미터 지점이 나왔다.

내 소중한 기록이 누락될까봐 기록 패드를 꾹 눌러밟으며 나아갔다.

 

B그룹에서 출발한 희수형님을 따라잡은 것은 11킬로미터 지점에서였다.

 

-어이구,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풀코스를 함께 달려 본 기억도 아스라하다. 희수 형님은 '춘마에서는 역시 날라가시는군'이라고 평했다. 앞으로 치고 나갔다. 다음에 뵙자고 했다.

 

14킬로미터 지점이었다. 김영준씨가 아는 체했다. 올해 중앙서울마라톤에서 A그룹 3시간 30분 페메를 하기로 했다는 김영준씨는 8개월 동안 부상에 시달렸다고 했다. 지난 10월 3일 악착같이 뛰었는데도 4시간 3분이었다고 했다. 페메는 해야 하니 컨디션 점검차 나왔다고 하였다. 이때 또다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앞에 계신 분. 뒤 좀 돌아보세요.

 

이렇게 만나다니. 영동포도마라톤에서 동반주를 했던 중랑아마동의 홍경호님이었다. 절친을 만난 것처럼 반갑게 인사하였다. 영동포도마라톤에서와 똑같은 티셔츠, 버프, 신발까지 하고 있으니 알아보기 쉬웠던 것이다. 운동 많이 했느냐고 물으셨다.

 

-지금 3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 따라 달리는데 그렇게 힘들지는 않으니 다행이지요.

 

그 이후 3시간 40분 페메 앞으로 나아가기까지 했다.

16킬로미터를 지나면서 늘 그래왔듯이 주유소 화장실에 들렀다. 그 사이 3시간 40분 페메는 앞서서 달리고 있었다. 페이스를 끌어올린 희수 형님도 앞에 계셨다.

 

-화장실 다녀왔더니 앞에 계시네요.

 

이 때부터 희수 형님과 동반주를 시작하였다. 함께 달리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즐거움이 있었다. 스마트폰에 흥겨운 음악을 담아 달리는 내내 틀고 달리는 스타일이시니. 티아라의 '슈가프리'까지 들을 수 있을 줄 몰랐다. 라데츠키 행진곡에 크시코스의 우편마차 피아노곡, 박남정의 '안녕 그대여'부터 영화 음악 '록키-Gonna fly now'까지. 빌 콘티가 작곡한 '록키' 주제곡이 흘러나올 때는 필라델피아 미술관 계단을 전속력으로 치고 올라가는 록키를 떠올리며 권투 하는 시늉까지 하며 내 나름대로 흥이 나 있었다.

 

하프 통과할 때 내 기록은 1시간 47분 54초였다. 지난 해보다 그리 떨어지지 않았다.

나 자신에게 물었다. 에너지 상태는? 아직 힘이 남아 있어요.

춘천댐 가는 코스가 은근히 오르막이니 막연히 달렸다가 에너지를 소비하고 후반에 고생한다며 희수형님에게 먼저 가실 수 있으면 가시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0킬로미터 이상 같이 달리게 되었다. 25킬로미터 지점에서 에너지 젤을 함께 먹었고, 27.5킬로미터 지점에서 물 스폰지는 내가 갖다 드렸다.

29킬로미터까지 함께 하였다. 음악 소리가 멀어졌다. 형님은 속도를 줄이신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는 스타일이 아닌 나로서는 달리면서 기다려 보기로 했다.

30킬로미터 지점 2시간 35분 18초로 통과. 2010년 2시간 35분 15초로 달렸을 때와 거의 비슷했다. 그 때 기록이 3시간 38분 11초였으니 잘 하면 3시간 30분대 골인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31킬로미터 지점을 통과하기가 무섭게 우루루 몰려오는 발걸음 소리. 3시간 40분대 페이스메이커 두 팀이 연달아 나를 제쳤다. 내리막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스피드를 늦추었는가? 그냥 처음과 비슷하게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왜 추월을 당하지? 30킬로미터 지점을 지나기가 무섭게 3시간 40분 페메에게 추월당했던 것은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변함없이 당하는 일이었다. 2009년까지는 후반에 지쳐 따라잡지 못했고, 2010년부터는 후반에 따라가 역전하였고, 2013년에는 아예 추월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4년 초창기 춘마 후반의 악몽이 재현되는가?

