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책자에 보니 5위까지 시상한다고 하였다.
금융보험인과 일반 참가자를 구분해서.
지난 해 4등하는 바람에 3위까지 시상하는 혜택을 받지 못했던 대회 아닌가?
그래서 혹시나 했다. 입상하지 않을까? (5위까지 시상은 착각이었나 보다. 뭘 잘못 보았을까?)
결과부터 말하자면 입상은 하지 못했다.
원래 5월에 열리기로 했던 대회가 11월에 열리니 그 사이에 잘 뛰는 사람들 몇 명이 들어와 내 순위를 밀어내었다.
반환하기 전 주로에서 일반 참가자의 배번을 보면서 순위를 확인해 보니 나는 8등이었다.
10킬로미터를 막 지났을 때 건너편에서 5등에 해당되는 마스터즈가 오고 있으니 따라잡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1킬로미터나 떨어진 거리를 좁힌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환한 이후 열심히 달려 추월한 사람이 딱 한 사람.
막판 스퍼트를 시작해야 할 15킬로미터 지점을 막 지났을 때였다. 그렇게 나는 일반 마스터즈 7위가 되었다.
앞에 달리던 사람 가운데 기권자가 나왔으면 하는 헛된 기대도 해 보았지만 치사한 사념일 뿐이었다.
10킬로미터를 46분대로 달리고, 반환은 49분 37초에 했다.
반환하면서 입상은 글렀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페이스가 어느새 떨어진 것같았다.
하지만 내겐 또 다른 목표가 남아 있었다.
1시간 40분의 기록을 깨뜨려 1시간 30분대로 골인하는 것.
1시간 39분 59초에 들어간다 해도 KM당 4분 44초 페이스로 달려야 하는 것이니 쉬운 일은 아니었다.
줄곧 5분 40초 페이스에 길들여진 나같은 사람에게는 더 힘든 일.
동반주를 해 줄만한 사람이 있으면 좋겠지만 1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가 없으니 나홀로 페이스를 조절해야 했다.
(이 대회에는 1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가 있었고, 2킬로미터를 넘어서기 전에 나는 페메 앞으로 나왔다.)
지난 춘마를 달리고 나서 바로 다음날 산행을 하다 보니 햄스트링 부상이 생긴 것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회를 앞두고 몹시 걱정한 것이 사실이었다.
2주 전에는 반환하기까지 1시간 50분 페이스로 달리던 사람이 1시간 40분 페이스로 달린다는 일이 얼마나 힘든가?
그 사이에 춘천마라톤의 역주도 있지 않았던가?
미리 힘을 쓰면 후반에 스피드를 올리기 힘들어지는 법.
잘 달리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달리다가 갑자기 장딴지가 당기어 쓰러지지 말라는 법도 없고.
지속주.
14.1킬로미터를 달렸을 때 1시간 5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남은 7킬로미터를 35분 이내에 달릴 수 있다면 1시간 39분대가 가능했다.
바쁘면서도 2.5킬로미터마다 설치된 급수대에는 꼭 들렀다.
추울 줄 알았던 날씨가 전혀 춥지 않았고, 오히려 덥게 느껴졌기 때문에 물은 자주 마셔주어야 했다.
급수대를 지나면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급수대에서 응원하는 자원봉사요원들에게는 일일이 손을 흔들어주기는 했지만 눈은 주로를 향하여 있었다.
바쁘다, 바빠.
15.1킬로미터 지점에서 한 명의 일반 참가자를 제쳤다. (8킬로미터 이후 제친 유일한 달림이)
16.1킬로미터, 17.1킬로미터, 18.1킬로미터..... 열심히 시간을 체크하였다.
어떤 때는 4분 50초 페이스, 어떤 때는 4분 55초 페이스, 또 어떤 때는 5분 페이스.
19.1킬로미터 통과. 1시간 29분 소요.
남은 2킬로미터를 11분 이내에 뛰는 게 힘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마지막 1킬로미터 남았을 때 1시간 33분 35초 쯤.
아! 1시간 39분대가 가능해졌다. 이제는 6분이 넘는 페이스로 달려도 1시간 39분대가 가능하다.
골인 지점이 가까워지면 늘 느끼는 부담감.
거리가 도무지 줄지 않는다는 것.
서강대교와 마포대교를 지난 후에도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오늘은 빨리 달리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일정한 페이스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같다.
골인할 때 보니 입상 대기자 표찰을 목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무도 내게 신경쓰지 않았다.
오랜만에 여자 1위보다는 빨랐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까.
완주메달과 간식을 받은 후 기록증 발부처에 가서 기록증을 받았다.
-김훈식씨요?
-아니요, 강훈식입니다.
-아, 죄송합니다.
잠시 성이 바뀌는 에피소드.
1시간 37분 58초 64.
수고했다. 강건달.
평소보다 빨리 달리니 돌아올 때 지하철이 덜 붐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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