그러고 보니 이제 더 이상 흐리거나 서늘하거나 하지 않았다. 구름은 어느새 걷혀 따가운 햇빛이 주로에 떨어지고 있었다. 바람도 거의 불지 않아 무풍 상태라고 할만 하였다. 눈이 부셔서 춘천댐에서 내가 달려온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생각이 났다. 후반에 들어서면서 의암호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지지 못했다.

 

제발 마음을 편하게 갖자고 다짐했다. 어차피 3시간 40분 페메보다 늦게 출발했으니 조금 늦게 골인하여도 3시간 40분을 넘지는 않겠지. 2011년처럼 3시간 39분 56초로 골인해도 되지 않는가? 34킬로미터 지점 102 보충대대 장병들의 열렬한 응원이 있었으나 답해주지 못했다. 그저 인상만 쓰고 달렸다. 일일이 하이파이브를 하며 흥을 돋우는 달림이와 비교하여 얼마나 여유없는 행동인가? 줄곧 3시간 40분 페메만 생각하고 있었다.  3시간 40분 페메와 너무 떨어지면 안 된다. 35킬로미터 지점. 기회가 왔다. 한 명의 페메가 급수대에서 지체했다. 급수대를 급히 지난 나는 거기서 몇 초를 벌어 앞의 페메를 따라갔다. 36킬로미터 지점. 거대한 페메 풍선에 머리를 두들겨 맞기를 몇 차례 할 정도로 바짝 붙었다. 머리를 맞지 않기 위하여 옆으로 비껴서 달렸는데 그때 내 역주가 시작되었다. 한 명씩 내 뒤로 밀려났다. 5킬로미터 구간의 내 페이스는 평균 25분 35초였으나, 35킬로미터 지점에서 40킬로미터 지점까지는 24분 49초의 페이스였다. 가장 빨린 달린 구간이었다. 유일하게 24분대로 달린 구간이 35-40KM구간이었던 것이다. 소양2교로 지나면 소양강처녀 동상이 보이기 마련인데 올해는 여유가 없어 돌아보지도 못했다. 40킬로미터 지점 3시간 26분 02초. 지난 해 3시간 24분 25초로 통과했으니 내 개인 기록을 깨기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3시간 36분대나 37분대는 가능해 보였다. 마지막 2.195킬로미터는 어찌나 긴지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같았다. 운동장으로 골인하던 2009년까지는 그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도로에서 출발하여 도로에서 골인하게 된 2010년부터는 마지막 골인 지점 확인이 잘 되지 않아서인지 힘들기 짝이 없었다.

 골인 아치가 보이지 않았다. 마침내 아치가 보였을 때 아치가 자꾸만 뒤로 달아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해에는 35킬로미터 이후 추월당하지 않았는데 올 해는 두 명의 여성 주자에게 추월당하였다. 그들을 다시 추월하지 못하고 1초 늦게 골인하였다.

 

 골인한 뒤 생각했다. 이건 뭘까? 올해 단 한 차례도 3시간 40분대 기록이 없었는데 3시간 30분대 기록을 세우다니.

 춘천마라톤을 대하는 마음가짐 자체가 달라서였을까? 경주에서 돌아온 지난 8월 하순. 66일간의 훈련 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악착같이 실천했던 순간이 떠올랐다.

 화요일이 되면 얼마나 진저리를 쳤던가? 인터벌 훈련이 너무 힘들어 오죽하면 T T라고 불렀을까? 조종이 울리는 화요일. Tolling Tuesday라고까지 지어 불렀으니.

그때 나를 달랬던 말은...... 지금 힘들면 춘마에서 덜 힘들 것이다. 지난 해보다 날씨가 더웠고, 잠도 별로 못 잤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잘 달린 것이다. 지난 두달여 동안 700킬로미터 가까이 달렸던 내게 이제 격주 간격으로 풀코스가 기다린다. 11월 9일 중앙서울, 11월 23일 손기정평화마라톤, 12월 7일 시즌마감 42.195레이스.......

 

 

 

 

 

 

 

 

 

 

 

 

 

 

 

 

 

 

 

 

 

 

 

 

 

 

8/21(목) 3킬로미터 스피드훈련 포함한 20킬로미터 러닝

8/22(금) 휴식

8/23(토) 90분 산길+도로 러닝

8/24(일) 25킬로미터 러닝

 

8/25(월) 9킬로미터 러닝

8/26(화) 14킬로미터 러닝(중간 빠르기 1.5킬로미터 6회, 그 사이 400미터 회복조깅)

8/27(수) 산악훈련

8/28(목) 150분 산악 러닝

8/29(금) 60분 도로 러닝(오르막 포함)

8/30(토) 50분 산길+도로(오르막 포함) 러닝

8/31(일) 영동포도마라톤 풀코스 출전 완주

 

9/1(월) 50분 산악훈련

9/2(화) 14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400미터 16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조깅)

9/3(수) 90분 산악훈련

9/4(목) 16킬로미터 러닝(중간속도 10분 달리기 3회 포함)

9/5(금) 휴식

9/6(토) 하프대회 출전 완주

9.7(일) 7킬로미터 러닝

 

9/8(월) 추석 당일 하프대회 출전 완주

9/9(화) 160분 산악훈련

9/10(수) 하프대회 출전 완주

9/11(목) 휴식

9/12(금) 70분 산악훈련

9/13(토) 바다의 날 마라톤 풀코스 출전 완주

9/14(일) 휴식

 

9/15(월) 130분 산악 러닝

9/16(화) 14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800미터 8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9/17(수) 60분 도로 러닝(오르막 포함)

9/18(목) 16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1분 달리기 8회, 그 사이 1분 회복 조깅)

9/19(금) 120분 산악 및 도로 러닝(오르막 포함)

9/20(토) 휴식

9/21(일) 하프대회 출전 완주

 

9/22(월) 130분 산악 러닝

9/23(화) 15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200미터 18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9/24(수) 걷기

9/25(목) 15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3분 달리기 10회, 그 사이 1분 회복 조깅)

9/26(금) 휴식

9/27(토) 풀코스 대회 출전 완주(SUB-4)

9/28(일) 휴식(공주마라톤 풀코스 출전 포기)

 

9/29(월) 17킬로미터 러닝(중간 속도 5킬로미터 2회, 그 사이 400미터 회복 조깅+빠른 속도 1.5킬로미터 2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9/30(화) 130분 산악 러닝

10/1(수) 16킬로미터 러닝(100미터 스트라이즈 8회 포함)

10/2(목) 100분 산악훈련

10/3(금) 5킬로미터 대회 출전 완주/ 저녁 50분 러닝

10/4(토) 휴식

10/5(일) 하프 대회 출전 완주

 

10/6(월) 130분 산악 러닝

10/7(화) 13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400미터 12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10/8(수) 12킬로미터 러닝

10/9(목) 휴식

10/10(금) 15킬로미터 러닝(3킬로미터 스피드 훈련 포함)

10/11(토) 휴식

10/12(일) 홍천강변마라톤 풀코스 출전 완주(SUB-4)

 

10/13(월) 5킬로미터 회복 조깅

10/14(화) 13킬로미터 러닝(빠른 속도 400미터 12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10/15(수) 산악훈련

10/16(목) 13킬로미터 러닝(3킬로미터 스피드 훈련 포함)

10/17(금) 4시간 등산

10/18(토) 하프 대회 출전 완주(올해 최고 기록 작성)

10/19(일) 10킬로미터 러닝

 

10/20(월) 휴식

10/21(화) 9킬로미터 러닝(마라톤 대회 페이스 3킬로미터, 400미터 회복 조깅+빠른 속도 400미터 4회, 그 사이 200미터 회복 조깅)

10/22(수) 10킬로미터 러닝

10/23(목) 120분 걷기

10/24(금) 15킬로미터 러닝

10/25(토) 완전 휴식

10/26(일) 춘천마라톤 풀코스 완주

 

 

 

신연교를 건너면서.... 아직 10킬로미터 가기 전

 

사진에 찍히기 위해 사진사쪽으로 근접해서 달림. 아직 여유 있음

 

39KM 지점 소양2교를 지나고 있다. 달리기가 쉽지 않은 듯 고개가 조금 들려 있다.

 

골인 직전에는 고개도 들리고 입도 많이 벌어져 있어 힘들게 달리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